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레아뉴스 | “죽음의 컨베이어벨트 멈춰라” 청년들 태안화력발전소 진입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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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2-22 19:12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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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시위 벌이는 청년들 ⓒ독자제공
“죽음의 컨베이어벨트 멈춰라” 청년들 태안화력발전소 진입 시위
고 김용균씨 유족 ‘태안화력 1~8호기 가동 중단’ 요구, 노동부 거부
이소희 기자 : 민중의소리
청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죽음을 애통하게 생각하는 청년들 50여명이, 김 씨의 일터였던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고인의 죽음에 죄송함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태안화력 1~8호기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2일 12시 30분 경,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입구에 청년민중당, 청년전태일 소속 청년들 50여명이 모였다. 이들 중 35명 가량은 발전소 앞에 도착하자 현수막을 펴고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청년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태안화력에서 근무하던 김용균 님이 사망한지 오늘로 11일이 지났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잡아먹고도 모자랐는지 저 살인병기와 같은 기계는 여전히 굉음을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다”라며, “유가족들은 줄곧 ‘뚜껑도 없는 태안 1~8호기 전면 중지해서 남은 청년들이라고 구하고 싶다’는 단 한 가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은 유족의 절규를 외면한 채 버젓이 살인기계를 운행 중인 서부발전과 태안화력에 맞서 가만히 앉아 죽을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섰다”며, “서부발전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고인의 죽음에 죄송함이 있다면 지금 당장 태안화력 1~8호기의 가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지난 11일 故 김용균 씨 사고 당일, 사고가 발생한 9~10호기에 대해 작업 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유사한 구조를 가진 1~8호기에 대해서는 가동을 허용했다. 이에 대해 김용균 씨 유족과 시민대책위 측은 김 씨의 동료들이 비슷한 위험을 안고 일해야하기 때문에 해당 발전기에 대해서도 작업중지명령을 내려달라고 고용노동부 측에 요구했다.
21일 고용노동부 측은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 사고조사 및 진행상황’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가 발생한 9~10호기와 1~8호기의 위험요소는 차이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1~8호기의 작업중지 범위 확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원인조사 및 특별감독 과정에서 안전상의 급박한 위험요인을 인지한 경우에는 1~8호기 작업중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년들이 기습시위를 벌인 것은 서부발전과 정부 측이 유족과 노조측의 요구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데 대해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이 기습 시위에 나서자 서부발전 측 관계자들은 현장에 나와 대책마련에 골몰했다. 1시 경엔 현장에 경찰도 출동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시위 벌이는 청년들ⓒ독자제공
한편, 15명 내외의 청년들은 발전소 내 도로로 진입했다. 이들은 손 현수막을 펼쳐 머리위로 들고 9,10호기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건물 앞에 연좌해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현수막에는 “사람이 죽었다! 컨베이어벨트 재가동한 서부발전 규탄한다”, “故 김용균을 죽인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라!” “우리는 일하다 죽을 수 없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연좌농성에 참여한 청년 C씨는 “우리가 쓰는 전기에는 석탄이 묻어 있지 않다. 전기를 위해 어두운 곳에서 일하다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발전소가 돌아간다”며 통탄했다.
그는 “외아들을, 생애 첫 직장에 다니던 아들을 잃고 어머니 아버지가 절규한다. 내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려달라, 내 아들을 죽게 한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더 이상 이런 죽음을 막아달라고 외치셨다.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정부, 국회, 서부발전에 직접 이야기하러 왔다”며, “이 사건에 대책을 세우고 사과를 해달라. 유족의 부름에 응답하고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시위 벌이는 청년들
청년 D씨는 “김용균 씨는 무슨 죄를 지어서 죽었을까 싶지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청년이기 때문에 죽었다”라며, “김 씨는 안전메뉴얼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라 죽었다.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청년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시작한다. 결국 용균 씨는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라서 죽은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기업, 서부발전 기업이 범인이다. 이 기업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놔두는 이 한국 사회가 또 다른 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컨베이어 벨트는 기계니까 스스로 멈출 수 없지만,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우리는 사람이니까 죄의식을 가질 수 있고 무엇이 잘못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제 책임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하고, 청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밑바닥부터 바꿔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약 한 시간 가량 연좌해 시위를 했고, 그 이후에는 공장 내 도로를 걸으며 구호를 외친 후 스스로 공장 밖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서부발전 사측 관계자, 태안경찰서에서 출동한 경찰 측으로부터 수차례 퇴거 명령을 받았다.
2시 45분경 이들이 공장 밖으로 나오자 태안경찰서 관계자들은 미신고 집회는 집시법 위반이므로 즉각 해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공장 밖으로 나온 청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온 손현수막을 발전소 입구 울타리에 걸고 3시 경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이후 서울에서 열리는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안경찰서 측은 현장에서 철수하며 이날 기습시위를 한 청년들의 처분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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