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캐비닛 문건 :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언론보도 외압 의혹

청와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추정 메모 공개

최지현 기자  민중의소리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때 사용하던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14일 공개한 문건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된다'며 직접 공개한 메모에는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을 보도한 JTBC에 대한 징계 내용이 언급돼 있었다.

메모에는 "JTBC '13.11.5. 9시 통진당 해산청구 - 야권 인사만 참여 편향 발언 - 방통위 - 경고·징계, 재심 - 기각, 소송 -방통위 승소"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 언급된 JTBC 방송은 지난 2013년 11월 5일 오후 9시에 방송된 JTBC의 메인 뉴스인 '뉴스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가 이뤄진 날이었다.

당시 뉴스룸은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 청구…3시간 만에 속전속결'이란 내용을 보도했고, 관련 패널로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모두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당 방송은 이후 2013년 12월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당 입장 전달에 편중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메모에 적힌 '야권 인사만 참여 편향 발언'이라는 내용과 맞아 떨어진다.

당시 방심위의 조치에 반발한 JTBC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2014년 3월 6일 기각됐다. 이어 JTBC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결국 2014년 9월 19일 패소했다. 메모에 이 과정이 모두 적혀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JTBC 보도 내용에 대한 징계와 재판까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공개된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도 비슷한 필체로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 공개된 비망록에는 "JTBC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하고, 방심위 제소도 활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앞장서 진보당 해산심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방송까지 장악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지난 2014년 12월17일에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을 뜻하는 ‘長’(장)이란 글자 아래 '정당 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의원 상실 이견-소장 의견 조율중(今日·금일). 조정 끝나면 19일, 22일 초반'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월19일 헌법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또한 10월 4일자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이 진보당 해산 심판에 대해 '연내 선고 방침' 지시를 한 정황이 기록돼 있고, 이후 같은 달 1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연내 선고'를 공식 발언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소장과 김 전 실장의 진보당 해산 관련 내통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