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322-2.] 파국이냐 협상이냐,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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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1-12 20:0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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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322-2.] 파국이냐 협상이냐,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2 자주시보
3. 미국은 “엿이나 먹어라”, 조선은 “병진로선 재고할 수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4일 두 편의 대담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을 예고하기 이틀 전인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에 특별한 논평을 발표하여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제면 어리석은 과욕과 망상에서 깨여나겠는가’라는 제목의 그 논평은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이다. 제목만 읽어봐도,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필형식을 보면, 그 논평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이 쓴 글이지만, 글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 논평은 미국연구소 소장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조선 외무성의 견해를 표명한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가 자기 견해를 공식문건으로 발표하지 않고 개별인사의 논평형식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미국에게 퍼붓는 신랄한 비판이 가득한 그 논평은 조선이 비핵화를 실행하고 미국이 그것을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생떼질하는 미국의 태도를 “체질화된 강박증세”이고, “탈선”이며, “기가 막힌 일”이고, “본말을 전도하는 여론오도책동”이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의 고집불통에 우리의 중학생들마저 너무나 어이없어 <엿이나 먹어라>한다”고 조롱하였다.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이 미국을 그처럼 직설적인 언어로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논평에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에게 보내는 심각한 경고다. 그 논평 중에서 미국에게 경고한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주동적이고 선의적인 조치로서 미국에게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조건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옮기면 옮겼지 우리의 움직임은 1mm도 없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로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여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여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로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생략) 오늘의 과도한 욕심과 편견된 시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미국은 자신도 해치고 세상도 망쳐놓는 참담한 미래와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보고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고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이 실현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천명하였다. 그런데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논평은 대조선적대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오만하게 행동하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병진’이라는 말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뜻하므로,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는 말은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핵무력건설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만일 최악의 경우 조선이 대미협상을 중단하고 ‘병진로선’으로 돌아서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완전히 파탄될 것이며,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국가안보위기 속으로 다시 휘말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평에 ‘병진’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다시 등장시킨 것 자체가 미국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위에 인용된 논평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한,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설령 조선이 상상을 초월한 아량을 베풀어 미국의 고위급회담 요구를 받아주고, 그에 따라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렸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회담은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다가 막을 내렸을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려고 멀리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뉴욕까지 행차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조선은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고위급회담 개최를 졸라대는 미국의 허튼 수작을 무시해버리고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4. 분노한 조선이 징벌의 채찍을 쳐들었다
미국 국무부가 뉴욕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던 2018년 11월 7일 로씨야(러시아)는 이튿날 유엔안보리 비공개회의를 긴급히 소집할 것을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에게 요구하였다. 그 요구에 따라 2018년 11월 8일 유엔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그 회의에서 세르게이 키슬략(Sergey I. Kislyak) 유엔주재 로씨야대사는 조선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대조선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니끼 헤일리는 세르게이 키슬략의 견해를 반대하였다. 만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키슬략 유엔주재 로씨야대사의 견해를 반대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정치사기극은 연출되지 않을 수 있었겠으나, 니끼 헤일리는 유엔안보리 회의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푼수 없이 가벼운 입을 놀리며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고 다음과 같은 거짓말 연기를 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조선에게) 많은 당근을 주었다. 우리는 (조선에 대한) 채찍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미관계를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라는 비유로 묘사한 것부터 조선을 모독하는 허위선전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말을 부려먹는 마차운전수는 미국이고, 그에게서 혹사당하는 말은 조선이라는 뜻이니, 조선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니끼 헤일리는 유엔무대에서 외교활동은 제쳐두고, 어설픈 사기극에 출연하여 다른 나라를 모독하는 악담패설의 주인공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니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대조선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속이고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허위선전을 늘어놓는 장면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그녀는 2018년 11월 8일에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았다. 그녀는 기자회견 중에 당근과 채찍의 비유를 들면서 조선을 모독하였고, 미국이 조선에게 많은 보상을 주었으며, 조선에 대한 징벌을 계속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상황은 그런 악담패설, 허위선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녀는 미국이 지금까지 조선에 ‘많은 보상’을 주었다고 떠들어댔지만, 미국이 조선에게 준 것은 ‘많은 보상’이 아니라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밖에 없다. 2012년 10월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미국이 공화국북반부에 끼친 피해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이후 2012년까지 60년 동안 미국이 조선에게 입힌 인적, 물적 피해는 총 64조9,598억5,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이 조선을 계속 ‘징벌’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이것 또한 생판으로 우겨댄 거짓말이다. 미국이 6.25전쟁 시기부터 감행한 대조선제재는 470여 건이나 되기 때문에, 자기들도 무슨 제재를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데, 그 가운데서 트럼프 행정부가 감행한 대조선독자제재는 240건이나 된다. 이런 수량지표만 놓고 보면, 지금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면서 조선을 ‘징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수량지표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전례 없는 제재”를 받고 있는 조선의 국가경제는 대폭 위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였다고 발표한 이후, 조선의 국가경제는 위축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10월 14일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연구사가 일본 <교도통신>과 대담하면서 밝힌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조선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전년 대비 3.7%였다. 조선의 2016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전년 대비 3.9%였다. 그에 비해, 한국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2.7%였고, 일본 1.2%, 로씨야 1.4%, 도이췰란드 1.6%, 영국 2.0%, 미국 2.3%, 중국 6.6%였다. 이런 사실은 조선의 국가경제가 고속성장기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국가경제를 자본주의세계시장과 완전히 단절시키고, 자립경제의 자력갱생-자급자족 수준을 사상 최고로 높였다. 최근 조선의 언론보도들을 읽어보면, 조선의 국가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제조기술, 원료, 자재, 설비, 부품을 95% 이상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과 더불어 자력갱생-자급자족을 완성한 것은 미국의 대조선제재를 물거품처럼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힘의 원천으로 된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리며 그 무슨 ‘최대압박’이니 ‘채찍’이니 떠들어대는 것은 조선 국가경제의 비약적인 고도성장 앞에서 저 혼자 헛소리를 내지르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을 늘어놓는 데서 니끼 헤일리에 뒤지지 않는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은 2018년 11월 9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전례 없는 압박”을 계속 들이대고 있다고 떠들었지만, 조선이 압박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제국의 위신’을 차리기 위한 허위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은 미국의 허위선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미관계에서 ‘징벌의 채찍’을 틀어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국의 위신’을 내려놓고 거듭 구걸해오는 조미협상을 일절 거부하고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를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다. 더욱이 조선은 미국이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으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선행조치부터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징벌의 채찍’을 가하는 중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고 압박하는 까닭은 그 제재가 조선의 국가경제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제재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한 조미관계개선을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명백하게도,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다.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대조선전쟁연습과 더불어 대조선적대정책을 집약적으로 응축시킨 적대행위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해놓고, 대조선제재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조금도 변경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치졸한 위약행위이다. 만일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와중에 조미관계개선을 실현하기 위한 조미협상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이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에게 우선 대조선제재 완화조치부터 실행하여 신뢰를 쌓고 관계를 개선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런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면서, 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적대정책에 여전히 매달리는 판이므로, 조미정상회담을 열 번 이고 스무 번이고 거듭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조선이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댄 니끼 헤일리의 발언도 치졸한 허위선전이다. 조선은 이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완전히 중단했고,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을 폭파하여 폐기하였으며, 폐기현장에 대한 사찰을 허용할 용의를 표명하였고, 서해위성발사장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도 폐쇄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만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를 폐기하고, 현장사찰을 허용할 용의까지 표명하였다. 조선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 핵동결조치들을 연속 취해왔는데,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댔으니 그처럼 새빨간 거짓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조미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는데, “조선의 입장은 조선이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5.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가?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진행한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우리는 북조선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2019년 초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은 그의 개인적 희망을 말한 것이지 어떤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말할 것은 아니다. 그가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제재 완화를 실행하라는 대통령 행정명령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열리지 않게 되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에 “나는 (조미협상을)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를 게 전혀 없다”는 말을 무려 일곱 차례나 연신 늘어놓으며 짐짓 태연자약한 척했지만, 그것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건져내려는 수작이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2018년 10월 31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평화연구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중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진행자의 물음에 답변하면서 “긴급성으로 보자면(in terms of urgency)” 조선의 핵프로그램과 미사일프로그램이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고, 매티스 국방장관은 긴급하다고 말했으므로, 두 사람 중에 누가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 분명하다. 누가 허위사실을 말했는지를 판별하려면,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1월 초까지 기간에 조미관계에서 일어났던 긴박한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회견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조미관계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조미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기 위해 짐짓 태연자약한 척하는 수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수소탄기폭시험에 성공하고, 곧이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마침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던 2017년 하반기에 미국은 사상 최악의 국가안보파탄위기에 빠져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2017년 12월 말 스웨리예(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 조건 없는 조미협상을 시작하자고 조선에게 다급히 제의하였다. 하지만 조선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하자 조바심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다급한 김에 각료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단독으로 조미정상회담을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2018년 1월 8일 팜페오-서훈-김영철로 이어지는 비공개연락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긴급히 제의하였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악관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보고 기절초풍할 정도로 안보충격을 받았으므로, 머지않아 정상회담을 황급히 제의해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그처럼 긴급히 제의해온 정상회담을 수락하였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미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은 오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동시적-등가적-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원칙을 외면하고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린 것이다. 그래서 조선은 ‘징벌의 채찍’을 들고 미국의 조미협상제의를 계속 거부해오면서 급기야 ‘병진로선’을 재고할 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언사까지 꺼내든 것이다. 이것은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이 생떼질을 하는 미국을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서두를 게 없다는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진 모습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존 볼턴(John R.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 있는 알렉산더 해밀턴 협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지금 미국은 북조선과 까다로운 과정에 진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의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고,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조선이 ‘병진로선’을 재고하기 전에 미국이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파국이냐 협상이냐 하는 밑모를 수렁에 깊이 빠져버린 것도 모르고, 여전히 대조선적대정책에 매달려 기회를 놓쳐버리는 전략적 오판에서 한시바삐 벗어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 중단된 조미협상을 진전궤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다. 백악관이 파국과 협상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시간은 촉박하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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