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뉴스 | 북 “외교신서물강탈행위”로 보는 30여년 전 미국의 외교행낭절취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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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19 20:2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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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풍운 속의 중국 외교관(国际风云中的中国外交官' 책의 223~224쪽의 “외교행낭의 신비로운 실종(外交邮袋神秘失踪)” © 자주시보, 중국시민
[정문일침270] 북 “외교신서물강탈행위”로 보는 30여년 전 미국의 외교행낭절취사건
중국시민 ⓒ 자주시보
6월 18일 조선(북한)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6일 뉴욕에서 외교신서물강탈행위가 발생했다면서 “미국이 감행한……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도발행위”로 낙인찍는다고 선포했다. 그에 의하면 16일 뉴욕에서 진행된 장애자권리협약당사국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오던 조선 대표단이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미국내안전성소속이라는 인물들과 경찰들을 포함한 20여 명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들이 외교신서물을 빼앗으려고 외교신서장을 지참한 조선외교관들에게 깡패처럼 난폭하게 달려들다가 완강한 저항에 부딪치니 완력을 사용하여 강제로 외교신서물을 빼앗아가지고 달아났다 한다.
조선중앙통신사가 보도한 뒤 한국언론들이 소식을 전했는데,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어떤 주장을 한다면서 은근히 믿지 못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또 어떤 네티즌은 북한이 나라답지 못하게 구니까 저런 꼴을 당한다고 잘코사니를 불렀다.
진실여뷰를 가리기는 어렵지 않다. CCTV가 없을 리 없는 케네디공항이라 촬영된 동영상들을 공개하기만 하면 어느 편의 주장이 사실인지 알 수 있다.
조선은 조선 대표단이 타게 되어 있는 비행기의 탑승구 앞에 2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달려들었다면서 “이번 도발행위가 사전에 짜놓은 각본에 따라 감행되였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이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니까, 그 시점에서의 탑승구 부근의 감시카메라 촬영부분 및 그 전후의 다른 지점들에서의 촬영부분들을 공개하면 쌍방의 동선들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미국의 공항이나 경찰들이 그런 용기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조선과 관련되는 일들은 뭐나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게 고정된 절차다. 필자는 어느 편이 꼭 맞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일개 평민이지만, 미국은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점은 잘 안다.
중국에서 “와이쟈오유따이外交邮袋)“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파우치라는 음역으로 부르는 외교행낭은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게 되어있는데 중국 외교사상 제일 많이 말썽이 일어난 고장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절취사건은 기막히다.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가 1992년 4월에 출판한 책 《국제풍운 속의 중국 외교관(国际风云中的中国外交官)》은 “내부발행(内部发行)”이라고 밝혀져 한국식으로는 이른바 “대외비”에 속하는 책으로서 21,000부를 인쇄했는데, 20여 년 지나니까 중고서적시장에 흘러나와 필자의 손에도 1권 들어왔다.
필자는 언젠가 그 책에 근거하여 문화대혁명시기에 벌어진 중국외교관망명사건을 소개한 적 있는데, 그밖에도 이야깃거리는 무진장하다. 216~225쪽에는 “외교신사의 풍우춘추(外交信使的风雨春秋)”라는 큰 제목 아래 작은 제목 몇 개로 나누어 외교행낭운반을 책임진 신사(信使)들의 생사고락을 소개했다. 그 가운데서도 223~224쪽의 “외교행낭의 신비로운 실종(外交邮袋神秘失踪, 사진)”은 특이하다.
1986년 11월 6일 오전 10시에 미국 휴스턴 공항 대륙항공회사의 1등석 대합실에 중국 외교신사 장(張) 아무개와 왕(王) 아무개가 외교행낭을 들고 들어왔다. 동행자들로는 휴스턴 주재 중국 총령사관 리(李) 영사와 짜오(趙) 기사였다. 한 스튜어드가 열정적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1등석 대합실은 길이 7미터, 너비 6미터인데 실내에 커피, 음료 카운터가 2개 있고 좌우에 소파 2세트가 놓여있었다. 왼편의 소파에는 나이 지긋한 손님 2명이 느긋이 담배를 피우고 문가에는 손님 하나가 서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조용한 실내의 분위기도 좋았다.
4명의 중국인은 오른 편 소파에 U자형으로 둘러앉았다. 11시 반에 이륙할 비행기라 아직 1시간 반 여유가 있었다. 왕, 리, 짜오는 각기 커피와 음료를 가지러 카운터에 갔고 장은 행낭을 자기 무릎 앞으로 끌어다 놓았다.
2분 뒤에 세 사람이 커피, 콜라와 오렌지 주스를 들고 좌석으로 돌아왔다. 이때 문 밖에서 2남 1녀 미국인 3명이 들어왔는데 그중의 일남일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영어를 모르는 짜오가 알은체 하지 않고 손에 든 여남의 오렌지 주스컵을 장에게 넘겨주고, 장이 컵을 받아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행낭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 장은 그만 아우성쳤다.
“행낭이 일어졌소, 빨리 찾읍시다!”
네 사람은 그만 입을 딱 벌렸다. 단 몇 초 동안에 행낭이 네 사람의 코밑에서 신비스레 사라지다니! 정신을 차렸을 때 3명의 미국인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가버렸는지 누구도 얘기할 수 없었다.
분위기가 대뜸 긴장해났다. 왕, 리, 자오 세 사람이 문밖으로 뛰쳐나가 홀마다 찾아보았으나 빈 손으로 돌아왔다. 서류가방을 꽉 틀어쥔 장은 대합실의 스튜어드에게 행낭이 도적 맞혔다고 알리면서 경찰에 신고하기를 요구하는 한편, 중국 총영사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10시 45분 공항의 경찰 2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12시 30분 총영사 탕싱버(汤兴伯)가 달려왔다. 탕 총영사는 공항당국과 교섭하는 한편 중국인들에게 다시 한 번 찾아보기를 명했으나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 중국인들은 무거운 심정으로 총영사관으로 돌아갔다.
미국의 연방조사국은 요원수 세계 최다, 장비 최첨단, 사건해결속도 최고라고 자랑했으나 그 번에는 능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행낭절도사건을 21일이나 “조사”했던 것이다.
11월 27일 오후, 휴스턴 경찰국에서 행낭을 찾아가라고 중국 총영사관에 통지했다. 이미 뜯겼고 겉에 흙이 잔뜩 묻은 상태였다.
“이 기이한 사건은 공항의 일등석 대합실에서 벌어졌다. 네 사람의 감독관리 하에서 벌어졌다. 민주, 법치, 문명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벌어졌다. 얼마나 깊은 사색을 자아내는가?
분명히 찌르는 창은 피하기 쉬워도 몰래 쏘는 화살은 막기 어렵다 한다. 이번에 미국인들의 꼼수에 걸려 골탕을 한 번 먹었는데, 중국 신사들은 제때에 경험교훈을 총결하여 슬기가 하나 또 늘었다.(这桩奇案,发生在机场头等舱候机室;发生在四个人的监管之下;发生在讲民主、讲法治、讲文明的美国,多么发人深省?
明枪易躲,暗箭难防。这一回遭到了美国人的暗算,吃了一堑,然而中国信使及时地总结了经验教训,长了一智。)”(224쪽)
31년 전에는 CCTV가 없었으니 미국인들이 아닌 보살하면서 발뺌할 여지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 몰라라 하고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조선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전쟁위협에 맞설 때의 조선인민군의 강경대응에 비기면 아주 부드러운 편이고 외교적 예절을 따진 셈이다.
“미국은 이번에 감행된 주권침해행위에 대하여 우리측에 설명하고 정부적으로 공식 사죄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의 이 정당한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앞으로 차례질 후과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것이다.”
미국의 대응방식은 필자가 예상할 수 있으나 스포일러로 독자들의 재미를 빼앗지 않기 위해 굳이 거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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