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문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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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1일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앞으로 한미동맹이 유지되고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상태에서의 통일을 실현한다는 것은 갈수록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이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이 10일 오후 서울 명동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의실에서 개최한 제1회 동북아정세
토론회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고 본다. 2000년대 초반에 문이 닫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욱식 대표는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협의가 가능했던 것은 “중국의
영향력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은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상태에서의 한반도 통일은 절대 지지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며 “앞으로 5년, 10년, 20년
후에는 중국의 국력이 더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먼저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 정세를 “세력권을 지키려는 미국과 세력권을 넓히려고 하는 중국 사이에 때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잠복돼 있는 갈등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0세기 후반기에 가장 큰 지정학적 사건이 대소 봉쇄를 위한 미.중 데탕트였다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사건 중의 하나는 20세기에 라이벌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 한.중 역사공조로 한.미.일 군사공조 저지
또한 중국 시진핑 정권은 “미국의 의도 자체가 한.미.일 3각동맹을 통해서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불신이 강해지면서 한.미동맹에 대해
자신들이 ‘할 말은 하겠다’”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며 최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을 예로 들었다.
“사드를 비롯한 MD(미사일방어체계) 능력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중.일 간이 됐든, 남아시아, 대만, 한반도 등에서 무장충돌 발생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훨씬 더 보장하는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걸 전략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정 대표는 “중국은 일종의 한.중 역사공조를 통해서 한.미.일 3자 군사공조를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라며 “작년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와서 일본의 역사관에 문제제기를 하고, 올해 9월 종전 70년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역사를 고리로 삼아서 미국 주도, 일본의
우경화를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한반도 평화통일 프로세스, 이것이 동북아 평화협력 프로세스와 같이 병행되면서 미군이 필요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강해진다”며 그만큼 미국이 원하는 ‘중국봉쇄’에 한국의 역할이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더더욱 전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자폐적이고 약소국 콤플렉스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볼 것”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이 말했던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수 있는 영리한 소, 고래를 춤추게 할 수 있는 영리한 돌고래”가 돼야 한다며 “대양세력과 해양세력의 평화적인 가교역할을 통해서 우리의 이익과
주변국의 이익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존번영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 병진노선 부분적 성공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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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이 주최한 제1회
동북아 정세 토론회에는 2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정 대표는
“북한은 핵억제력 자신감에 바탕해서 (동북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표면적으로 현상변경을 추구하고 있는 국가”라며 “김정은 체제 등장이후 3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어찌됐든 경제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고, 특히 핵무기.미사일 능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10년 정도를 내다본다면, 완만한 경제성장과 핵과 미사일 능력의 강화라고 하는, 종합적으로 본다면 병진노선이
부분적 성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경제적으로 계속 제재 당하고,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군사적으로 봉쇄 당하고, 이런 상황들이 앞으로 계속되는 반면에, 북한의
물리적인 힘, 핵능력이 강해지면 이 판을 바꾸겠다는 군사모험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경제건설은 실패하고 핵능력만 강해지는, 굶주린 맹수처럼 되는 경우가 우리한테는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을
경제적으로 옥죄어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이 과거와 오늘날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더욱 위험스럽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최근 5,6년 동안 크게 볼 때는 미국과 중국사이의 패권경쟁, 미.중관계 악화와 남북관계의 악화가 만나고 있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두드러진 일관된 특징”이라며 “남북경협이 한.중관계 이중성 극복하는데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제시했다.
“남북경협을 통해서 한국 기업이 중국에 대해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거기서 창출된 이윤을 R&D쪽 재투자를 통해서 질적인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중적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중국경제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왔던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가급적 월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으며, 이날
토론회에는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과 추원서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