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중한 미사일을 순식간에 창공높이 쏘아올린 화성-15형 쌍둥이 로켓엔진이 힘차게 화염을 내뿜으며 대지를 박차고 있다. ©자주시보

미국 미사일 전문가, 북 ICBM 역량 증명 프로무대 올라

박한균 기자 최종편집: ⓒ 자주시보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이 ‘화성-15’형 발사로 획기적으로 개선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증명했다고 참여과학자연대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가 밝혔다.

라이트 박사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이 이미 충분한 미사일 유도제어 기술과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했으며, 재진입 기술 또한 쉽게 갖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북 미사일이 스커드 수준을 벗어나 ‘프로 무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라이트 박사는 ‘화성-15’형 대륙간탄미사일에 대해 “미사일이 더 크기 때문에 재진입체 크기도 더 커졌고 형태가 바뀌었다”며 “지난 ‘화성-14’형 미사일과 본체는 같지만 다른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지며, 저는 1단계 엔진은 과거와 거의 같고 2단계 엔진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두 개 엔진 모두 다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 엔진은 사거리를 늘리는 데 사용되고, 이번 시험 발사 사거리가 길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며 “1단계 엔진의 추력을 늘렸다면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의 능력을 향상시켰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건 미사일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만들고 또 어떻게 변화를 줄지에 대한 북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북은 미사일 개발에 있어 확실하게 ‘프로’ 무대에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라이트 박사는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과 관련해서 “이번 실험을 통해 북이 적어도 적은 중량의 탄두를 탑재해 미국 전역에 닿게 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됐다”며 “더 많은 지역에 닿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북이 이번 실험에서 (더 많은 지역에 닿을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냥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그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며, 그게 6개월이 될지 2년이 될지에 대해선 얘기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라이트 박사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결정적으로 탄두 무게에 달려 있다”며 “야구공을 던지느냐 투포환을 던지느냐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사일이 이번 발사 때만큼 높게 날고 이번과 같은 무게의 탄두를 장착하면 약 8천100마일(1만3천 km)을 비행할 수 있다”며 물리학상으로 북이 이번 실험에 작은 탄두를 장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북이 ICBM 완성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날아가는 유도제어 기술의 확보와 관련해서 라이트 박사는 “북이 충분히 우수한 유도제어 기술을 개발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췄는지에 있어서는 의문이 있지만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해서 라이트 박사는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미사일 요격 체계를) 배치했으며 또 많은 노력과 돈을 투자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 ICBM) 요격 성공률은 50% 이하 수준이다”며 “또 필요할 때마다 미사일 공격을 막아줄 만큼의 수준에는 절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 상황에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사용할 때 발생할 근본적인 한계”라고 덧붙였다.

북이 ICBM 완성 단계에 최종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북의 수차례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한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이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되짚어 봐야 한다. 아울러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만큼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전환할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