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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남북

문화 | - 장편실화 - 인생열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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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25 17:0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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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회) 
 5. 만 회
 
사람이 한생을 걸어가는 길에 어찌 탄탄대로만 있으랴.
 
굴곡많은 그길에 넘어지지 않는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것은 넘어졌다가도 일어서는것이다. 일어서는자만이 자기의 인생길을 끝까지 걸어갈수 있는것이다.
그 누가 말했던가, 우리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영예는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반드시 일어나는것이라고.
비슈와나스는 락심하지 않았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변명을 하지 말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라고 했다. 잘못은 수치스럽지만 잘못을 고치는것은 결코 수치가 아니다.
잘못을 깊이있게 깨닫는것은 어제보다 오늘 더 현명해졌다는것을 말할뿐이다.
용기가 있는 사람에게 고치지 못할 과오란 없었다.
 
비슈와나스는 마음을 다잡으며 자기자신과 부단히 속삭이고있었다.
 
나는 《하느님》이 아니다. 내가 잘못을 저지른것은 인간이기때문이다.《하느님》이 아니고 다름아닌 인간이기때문인것이다.
이 세상에 완성된 인간이 있을가. 그런 인간이 있다면 박물관에나 진렬되겠는지…
아, 나는 인간이다!
 
그는 이렇게 몸부림치며 모든것을 만회하려고 마음의 신들메를 든든히 조였다.
 
앞날을 내다볼 때만이 생활이 보다 아름다와질수 있는것이다. 그는 한밤을 지새우며 자기 마음을 시줄에 적어갔다.
 
 
새날이여, 어서 오라
뿌잇한 밤안개를 활 밀어내치며
내 인생의 수치스런 흔적도 멀리 내치며
 
 
어서 오라, 새날이여
기다려 잠못드는 마음
서둘러 너를 맞아 달려가리니
 
 
 
시간이여, 빨리 지나가라
쓰라린 회오의 모든것을 싣고
 
 
 
그는 시간을 마구 끌어당겨올수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시간만이 이 수치를 가셔줄수 있는 가장 좋은 진정제로 될수 있기때문이다.
모멸과 수치는 시간의 흐름을 타고 가버리기마련이다.
모든 일은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쉬워진다.
토요일에 집에 간 그는 고향집대문에 새겨진 그 전설속의 두루미를 새삼스레 찬찬히 뜯어보았다. 볼수록 아름다운 꿈속의 새였다. 그의 마음속의 새도 여전히 꿈속의 하늘을 날고있었다.
언제인가는 나에게도 저 하늘을 날을 날개가 돋히리라. 하지만 그에게 당장 필요한것은 땅우를 달릴 자전거였다.
비슈와나스는 아버지에게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바드리 나트 취바는 의아한듯 머리를 기우뚱거리더니 미안하지만 자전거는 못사주겠다고 잘라 말하였다. 그것은 자전거가 있으면 공부는 하지 않고 처녀들 뒤꽁무니나 따라다니고 나쁜 아이들과 장난할수 있기때문이라는것이였다.
비슈와나스는 이미 지은 죄가 있기때문에 아버지가 십분 그럴만도 한 일이라고 생각되였다.
그는 다음날 아침 조용히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나 자전거가 꼭 필요해서 그러는데 30루삐만 주세요.》
 
두르가데비는 아들의 말을 물리치지 않았다. 그는 비슈와나스에게 40루삐를 주면서 자전거가 왜 필요한가는 묻지 않고 말하는것이였다.
《언제나 제시간에 깨여나고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어라. 그리고 옆의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 말은 두르가데비가 자식들에게 늘 하는 당부였다. 비슈와나스의 형제들은 모두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이 가르침이 뇌리에 새겨져 언제나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던것이다.
일요일 오후에 비슈와나스는 뻐스를 타고 라호르로 돌아왔다. 그는 다음날 오후에는 벌써 새 자전거를 타고 거리에 나섰다.
운동가형의 이 쾌남아는 웃으면서 자전거를 달렸다.
 
머리속에서는 여전히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비슈! 너는 정녕 어디로 가려니?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있니?
 
아직은 석연치 않았다. 아직은 자기의 인생길이 어디로 뻗어있는지 자기자신도 딱히 찍어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한가지 명백한것은 지금 자기가 가고있는 이길이 전설속의 그 두루미가 훨훨 날아가고있는 그 세계의 한끝에 이어져있다는 그것이였다. 그는 그렇게만 믿고싶었다. 스무살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도 자기의 인생을 락관하였다.
신심과 락관, 그것이 중요한것이였다. 선택한 인생길을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서 주저앉는 사람은 바로 그 신심과 락관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코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두발을 힘차게 놀리자 자전거바퀴가 둥둥 떠서 하늘을 나는듯싶었다. 사슬은 사르륵사르륵 소리를 내며 기운차게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재판소에 당도하였다. 오후 4시부터 대학생들을 취급하는 재판이 있다는 정보를 이미 그는 받았던것이다.
재판정은 시작전부터 군중들과 가족들 그리고 기자들로 붐비였다. 시내의 다른 신문사의 면목있는 기자들이 비슈와나스를 알아보고 한마디씩 하였다.
《너 전번에 거짓말한 기자로구나.》
 
《너의 전번기사는 정말 대파문이였어.》
 
그들은 하나같이 비슈와나스를 놀리며 너 먼저 기사를 쓰면 안된다느니 너 이번에는 주의하라느니 하면서 첫 보도를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로골적으로 드러내놓는것이였다. 거짓보도를 한것으로 하여 그 이름이 인차 알려졌던 비슈와나스였으니 그런 말을 들을만도 하였다.
드디여 재판이 시작되였다.
재판은 인디아땅을 가로타고앉은 영국식민주의자들을 반대하여 항의운동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취급하는 소송사건이였다.
 
재판 전과정을 취재하면서 비슈와나스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 나라의 주권을 요구한것이 왜 죄로 된단 말인가?
당시 나라의 곳곳에서는 인디아의 자치를 획득하기 위한 이러저러한 불복종운동들이 벌어졌는데 정부에서는 그 운동지도자들과 함께 참가자들도 모두 구속하고있었던것이다.
나라의 독립운동자로 알려진 모한다스 카람챤드 간디(1869―1948. 마하트마(위대한 넋이라는 뜻.)간디라고 불리웠다.)를 비롯한 얼마나 많은 애국자들이 또한 감옥신세를 졌던가.
사회정치적문제가 있었다.
자유는 누구에게나 차례진 인권이 아닌가.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치의 자유, 주권의 자유…
그런데 그 자유를 누가 구속한단 말인가?
인디아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왜 우리 나라의 주권을 좌우지한단 말인가?
이 순간 왜서인지 비슈와나스의 가슴속에는 불쑥 이국인들에게 짓밟힌 땅, 자기 조국 인디아의 신음소리가 절절히 울려오는것이였다.
 
 
 
무한한 재부도 당신의것이 못되옵니다
참을성있고 수심어린 나의 땅 어머니시여

 
당신은 젖가슴으로 우리의 생명을 길렀지마는
영원한 생명을 주지 못하여 당신의 눈은 언제나 깨여있습니다
 
다년간 빛과 노래로 일했어도
당신은 하늘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하늘 그리는 슬픔만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신이 창조한 아름다운것엔 눈물의 안개가 덮였습니다
 

 
 
 
타고르(1861―1941)의 이 시가 이 순간처럼 자기의 가슴을 울린적은 없었다. 이 구절들에는 어머니조국으로서 자기의 수많은 아들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지 못해하는 안타까움이 비껴있었다.
 
20세기 전반기 인디아의 사실주의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사람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들을 그는 일찌기 부모들과 외할아버지에게서
 주입받았었다.
인디아는 세계적문호인 타고르를 낳은 나라로 상징되기도 하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는 생애의 전기간에 50여권의 시집과 10여권의 장편, 중편소설을 비롯하여 많은 희곡과 정론들을 썼으며 자기의 창작을 통하여 인디아에 대한 영제국주의자들의 강점을 반대하고 민족적독립에 대한 지향을 표시한 진보적인 작가였다.
중학시절부터 즐겨외우던 《나의 땅 어머니시여》가 그때에는 다는 몰랐던 깊이를 깨우치며 자기 조국의 주권을 위한 운동에 나섰다는 리유로 애매하게 재판정에 서게 된 대학생들을 보게 되는 이 마당에서 더욱 절절히 그의 가슴속에서 울리고있는것은 무엇때문인가.
그것은 다만 피고들이 같은 대학생이라는 심정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가 아니였다. 그것은 아픔과 눈물에 젖은 이 땅을 통채로 안고 몸부림치는 이 나라의 한 아들로서, 국민으로서 웨치는 심장의 절규였다.
타고르는 자기의 시들을 통하여 마치 비슈와나스와 한이웃에 사는듯이 이야기하였다.
비슈와나스는 그 뜻을 깊이깊이 다시 음미해보며 조국의 이 안타까운 소원은 조국이 낳은 참된 아들들이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되는것이였다.
그의 이러한 생각의 터침인듯 시는 그냥 그의 가슴속에서 울리고있었다.
 
 
내 노래를 당신의 말없는 마음속에 넣어드리고
 
내 사랑을 당신의 사랑속에 부어넣으렵니다
 
내 부지런한 일솜씨로 당신을 떠받들렵니다
 
나는 당신의 부드러운 얼굴 보았습니다
 
수심에 싸인 당신의 흙을 나는 사랑합니다
나의 땅 어머니시여!
 
 
그렇다. 어머니조국의 아들된 본분을 다하려면 조국을 빛내이는 애국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 애국의 길을 걸으려면 나는 어떤 사상을 따라야 하는가?
아직은 알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필봉이 어떤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가 하는 그것이였다.
자기는 고작해야 어디에서 불이 일어났다든가 아니면 어디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든가 하는것따위밖에 생각 못한 리포터에 불과하였던것이다. 그런 기사는 신문의 마지막공백을 메꾸기 위한데나 필요한것이였다.
드디여 훌렁한 법관복을 입고 검은 비로도법관모를 쓴 재판장이 꼿꼿한 자세로 판결을 내리는 엄엄한 목소리가 들리여왔다.
 
《본재판은 영국정부를 반대하여 항의한 12명의 대학생들에게 2년간의 징역을 선포한다.》
 
그러자 사람들속에서는 웅성웅성하는 소요가 일어났고 기자들은 시작전보다 더 붐비며 뿔뿔이 사라져갔다. 저마다 빨리 이 재판소식을 자기 신문에 내려는것이였다.
비슈와나스는 이 재판이 좀 어처구니없이 생각되였다. 왜서인지 법정의 틀스럽고 랭랭한 엄격성이 위선과 허위에 가득차보이는것이였다.
남의 자유를 짓밟아놓은 여기에 그 무슨 민주주의가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굴리며 그도 재판정을 나섰다. 많은 기자들이 마차를 타고 저들의 본사로 달려갔다. 그 마차는 외말이 끄는것이였다.
당시 인디아에는 전국적으로 그런 마차들이 많았다. 《트리뷴》에도 그런 마차들이 있었는데 비슈와나스에게 차례질리가 만무하였던것이다.
비슈와나스는 자전거만으로도 족했다. 오히려 자전거가 더 편리할 때가 많은듯싶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전거를 달려 《트리뷴》으로 왔다.
재판정에서 취재하면서 신속히 써온 비슈와나스의 글을 보며 보도부장은 믿기 어려운듯 몇번이나 이것이 진짜인가고 물어보았다. 비슈와나스는 그때마다 이것은 내 눈으로 직접 본것이고 또 내 귀로 직접 들은것이라고 큰소리로 말하였다. 그래도 꺽다리부장은 믿지 않았다. 그는 다른 신문사에 전화를 해보고서야 《네가 진짜를 썼구나.》하며 믿는것이였다.
그리하여 그 기사는 다음날 신문에 나갔다.
권위있고 엄엄한 그 주필이 아침 6시에 신문을 읽다가 비슈와나스의 이름을 보고는 실망하였다. 이녀석이 또 우리 신문을 망신시켰구나 하는 생각이 앞섰던것이다.
주필은 다른 신문들에 난 그 재판소식들을 보고서야 믿게 되였다.
 
주필은 물망에 올랐던 이름이라 비슈와나스의 기사를 세심히 보았다. 기사를 다 읽고난 주필은 한순간 얼떠름해졌다. 그는 자기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 아이의 기사에 예상외로 감정이 맥박치고있었던것이다. 그 감정은 숨결이 뛰는 사내의 감정이였으며 도탄에 빠진 민족의 감정이였다. 그 기사에는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자료만이 아닌 필자의 숨결, 필자의 뚜렷한 얼굴이 엿보였던것이다.
다른 신문들에 난 같은 소식의 기사들은 사건전말을 전달하는데 그쳤지만 비슈와나스의 기사는 그렇지 않았다. 다른 기사들보다 길게 쓴 비슈와나스의 글에는 사건전말이 상세히 형상적으로 씌여졌을뿐아니라 사회적문제성을 제기하고있는것이였다. 물론 그것이 적극적이고 분석적이지는 못하였지만 이 나라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하나의 작은 사건에서 인간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문제를 도출해낸것은 어린 그에게서 볼수 있는 귀중한 싹인것이다.
이리하여 주필은 두번째로 비슈와나스를 찾게 되였다.
비슈와나스가 주필의 방에 들어서자 그는 일어서서 마주오며 포옹해주는것이였다.
《이번에는 잘 썼다. 그렇게 사실에 기초한 기사만을 써야 한다.》
 
주필은 자기의 기사처럼 기뻐하며 비슈와나스의 손을 잡아주었다.
 
비슈와나스의 마음은 붕― 떴다.
그날은 참으로 기쁜 날이였다. 자기도 글을 쓸수 있다는 신심을 가진 잊지 못할 날이였다.
비슈와나스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지식을 소유해야 한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였다. 그는 처음으로 본 재판정의 광경에서 자극을 받고 법률에 대한 책도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
 
그는 정치경제학을 탐독하기 시작하였다.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리의 관계이기때문에 정치경제학이라고 붙여쓰는것이 아니겠는가.
정치경제학을 연구하면서 그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전쟁의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제국주의자들이 일으킨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깊이있는 리해도 하게 되였다.
그는 점차적으로 자기 나라 력사와 세계력사 그리고 사회학, 종교학, 철학 등에도 조예를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비슈와나스는 10대에 벌써 많은것을 터득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알따브 후쎄인과는 항시 토론했다. 그는 성장하면서 점차 모든 사물현상을 변증법적유물론의 견지에서 고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습관되여갔다.
명백하고 과학적인 결론을 내릴줄 아는 알따브 후쎄인은 비슈와나스에게 언제나 좋은 충고를 주는 진실한 벗이였다. 그들은 풍부한 지식을 소유하기 위하여 여러 과목의 선생들을 찾아가 묻기도 하고 론의하기도 하였다.
모든 시간을 최대한으로 리용하자.
이것이 비슈와나스의 마음속생각이였다.
과외시간에는 여전히 자전거를 달리였다. 가족이 있는 기자들은 생활에 파묻힐 때도 있었지만 비슈와나스에게는 구애되는것이 없었다. 그는 이런저런 기사들을 계속 써냈다.
바드리 나트 취바도 《트리뷴》에 자주 실리는 비슈와나스의 이름을 보고있었다.
어느날 집에 갔을 때 아버지는 말하였다.
《〈트리뷴〉에 너하고 이름같은 사람이 계속 기사를 써내고있다. 너도 이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
 
비슈와나스는 아무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것이 자기라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혹시 아버지가 대학생이라는 아이가 공부를 떠나 딴일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는지 해서였다.
어느날 아침 기도모임이 끝났을 때였다.
안경쟁이 말쑥한 학장이 예나 다름없이 학생들앞에 나섰다. 령리한 그의 두눈은 언제나 코안경뒤에서 반짝이고있었다.
《비슈와나스가 누구인가?》
 
이렇게 소리치며 학장은 학생들의 대렬을 향해 좌우를 둘러보았다.
대렬한가운데 서있던 비슈와나스는 흠칫 놀랐다.그리고는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 이때 재차 웨치는 학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비슈와나스, 어데 있는가? 빨리 내앞으로 나와!》
 
틀림없었다. 학장은 자기의 이름을 부르고있는것이였다. 순간 그는 내가 또 《하느님》의 뜻을 거역한게로구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렇지 않다면야 왜 갑자기 나의 이름을 부르겠는가. 학장은 지금 천벌을 내리려고 하는것이다.
 
비슈와나스는 학생들틈을 비집고나와 머뭇거리며 학장앞에 가 고개를 숙이고 섰다. 비슈와나스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며 학장은 전교학생들이 다 듣도록 큰소리로 물었다.
《네가 비슈와나스인가?》
 
《예!》 
 
비슈와나스는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학장은 사이를 두지 않고 또 물어보았다.
《너 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인가?》
 
《예!》
 
《말해봐,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
《공부할것을 원하는가? 일할것을 원하는가?》
 
순간 비슈와나스는 학장이 자기가 하는 일을 다 알고 묻는다는것을 직감하였다.
나는 《하느님》이 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 기회를 리용했을뿐인데…
그것이 《하느님》의 뜻을 거역한것으로 되는것인가.
학장앞에 차렷하고 선 비슈와나스는 《하느님》앞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기의 솔직한 심정을 터놓기 시작하였다.
《나의 임무는 공부하는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공부하고 여가시간에 기자활동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은… 졸업후 기자활동을 하려고 하기때문입니다. 나는 돈을 받고 하는것이 아닙니다.》
 
비슈와나스의 말을 다 듣고난 학장은 짐짓 엄엄한 인상을 지었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너의 결심을 말해봐. 공부를 하겠는가? 일을 하겠는가?》
 
《첫째가는 과업은 공부입니다. 나는 공부를 하겠습니다. 학장선생님이 신문사에 가지 말라면 이제부터는 가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학장은 태도를 달리하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것이였다.
 
《아니다. 너 공부도 하면서 글을 계속 써라. 이 나라에서도 큰 신문인 〈트리뷴〉에 17살난 우리 대학 학생의 글이 계속 실리는것은 우리 대학의 자랑으로 된다.
너의 동료학생들에게 네가 지금 어떻게 기자활동을 하고있는가를 말해주라. 비슈와나스, 너처럼 되라고 말이다.》
 
뜻밖이였다. 그러니 내가 지금 천벌이 아니라 《하느님》의 칭찬을 받고있단 말인가.
학장은 그냥 지켜서있었다. 빨리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을 하라는 태도였다.
비슈와나스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무슨 말이든 해야 하였다.
 
불쑥 튀여나온 말은 한마디였다.
《나는 그저 래일을 당겨오려는 그 한생각뿐입니다.》
 
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 그의 정신, 그의 생활, 그가 원하는 모든것이 다 비껴있었다.
학장이 먼저 박수를 쳐주었다. 비슈와나스는 전교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렇다. 래일을 당겨오려는 그 욕망은 사람들에게 성공을 안아오는 비결의 하나로 되는것이다. 옛날부터 일을 쫓아가야지 일에 쫓기우지 말라고 하였다. 참으로 오늘의 하루는 래일의 열흘맞잡이인것이다.
그것으로 하여 비슈와나스는 온 대학이 다 아는 《기자》가 되였다.
알따브 후쎄인은 진정으로 비슈와나스를 축하해주었다.
《너는 꼭 훌륭한 기자가 되여라.》
 
《너도 훌륭한 법률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서로가 성공의 그날을 위해 힘껏 노력하자고 약속하였다.
포부! 그것은 곧 삶이며 열정이며 미래이다.
누구든 때를 놓치지 말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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