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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뉴스 | 왜 <6.15> 소리에 기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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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5-25 14:0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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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명약은 팽개치고 가짜 약을 쓰는 게 문제                                                        이흥노(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논설위원)
 
 
<6.15선언>이 발표된 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올해는 <6.15선언> 15주년일 뿐 아니라 해방 70주년인 동시에 분단 70주년이 되는 아주 특별한 해다. 한반도에는 지구 상 유일한 분단과 세계 최장 휴전협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세겨져 있다. 그것으로만 끝난 게 아니라 한반도는 지금 시꺼먼 전쟁의 먹구름이 휘몰아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산다. 그러니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게다가 각종 초대형 사고와 부정선거 그리고 온갖 부정 부패로 새누리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위기탈출을 위한 종북소동은 갈수록 요란해지는 동시에 공안정국의 매서운 칼바람은 산천초목을 부르르 떨게 하고 있다.
 
 정초에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어 올해에는 무엇인가 실속있는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과 전례없는 대북인권공세는 남북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급기야 남북관계는 임의의 시간에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달려가고 있다. 해 내외 우리 동포들은 이를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남, 북, 해외 3자가 머리를 맞대고 마주앉았다. 이들은 이미 지난 3월에 6.15행사는 남쪽에서, 8.15행사는 북쪽에서 각각 성대하게 치러 기어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자는 결의를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초에는 북, 남, 해외를 대표하는 <6.15공동선언실천> 위원회 대표자들이 중국 심양에 모여 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남측은 이미 합의 공개된 사항을 정반대로 바꾸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남쪽에서 날아온 훈령 때문이다. 6.15는 남쪽에서, 8.15는 북쪽에서 행사를 치른다는 합의를 다시 정반대로 바꾸던가 아니면 두 행사 모두 남쪽에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심양 회의는 장소는 물론이고 행사계획조차 결정되지 못한체 끝나고 말았다. 시간이 촉박한 시점에서 남측 6.15위원회는 북측 위원회에 즉시 개성 접촉을 하자고 요구하고 나섰으나 북측은 이미 합의된 사안이 강요에 의해 번복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속 새누리 두 정권이 6.15행사를 위한 북측과의 접촉을 허가한 전례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번 통일부의 심양 접촉 허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통일부가 "문화, 체육 등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 민간행사"라는 단서를 달고, 행사 승인 여부는 행사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잃어버린 10년"이라며 <6.15와 10.4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5.24조치>를 신줏단지 모시듯 끼고도는 정부가 이번 행사를 완전히 승인하리라고 믿는 철부지는 그리 많지 않다. 심양회의가 잘 마무리됐다 한들, 행사 내용을 가지고 시비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성이 배제된 행사에 한해 허가하겠다는 것은 결국 남,북,해외 동포들이 모여 술판이나 벌리고 춤이나 추라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6.15선언> 자체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이정표로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약속이다. <6.15선언>을 비정치성 행사로 치러야 된다는 통일부의 주장은 이 선언이 문화 또는 체육행사에 지나지 않으니 그것을 벗어나는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민족 화해와 통일 논의란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니 민간인들은 일체 여기에 대해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민족, 화해, 평화, 통일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기득권 세력은 질색하고 펄쩍 뛰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6.15, 10.4선언>이라는 말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키고 달려드는 판이니 도대체 왜 그럴까?

 
 국민의 눈, 민족의 눈, 세계의 눈을 의식해 이번 민족공동행사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부득이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행사의 성격과 장소를 가지고 트집을 잡아 결국 판을 깨는 쪽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남북고위급회담이 격상 문제로 판이 깨진 일이 있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6.15 민족공동행사가 북측의 거부로 무산됐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는 각본을 사전에 꾸며놓고 통일부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항간의 주장이 퍽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6.15와 8.15 민족공동행사를 통해 남북 간에 꽉 막힌 물꼬를 트고 민족 화해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온 민족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해방과 분단 70년, <6.15선언> 15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에, 현재 추진 중인 특별한 민족행사가 끝내 무산된다면 민족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이 당면한 최대의 지상과제란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을 누가 감히 부정하겠는가. 그러기에 국가의 모든 역량이 바로 거기에 집중돼야 한다는 말이다. 공식 비공식이던, 민간 사이든 당국간이든 간에, 어떤 형태의 남북접촉도 이미 남북이 합의한 역사적 <6.15> 정신을 절대로 비켜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선언은 온 겨레의 염원과 소원을 총 집대성한 통일강령이자 통일의 이정표이기 때문에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다른 방도가 있다면 그것은 가짜이고 눈을 속이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갈라진 민족을 하나가 되게 하는 명약을 써서 신통한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또한, 맘만 먹으면 언제나 쉽게 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이를 마다하고 가짜약을 쓰니 고통이 지연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 <6.15선언>으로 복귀하느냐, 못하느냐가 민족의 운명을 가르는 척도라고 봐도 과장된 말이 아닐성싶다. 한반도의 주변정세가 지금 요동치고 있다. 한미동맹이 유일한 생존수단이라 맹신하고, 미국의 눈치만 살피다가 결국 '왕따'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미일신밀월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냉전체제가 구축되고 있음을 늦게서야 알았다. 냉전의 희생물이 안 되란 법이 없다.
 
 한편, 세계 경제는 날로 침체해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청년 실업자는 위험수위에 다다랐고,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명이나 된다. 자살자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거덜나고 있는 경제의 탈출구가 있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이다. 지체없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민족 화해 평화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물론 실업자를 대폭 줄이고 생활고로 인한 자살도 예방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처방이다. 국민복지와 교육에 크게 투자도 할 수 있어 멋들어진 사회를 꾸릴 수 있다. 우리 다시 한 번 생활고를 탓하며 죽은 사람을 생각해 보자. 이들이 못났거나, 팔자소관 때문에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다. 사회와 나라가 멀쩡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살아서 사회의 역군이 되도록 할 수 있는 길이 뻔히 있는데도 안하니, 결국 타살이라고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나만 살면 그만이 아니라, 같이 살아야 사는 맛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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