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레아뉴스 | [개벽예감 602] 웅장한 자태 드러낸 회백색 회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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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9-24 19:0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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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 석 정세연구소 소장 자주시보 9월 23일 서울
<차례>
1. 까메네브 원심분리기와 집페형 원심분리기
2. 경화강으로 만든 조선의 2세대 원심분리기
3. 조선에서 가동되는 우라늄 농축공장들
4. 24시간 가동되는 3세대 원심분리기 10,000대
5. ‘정설’과 다른 과학적 결론
6.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한다
1. 까메네브 원심분리기와 집페형 원심분리기
2024년 9월 13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지도한 소식을 보도했다.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는 천연 우라늄을 농축해 순도 90%의 고농축 우라늄(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우라늄 농축공장이다. 조선의 우라늄 농축공장에서 생산된 고농축 우라늄을 핵무기연구소로 배송하면, 핵과학자들이 고농축 우라늄을 가지고 핵탄두를 만든다.
2024년 9월 13일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서 사상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선의 우라늄 농축공장에는 회백색 원통형 기기들이 두 줄로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회백색 원통형 기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centrifuge)다. 겉모양을 보면 원통형 물체에 지나지 않지만, 제대로 알고 보면 원심분리기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 고도의 기술력으로 만드는 첨단 기계장치다.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천연 우라늄은 3종의 동위원소(isotope)로 구성되었는데, 우라늄-238이 99.274%를 차지하고, 우라늄-235가 0.72%를 차지하고, 우라늄-234가 0.0055%를 차지한다. 천연 우라늄의 동위원소들 가운데 우라늄-235를 분리, 농축해 적절한 순도로 농축된 우라늄을 얻는다. 3% 순도로 저농축한 우라늄-235는 경수로 원료로 사용되고, 90% 순도로 고농축한 우라늄-235는 핵탄두 재료로 사용된다.
화학성분이 동일하고, 무게가 거의 같은 우라늄-238과 우라늄-235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 분리된다. 그 공정은 다음과 같다. 천연 우라늄을 가루로 만들어 화학적으로 처리하면 우라늄 정광이 나온다. 이 노란색 물질을 황설기(yellow cake)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우라늄 정광에 불소(fluorine)를 첨가해 6불화 우라늄(uranium hexafluoride=UF6)을 만들어 가열하면 가스(gas)로 변환된다. 6불화 우라늄 가스를 원심분리기 회전자(rotor)에 주입해 초음속으로 회전시키면 가벼운 우라늄-235는 위쪽으로 몰리고, 무거운 우라늄-238은 아래쪽으로 몰리면서 서로 분리된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의 회전자는 1초에 1,500번 회전해야 한다. 마하(Mach) 2보다 더 빠른 속도다. 미 제국이 운용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최고 속도는 마하 1.6인데, 원심분리기 회전자는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이처럼 엄청난 원심력이 작용해도 파열되지 않고 돌아가는 회전자를 만드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는 소련에서 개발되었다.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를 개발한 사람은 소련의 핵공학자들인 이삭 키코인(Isaak Kikoin, 1908~1984)과 에브게니 까메네브(Evgeni Kamenev),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소련이 데려갔다가 후일 동부 도이췰란드로 돌아간 도이췰란드의 핵공학자 막스 스틴벡크(Max Steenbeck, 1904~1981)다. 소련에서는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에 까메네브의 이름을 붙여 까메네브 원심분리기(Kamenev centrifuge)라고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소련이 패전국인 나찌 도이췰란드를 점령하였을 때, 소련군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의 특명에 따라 핵폭탄을 극비리에 개발하고 있었던 나찌 핵과학자 60여 명을 체포해 소련으로 데려갔는데, 그들 중에는 게르노트 집페(Gernot Zippe, 1917~2008)도 있었다. 소련에 머무는 동안 집페는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 개발사업에 참여했고, 1956년에 자기 나라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집페가 오스트리아로 돌아가자 미 제국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그를 미 제국으로 데려가 신형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도이췰란드 핵공학자 게르노트 집페가 신형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를 개발하는 사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미 제국에서는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를 집페형 원심분리기(Zippe-type centrifuge)라고 부른다.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 개발기술은 소련과 미 제국에서 각각 서로 다른 경로로 발전되어왔다. 미 제국, 영국, 도이췰란드, 네덜란드가 기술합작으로 1970년 영국에 설립한 우라늄농축기업 유렌코 그룹(Urenco Group)은 개량형 집페형 원심분리기를 개발했다. 유렌코 그룹에서 근무하다가 집페형 원심분리기의 기술도면을 몰래 파키스탄으로 가져간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1936~2021)이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P-1 원심분리기가 출현했고, 개량형인 P-2 원심분리기도 출현했다.
파키스탄에서 개발된 P-1 원심분리기와 설계도가 중국으로 넘어가 P-1 원심분리기를 원형(prototype)으로 하는 중국형 원심분리기가 출현했다. 2011년 9월 15일 미 제국 일간지 ‘팍스 뉴스(Fox News)’에 실린, 압둘 카디르 칸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파키스탄은 원심분리기 제작에 필요한, C-130 수송기 135대 분량의 공작기계와 각종 설비를 중국에 보내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서 남서쪽으로 약 250킬로미터 떨어진 한종(漢中)에 원심분리기 생산공장을 세워주었고, 파키스탄의 원심분리기 제작 기술자들이 그 공장에 머물면서 P-1 원심분리기 제작기술을 중국에 전수해주었다고 한다.
파키스탄에서 개발된 P-1 원심분리기와 기술도면이 이란으로 넘어가 P-1 원심분리기를 원형으로 하는 이란형 원심분리기가 출현했다. 2011년 9월 15일 미 제국 일간지 ‘팍스 뉴스’가 보도한 압둘 카디르 칸의 진술서에 의하면, 1989년 또는 1990년에 칸은 파키스탄 정보국장 임티아즈 아흐메드(Imtiaz Ahmed)의 허락을 받고, P-1 원심분리기 2대와 설계도를 담은 상자를 이란의 핵과학자 니아지(M. Z. Niazi)에게 넘겨주었다고 한다.
2. 경화강으로 만든 조선의 2세대 원심분리기
조선의 원심분리기 개발은 미 제국, 파키스탄, 중국, 이란으로 이어지는 경로와 다른 경로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을 살펴보자.
미 제국에서 2000년에 출판된 『북조선의 핵프로그램: 안보, 전략, 그리고 로씨야의 새로운 관점(The North Korean Nuclear Program: Security, Strategy,\and New Perspectivesrom Russia)』이라는 제목의 전문 서적에 실린 그레고리 카로우브(Gregory Karouv)의 논문 「소련과 북조선의 핵관계에 관한 기술적 역사(A Technical History of Soviet-North Korean Nuclear Relations)」에 의하면,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1956년부터 모스크바 공학 물리학 연구소(Moscow Engineering Physics Institute), 바우만 고등기술학교(Bauman Higher Technical School), 모스크바 에너지 연구소(Moscow Energy Institute)에 유학해 핵공학 이론을 학습한 다음, 두브나 핵과학연구소(Dubna Joint Institute for Nuclear Research)와 오브닌스크 핵공학연구소(Obninsk Institute for Nuclear Power Engineering)에서 핵공학 기술을 습득했다고 한다. 당시 소련에서 핵물리학과 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조선의 핵과학자는 20명이었고, 소련에서 유학한 핵과학자는 300여 명이었다.
소련 유학을 마치고 조선에 돌아간 그들은 1964년 4월 평안북도 영변군에 건설된 핵연구단지(Nuclear Research Complex, 당시 명칭)의 핵물리학연구소(Nuclear Physics Research Institute)에서 핵물리학을 연구하였다. 1965년 5월 조선은 소련으로부터 제공 받아 영변 핵연구 단지에 설치한 2메가와트급 연구용 원자로를 완공했고, 영변 핵연구 단지에 동위원소 생산가공실험실(Isotope Production Laboratory)을 설립했다. 영변 핵연구 단지에 설치된 연구용 원자로는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원자로였고, 영변 핵연구 단지에 설립된 동위원소 생산가공실험실은 까메네브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실험용 우라늄 농축공장이었다. 조선이 1965년부터 실험용 우라늄 농축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에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까메네브 원심분리기를 원형으로 하는 신형 원심분리기를 개발했다. 이것이 조선의 1세대 원심분리기다.
압둘 카디르 칸의 진술서에 의하면, 1993년부터 1994년까지 기간에 파키스탄 카후타(Kahuta)에 있는 칸연구소(Khan Research Laboratories)에 머물고 있었던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P-2 원심분리기 조립공장에서 파키스탄 핵과학자들에게 핵탄두 제조법을 전수해주고 있었는데, 당시 칸은 상부의 허락을 받고 조선의 핵과학자들에게 P-2 원심분리기 4대를 넘겨주었다고 한다. P-2 원심분리기 4대를 가지고 조선으로 돌아간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까메네브 원심분리기와 P-2 원심분리기의 장점을 취합한 조선형 원심분리기를 개발했다. 이것이 조선의 2세대 원심분리기다.
2011년 7월 7일 미 제국 외교전문지 ‘대외정책(Foreign Policy)’에 실린 「돈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Money)」라는 제목의 글에 의하면, 조선은 P-2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재료인 경화강(maraging steel, 고강도 강철)을 1997년에 로씨야에서 수입했다고 한다. 조선이 1990년대 말에 로씨야에서 수입한 경화강을 가지고 2세대 원심분리기를 만들자, 1세대 원심분리기는 도태되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10년 11월 12일 조선은 미 제국의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와 스탠포드 대학교 조선 문제 전문가 로벗 칼린(Robert Carlin), 존 루이스(John W. Lewis)를 초청해 영변 핵시설 단지를 돌아보게 했다. 당시 헥커 일행은 영변핵시설 단지 안에 있는 우라늄 농축공장 원심분리기 가동실을 가보았는데, 관계자로부터 그 가동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 회전자가 경화강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조선이 개발한 2세대 원심분리기의 회전자는 경화강으로 만든 것이다.
2020년 5월 기밀해제된 미 제국 국무부 문서에 의하면, 2010년 11월 헥커는 조선 방문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미 제국 국무부로 황급히 보낸 전자우편에서 자신이 영변 핵시설을 돌아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고 한다. 그는 영변 핵시설 단지에 있는 “초현대식(ultra-modern)” 우라늄 농축공장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이다. 영변 핵시설 단지를 참관하고 미 제국에 돌아온 씩프릿 헥커는 2010년 11월 20일 『북조선의 영변 핵시설 재방문(A Return Trip to North Korea’s Yongbyon Nuclear Complex)』이라는 제목의 견문록을 발표했다. 헥커는 영변 핵시설 단지에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우라늄 농축공장(Uranium Enrichment Workshop)”이 있다고 견문록에 썼다. 2009년 4월에 착공되어 헥커 일행이 참관하기 얼마 전에 완공된 그 우라늄 농축공장에는 원심분리기 2,000기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 원심분리기가 조선이 개발한 2세대 원심분리기다.
3. 조선에서 가동되는 우라늄 농축공장들
헥커가 영변 핵시설 단지 우라늄 농축공장을 돌아보면서 그 공장의 초현대식 설비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때로부터 14년이 지난 2024년 9월 13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우라늄 농축공장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보도하면서, 우라늄 농축공장 원심분리기 가동실 내부를 보여주는 보도사진 5장을 실었다. 보도사진 5장 중에서 첫 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은 동일한 우라늄 농축공장 원심분리기 가동실에서 촬영된 것이고, 세 번째 사진, 네 번째 사진, 다섯 번째 사진은 서로 다른 우라늄 농축공장 원심분리기 가동실들에서 각각 촬영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현지지도한 우라늄 농축공장이 4개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에 보도사진이 실린 순서대로 우라늄 농축공장 4개소의 특징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에 나타난 우라늄 농축공장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의 천장 바로 아래에는 길이가 긴 강철 들보(steel beam)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놓였고, 길이가 짧은 회백색 원심분리기들이 강철 들보 밑에 길게 줄지어 수직으로 서 있다. 조선의 다른 우라늄 농축공장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의 길이는 약 100센티미터인데, 이 우라늄 농축공장에 설치된 원심분리기의 길이는 약 40센티미터이다. 공장 바닥에는 옅은 녹색으로 도색된 정사각형 철판들이 깔렸다.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의 천장이 낮은 것을 보면, 단층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세 번째 사진에 나타난 우라늄 농축공장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에는 길이가 약 1미터인 회백색 원심분리기들이 길게 줄지어 수직으로 서 있다. 공장 바닥에는 옅은 갈색 합성수지 마감재가 격자형으로 어긋나게 깔렸다. 굵은 관 1개와 가는 관 4개가 원심분리기 대열 위쪽에 길게 설치되었다.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의 천장은 2층 건물만큼 높다.
3) 네 번째 사진에 나타난 우라늄 농축공장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에도 길이가 약 1미터인 회백색 원심분리기들이 길게 줄지어 수직으로 서 있다. 그런데 네 번째 사진에 나타난 원심분리기 모양과 세 번째 사진에 나타난 원심분리기 모양이 약간 다르다. 굵은 관 1개, 중간 굵기의 관 1개, 가는 관 2개가 원심분리기 대열 위쪽에 길게 설치되었다. 공장 바닥은 황갈색으로 도색된 콘크리트 바닥이다.
4) 다섯 번째 사진에 나타난 우라늄 농축공장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에도 길이가 약 1미터인 회백색 원심분리기들이 길게 줄지어 수직으로 서 있다. 사진을 촬영한 각도가 낮아서 원심분리기 대열 위쪽의 배관 상태는 보이지 않는다. 공장 바닥은 짙은 녹색으로 도색된 콘크리트 바닥이다.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은 단층 건물이다. 아직 연결되지 않는 원심분리기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이런 장면은 원심분리기들을 더 많이 설치하는 증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부설비와 마감재를 보면, 이 원심분리기 가동실이 최근에 건설되었음을 알 수 있다.
씩프릿 헥커와 로벗 칼린이 공동으로 집필한 글이 2024년 9월 18일 ‘38 노스(North)’에 실렸다. 글에서 그들은 2024년 9월 13일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원심분리기 가동실은 14년 전에 자기들이 보았던 원심분리기 가동실이 아니라고 했다.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는 거의 같아 보이지만, 원심분리기 회전자와 배관은 다르다고 했다. 또한 그들은 원심분리기 회전자의 길이가 조금 짧아졌다고 했다. 회전자의 길이가 짧아지면, 회전속도가 빨라진다. 이것은 조선이 14년 전에 가동하고 있었던 2세대 원심분리기보다 회전속도가 더 빠른 3세대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헥커와 칼린은 위에 인용한 글에서 14년 전에 자기들이 보았던 원심분리기 회전자와 이번에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원심분리기 회전자가 서로 구분되는 가장 뚜렷한 차이는, 이번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원심분리기 회전자에 굵기가 가는 관들이 여러 개 연결된 것이라고 하면서, 그 관들은 회전자가 초음속으로 돌아가면서 발생시키는 마찰열을 식혀주는 냉각관들로 보인다고 했다. 회전속도가 매우 빠른 3세대 원심분리기 회전자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은 2세대 원심분리기 회전자에서 발생하는 마찰열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마찰열을 식혀주는 냉각관들이 회전자에 연결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헥커 일행이 14년 전에 보았던 영변 핵시설 단지 우라늄 농축공장의 2세대 원심분리기 회전자는 경화강으로 만든 것이었고, 2024년 9월 13일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우라늄 농축공장 4개소의 3세대 원심분리기 회전자는 경도(단단한 정도)와 내구성이 경화강보다 더 강한 첨단 합성재로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헥커와 칼린은 자기들이 14년 전 영변 핵시설 단지 우라늄 농축공장에서 보았던 원심분리기 회전자가 “광택이 나는” 금속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신형 원심분리기 회전자는 “회백색 합성 재질(composite material)”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들이 말한 회백색 합성 재질은 탄소섬유(carbon fiber), 페놀수지(phenol formaldehyderesin), 쎄라믹(ceramic)을 혼합한 활성 탄소섬유-쎄라믹 합성재(activated carbon fiber-ceramic composites)를 의미한다. 활성 탄소섬유-쎄라믹 합성재를 가지고 원심분리기 회전자를 만드는 기술은 원심분리기 제조기술이 앞선 선진국들이 가졌는데, 조선은 오래전에 그런 기술을 개발해 3세대 원심분리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2017년 8월 2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선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는 각종 미사일의 열보호재, 전투부 소재, 분사구 소재를 연구, 개발, 생산한다고 했는데, 당시 그 연구소에서 생산한 소재가 탄소-탄화규소 합성재다. 이런 사정을 보면, 탄소-탄화규소 합성재를 개발한 조선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활성 탄소섬유-쎄라믹 합성재도 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4. 24시간 가동되는 3세대 원심분리기 10,000대
2023년 1월 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현 상황은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이를 기본 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하였다고 한다.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기 위한 “변혁적 전략”을 천명한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3월 27일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핵무기연구소와 원자력 부문에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데 대한 당중앙의 구상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 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라고 지시하였다. 점차적 증가(incremental increase)라는 말에 대비되는 기하급수적 증가(exponential increase)라는 말은 잠재력을 총동원하여 가속적으로 증산한다는 뜻이다. 일본 나가사끼대학 부설 핵병기폐절연구소가 2024년 6월 5일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기간에 핵보유국들의 핵탄두 증감률은 다음과 같다.
조선 – 233% 증가
중국 – 108% 증가
인디아 – 36% 증가
파키스탄 – 21% 증가
이스라엘 – 13% 증가
영국 – 5% 증가
로씨야 – 0.8% 증가
프랑스 – 현상 유지
미 제국 – 2.4% 감소
위의 자료가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조선은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조선이 자기의 핵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최소 핵억지력을 유지해오던 기존 핵정책을 폐기하고, 최대 핵공격력을 획득하는 새로운 핵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조선은 동아시아에서 핵전쟁을 도발하려는 미 제국의 책동에 대처해 최대 핵공격력을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핵정책을 채택하고,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고 있다.
조선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2024년 9월 현재 조선은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우라늄 농축공장 5개를 가동하고 있다. 2024년 9월 초 김정은 총비서가 현지지도한 우라늄 농축공장 4개와 영변 핵시설 단지 우라늄 농축공장 1개가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씩프릿 헥커는 2010년 11월 20일에 발표한 글에서 영변 핵시설 단지 우라늄 농축공장에 원심분리기 2,000기가 설치되었다고 서술했다. 이런 사정은 조선의 우라늄 농축공장 1개소마다 원심분리기가 2,000기씩 설치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조선의 우라늄 농축공장 5개소에 설치된 원심분리기는 총 10,000기라고 볼 수 있다. 미 제국의 핵전문가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는 2024년 9월 14일 ‘미국의소리’ 보도기사에서 조선의 원심분리기는 최대 10,000기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씩프릿 헥커는 2010년 11월 20일에 발표한 글에서 영변 핵시설 단지 우라늄 농축공장에 설치된 P-2 원심분리기(2세대 원심분리기) 2,000기를 가동하면 1년 동안 고농축 우라늄 약 40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오늘 조선은 2세대 원심분리기보다 효율이 훨씬 더 높은 3세대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 활성 탄소섬유-쎄라믹 합성재로 만든 3세대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면, 경화강으로 만든 2세대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것에 비해 우라늄농축량이 30% 더 늘어난다. 다시 말해서 3세대 원심분리기 2,000기를 가동하면, 연간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이 40킬로그램에서 52킬로그램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조선의 우라늄 농축공장 5개소에서 3세대 원심분리기 10,000기를 가동해 얻을 수 있는 연간 고농축 우라늄은 260킬로그램이다.
5. ‘정설’과 다른 과학적 결론
고농축 우라늄 260킬로그램을 가지고 핵탄두 몇 발을 만들 수 있을까? 핵탄두 1발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고농축 우라늄의 양은 핵보유국들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국가기밀이다. 세간에 알려진 상식은 고농축 우라늄 15~25킬로그램을 가져야 핵탄두 1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고농축 우라늄 15~25킬로그램을 가져야 핵탄두 1발을 만들 수 있다는 ‘정설’은 모든 핵보유국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과학적 결론이 아니다. 미 제국의 핵과학자들인 토머스 코취란(Thomas B. Cochran)과 크리스토퍼 페인(Christopher E. Paine)은 ‘정설’과 다른 과학적 결론을 도출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공동 집필한 『순수분열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의 양(The Amount of Plutonium\and Highly Enriched Uranium Needed for Pure Fission Nuclear Weapons)』이라는 제목의 전문 서적(1995년 개정판)에서 핵탄두 1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의 양을 다음과 같이 산출했다.
고농축 우라늄 2.5킬로그램 – 1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고농축 우라늄 3.5킬로그램 – 5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고농축 우라늄 4.0킬로그램 – 10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고농축 우라늄 5.0킬로그램 – 20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토머스 코취란과 크리스토퍼 페인이 도출한 과학적 결론과 고농축 우라늄 15~25킬로그램을 가져야 핵탄두 1발을 만들 수 있다는 ‘정설’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핵탄두 제조기술이 초보적 수준에 있는 핵보유국은 고농축 우라늄 15~25킬로그램을 가져야 핵탄두 1발을 만들 수 있고, 핵탄두 제조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핵강국은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가지고 핵탄두 1발을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정설’은 초보적인 핵탄두 제조기술을 가진 핵보유국에 해당하는 과학적 결론이고, 토머스 코취란과 크리스토퍼 페인이 제시한 산출 결과는 고도화된 핵탄두 제조기술을 가진 핵강국에 해당하는 과학적 결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도화된 핵탄두 제조기술은 크고 무거운 핵탄두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기술이다. 핵탄두 제조기술이 초보적 수준에 있는 핵보유국이 크고 무거운 핵탄두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대략 10~15년이 걸린다.
크고 무거운 핵탄두를 소형화, 경량화하려면 삼중수소(tritium)가 있어야 한다. 중국에서 삼중수소를 수입해오던 조선은 2013년 4월부터 삼중수소를 자체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12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조선은 광산에서 채굴한 리튬(lithium)을 콜렉스(COLEX)라는 전기-화학공정을 거쳐 리튬-6로 변환시켰고, 리튬-6이 들어간 핵연료봉을 영변 핵시설 단지의 흑연감속로에 장입해 중성자(neutron)를 조사(照射)하는 방식으로 삼중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3년 5월 21일 ‘로동신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무기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위력한 전쟁억제력”이라고 밝혔다.
핵탄두 제조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조선은 15~25킬로그램보다 훨씬 적은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가지고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를 만든다. 조선이 1년 동안 생산한 고농축 우라늄 260킬로그램을 가지고 화산-31 전술핵탄두 4종을 만드는 경우, 토머스 코취란과 크리스토퍼 페인이 제시한 산출 결과에 근거해 다음과 같이 추산할 수 있다.
고농축 우라늄 100킬로그램 - 1킬로톤급 핵탄두 40발
고농축 우라늄 70킬로그램 - 5킬로톤급 핵탄두 20발
고농축 우라늄 40킬로그램 - 10킬로톤급 핵탄두 10발
고농축 우라늄 50킬로그램 - 20킬로톤급 핵탄두 10발
위의 추산에 의하면, 조선은 고농축 우라늄 260킬로그램을 가지고 전술핵탄두를 연간 80발씩 증산할 수 있다.
6.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한다
조선은 영변 핵시설 단지 흑연감속로에서 무기급 플루토늄(weapon-grade plutonium)을 연간 8킬로그램씩 생산하고, 영변 핵시설 단지 경수로에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연간 20킬로그램씩 생산한다. 그러므로 조선의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량은 연간 28킬로그램이다. 무기급 플루토늄 28킬로그램을 가지고 핵탄두 몇 발을 만들 수 있을까? 토머스 코취란과 크리스토퍼 페인은 위에 인용한 책에서 핵탄두 1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다음과 같이 산출했다.
무기급 플루토늄 1킬로그램 – 1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무기급 플루토늄 1.5킬로그램 – 5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무기급 플루토늄 2킬로그램 – 10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무기급 플루토늄 3킬로그램 – 20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발
조선이 1년 동안 생산한 무기급 플루토늄 28킬로그램을 가지고 화산-31 전술핵탄두 4종을 만드는 경우, 토머스 코취란과 크리스토퍼 페인이 제시한 산출 결과에 근거해 다음과 같이 추산할 수 있다.
무기급 플루토늄 10킬로그램 – 1킬로톤급 전술핵탄두 10발
무기급 플루토늄 6킬로그램 – 5킬로톤급 전술핵탄두 4발
무기급 플루토늄 6킬로그램 – 10킬로톤급 전술핵탄두 3발
무기급 플루토늄 6킬로그램 – 20킬로톤급 전술핵탄두 2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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