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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동포 아줌마, 남한에 가다 ②] 종편의 종북 몰이, 가족 마저 찢어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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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4-07 12:0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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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짓 그만둬 라"... 친정 엄마의 의절 선언

[재미 동포 아줌마, 남한에 가다 ②] 종편의 종북 몰이, 가족 마저 찢어 놓다      신은미 

 2014,년 11 월 21 일 오늘은 광주 광역시 전남대에서 두 번째 통일 토크 콘서트가있는 날이다. 시차 적응이 안 돼자는 둥 마는 둥 잠을 설치 다 아침에 눈이 떠졌다. 서울에 사는 친정 어머니와 하나 밖에없는 언니로부터 카카오 톡 메시지가와있다.

어제였다. 친정에 들러 보름 후에있을 큰 조카 결혼식 준비 사항을 점검하고, 듬직하게 자란 조카 이야기로 친정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모녀는 감격의 마음을 나눴다. 언니가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하던 시절, 같은 대학을 다니던 나는 학교 한쪽 구석에서 조카의 기저귀를 갈아 주기도했다. "아이 엄마 냐"라는 소리까지 수없이 들어가면서 말이다. 

친정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나눈 지난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리며 메시지를 들여다 보는 순간, 내 심장이 툭하고 내려 앉았다. 첫 번째 메시지는 친정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 여러 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는 침침한 눈으로 계속 메시지를 쓰셨을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딸이 어찌 악마로 변 했느냐. 오늘 새벽기도에서 널 위해기도했다. 예전의 예쁜 너의 모습으로 되돌려달라고. 왜 그리 정신 나간 짓을하고 다니 느냐. 언제부터 빨갱이 짓하고 다녔 느냐. 집안 망신을 이토록시키고 다니 다니. 엄마의 마음이 찢어 지도록 아프고 타 들어 간다. 

당장 사탄 같은 짓 그만둬 라. 네가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 올 때까지 엄마는 너를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언제나 너를 다시 볼 수있게 될는 지 .... 널 위해기도 할게! ㅠㅠ ㅠㅠㅠ 엄마. " 

연이어 언니의 메시지를 읽는다. 

"은미 야! 어제 봐서 반가 웠지만 ... 점점 깊어가는 생각의 다름 때문에 마음의 이야기를 나눌 수없는 상황이 아프고 힘이 든다. 오늘 새벽, 텔레비전 몇 군데에서 나온 네 얘기를 전해 듣고이 편이 서로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 고심 끝에 전한다. 

네가 지금의 활동을 지속적으로하는 동안 서로 만나지 않고기도로 중보 (기독교에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화목 케하고 화평을 가져 오게하는 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 나. 미안하다. 야 은미! 항상 하나님 께서 돌봐 주시길기도한다. " 

종편을 보니 온갖 험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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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 씨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고있는 TV의 조선.
Ⓒ TV 조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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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있는 건가. 호텔 방에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종편 채널에서 나에 대한 허위 보도를 내보내고있는 것 아닌가! 2014 년 11 월 19 일 조계사에서 진행된 '통일 토크 콘서트'자료 화면에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있는 종북 콘서트'라는 글귀가 커다 랗게 적혀있다. 

조금 지나니 '북한을 지상 낙원 이라며 찬양 일색'이라는 내용의 자막으로 바뀐다. 엄마와 언니의 당혹스러운 메시지의 출처가 종편임을 알아 차렸다. 전날 낮까지만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 대체 언제부터 이런 방송이 나간 걸까. 

내가 조계사에서 한 통일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을두고 지상 낙원이라고했다고? 나는이 보도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곧 정정 보도가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나 오보라고 생각하기에는 미심쩍은 게 있었다. 아니, 어떻게 여러 방송이 동시에 오보를 낼 수가 있단 말인가. 

이후 한 종편을 보니 여러 명의 패널이 사회자와 함께 거짓 투성이 험담을 쏟아 내고 있었다.사납게 싸우는 듯, 시끄럽게 떠드는 저들이 무슨 말을하고있는 것인지. 내 시선은 당장이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은 패널들의 입 모양에 머물러있을뿐 머릿속은 어수선 해 내용이 정리가되지 않는다. 화면을 꽉 채우고있는 내 모습이 남인 것 같다. 나처럼 보이지 않는다. 

"인간애 마저 마비시킨 반공 사상 ... 그건 허상입니다" 

넋이 나간 나는 어떻게 광주 통일 토크 콘서트 준비를 마쳤는지도 모르게 부랴 부랴 광주로가는 고속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택시 기사는 룸 미러를 통해 나와 남편을 번갈아 가며 뚫어지게 쳐다 본다.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날까봐 걱정 될 정도 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텔레비전에서 나를 본 게 분명하다. 도착한 고속 버스 터미널 텔레비전에서도 계속 내 얼굴이 나온다. 

엄마와 언니의 메시지는 내 생각의 흐름을 마비시켜 버렸다. 그리고 가슴 속에는 처절한 아픔 만이 남았다. 친정 어머니와 언니에게 답장을 쓴다. 

"어머니,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그러나 곧 허위 보도에 대한 진실이 밝혀 질 거예요. 절대로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하며, 거짓은 드러나기 마련 이라고요. 저는 악의적으로 증오를 조장하는 자들을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 해요 . 가족 마저도 서로 분열시키는 악한 무리들! 그들 이야말로 사탄 이요, 마귀들입니다. 

북한 동포들의 살아가고있는 모습을 내가 본 그대로 알려주고, 우리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인 통일을 이뤄 우리 민족이 하나되는 것이야말로 하늘이 우리에게 바라고 소망하는 축복입니다.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한 것도 종북 인지요. 만약 이것이 종북이라면 저는 기꺼이 종북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상 · 이념이 어머니와 제가 믿는 기독교의 최고 가치 인 사랑보다도 더 높은 가치로 존재 함이 무엇보다 가장 슬픕니다. 예전에는 증오하고 미운 마음에 북한을 향해 진심으로 사랑하려 노력조차하지 않았고기도도하지 않았는데 .... 지금은 내 형제 나라 인 북한을, 비록 아직도 그들을 향한 내 마음이 애정보다는 애증에 가까운 마음이지만, 그들의 진정한 이웃의 한 사람이 되고자합니다. 옳다고 믿고가는 길을 지켜봐주세요. 저도 어머니와 언니를 위해기도 할게요. 

몇몇 언론들이 저를 가지고 허위 · 왜곡 보도하며 음해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짓 이니까요. 진실은 밝혀 질 테니까요. 그런데 저를 가장 슬프게하는 것은 가족애 · · 인간애 기독교의 사랑 마저도 세뇌에 가까운 반공 사상의 벽을 못 뚫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상과 이념 따위의 허상에 스스로 갇혀 버린 상황 말입니다. 

어머니와 언니의 평강을 위해 저도기도하겠습니다. 전 걱정 마세요. 잘 이겨내겠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곧 밝혀 질 것입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겠습니다. 곧 다시 뵙게 되길 간절히기도합니다. 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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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역 앞 (2013 년 촬영 분)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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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언론이 나를 '살인자'라고 보도 했어도 내 가족이 사건에 대한 자초지종조차 알아 보려하지 않고 나를 내쳤 을까. 그렇게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내 편에 서서 '뭔가 잘못됐다. 내 딸은, 내 동생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며 나를 보듬어 안아주고 난관을 함께 풀어 냈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에서 '반공'이라는 것은 가족애를 초월하는, 모든 가치 위에있는 최상의 가치가 돼 버렸다. 

북한에 대해 조금이라도 긍정적 인 말을하고 통일을 이야기하면 종 북인 걸까. 통일을 얘기하면서 북녘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어떻게 화해와 협력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통일의 대상인 북녘 우리 형제들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 보자는 게 종북이라면 종북 이야말로이 시대를 '선함'으로 이끌어가는 양심있는 자들의 정의로운 행동 아닌가. 

일제 강점기 당시, 개보다 못하게 취급하며 우리를 잔인하게 난도질 한 일본과도 화해 하자며 여러 협정을 맺는 데, 왜 우리 한겨레 인 북녘의 형제들과 화해하자, 협력 하자고는하지 못하는 걸까. 종북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상종 할 수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야하는 걸까. 

잠시 내 머릿속에 엉클 어져있는 슬픈 생각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내가 왜 불의한 세력에 의해 움츠러 드는가. 악은 선을 이길 수 없으며, 제아무리 옳음처럼 포장 된 옳지 않음도 진정한 옳음에 범접 할 수 없다는 걸 가슴 속에 되뇌었다. 

"어머니, 조금만 절 믿고 기다려주세요." 나도 모르게 두 손에 힘이 꽉 쥐어진다. 

황선 "예전처럼 혼자 강연했다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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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 시민 기자 (오른쪽)와 희망 정치 연구 포럼 황선 대표 (왼쪽). 사진은 지난해 12 월 2 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통일 토크 콘서트 종북 몰이'입장 발표 기자 회견 당시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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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의자에 앉아 메시지를 보내고있는 내 옆에 살포시 누군가 앉는다. 황선 씨다. 수심이 가득 찬 얼굴, 두 손에는 음료수 보따리가 들려있다. 황선 씨는 보따리를 내려 놓고는 내 손을 잡는다. 표정에서 그녀가하고 싶은 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를보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황선 씨도 나와 똑같은 처지 잖아요." 
"저는 괜찮아요. 제게는 늘상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신 선생님은 이런 일을 처음 당하시 잖아요. 아마 예전처럼 선생님 혼자서 강연을 하셨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 선생님은 조국을 잘 모르세요. 이곳에서 제게는 종북 이라는 주홍 글씨가 씌어 있어요. " 

"지난 4 월에도 똑같은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또 마침 같은 장소 인 조계사에서 강연을 했잖아요. 당시 황선 씨 께서 사회를 보시지 않았나요? 그때는 아무 일 없었 잖아요." 
"...." 

우리는 고속 버스에 몸을 실었다. 광주로가는 버스 안에서 황선 씨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내게 이야기 해 줬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황선 씨를 조금 더 알게됐다. 

학생 시절 부모님 께 눈물의 편지를 써 놓고 학생 대표로 북녘에 다녀온 이야기, 그 일로 감옥에 갔으며 경찰 간부 셨던 아버님의 삶에 힘겨운 고충을 안겨 드려야 만했던 이야기, 남편의 십수 년 수배 생활 동안 서로 사랑을 나누고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결혼식을 올린 이야기, 효도 관광을 위해 만삭의 몸으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북한에 다녀온 이야기 .... 2 시간 여행 거리 이니 걱정하지 않아도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북녘에 갔다가 관광 중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북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해야만했고, 그 일로 인해 계획된 원정 출산이란 오명을 안게 된 사연 등 .... 

"예전의 삶을 돌아 보면 .... 그때는 제가 물불 못 가리고 젊음의 열정 만 가득 했었죠.하지만 지금은 ..." 

그녀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멈춘다. 내 눈에 비치는, 이제 마흔 줄에 들어선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 다. 그리고 한 남자의 반려자이자 평생을 자식 걱정에 한시도 마음 편히 살 수 없으 셨던 부모님을 돌보는 효성 지극 한 며느리 요, 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첨가하자면, 그녀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통일 운동 가다. 이 정도의 여인에게 종북의 굴레를 씌운다면 통일의 염원을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한국은 숨 쉬고 살 수없는 곳이라 느껴졌다. 

맥주 맛 좋다는 게 국가 보안법 위반 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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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강 맥주와 송악 소주 (2013 년 촬영 분)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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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대구와는 사뭇 다른 정서를 갖고있는 광주. 내가 민족에 관심을 둔 뒤부터 내 마음 속 한 자리를 차지하는 광주.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 한 군인들의 총칼과 군홧발에 무자비하게 짓 밟힌 이곳의 어린 학생들, 청년들, 심지어 아낙네들 .... 지금 우리가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열매를 따 먹고 있다면 우리는 광주에 큰 빚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곳에 도착했다.

언론이 난리를 치니 청중이 없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전남대에서의 강연은 성공 리에 끝났다. 마녀 사냥이 더해 갈수록 통일에 대한 사람들의 열의는 더 뜨거워 져만 간다. 

주최 측의 한 분이 귀경길에 동행했다. 광주 고속 버스 터미널 텔레비전에서는 여전히 나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있다. 귀를 기울이고 듣는다. 패널들의 비평은 내가 토크 콘서트에서 전한 주요 메시지에 대한 게 아니라 이런 것이었다. 

"대동강 맥주가 맛이 좋다. 북한의 강물이 깨끗하다." 

동시에 그들은 내가 국가 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말을한다. 즉, 북한을 고무 · 찬양한다는 것이다.국가 보안법 위반 이라니 .... 나는 속으로 '당신들이 뭐라하든 대동강 맥주는 맛이 좋고, 북녘에 흐르는 강물은 여전히 깨끗하다'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한 패널은 "신은미 씨가 말하는 것을 보면 북한은 그야말로 지상 낙원입니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에게는 맥주 맛이 좋고 강물이 깨끗하면 지상 낙원 인 모양이다. 그러나 기독교인 인 내게는이 세상 어느 곳에도 지상 낙원이란 것은 없다. 

칠흑 같은 새벽에 서울로 되돌아온 남편과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호텔로 향한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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