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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18] 트럼프 당선으로 본 미국 실정, 그리고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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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1-19 07:3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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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18]  트럼프 당선으로 본 미국 실정, 그리고 윤석열


 문 경 환 기자 지주시보 11월 9일 서울

 미국이 새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그의 대표 공약을 보면 미국의 처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마가(MAGA)’와 ‘황금시대’

 

트럼프의 대표 공약 가운데는 ‘인플레이션 종식’이 있습니다. 물가를 잡겠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정권 시기 미국은 최악의 물가 폭등을 겪은 후 지금은 조금 꺾였습니다. 하지만 서민이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1천 원 하던 햄버거가 2천 원이 되면 물가가 100%나 올라서 큰일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3천 원으로 더 오르면 50%만 올라서 물가 인상이 꺾였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햄버거를 사는 미국인 처지에서는 다시 1천 원으로 떨어져야 물가가 잡힌 것이지 3천 원으로 오른 건 여전히 물가 폭등 상황입니다. 

 

만약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도 늘었다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인의 소득 상승은 물가 인상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의 실질가구소득(물가 인상을 고려한 소득 수준)은 3년 동안 계속 떨어지다가 지난해에야 겨우 4%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물가를 잡겠다는 게 대표 공약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또 다른 대표 공약으로 ‘불법 이민자 추방’이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의 통로인 멕시코 국경의 장벽도 완성하겠다고 했습니다. 

 

바이든 정권 시기 멕시코에서 넘어온 이민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민자 문제가 미국 사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2023년에 330만 명의 이민자가 들어왔는데 이 가운데 240만 명이 불법 이민자라고 파악했습니다. 

 

이민자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이민자들이 값싼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정작 미국인이 일자리를 못 구하는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원래 고용률이 올라가면 실업률이 떨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고용률이 올라가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현상이 발생합니다. 미국인 실업자 수는 그대로인데 이민자들이 대거 들어와 고용되니 고용률은 올라간 것입니다. 

 

이러니 바이든 정부는 고용 상황이 좋다고 자화자찬하지만 미국인은 그 효과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을 대표 공약으로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국내용 공약 두 가지는 미국 국내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트럼프의 대선 구호는 ‘마가(MAGA)’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뜻입니다. 또 당선이 확정되자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미국이 좀 어려운데 과거 잘 나가던 때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입니다. 대 번영기를 열어나가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번영기에는 물가가 당연히 오릅니다. 경제 성장이 물가 상승을 동반한다는 건 경제학 상식입니다. 대신 소득이 더 빨리 오릅니다. 지갑이 두둑해지니 물가가 올라도 생활은 풍족합니다. 따라서 ‘황금시대’를 열겠다면 물가를 잡겠다는 공약보다 소득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야 합니다. 트럼프가 물가 잡기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건 확실히 수세적인 모습입니다. 

 

이민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영기에는 건설도 많이 하고 여러 대형 사업도 많이 벌입니다. 그러면 일손이 달리기 때문에 오히려 이민자를 환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민자를 막겠다는 건 굉장히 수세적입니다. 번영기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침체기를 대비하는 듯합니다. 

 

원래대로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겠다는 식의 공약이 대선의 대표 공약으로 나와야 황금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생길 것입니다. 반면 물가나 일자리 문제는 경제 정책이 아닌 민생 정책입니다. 그만큼 미국에 민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영이겠지요. 현실이 그러하니 미국인들도 물가나 일자리 공약에 관심이 집중된 것입니다. 

 

미국에 민생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작 바이든 정부는 미국 경제 지표가 좋다고 자화자찬합니다. 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는 호황입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바로 빈부격차입니다.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미국 내에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죽겠는데 부자들은 떼돈을 벌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11월 9일 자 보도에서 “미국 경제는 ‘나 홀로 호황’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좋았지만 유권자들은 “내 삶이 4년 전보다 나빠졌다”며 바이든 정권을 심판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대선 출구조사에서 45%의 유권자가 4년 전보다 개인 재정 상태가 악화했다고 응답했고 나아졌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 뉴올리언스 노숙자 텐트(2023년).  © 20FootPalmTree


양극화 문제는 계급·계층 간에도 있고 주 사이에도 존재합니다. 산업 간, 독점자본 사이에도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는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서로 총을 겨누는 수준입니다. 이번 대선이 내전(시빌 워)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과장이 아닙니다. 이게 미국에서 제일 심각한 문제입니다.

 

보호무역

 

트럼프의 대표 공약 가운데는 관세율을 높이는 것도 있습니다. 무역 적자 축소를 위해 대부분의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새로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는 60~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관세가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합니다. 심지어 트럼프는 “나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라고 생각한다”라고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관세를 급격히 높이면 여러 부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일단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물가가 오릅니다. 물가를 잡겠다고 공약을 내세웠으면서 모순된 공약을 내놓은 것입니다. 

 

또 상대도 보복 관세를 매길 것이므로 수출도 어려워집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응해 동일한 보복 관세를 매겨 왔습니다. 유럽연합도 트럼프가 ‘징벌적 관세’를 매기면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높여 수입을 막는 것을 보호무역이라고 합니다. 보호무역의 반대가 자유무역입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전 세계 자유무역을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보호무역을 주장합니다. 대단히 수세적입니다. 자국 산업이 국제 경쟁력이 없고 미국 경제가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가 정말 어려운가 봅니다. 

 

‘친북’ 대통령

 

트럼프는 2018년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줄곧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하였습니다. 북한에 관해서도 극찬했습니다. 한국인이었다면 아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갈 정도로 고무·찬양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발언을 보면 이렇습니다. 

 

“매우 영리한 사람이자 위대한 협상가”

“아주 전략적인 사람”

“정말 현명하다.”

“굉장히 재능이 있는 사람”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

“자신의 조국을 매우 사랑한다. 자기 국민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

“노련하고, 술수가 뛰어나며 매우 현명하다.”

“명석하고 비밀스럽지만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

“함께 하게 돼 영광이었다.”

“터프(tough·거친)한 남자이자 스마트(smart·총명한)한 남자”

“매우 영리하고 강하며 절대적인 지도자”

 

또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사이가 좋다는 것을 과시해 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정말 신뢰한다.”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궁합(케미스트리)이 좋다.”

“김정은 국무위원장한테 특별한 편지를 받았다. 역사적 편지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편지들이다. 굉장한 편지다.”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대선 기간 내내 강조했습니다. 경선 시기에는 연설마다 매번 이를 언급하였고 유세 현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을 한참 틀어놓았습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악수하고 있다.


“우리는 편하고 좋은 관계”

“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었다.”

“나는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매우 좋은 관계”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말 잘 지냈고 그래서 미국이 안전할 수 있었다.”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낼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지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한테 매우 화를 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매우 멍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도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무언가에 동의한 셈”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서도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는 등 긍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트럼프가 대선 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게 미국 유권자에게 먹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날아오지 않도록 막아야 하므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거꾸로 아양을 떨어야 하는 처지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북한을 두고 “잔인한 독재와 만연한 인권 침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불법 무기 프로그램이 있다”라며 반북적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리스가 집권하면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을 거의 그대로 따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북 정책을 기준으로 보면 트럼프는 ‘친북’ 후보, 해리스는 ‘반북’ 후보인 셈입니다. 미국은 ‘친북’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24시간 안에 전쟁 종료

 

트럼프는 자기가 당선되면 취임을 기다리지 않고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쳐가던 미국이 딱 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주장한 트럼프의 당선은 유럽의 분위기와도 비슷합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러 제재에 동참한 여러 나라 정부가 위기에 빠지고 러시아와 협력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이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고 독일은 연립정부가 붕괴해 내년 1월 총리 신임 투표에 들어갑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개입을 반대하는 정당들은 여러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북한의 눈치를 보고,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모습은 상당히 수세적입니다. 미국 패권이 급격히 약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방어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런 트럼프를 선택했습니다. 

 

난감한 윤석열

 

미국에 좌지우지되는 한국의 처지에서 미국에 ‘친북’ 대통령이 등장한 건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지난 7월 23일 북한이 미국 대선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놨습니다. 트럼프가 대선에 북한을 계속 끌어들이자 조선중앙통신이 논평을 발표한 것입니다. 논평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였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 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트럼프가 이 논평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아마 뛸 듯이 기뻤을 것입니다. 애인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계속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가 드디어 기다리던 답장을 받은 기분일 것입니다. 내용도 나쁘지 않습니다. 실질적 성과는 없었지만 노력한 것은 인정한다는 말이니까요. 그리고 공사를 구분하라고 한 충고도 어찌 보면 사적인 관계는 인정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건 북한이 암묵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됩니다. 여러 전문가와 언론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곧바로 북미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5일 한 세미나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비핵화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며 트럼프가 비핵화를 위해 대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일종의 평화를 향한 대화를 즉시 재개할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달 전 진행된 세미나에서도 트럼프 1기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비서실장이었던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 부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긴장을 낮추기 위해 북한과의 정상급 양자 외교를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고, 그러면 세계가 북한을 대하는 분위기도 바뀔 것입니다. 반북 정책의 선두에 있던 미국이 정책을 바꿨으니 미국에 동조하던 나라들도 눈치껏 태세 전환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반북 노선, 대북 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때도 “정권의 종말”을 이야기하며 북한을 자극했습니다. 또 11월 8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대담에서는 “북한 정권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고 이는 종교적 신념과도 같다”라고 하였습니다. 윤석열에게 반북은 하나의 종교인 셈인데 미국 대통령이 바뀐다고 개종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니 세상이 바뀌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헛웃음이 나오고 같잖다는 생각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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