남코레아뉴스 | 전쟁위기에서 평화올림픽으로, 그동안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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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1-26 08:0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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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쟁위기에서 평화올림픽으로, 그동안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이종석 전 장관 “작년 12월 전쟁 분위기 심각...한미 합동훈련 연기 제안으로 국면 전환”
최지현 기자 민중의소리
평창 동계올림픽이 보름 정도 남은 25일,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될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으로 내려왔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신년사 발표하는 김정은 로동당 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작년 말까지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이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등의 '말폭탄'은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때때로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냈던 이종석 전 장관은 이날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작년 12월 전쟁 분위기가 얼마나 컸는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위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선제타격론이나 전쟁불가피론 얘기가 많이 나오면서 정세가 굉장히 불안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합의가 도출된 것도 이러한 정세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외교 용어로 '절대'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그런 '절대'라는 표현을 쓸 만큼 절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툭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자주 만나는데, 제 생각에는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이래저래 해서 북한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 같다"며 "그래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직접 만나본 중국 전문가들이 실제로 한반도 상황을 두고 상당히 불안해 했다고 전했다. 1999년 미국 공군기가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을 오폭한 사건과 비슷한 일이 북한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중국에서도) 굉장히 절박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령 괌에서 출격 대기 중인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모습.ⓒ미 국방부 공개 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합동훈련 연기 제안' 전격 공개
"북한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남긴 것"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전격 발표한 것은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5일 후였다. 작년 12월 19일 문 대통령은 강릉행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트레인1' 안에서 가진 미국 측 평창올림픽 주관 방송사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은 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 합동훈련 연기'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풍문은 있었지만, 이를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예고되지 않은 파격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당시 '한미 합동훈련을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은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그 얘기를 한 건 한미 간 합의되기 전"이라며 "문 대통령은 (되도록이면) 마찰을 피하는, 점잖은 분이다. 그런 문 대통령이 미국이 싫어할 줄 알면서도 그때 딱 내질렀다"고 말했다.
사실 문 대통령이 먼저 미국에 제안하지 않았더라도, 한미 합동훈련 연기는 필연적이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국은 올림픽 주최 국가이고 평화의 상징인데다, 유엔 총회에서도 ‘평창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됐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일방적으로 훈련을 밀어붙일 수 없는 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부담을 무릅쓰고 선제적으로 한미 합동훈련 중단을 미국에 요구한 것은 평창 올림픽을 놓치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갖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미국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이것은 오로지 북한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 전 장관은 "한미 합동훈련 연기 발표가 올림픽 직전에 나오면 북한을 끌어낼 공간이 없게 된다. 우리 입장에선 북한이 나올 공간을 만들어줘야 했다"며 "대한민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만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한미 합동훈련 연기를 내가 제안했다'고 말한 건 김정은이 나오게 된 상당히 중요한 명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상황은 일단 문 대통령의 '평화 올림픽' 구상대로 흘러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고, 그로부터 사흘 뒤인 4일 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합동훈련 연기에 전격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국면은 급속도로 전환됐다.
'바람 앞에 촛불' 지키듯 평화 분위기 조성해야 하는 이유
다행히 당장 큰 위기는 넘겼지만, 이 전 장관은 "또 한편으로는 이 정세까지 오는데 다른 나라가 유기적으로 협조된 게 아니라서, 북핵 문제 해결까지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절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된 것을 "바람 앞에 촛불"에 비유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표현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는 지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을 여는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며 "6.25 전쟁 이후 최악으로 무너진 남북관계 속에서, 또한 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마련된 남북대화"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이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 간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 의지도 중요하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면서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킨 적이 없다. 전방위적인 관계 개선"이라며 "북한은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지만 (자신에 대한) 제재 때문에 지금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의 관련 집단 대부분은 지금 기분이 나쁜 상태이다. 남북대화를 잘못된 시그널로 보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가 지금 상황에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차피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인정한다고 했고, 그걸 가지고 우린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이라며 유화적인 발언 하나하나를 토대로 상황을 진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23일(현지 시간) 해안경비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맹도 등을 돌릴 수 있다면서 최첨단의 정교한 무기는 해외에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23일(현지 시간) 해안경비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맹도 등을 돌릴 수 있다면서 최첨단의 정교한 무기는 해외에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뉴시스/AP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여전히 불안 요소가 잠재돼 있다. 벌써부터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의도를 두고 노골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내며 대화 국면에 재를 뿌리고 있다. 평창 올림픽이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보수진영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 바로 전날인 2월 8일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을 여는 것에 대해 '핵무력 완성을 선전하려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열병식 논란'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4월 25일에 기념해오던 건군절(조선인민군 창설일)을 2월 8일로 바꾼 것에 대해 "역사의 큰 국면에서 엄밀히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중요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며 "자기 아버지(김정일) 시대에 만들어진 사상론적인 주관주의 국가시스템을 실용주의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건군절로 지내온 4월 25일은 1932년 김일성 주석이 조선인민군의 기원이 되는 항일 유격대를 만든 날로 여겨지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인민군이 창설된 1948년 2월 8일로 건군절을 변경해 노동당이 군을 만든 것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비교하면서 "김정은은 실용주의면서 현장점검형이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허장성세가 별로 없다"며 "칭찬이 아니라, 정확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은 "북한을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북한을 사실에 기초한 근거 없이 무조건 '절대악'이라고 보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우고 그러면 정부가 나서서 '그거 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말을 정면으로 못하는 사회"라며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사회로 환원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성적으로 북한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대북 압박과 제재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대북 압박과 제재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을 북핵 협상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안 나오고 있지 않나. 그러면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 (압박과 제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북한이 고통 받고 있는 걸 가지고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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