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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07] 이스라엘이 궁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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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0-18 17:4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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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07]  이스라엘이 궁지에 몰렸다


문 경 환 기자  자주기보 10월 4일 서울

 승승장구하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을 침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레바논을 침공했습니다. 또 후티 반군(안사르 알라)을 공격한다며 예멘도 공습했고 이란에서 테러도 자행하고 있습니다. 

 

▲ 가자지구로 진격하는 이스라엘군.  © 이스라엘군 대변인실


서방 언론만 베끼기로 유명한 국내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이 승승장구합니다. 뛰어난 정보 능력으로 상대편 지도자들을 차례로 암살하고, 무선 호출기(삐삐)에 폭탄을 심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대규모 테러를 하며, 숨 돌릴 새 없이 이 나라 저 나라를 과감하게 공격합니다. 게다가 이번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했지만 다 요격해서 피해가 경미하다고 합니다. 국내 언론 보도만 보면 조만간 이스라엘이 중동을 제패할 듯합니다. 

 

실제로 전쟁이 확전될 때마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도 올랐습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1월 9일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 리쿠드당의 지지율이 18%, 야당 국가통합당이 40%였습니다. 그러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고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살해한 뒤 8월 12일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 23%, 국가통합당 24%로 바뀌더니 이른바 삐삐 테러 직후인 9월 19일 리쿠드당 24%, 국가통합당 21%로 역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강화할 때마다 여당 지지율이 오른 것입니다. 

 

또 헤즈볼라 공격을 전면화한 직후인 9월 30일 여론조사 결과 당장 선거를 하면 리쿠드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고 총리 적합도에서도 네타냐후가 35%로 국가통합당 대표인 베니 간츠의 29%를 크게 앞섰습니다. 그러자 미국 CNN 방송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1년 만에 네타냐후 총리가 놀랄 만한 반전을 이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성과를 보며 미국도 신이 난 듯합니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면 답답하기만 한데 이스라엘은 연일 전쟁을 확대하며 승전보를 올립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는 뜸을 들이면서도 이스라엘에는 무기를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무기 지원뿐 아니라 아예 미군이 직접 들어가 이스라엘을 지켜줍니다. 

 

7월 31일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암살되자 이란이 보복을 공언했고 이에 8월 2일 미군은 중동에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 여러 대를 추가 배치하였고 1개 비행대대 규모의 전투기를 추가 파견하고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도 추가 파견했습니다. 또 핵잠수함 배치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공격을 전면화하자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을 중동에 파병하기로 했습니다. 또 공군력도 2배로 확대됩니다. 

 

이번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공격할 때도 미국은 지중해 동부에 배치한 구축함에서 12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주었습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공격 때도 미국은 이란 미사일을 요격해 주었습니다. 특히 미국은 값비싼 요격미사일 SM-3를 아낌없이 쓰고 있습니다. 4월에 4~7발, 이번에 12발 이하를 사용했습니다. SM-3는 가격이 1천만 달러가 넘고 1년에 12발밖에 생산하지 않는 희귀 요격미사일인데도 저렇게 퍼부은 것입니다. 

 

또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대할 때마다 적극적인 지지와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스라엘의 성과는 신기루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스라엘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신기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기고 있다면 상대편이 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상대편의 힘이 약해지고 후퇴하며 전의를 상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대적하는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란에서 이런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일단 하마스부터 봅시다. 

 

하마스 병력이 얼마나 되며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엄청나게 많이 죽었지만 정작 하마스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하마스가 전의를 잃고 항복한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스라엘군이 초토화한 후 철수한 가자지구 북부에 하마스가 복귀해 이스라엘군이 재공격을 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4월 22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쟁이 반년을 넘겼지만 하마스 섬멸과 인질 구출이라는 이스라엘의 양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하마스 궤멸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하마스 최고 지도부 대부분은 여전히 건재하며 지하 15층 깊이에 수백 킬로미터 길이의 땅굴 파괴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이 3월에 내놓은 연례 정보 평가 보고서에도 “이스라엘은 아마도 앞으로 수년간 하마스의 지속적인 무력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6월 5일 한겨레와 대담에서 “이데올로기로서의 하마스는 박멸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같은 대담에서 도브 왁스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하마스의 날개를 꺾더라도 “하마스 사상에 이끌린 무장대원이 없으리란 법은 없고, 되레 하마스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커질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하마스가 군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조직을 갖춘 ‘다면적 조직’이며 하마스 정치 지도자는 카타르,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에도 있고, 전 세계에 지지 세력과 자금 모금망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나 후티 반군, 이란 등으로 눈을 돌린 이유도 하마스 소탕전에서 더 이상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하마스 소탕전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다른 전쟁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하마스를 소탕했다고 선언했는데 다음 날 하마스의 공격이 재개되면 망신만 당할 뿐입니다. 게다가 인질을 구출하지 못했으니 승리를 선언할 수도 없습니다. 

 

다음으로 헤즈볼라를 봅시다. 

 

테러조직이란 인상과 달리 헤즈볼라는 레바논 연립정부의 일원이며 독자적 군대를 보유한 정치세력입니다.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레바논 정부군보다 더 강하다고 하며 미사일과 무인기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6년 이스라엘이 1만 명의 병력으로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헤즈볼라의 저항에 큰 피해를 보고 결국 후퇴한 적도 있습니다. 

 

레바논의 국호는 레바논산맥에서 유래하는데 어원을 따져보면 흰색을 뜻합니다. 아열대지방인 중동에서는 보기 드물게 만년설이 쌓여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높은 산맥 아래로는 헤즈볼라의 땅굴이 있습니다. 2006년 이스라엘 침공 이후 국경 지역에 적극적으로 땅굴을 건설했으며 총길이가 45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현지 언론은 이를 ‘지하 왕국’이라 부를 정도로 방대한 규모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이란이 도움을 주었고 특히 북한은 산악 지역 땅굴 건설 경험이 많아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소는 북한의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땅굴 건설 기술을 전수했을 것으로 지목하며 이 기술이 하마스에도 전수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헤즈볼라의 땅굴은 사막 지역에 만든 하마스의 땅굴에 비해 훨씬 튼튼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쉽게 공략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이나 폭격으로 헤즈볼라를 마구 공격하면서도 지상군 투입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했지만 시작부터 피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621특수정찰부대가 레바논 남부 마룬 알라스 지역에 침투했다가 헤즈볼라의 매복 공격으로 에이탄 이츠하크 오스테르 대위를 비롯한 장교 2명과 병사 4명이 숨졌으며 35명이 부상했고 전차 3대가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또 국경 서쪽의 야룬 마을을 우회하던 이스라엘군도 매복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중단하고 다시 공군 공습으로 전환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공습으로는 민간인 피해만 생길 뿐 땅속에 기지를 구축한 헤즈볼라 군사력을 약화하는 데는 한계가 큽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살펴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전면전을 할 수 없고 기껏해야 공습 정도 할 수 있는데 미국도 여러 차례 예멘을 공습했지만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후티 반군을 상대로 승리할 방법은 없습니다. 반면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로 가는 선박을 홍해에서 공격해 이스라엘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이란과 함께 무인기와 순항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 예멘(초록색), 이스라엘(빨간색), 이란(노란색) 위치.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으니 전면전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간혹 이란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소규모 공습에 그쳐 이란에 타격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역대급의 대공습을 펼쳤습니다. 하루 동안 발사한 미사일 대수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미사일과 자폭용 무인기를 퍼부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고 발표하지만 속도가 느린 미끼용 무인기나 요격했을 뿐 대부분의 미사일이 지상에 낙하해 폭발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이 찍은 이런 영상들은 인터넷에 널리 돌아다닙니다. 

 

물론 하마스나 헤즈볼라의 피해가 없지는 않으며 여러 지휘관과 요인들이 죽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휘관 몇 명 죽인다고 군사력을 와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하마스나 헤즈볼라는 정규군이 아닌 비정규군에 가깝기 때문에 유연하고 탄력적인 운영을 하여 지휘부 대책을 빨리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헤즈볼라는 나스랄라가 살해된 후 곧바로 하심 사피에딘 집행위원회 의장을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했습니다. 

 

하마스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자국민 학살에 반발해 등장한 조직이기 때문에 반이스라엘 의지가 강하고 자국민의 지지를 받습니다. 따라서 지휘관 몇 명이 죽는다고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복수심을 더 키우고 병사 지원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이런저런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위와 같이 이스라엘의 적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전쟁은 쉽게 끝날 수 없습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이스라엘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

 

전쟁을 직접 수행하는 이스라엘군의 처지를 먼저 살펴봅시다. 

 

이스라엘에는 상비군이 17만 6,500명, 예비군이 46만 5천 명이 있어 군인이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인구는 약 천만 명입니다. 이스라엘은 남녀 구분 없이 18세가 되면 군대에 가며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전투병의 경우 32개월) 복무합니다. 이후 남자는 예비군에 편재되어 45세가 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습니다. 

 

지금처럼 전쟁하는 동안에는 예비군을 상시로 동원해야 합니다. 장기전이 되면 예비군 동원도 장기화합니다. 예비군은 대부분 직장인일 텐데 계속 군대에 있으면 생업을 꾸리지 못합니다.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이스라엘 언론에는 예비군의 생계 위협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예비군이야 당장 군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지만 그 가족들은 대책이 없습니다. 

 

또 학생의 경우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당장은 몰라도 몇 년 후 인재 부족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만 해도 의대생이 1년간 집단 휴학을 하니 몇 년 후 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의대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학생이 몇 년씩 학업이 중단되는 꼴입니다. 큰 후유증이 발생할 것입니다. 

 

물론 이스라엘 국민이 애국으로 똘똘 뭉치면 이런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스라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네타냐후의 권력욕 때문에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불만이 큽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네타냐후는 권력 독점을 위해 사법 개악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민심이 돌아선 것은 물론 군부까지 반발해 장교들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고 훈련을 거부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네타냐후가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니 네타냐후는 전쟁이 고맙고 이 상황이 계속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 초반부터 네타냐후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장관 사이에 이견이 나왔습니다. 갈란트 장관은 최소한의 군사작전만 하고 전쟁을 끝내자고 했지만 네타냐후는 최대한 길고 고통스러운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가 말하는 하마스 궤멸은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런 갈등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 2024년 9월 28일 베이루트 공습을 논의하는 장면. 왼쪽부터 요아브 갈란트 장관, 헤르지 할레비 총참모장, 토머 바 공군사령관.  © 이스라엘군 대변인실


네타냐후의 정치적 경쟁 상대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올해 6월 전시 각료를 사임하며 “네타냐후는 진정한 승리를 막고 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간츠 대표는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주장하며 네타냐후와 계속 대립해 왔습니다. 

 

급기야 9월 1일에는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인 70만 명의 이스라엘 국민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이날 시위는 네타냐후가 휴전 협상을 방기하고 군사작전에만 매달리다 결국 6명의 인질이 사망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즉각 휴전과 네타냐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인구 1천만 명 가운데 70만 명이 시위했으니 한국으로 치면 300만~400만 명이 시위한 셈입니다. 박근혜 탄핵 집회 수준입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여론은 애국으로 똘똘 뭉쳐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정부와 전쟁을 반대하는 게 기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군대가 흔들립니다. 예비군은 원래 민간인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라서 민심과 예비군의 여론은 거의 일치합니다. 민심이 전쟁을 반대하면 예비군도 전쟁을 반대하게 되어 있습니다. 

 

징집 대상 청년들 사이의 불만도 커질 것입니다. 지난 6월 30일에는 초정통파 유대교인(하레디) 수천 명이 징집을 거부하며 폭력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레디는 원래 징집 대상이 아니었는데 대법원이 하레디 병역면제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하자 여기에 반발한 것입니다. 하레디를 대변하는 정당이 현재 연립정부에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내 갈등이 더욱 커졌습니다. 현재 하레디는 징집 대상 가운데 20%가 넘습니다. 또 남자의 군 의무복무 기간을 32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하기로 해 청년층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애초에 이스라엘군의 가장 큰 단점이 장기전에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군 장병 수가 인구 대비 많기는 하지만 주변국이 모두 적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군사교리는 “적의 영토에서, 단기전으로,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미사일과 전투기 등 무기 우세로 전쟁할 때 유리하지 지상전을 오래 하면 종종 밀리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군은 군사교리와 반대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퇴역 장성인 이츠하크 브릭은 9월 3일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에 기고한 「붕괴 중인 것은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글에서 “하마스는 이미 17~18세들로 대열을 보충했는데 (이스라엘) 징집병들은 지치고 훈련 부족으로 전문 기술을 잃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다면전을 벌일 병력이 부족하다”라며 “이스라엘의 경제, 국제 관계, 사회적 응집력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이번 소모전으로 심각하게 손상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장기전이 이스라엘에 불리한 건 경제 문제도 한몫합니다. 

 

이스라엘은 지금 막대한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에 빠듯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이스라엘 재무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 비용으로만 적어도 500억 셰켈(대략 18조 원)을 쓰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건설 노동자가 사라지면서 건설 사업이 중단되고 일상적인 대피 소동으로 물품 생산량도 전쟁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예멘이 홍해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배들을 공격하는 바람에 무역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관광 산업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스라엘 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최대 6만 개의 기업이 문을 닫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지난 9월 21일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전쟁으로 지친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 1년 만에 두뇌 유출에 직면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과학자, 의사, 교수 등 고급 인력들이 전쟁에 지쳐 나라를 떠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한 달에 1만 명가량의 이스라엘인이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서민들보다는 대체로 해외에 정착해서 살만한 지식인, 부유층들일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의 창업(스타트업) 강국입니다. 댄 벤-데이비드 텔아비브대 경제학 교수는 이스라엘 경제가 대학, 스타트업, 병원의 고급 인력 30만 명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떠나면 이스라엘 경제는 붕괴하고 말 것입니다. 

 

지식인 유출은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합니다. 여기에 학생들의 학업 부족, 대학생들의 징집과 장기간 전투까지 겹치면 더 심각합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스라엘 독립기념일인 5월 14일 「이스라엘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지금 네타냐후가 사임하지 않으면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8년 전에 이스라엘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는 사설이었습니다. 

 

출구가 없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이란을 결정적으로 꺾어야 합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모두 이란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란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하자 이스라엘 안에서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는 이란도 예상했을 것이며 미사일 공격을 결정한 순간 이에 대비하는 조처도 했을 것입니다. 또 네타냐후가 이란 국민을 향해 “여러분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을 억압하는데 이스라엘이 자유를 찾아주겠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란 국민이 동요해 반정부 시위라도 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란의 주력 군대는 정부군이 아닌 혁명수비대라는 종교 군대입니다. 이번 미사일 공습도 혁명수비대가 했습니다. 그러니 ‘자유’로 유혹하는 것도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스라엘이 최후의 수단으로 핵미사일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한반도의 8배에 이르는 넓은 나라입니다. 핵미사일을 쓴다고 해서 이란 전역을 초토화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핵전쟁이 일어나면 그동안 지켜보던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가 개입하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러시아가 개입하면 이스라엘에 핵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란과 달리 영토가 좁은 이스라엘은 핵공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전쟁을 중단하면 네타냐후 정권은 붕괴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처지가 이렇게 진퇴양난이 된 이유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신중히 시작한 전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타냐후가 정권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마스와 전쟁을 하고, 헤즈볼라로 전쟁을 확대하고, 예멘과 이란까지 공격한 것입니다. 모두 계획된 작전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엉뚱하게 시작한 전쟁입니다. 그래서 네타냐후와 국방부장관이 싸우기까지 한 것입니다. 

 

지금도 이스라엘 내에서는 전후 목표가 논란입니다. 하마스를 소탕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거냐는 겁니다. 가자지구를 점령한 후 정착촌을 건설하자는 주장부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가자지구로 보내자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애초에 목표 없이 시작한 전쟁이라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개시할 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 우크라이나 탈나치화, 돈바스지역 주민 보호라는 정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걸 확보하면 러시아가 전쟁 승리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그런 게 없습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란은 어차피 소멸이 불가능합니다. 이스라엘은 자기가 판 무덤에 자기가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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