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지난 2013년 8월 구속된 지 7년째다.
그 사이 언론에 지하 게릴라 조직처럼 묘사되던 'RO'는 대법원에서 실체가 인정되지 않았고, '내란음모' 혐의도 무죄가 나왔지만 이 전 의원은 여전히 수감 중이다.
정권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그간 적폐 청산 작업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이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주도한 '사법농단'의 결과였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내란 집단의 수괴로 이 전 의원이 남아 있다. 당시 수사나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종북', '내란 집단'으로 낙인을 찍은 '마녀사냥'의 결과다.
당시 '내란음모 사건'을 가까이서 봤던 이들은 최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보수 언론의 의혹 보도를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말한다.
청와대 앞에서 1,000일이 넘게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 전 의원의 친누나 이경진 씨와 지난 2016년 겨울 촛불 집회 사회자이자 현재 통일열차 서포터즈 대표로서 이 전 의원 구명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윤희숙 대표의 대담을 통해 '내란음모 사건' 당시 벌어졌던 보수언론들의 '마녀사냥'을 돌아봤다.
"왜 언론은 객관적인 결과를 기다리지 않느냐"
"윤미향, 도덕적인 흠집낸 후 공격..'내란음모 사건' 때와 비슷해"
2013년 박근혜 정부에 의해 '내란음모 사건'이 불거진 당시 보수언론들을 선두로 대부분의 언론들이 갖가지 의혹을 보도했다. 작은 행동마저도 '내란'과 연관된 의혹보도들로 '낙인'이 찍혀졌고, 이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해명은 오히려 또다른 의혹보도의 재료가 됐다.
이후 대법원에서'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음에도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들은 재판결과만 짧게 보도했을 뿐 뿌렸던 의혹은 거두지 않았다.
요즘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근거 없는 의혹 보도들이 난무하는 상황과 겹쳐보이는 부분이다.
이 전 의원의 친누나인 이경진 씨는 "당시 언론은 '내란음모'라고 보도하지 않으면 간첩에 연루라도 될 듯이 도배를 했잖나"라면서 "(내란음모가) 무죄라고 나왔으면 무죄라고 도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언론에 사과하라고 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씨는 최근 윤 당선인을 표적으로 계속되는 '마녀사냥식' 보도를 보면서도 "언론은 왜 (검증) 결과를 기다려 주지 않느냐. 또 아니라고 나오면 왜 정정해주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30년을 활동했는데 20년은 어디로 가고 10년만을 가지고만 말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제 진짜도 못 믿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희숙 대표도 "저도 '내란음모 사건'을 겪고 나니까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공격하려는 것과 애정어린 비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 전 의원의 ('RO'회합으로 왜곡된 마리스타 모임) 강연 녹취록 중 400군데 이상이 재판 과정에서 수정됐다. '선전활동'이 '성전'이라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것"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내란음모'라고 보도된 양만큼 정정보도도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사회적 낙인이 지워지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대표는 또 대법원이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내란선동 혐의'는 인정한 데 대해서도 "애초에 음모가 없는데 선동이 되느냐는 문제인데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는다"면서 "색깔론으로 프래임을 짜서 합리적인 이성 판단을 마비시키고 이에 대한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낙인 효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건 당시에는 일부 언론사에서 '내란음모 사건'과 연관지어 이 전 의원이 '전화국 습격'을 언급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추후 해당 발언은 없었으며, 화재 원인 또한 테러와는 상관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낙인 효과를 이용한 거짓 기사인 것이다.
윤 대표는 최근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과정도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과정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과거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때 이석기와 함께하는 세력이 부정한 세력이라는 낙인으로 도덕적인 흠집이 났다"면서 "'당권파 집단'이라는 이미지로 도덕성을 훼손하는 작업이었고, 진보진영이 엄호할 영역을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절차적으로 사실관계가 바로잡힌다고 해도, 여론에서 이미 결과가 나오면서 빨리 처벌해야 진정되는 국면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보수언론들은 (검증) 결과를 기다렸다가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낙인은 반복되면 사실이 되고 그걸 근거로 다음 낙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보진영을 향한 '마녀사냥'은 이런 공격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유효하다고 판단된다면 또다른 표적을 향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표는 "결정적으로 이게 먹히는 공격이고, 이 같은 공격을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적폐세력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 줬어야 한다. 이번 정권에서도 (마녀사냥식 공격이)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할 경우에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00일 넘게 청와대 앞에서 '이석기 석방' 농성
"처음엔 보름정도면 할 줄 알았는데..문재인 정부에서 해결해야"
이 전 의원이 7년간 수감되는 동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내란음모 사건'은 그저 진보진영에 하나쯤 있는 오래된 공안 사건처럼 잊혀져 가고 있다.
'촛불혁명'에 의해 들어선 문재인 정부인 만큼 박근혜 정부의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 대한 구명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러는 사이 문재인 정부도 벌써 3년이 지나버렸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꾸준히 청와대 앞에서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벌여온 이경진 씨의 농성도 어느 덧 1,000일을 넘겼다.
이 씨가 농성을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17년 8.15 특사를 요구하며 진행된 도보행진이었다. 이 씨는 "사람들이 열심히 사면 요구를 외치는 데 나는 가족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하고 생각하게 했다"면서 "마지막날에 수원교도소에서 청와대까지 걸어오면서 청년들에게 감명을 받았는데, 내가 달리 마음을 표시할 게 없어서 그렇게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보름이나 한달 정도만 할 줄 알았다. 8.15가 지나니 연말에는 특사로 나오겠지하고 기대를 걸었다"면서 "저와 같이 문 대통령도 카톨릭 신자고, 후보였을 때도 만나서 '억울하시겠다'고 하기도 해서 거기에 희망을 걸었던 것"이라고 농성 초기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 씨의 기대와는 달리 사면 기회마다 번번이 이 전 의원은 빠졌다. 그 시간만큼 이 씨의 농성도 길어졌다. 2017년 겨울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청와대 앞 농성장을 지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앞이 보수단체들의 집회 장소가 되면서 위험한 순간도 겪었다. 농성하고 있던 노조나 시민사회단체들이 광기 어린 보수단체들을 피할 때에도 이 씨는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이 씨는 "전광훈 단체들이 지난해 6월에 내내 집회를 했는데, 내가 있는 천막까지 들어와서 위협하고, '태극기 부대'들이 '너도 간첩·빨갱이'라고 하면서 깃대를 막 휘둘러서 상처가 나기도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다 고소해서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무모한 돈키호테 같았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전 의원이 잊혀지는 데 대해선 안타까운 심경을 표하기도 했다. 이 씨는 "어느 날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이석기를 사형하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었는데 '누가 갑자기 나한테 린치 가하지 않을까' 불안에 떨면서도 '그래도 안 잊혔네'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2015년 대법원에서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내란선동 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징역 9년이 확정됐다. 또 자신이 설립한 회사 CNP 관련 혐의로 지난해 징역 8개월이 추가된 상태다. 만약 사면 없이 만기출소하게 된다면 정권이 또 한 번 바뀐 2023년 중순쯤에야 사회로 나오게 된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가 이 전 의원의 문제를 다음으로 넘겨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문재인 정부가 이 전 의원의 사면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왜냐고 묻고 싶다. 무엇이 두려워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이건 사형보다 더하다. 감옥에서 말라비틀어 죽이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무슨 파렴치범도 아니고 (지난 정권의) 희생양이지 않느냐"면서 "나오겠거니, 기다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건지 말도 안 나온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누구는 박근혜가 나오는데 이석기는 감옥에 두겠냐고 말하기도 한다"면서 "저는 그럴 바에 3년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낙인찍기, 여론몰이가 먹히니 눈치를 본 거 같다"면서 "그런데 눈치 보는 대상이 수구극우 세력이잖나. 그 사람은 청산할 대상인데 단호하게 청산하기 위해선 이 전 의원의 석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정상화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시작되는 거 아닌가"라며 "윤미향, 조국 사례처럼 '여론몰이', '마녀사냥'이 작동되지 않도록 바로잡는 게 이 전 의원 석방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권으로 넘겨선 안된다. 해야 할 개혁을 미루지 말라는 것이 국회의원 180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