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본격 나선 한홍구 교수 > 코레아뉴스

본문 바로가기
코레아뉴스

남코리아뉴스 | ‘反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본격 나선 한홍구 교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7-18 02:29 댓글0건

본문

[인터뷰] 한홍구 “헌법 무시하면 칠판에라도 적힌다. 우리는 이름을 적는다”

'(가칭)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을 제안하고 준비하고 있는 한홍구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관장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칭)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을 제안하고 준비하고 있는 한홍구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관장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김기춘.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의 최고 실력자였던 김기춘은 유신정권 7년 동안 4년 반을 대공수사국장을 지내면서 우리나라에서 조작간첩을 가장 많이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67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둔 7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관장)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김기춘이 비서실장이 되자마자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이 터졌고 간첩조작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저 세력이 아직도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은 무엇이겠습니까? 군복을 입었던 자들이 양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한 교수를 비롯한 각계 33명의 지식인들은 이날 ‘반(反)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을 공식 제안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 황교안 현 국무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박근혜 정권의 핵심부에 있었거나 현재 포진돼 있는 인물들이 ‘반헌법행위자’ 대상으로 물망에 올랐다. 어쩌면 이러한 ‘기록’은 현 정권 인사들을 포함한 권력층의 부끄러운 과거를 드러내는 일이기에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란, 고문조작 등에 가담하며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법정’에 서지 않고 승승장구한 이들을 기록하고 ‘역사의 법정’에 세우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몫이다. 기록은 그 자체로 힘이다. 오히려 두려움은 ‘반헌법행위’에 앞장서고 일조한 이들의 것이 아닐까.


“헌법을 무시하면 칠판에라도 이름이 적힌다. 우리는 이름을 적는다”

한홍구 교수는 웃으면서 “헌법을 무시하면 하다못해 칠판에라도 이름이 적힌다, 우리는 칠판에 이름을 적는다는 것”이라고 이번 작업을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헌법을 파괴한 이들”이라며 “그쪽 입장에서 대단히 불편하게 여기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며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이라고 덧붙였다. <민중의소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평화박물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 교수는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지만 동시에 ‘분단 70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분단이라는 환경이 공안세력들의 서식환경이 됐다”며 “식민지에서 해방된 다음에 멸종됐어야 할 자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배하게 됐는가, 그 지배 고리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 (반헌법행위에 가담한) 개인들만이 아니라 그 흐름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4년 후인 2019년이 ‘대한민국 10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새로운 대한민국과 새로운 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성세대들이 줄 수 있는 선물”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돌려주자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한 교수는 후대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야, 모든 권력은 너희들로부터 나오는 거야, 쟤네가 아니거든? 이렇게 얘기해 주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똥폼을 잡고 있는 권력자들의 옷을 벗겨 그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이번 작업은 제안자로 참여한 33명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짧게는 5~6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분석하고 검토할 자료만 해도 엄청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책임있는 지식인들의 힘도 필요하다. 한 교수는 ‘반헌법행위자’ 300명을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300명과 1대 1로 매칭을 시킬 계획이다. 자료는 준비팀에서 제공한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의 복잡한 퍼즐을 하나씩 만든다고 치면, 300개가 모이면 그림 하나는 되지 않겠나”라며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고문조작 사건 등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제보’이다.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제보는 사실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들에게는 과거의 상처를 다시 한 번 헤집는 일이 될 수 있다. 한 교수도 이 점을 언급, “그러한 고통스러운 작업을 후대를 위해서 대단히 죄송하지만 한번 겪어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려야 한다”며 “시민들이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일을 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식인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헌법’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 후원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편찬위원회(준)는 ‘반헌법행위자’ 선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며, 후원회원 모집에도 나서고 있다. 한 교수는 “시민들이 함께해 주시면 더욱 당당하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태까지 아무도 엄두를 못 냈던 방대한 작업이다. 시민들의 물질적 지원도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을 당부했다.

다음은 한홍구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공자가 ‘춘추’를 지었더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워 떨었다”

질문 오늘 ‘반헌법행위자 열전’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첫 발을 떼셨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실 권력과 마주하는 ‘위험한’(웃음) 일이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답변 하하.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반드시 기록해야죠. 조폭들이 횡행하지만 우리가 그 조폭들한테 매일 맞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조폭들한테 다가가서 돈 많은가 보지? 돈 많으면 때려봐. 이렇게 살 수도 있는 세상. 사실 그런 세상이 좋은 세상 아닌가요? 헌법을 파괴한 나쁜 사람을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 그렇게 위험한 일인가요? (웃음) <민중의소리> 독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함께해주시면 더욱 당당하게 갈 수 있죠.

질문 제가 겁이 많나 봅니다. (웃음) 기록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한테는 무기이자 힘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데요.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일일 수도 있고요.

답변 그렇죠. 꼭 기록한다, 꼭 기억한다.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선생님이 옛날 맹자에 나오는 얘기이지만 참 중요한 한 말씀을 해 주셨어요. 공자가 <춘추(春秋)>라고 있지 않습니까. 춘추를 지었더니 난신적자(亂臣賊子: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을 뜻함)들이 두려워 떨었다. 이러한 말씀을 상기시켜 주셨어요.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입니다.

물론 한국사회에서는 그들은 부끄러움이 없어요. 두려움도 없어요. 많이 가졌잖아요. 권력도 갖고, 돈도 갖고, 게다가 명예까지 갖고 싶어 하잖아요. 우리는 그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해야 할까? (웃음) 우리는 헌법을 훼손한 자들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헌법을 파괴한 이들입니다. 그쪽 입장에서 대단히 불편하게 여기긴 할 겁니다.

질문 ‘반헌법행위자’라고 하니 ‘친일반민족행위자’ 같은 무시무시한(웃음) 말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습니까? ‘열전’으로 기획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변 사실 오래된 얘기 아닙니까. 98년 민주정권이 들어서고 난 다음부터 과거 독재시대에 흥했던 사람들을 정리하는 작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이런 일 해야지. 진실화해위원회가 이런 거 안 하고 뭐하냐. 그런데 다 못하고 넘어갔어요. 쉽게 말해 ‘나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겁니다. 얼마만큼 나빠야 나쁜 거냐. 나쁜 이들이 너무 많아서 사전으로 하는 걸 따져보니까 엄두가 안 나는 일이기도 해요.

지금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옛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잖아요. ‘올드보이’라는 김기춘, 남재준, 이렇게 유신적 분위기로 흘러가고, 황교안 같은 사람이 총리가 되는 마당에 사전은 언제 편찬하겠습니까? 이런 현실의 문제가 있죠. ‘열전’은 제가 강력히 주장하던 것이었어요.

과거를 다루는 것 같지만 현실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누가 제게 붙여준 별명인데, 현대사학자가 아니라 ‘현재사학자’라고. 과거가 오늘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있는 거지, 과거 그 자체로서 의미는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이미 지나가 버린 거죠.

따라서 현실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은 좀 불가능하다, 5천 명으로 할 것이냐, 1만 명으로 할 것이냐, 이것도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딱 300명만 하자, 거기에 10명이나 20명 정도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된 거죠.

기구로만 쳐도 중앙정보부, 보안사령부, 대공경찰, 공안검사들, 정치판사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만들라고 요구하거나 잘 이용해먹은 정치인들이 있죠. 내란 사건을 일으켰던 정치군인들. 대표 선수들을 영역별로 20명씩만 뽑아도 200명은 금방이에요.

거기다 사건별로 10대, 또는 20대 사건이라는 게 혼자서 저지른 사건이 아니겠죠. 우리 헌정사 70년에 20대 사건만 골라서 각 5명씩만 정리해도 그게 100명이에요. 그래도 300명에 들어가는 것 쉬운 일 아니에요. (웃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양지웅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페이지  |   코레아뉴스  |   성명서  |   통일정세  |   세계뉴스  |   기고

Copyright ⓒ 2014-2024 ‘反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본격 나선 한홍구 교수 > 코레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