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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남북

문화 | [문화] - 장편실화 - 인생열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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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03 15:5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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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회)
 
3. 《하느님》이 준 기회(1)
 
누구에게나 타고난 천성이 있는듯싶다.
잠시 《하느님》을 노엽힐번 했던 비슈와나스는 제때에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리에 돌아왔으나 그 오후에만은 그냥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오금이 쑤셔났던것이다.
나쁜 아이들과 휩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것이 낫다고 하였지만 그는 도저히 오랜 시간을 혼자서 책을 보고만 앉아있고싶지 않았다.
《하느님》은 모든 진리의 대변자로 이 세상에 배회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 《하느님》이 무서워 언제까지 학교울타리안에 붙잡혀있을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자기의 소행이 그 안경쟁이 학장님의 귀에까지는 가닿지 않아 전교앞에 나서서 《하느님》의 벌을 받는 끔찍한 일은 모면할수 있었지만 마음속의 두루미는 어디론가 그냥 훨훨 날고있었다.
 
사람은 자기의 지망을 명확하게 알지 않으면 안된다. 인생에 있어서의 첫째 과업은 자신을 발견하는것이였다. 그는 자기자신과 부단히 이야기하고있었다.
아, 비슈! 너는 정녕 어디로 가려니?
 
잠못들며 모대기며 어느새 한학년이 흘러갔다.
 
그는 온 세상을 날아보고싶었다. 사람이 하늘을 날으려면 배워야 한다. 지식은 하늘을 날으는 날개인것이다.
법학을 전공하는 알따브 후쎄인과 상업금융을 전공하는 비슈와나스는 다같이 공부를 잘하였다.
 
사람에게는 일정한 장점들이 다 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알따브 후쎄인에게는 어떤 문제든지 진지하게 끝까지 파고들어 결론을 도출해내는 학구적인 자세가 있었다.
변증법적유물론에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있는 그는 감정에 포로되지 않는 랭철한 리성의 소유자라고도 말할수 있었다.
알따브 후쎄인은 말하였다.
《사물현상의 발생발전과 전반적련관의 가장 일반적합법칙성을 터득하지 않고서야 객관현실에 대한 인식과 사유를 어떻게 정확히 할수 있는가?》
 
그의 말은 언제나 명료했고 정확하였다. 그리하여 비슈와나스는 그의 말만은 인정했고 따랐다.
반면에 알따브 후쎄인은 비슈와나스에게서 놀라운 기질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우선 그가 그 누구도 따를수 없는 비상한 귀납추리능력과 연역추리능력을 다같이 소유하고있는것이였다.
그는 범상한 현상을 보고도 그 본질을 순간에 파악했으며 또한 개별적인 사실을 놓고서도 즉시 일반적결론을 내리는것이였다. 그가 자라온 환경이 그에게 그처럼 비상한 두뇌를 준것인지도 몰랐다. 사실 그는 어려서부터 많은것을 들어왔고 보아왔고 또한 많은 교육을 받아왔던것이다. 그래서 그는 더 많은것, 더 새로운것을 보려고 하고 또 체험하려고 하는것인지도 몰랐다.
 
또한 그에게서 찾아볼수 있는것은 학업과 생활을 비롯한 모든 사유와 활동이 매우 실천적이라는것이다. 때로 자기 감정을 다잡지 못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즉흥적이고 과격한데가 있기는 하지만 그대신 그에게는 자기 감정에 충실한데가 있었다.
비슈와나스는 세계의 이름있는 시인들과 작가들의 작품들도 미친듯이 읽고있었으며 즐겨 자작시들을 쓰기도 하였다. 어찌보면 그는 문학소년같기도 하였다.
 
그것 역시 그가 자라온 환경과 련관되여있는것이라고 보아야 할것이였다. 그의 문학적수양에는 중학시절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사람은 문학을 알아야 아름다와지고 자신을 고상한 존재로 느낄줄 알게 된다는것이 아워스티가 외우던 론거의 하나였던것이다.
 
정열에 북받치는 소년의 가슴은 그냥 푸른 하늘을 날고있었다.
그는 계속 자기자신과 이야기하고있었다.
아, 비슈! 너는 정녕 어디로 가려니?!
시간을 잃으면서도 《하느님》앞에 순종할수는 없는것이다.
 
그는 또다시 시가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에서 1키로메터정도 떨어져있는 《트리뷴》(신문사)청사옆을 지나치던 그는 문뜩 아르. 아르. 샤르마가 생각났다.
 
그렇다. 그를 만나보자. 이 신문사의 부총경영자가 다름아닌 아르. 아르. 샤르마이니 혹시 그가 나에게 일감을 줄수도 있지 않는가.
 
아르. 아르. 샤르마는 친척계렬에서 비슈와나스에게 5촌벌이 되였다. 그는 아버지와 4촌간이였던것이다. 당시 라호르에는 샤르마가문의 갈래들이 적지 않게 요소요소에 뻗쳐져있었다.
은근한 기대를 안고 비슈와나스는 아르. 아르. 샤르마를 찾아갔다.
그는 마침 2층의 자기 방에 있었다. 그는 반가와하였다. 하지만 일감을 달라는 조카의 말을 듣고는 아예 딱 잘라말하는것이였다.
《너 이제야 17살인데 여기 와서 뭘하겠니. 허튼 생각 말고 공부에나 전심하거라.》
 
비슈와나스는 사정하였다.
《삼촌! 나 무엇을 좀 배우고싶은데 여기서 시간을 보내며 견습을 받게 해주십시오.》
 
아르. 아르. 샤르마는 조카의 부탁을 애초에 리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비슈와나스는 삼촌앞에 더 가까이 다가서며 호소하다싶이 간청하였다.
 
《삼촌! 나는 로임을 달라는것이 아닙니다. 제발 사정이니 무엇을 좀 배우게만 해주십시오.》
 
아무리 졸랐댔자 소용이 없었다.
아르. 아르. 샤르마는 처음에는 타이르던 말투였으나 점점 책망하는 말투로 나오는것이였다.
 
여기서는 전망이 없음을 깨달은 비슈와나스는 대충 인사를 하는둥하고 방을 뛰쳐나오고말았다.
억이 막혔다. 삼촌이란 사람이 어찌 그럴수 있는가.
정말로 그는 나의 학업이 걱정되여 거절하였는가? 아니면 시끄러워서 거절하였는가?
생각할수록 비슈와나스는 아르. 아르. 샤르마가 삼촌같지 않았다.
 
이런 경우 서로 리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삼촌은 삼촌대로, 조카는 조카대로…
 
비슈와나스는 격한 심정을 누를길 없었다. 일생에 이렇게 사정해보기는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마음에도 자존심이 꿈틀거리였다. 갑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당한 요구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던 아버지, 어머니의 인자한 모습이…
또한 외할아버지가 보고싶어졌다. 외할아버지라면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고도 남았을것이다. 그때는 좋았다. 외할아버지는 부탁하기 전에 새 책들도 우선적으로 가져다주었고 또 자기를 데리고다니며 새로운것들을 보여주고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한순간에 엇갈리는 생각들을 헤치며 그는 계단을 마구 뛰여내리였다.
 
정신없이 앞을 보지 않던 그는 굽인돌이에서 그만에야 올라오던 사람과 맞부딪쳤다.
순간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제서야 생각은 현실로 돌아왔다.
 
자기앞에는 풍채좋은 한사람이 얼떠름해 서있는것이였다. 나이는 지숙하였다. 그의 머리에 씌여져있던 터번(머리에 둘둘 감고다니는 흰천)은 복도에 떨어져있었다.
비슈와나스는 너무도 당황하여 그것을 주을 생각도 못하고 무릎을 꿇고 그 사람의 발을 다치며 사죄하였다.(발을 다치는것은 인디아풍습에서 인사례절이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풍채좋은 그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연신 조아리는 소년을 손잡아 일으켜세웠다.
《있을수 있는 일인데 뭘 그러나?!》
 
그 한마디 말에 비슈와나스는 너무도 황송하여 어찌할바를 몰랐다. 앞을 보고 다니라는 욕바가지를 쓸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기를 위로하다니!
 
그 사람은 의아한 시선으로 묻는것이였다.
 
《그런데 너 여기에 무슨 일로 왔니?》
 
비슈와나스는 머리를 들지 못한채 머뭇머뭇하며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내뱉았다.
《삼촌을 만나려고 왔다가 지금 너무 실망하여 정신없이 내려가던 참입니다.》.
 
《그래 삼촌은 만났느냐?》
 
《예!》
그는 잘 모를 일이라는듯 머리를 기우뚱거리며 말하였다.
 
《필경 너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이구나. 방에 가서 좀 구체적으로 들어볼가.》
 
그는 앞서서 계단을 오르며 비슈와나스에게 어서 따라오라고 하는것이였다.
이렇게 되여 층계를 내리던 비슈와나스는 다시 층계를 오르게 되였다.
 
비슈와나스는 운명의 층계를 올랐다. 하지만 그때에는 그것이 운명의 층계라는것을 알지 못했다.
 
비슈와나스는 넓고 화려한 방에 들어섰다. 그 순간 그는 이 사람이 신문사에서 큰 인물이라는것을 직감하였다.
그는 정말 인상이 좋은 사람이였다. 넓은 이마는 속이 탁 트인 그의 시원한 마음을 보여주는듯싶었고 크고 정기도는 두눈은 멀리 앞을 보는 그의 예지를 드러내고있는듯싶었다. 그는 걸상까지 가리키며 어서 앉으라고 하는것이였다.
《네 이름이 뭐냐?》
 
이름까지 물어주는 그의 친절함에 비슈와나스는 너무도 감지덕지하여 다시 머리를 숙여 인사하며 대답하였다.
《비슈와나스입니다.》
 
《비슈와나스?!》
 
소년의 이름을 새기려는듯 다시한번 반복하여 그의 이름을 외운 그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그래 무슨 일인지 어서 들어보자꾸나.》
그러면서 그는 책상우의 무슨 문서들을 손에 들며 빨리 말하라는듯 비슈와나스를 쳐다보는것이였다.
비슈와나스는 말하기 시작하였다. 삼촌을 만났던 일이며 그리고 무슨 일이든 하고싶다는 자기의 속마음까지 다 터놓게 되였다.
 
비슈와나스의 자초지종을 인내력있게 들어준 그는 혼자소리로 말하였다.
 
《그렇다?!》
 
그러면서 그는 이 어린 소년이 기특한듯 비슈와나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너 어린 나이지만 포부가 있기때문에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
 
그는 천천히 자기 책상우의 전화를 들고 누군가를 찾는것이였다.
당시 큰 도시였던 라호르에는 전신망과 통신망이 다 설치되여있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는 이 신문사의 총경영자인 피. 엘. 쏜디였다.
총경영자는 역시 총경영자였다. 그는 비슈와나스의 행동거지에서 그가 지금은 애티를 채 벗지 못한 소년에 불과하지만 잘 키우면 쓸모있는 기자나 경영자가 될 미구의 름름한 모습을 엿보았던것이다.
이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우연이라 하기에는 만날 사람을 너무도 정확히 만났고 필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뜻밖의 일이 아닌가.
 
아서라, 우연과 필연은 노력하는 사람앞에는 다같이 찾아오는 쌍둥이형제인지 누가 알랴.
 
비슈와나스는 눈물이 나왔다. 그 눈물은 삼촌에게서 배반당하여 나오는 분함의 눈물이 아니라 너무도 친절하게 대해주는 그 총경영자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였다.
피. 엘. 쏜디는 말하였다.
《너 우선 리포터가 되여 일해보아라.》
 
비슈와나스는 리포터가 무슨 말인지 몰라 그것이 뭘하는것인가고 물었다.
피. 엘. 쏜디는 말하기를 단번에 기자가 될수 없기때문에 그밑에서 간단히 글을 써내는 보고자 비슷한것이 리포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리포터도 기자의 한 부류라고 하였다. 조수기자격이였다.
비슈와나스는 무엇이든지 좋았다. 그저 감격하기만 하였다.
이때 총경영자의 전화를 받은 보도부서 책임자가 들어섰다. 키가 꺽두룩하고 부시시한 머리를 한 그는 낯모를 아이와 총경영자를 엇갈아보며 이제 자기에게 어떤 임무가 떨어지겠는가 하고 생각하는듯 하였다.
《당신 래일부터 이 아이를 데리고 일하게.》
 
《예?》
 
꺽다리부장은 무슨 아이인가 하는 뜻으로 비슈와나스를 다시 눈여겨보는것이였다.
《좀 도와주라구.》
 
피. 엘. 쏜디는 여전히 웃으며 말하였다.
 
《예.》
 
꺽다리부장은 더 물어볼념을 못하고 곰살궂게 대답하는것이였다.
총경영자는 비슈와나스에게도 말하였다.
《비슈와나스, 너 래일부터 오후에는 이 부장선생에게 와서 지시받고 일해보아라.》
 
비슈와나스는 감격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몇번이고 인사를 한 비슈와나스는 부장이라고 불리운 그 사람을 따라나왔다. 부장의 방에서 그는 옆사람들과도 인사하였다. 부장은 매일 오후 2시이후에 와서 내가 하고싶은만큼 일하라고 하였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비슈와나스는 또다시 돌아가며 인사를 꾸벅꾸벅하고 바람처럼 날개돋혀 《트리뷴》청사를 나섰다.
 
껑충껑충 뛰여가는 비슈와나스의 마음은 고무풍선마냥 둥둥 떴다.
《하느님》이시여! 오늘의 이 기회는 정녕코 당신이 나에게 주신것이 아니옵니까?!
 
모든것을 《하느님》의 이름을 빌어 말하는 이 세상에서 나도 《하느님》의 이름을 빌어 말한들 죄될것이 무엇이랴.
내가 2시까지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알량한 삼촌방에서 쫓기다싶이 나와 계단에서 그 어른과 맞부딪치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훌륭하게 번져지지 않았으리라.
 
기숙사호실에 들어선 그는 동무들에게 환희에 넘쳐 말하였다.
《나 오늘 기자가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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