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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337] 트럼프의 저급한 거래수법은 통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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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3-04 18:3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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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337] 트럼프의 저급한 거래수법은 통할 리 없었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자주시보

<차례>

1. 사전에 회담결렬씨나리오 구상했던 두 사람

2. 전례 없이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비핵화방안

3. 최상의 해법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4. 미리 준비된 역제안, 무엇을 노렸을까? 

5. 저급한 거래수법이 안겨준 자업자득의 내상

 

 

1. 사전에 회담결렬씨나리오 구상했던 두 사람

 

8천만 우리 겨레의 지지와 성원을 받으며, 세계 인민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웰남사회주의공화국 수도 하노이에서 2019년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1박2일 동안 진행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하고 끝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까닭은, 그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2월 21일부터 4박5일 동안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사전실무협상에서 정상회담 마지막 일정에 채택, 발표될 공동성명 초안이 쌍방의 원만한 합의에 의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사전실무협상에서 공동성명 초안이 합의된 것은 본회담이 99% 성공할 것임을 예고하는 좋은 징조이므로,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무르익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채 회담을 끝마쳤다. 회담결렬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켰는가? 두말할 나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그 회담을 결렬시켰다.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필리핀 마닐라로 떠난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전용기 안에서 진행된 약식기자회견 중에 취재기자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서명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대통령이 그런 결정(회담결렬결정을 뜻함-옮긴이)을 내렸다”고 답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즉흥적으로 회담을 결렬시킨 것이 아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에 팜페오 국무장관과 함께 여러 가지 회담씨나리오를 준비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회담결렬씨나리오도 있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서술할 필요가 있다. 

 

(1) 2019년 2월 25일 쎄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자기들에게 하노이 정상회담에 관한 여러 가지 씨나리오를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였다고 말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 정상과 회담을 진행하기 전에 회담씨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회담씨나리오에 대한 조언을 제3국에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씨나리오와 관련하여 미국이 매우 이례적으로 제3국에 조언을 요청한 것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회담을 치밀하게 준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2월 28일 윁남사회주의공화국 수도 하노이에 있는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 둘째날 확대정상회담 장면이다. 바로 이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정오에 끝마치고 오찬을 함께 하기로 예정되었던 회담일정을 1시간 이상 뒤로 미루면서 강도 높은 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였다. 8천만 우리 겨레의 지지와 성원을 받으며, 세계 인민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진행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하고 끝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까닭은, 그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2월 21일부터 4박5일 동안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사전실무협상에서 정상회담 마지막 일정에 채택, 발표될 공동성명 초안이 쌍방의 원만한 합의에 의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이 작성한 몇 가지 하노이 정상회담 씨나리오들 가운데는 그 회담을 결렬시키는 부정적인 씨나리오도 있었다.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필리핀 마닐라로 떠난 팜페오 국무장관은 전용기 안에서 진행된 약식기자회견 중에 “(하노이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작업을 많이 하였다. 우리는 그런 결과(회담결렬을 뜻함-옮긴이)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비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2)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19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취재기자들에게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내 시간표는 촉박하지 않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월 20일 “나는 이번 회담이 마지막 회담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월 24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전국주지사협의회 만찬에서 연설하는 중에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누구도 서두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단독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모두발언에서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서너 차례 반복하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조미협상을 신중하게, 차근차근 진행하려고 한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해석하였다. 하지만 그의 진짜 속셈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키려는 데 있었다. 그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복적으로 되뇌었던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에 담긴 진의는 정상회담을 한 번쯤 결렬시켜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3) 2019년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현지에서 진행된 공식기자회견 중에 “우리는 실제로 문서들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그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무슨 뜻인가? 하노이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실무협상에서 마련한 공동성명 초안을 받아보았지만, 공동성명 초안에 들어있지 않은 또 다른 문제를 정상회담 중에 갑자기 제기하여 정상회담을 결렬시켰다는 뜻이다. 

 

(4)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결방안을 자신에게 제기할 것이라는 사실을 하노이 정상회담 전부터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할 해결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역제안을 제기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제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회담을 결렬시키겠다는 결심을 안고 회담장에 들어섰다. (이 문제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므로, 아래에서 자세히 분석, 고찰한다.)  

 

 

2. 전례 없이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비핵화방안

 

하노이 정상회담 사전실무협상에서 마련된 공동성명 초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2019년 2월 16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봑스(Vox)는 당시 하노이 정상회담 준비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익명의 소식통 3명으로부터 전해들은, 정상회담 공동성명 초안에 담길 세 가지 조항을 보도한 바 있다. 

 

제1항 - 조선과 미국은 코리아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선언을 채택한다. 조선은 코리아전쟁 중에 사망하여 조선영토에 묻혀있는 미국군 유골을 추가로 발굴하여 미국에 송환한다.

 

제2항 - 조선과 미국은 관계정상화의 첫 조치로, 자국 수도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  

 

제3항 - 조선은 녕변핵시설을 중단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 가운데 남북경제협력에 관련된 제재조치를 해제한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조항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은 제3항이다. 두 정상은 제1항과 제2항은 쉽게 합의하였지만, 제3항은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합의하지 못한 제3항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쇄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들 가운데 인민경제에 관한 제재조치들을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사전실무협상에서 최종적으로 조율을 마친 공동성명 초안의 제3항이 어떤 문장으로 서술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노이에서 사전실무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은 조선이 녕변핵개발단지 전체를 폐쇄하지 않고 일부만 폐쇄하겠다고 할까봐 우려하였고, 외부로부터 폐쇄현장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겠다고 할까봐 우려하였으며, 폐쇄작업에 외부 기술자들을 참여시키지 않고 조선 기술자들끼리 폐쇄하겠다고 할까봐 우려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우려는 기우였다. 리용호 외무상은 2019년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중에 미국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였음을 말해주는 중대한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였다. 그의 기자회견 발언에 따르면,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비핵화방안은 “녕변지구의 플루토니움과 우라니움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이다. 

 

조선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위와 같은 비핵화방안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획기적이며 파격적이다. 전례와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2007년 2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최종조치’에 담긴 비핵화방안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녕변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을 복귀하도록 초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비핵화방안에는 녕변핵시설단지 전체를 폐쇄한다고 명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폐쇄작업도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하는지 아니면 조선이 단독으로 하는지 명시되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단독으로 폐쇄하면, 미국이 나중에 사찰, 검증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런 과거의 비핵화방안과 비교하면, 이번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조선이 제시한 비핵화방안은 조선과 미국의 핵기술자들이 미국 전문가의 입회하에 녕변핵시설단지 전체를 완전히, 영구히 폐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런 비핵화방안이 실행되면, 미국이 나중에 사찰, 검증할 필요조차 없게 될 것이다. 아주 완벽한 비핵화방안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하노이 정상회담 둘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정상회담을 마치고 오전 9시 35분 회담장으로 사용된 호텔의 정원에서 환담을 나누며 산책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대식물들이 꽃과 잎새를 펼친 정원산책로를 걸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다. 정원산책과 환담은 약 5분 동안 이어졌다. 이때까지만해도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두 정상은 산책과 환담을 마치고 회담장으로 들어가 예정에 없던 짤막한 회담을 진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번에 조선이 전체적으로, 완전히, 영구히 폐쇄하겠다고 미국에게 제의한 녕변핵시설단지는 900만㎡ 부지에 각종 핵시설이 들어있는 건물 390여 동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핵개발단지다. 한국군 정보당국과 국정원의 분석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2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녕변핵개발단지건설에 7억~8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조선은 녕변핵개발단지건설에 그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였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의의는 녕변핵개발단지가 장장 40여 년에 이르는 조선의 국가핵무력건설과정에서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핵심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은 가장 중요한 국가핵심시설을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폐쇄하고, 잠정적으로가 아니라 영구적으로 폐쇄하고, 불완전하게가 아니라 완전하게 폐쇄할 뿐 아니라,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폐쇄방법까지 제시하여 외부에서 제기하는 우려와 의심을 모두 가셔주겠다고 제안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비핵화방안이다. 그런 까닭에 리용호 외무상은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것(녕변핵개발단지폐쇄방안을 뜻함-옮긴이)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조치”라고 언명하였던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문제와 관련하여 참으로 대범하고 통이 큰 결단을 내렸다. 그처럼 대범하고 통이 큰 결단은 세계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은 8천만 겨레가 기대하는 좋은 결실을 안아오려는 성의의 발현이었으며, 비핵화의지의 표출이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비핵화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2019년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남측 취재기자들과 만나 약식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중에 “녕변에 대해서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깨끗하게 폐기할 립장을 내놨지만, 잘못된 화답이 왔기 때문에 이게 아니라,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모든 성의를 가지고 우리 딴에는 최상의 안을 내놨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3. 최상의 해법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사전실무협상에서 마련되었으나, 본회담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공동성명 초안의 제3항에는 미국의 상응조치도 들어있었다. 미국의 상응조치는, 조선이 녕변핵개발단지 전체를 완전히, 영구히 폐쇄하는 비핵화조치에 상응하여 미국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 가운데서 인민경제와 관련된 제재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2017년에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이중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를테면, 미국의 독자제재와 유엔안보리의 국제제재에 해당하는 구조도 있고, 군사부문에 대한 제재와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에 해당하는 구조도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조선제재를 한꺼번에 전부 해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제재해제도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한 것은, 미국의 대조선독자제재와 유엔안보리 대조선국제제재를 모두 해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유엔안보리 대조선국제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었고, 군사부문에 대한 제재와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를 모두 해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협상반대파들로부터 강한 견제와 감시를 받고 있으므로, 미국의 대조선독자제재부터 먼저 해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제하기 쉬운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부터 해제하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군사부문에 대한 제재를 먼저 해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부터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하였다.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는 모두 11건이고, 미국의 독자적인 대조선재재조치는 470여 건이나 된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중에서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조치 5건만 해제하라고 요구하였다. 참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제를 요구한 5건의 제재조치는 유엔안보리가 조선의 지하핵시험과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발동한 조치들이다. 조선은 지하핵시험과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를 이미 400여 일 전에 전면 중단하였을 뿐 아니라, 리용호 외무상이 3월 1일에 진행한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로케트시험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이 핵시험과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를 영구히 중단했으므로, 조선의 핵시험과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조치도 등가교환원칙에 따라 해제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등가교환은 누구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의 부분적 해제를 요구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정당한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분적 해제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줄 수 없는 역제안을 꺼내놓고 고의적으로 난관을 조성하였다. 협상과정에 난관을 조성하여 회담을 결렬시키려는 음모가 끝내 발동된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이 3월 1일 기자회견 중에 밝힌 바에 따르면, “회담과정에 미국측은 녕변지구핵시설폐기조치 이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역제안을 제기하고 그것을 끝까지 주장하여 회담을 결렬시켰음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역제안을 꺼내놓은 것이 즉흥적인 행동이 아니라 계획적인 행동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2월 27일 하노이 정상회담 첫째날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진행된 상봉식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첫째날 단독정상회담을 마치고 만찬을 나누는 장면이다. 조선과 미국의 대등한 협상원칙은 그날 만찬에 차려진 음식에도 적용되었는데, 조선음식과 미국음식이 각각 절반씩 만찬에 나왔다. 이튿날 오전 확대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엔안보리 대조선재재조치 가운데 인민경제에 관한 제재를 해제하라는 부분적 해제를 요구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정당한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당한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줄 수 없는 역제안을 꺼내놓고 고의적으로 난관을 조성하였다. 협상과정에 난관을 조성하여 회담을 회담을 결렬시키려는 음모가 끝내 발동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녕변핵개발단지폐쇄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현지에서 진행된 공식기자회견에서 “마익(팜페오 국무장관을 지칭-옮긴이)과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그 문제를 논의하고 협상하였다”고 말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녕변핵개발단지폐쇄방안에 대응할 역제안을 사전에 준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필리핀 마닐라로 떠난 팜페오 국무장관은 전용기 안에서 진행된 약식기자회견 중에 “우리는 심지어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희망적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희망적이었다고 말한 오늘 아침은 하노이 정상회담 단독회담이 진행된 시점을 뜻한다. 그러므로 단독회담까지는 난관이 조성되지 않았는데, 단독회담 이후에 열린 확대회담에서 난관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단독회담에서는 역제안을 제기하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다가, 확대회담에서 역제안을 꺼내놓고 고의적으로 난관을 조성하는 수법으로 회담을 결렬시켰음을 알 수 있다.    

 

(3) 트럼프 대통령이 확대회담에서 꺼내놓은 역제안은 그가 즉흥적인 발상으로 제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비밀정보에 관련된 역제안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현지에서 진행된 공식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빗 쌩어와 주고받은 다음과 같은 질의응답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 “우리는 그 이상의 것(녕변핵개발단지폐쇄 이상의 것을 뜻함-옮긴이)을 (조선측에 요구)해야 하였다. 언론매체들이 이야기하지 않고, 서술하지도 않았으나 우리가 발견한 다른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조선측에 요구)해야 하였다.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것, 우리는 그것을 (조선측에 요구)해야 하였다. 

 

쌩어 - “제2우라늄농축시설이 포함되나?”

트럼프 - “그렇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알았다는 것에 대해 그들이 놀랐을 것으로 생각되는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질의응답에서 늘어놓은 두서없는 답변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녕변핵개발단지폐쇄방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되자, 조선의 우라늄농축과 관련된 또 다른 시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시설을 녕변핵개발단지와 함께 폐쇄해야 한다는 역제안을 꺼내놓았다.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껏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우라늄농축관련시설에 관한 비밀정보를 국가정보기관들로부터 보고받았다. 그리고 그는 그 비밀정보를 가지고 회담결렬씨나리오를 구상하였다. 그리고 그런 씨나리오에 따라 하노이 정상회담 중에 녕변핵개발단지와 함께 비공개우라늄관련시설도 폐쇄해야 한다는 역제안을 꺼내놓은 것이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4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지구공간정보국(NGIA) 국장 로벗 카딜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각료들이 매일정보보고에서 특별히 조선에 관한 정보를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첩보위성을 비롯한 최신첩보장비들을 동원하여 파악한 조선에 관한 정보가 매일정보보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하였다. 카딜로 국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에게 제출되는 매일정보보고에서 조선에 관한 정보가 두 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싱가폴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러했으므로, 올해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그러했을 것이다. 

 

 

4. 미리 준비된 역제안, 무엇을 노렸을까?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일 공식기자회견 중에 언급한 조선의 비공개우라늄관련시설은 1개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공식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장소들(sites)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보통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알고 있다는 조선의 비공개우라늄관련시설은 무엇일까?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의 정보보고를 읽어본 트럼프 행정부 관리 5명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6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2018년 상반기 몇 달 동안 몇 군데 비밀장소에서 핵무기제조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생산을 다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핵무기제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려면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우라늄농축공장을 건설해야 한다. 원심분리기 1천 기를 설치한 우라늄농축공장을 1년 동안 가동하면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데, 600㎡의 크지 않은 건물만 있으면, 원심분리기 1천 기를 들여놓을 수 있다. 만일 조선이 그런 소규모 지하공장을 10개소만 가동해도, 해마다 핵무기를 10개씩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되는 것이다. 조선은 원심분리기 1천 기를 설치한 소규모 우라늄농축시설들을 지하화하고, 전국적으로 분산시켜 건설하였으므로, 그런 지하시설들이 얼마나 많은지 미국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미국은 조선이 핵물질생산을 중단하였다고 발표하면, 그 발표를 믿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조선의 비핵화는 검증이 아니라 조선과 미국의 신뢰관계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조선의 지하우라늄농축공장 2~3개소를 거론하면서, 녕변핵개발단지와 함께 그 공장들도 폐쇄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들 가운데 인민경제에 관한 제재조치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고 역제안하였다면, 회담은 결렬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많은 지하우라늄농축공장들 가운데서 2~3개소를 폐쇄하더라도 농축우라늄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제안을 받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핵심시설인 녕변핵개발단지 전체를 완전히 폐쇄하려고 결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어서 소규모 지하우라늄농축공장 2~3개소를 덤으로 폐쇄하는 것은 전혀 문제로 되지 않는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놓은 역제안은 녕변핵개발단지와 함께 지하우라늄농축공장 2~3개소를 폐쇄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하노이 정상회담 둘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정원에서 환담을 나누며 산책한 뒤에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직전인 오전 9시 40분경 김영철 부위원장과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을 각각 동석시킨 가운데 예정에 없던 회담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이 긴급회담은 약 4분 동안 진행되었다. 이 짤막한 긴급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예정에 없던 긴급회담을 진행한 것부터 심상치 않았으며, 바로 그때부터 회담분위기는 차츰 긴장되기 시작하였다. 예정에 없던 긴급회담을 마치고,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가서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하였는데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오전 11시 55분에 예정되었던 오찬과 오후 2시 5분에 예정되었던 공동성명 서명식이 모두 취소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놓은 역제안에서 녕변핵개발단지와 함께 폐쇄대상으로 지목한 것이 지하우라늄농축공장이 아니라면, 그가 지목한 폐쇄대상은 농축우라늄생산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떤 다른 공장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조선의 농축우라늄생산을 중단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도는 우라늄정련공장을 폐쇄시키는 것이다. 우라늄정련공장이 폐쇄되면,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서 녕변핵개발단지와 함께 우라늄정련공장을 폐쇄하는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들 가운데서 인민경제에 관한 제재조치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받아주겠다는 역제안을 꺼내놓았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우라늄정련공장은 어디에 있을까? 1992년 조선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황해북도 평산군과 평안북도 박천군에 우라늄정련공장이 각각 있다고 한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평산우라늄정련공장과 박천우라늄정련공장을 각각 방문한 바 있다. 우라늄정련공장은 우라늄광산에서 채취한 우라늄원광을 화학적 여과과정(정련)을 거쳐 우라늄농축분말로 만드는 곳이다. 노란색 분말상태로 추출되는 산화우라늄(urania)이 바로 우라늄농축분말인데, 노란떡(yellowcake)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조선이 연간 20만t 정련능력을 가진 대규모 우라늄정련공장을 황해북도 평산에 건설하였던 때는 1990년이다. 그 공장에서 생산되는 산화우라늄은 경수로 연료나 우라늄핵탄제조에만 사용되는 핵물질인데, 1990년대 조선에는 경수로가 없었으므로, 생산된 산화우라늄은 우라늄핵탄을 제조하기 위한 핵물질이었다.  

 

2015년 8월 12일 미국의 온라인매체 39노스(North)에 실린 위성사진분석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2013년에 평산우라늄정련공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벌였다고 한다. 연간 정련능력이 20만t인 공장을 확장하였으니, 산화우라늄생산량이 대폭 증대된 것이 분명하다. 평산우라늄정련공장과 박천우라늄정련공장에서 우라늄원광 40만t이 해마다 정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두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산화우라늄을 생산하는지 알 수 없고, 더욱이 우라늄핵탄 1개를 만들려면 우라늄농축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산화우라늄을 고순도로 농축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지만, 조선이 고농축우라늄을 매우 방대한 규모로 생산해왔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조선이 원심분리기를 제작하여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기 시작한 때는 2000년이므로, 지난 18년 동안 소규모 지하우라늄농축공장 10개소를 가동하여 해마다 핵무기를 10개씩 만들었다고 가정하면, 2019년 3월 현재 조선은 우라늄핵탄 180개를 보유하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거기에 더하여 녕변핵시설단지에서 생산되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사용하여 제작된 플루토늄핵탄도 20개 보유하였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조선의 핵무기보유량을 200개 이상으로 추산하는 근거다.  

 

위에 열거한 내용은 미국의 가슴을 옥죄는 고통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녕변핵개발단지와 함께 우라늄정련공장도 폐쇄하는 역제안을 꺼내놓았던 것이다. 

 

 

5. 저급한 거래수법이 안겨준 자업자득의 내상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제안을 받아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녕변핵개발단지 이외의 핵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앞으로 열릴 제3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다음 단계의 비핵화조치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에 채택, 발표한 9.19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명시되었는데, 이것은 조선의 비핵화조치가 녕변핵개발단지를 폐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다음 단계에서 다른 핵시설을 폐쇄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녕변핵시설단지를 폐쇄한 이후 다음 단계에서 취해질 비핵화조치는 우라늄정련공장들을 폐쇄하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녕변핵시설단지를 폐쇄하는 것은 플루토늄생산을 중단하는 비핵화조치이고, 다음 단계에서 우라늄정련공장들을 폐쇄하는 것은 우라늄생산을 중단하는 비핵화조치이다. 플루토늄생산과 우라늄생산이 모두 중단되면,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못하는 비핵화조치(핵동결)가 완료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를 폐쇄한 이후 우라늄정련공장들까지 폐쇄하여 핵물질생산을 완전히 중단하는 최종적인 비핵화조치를 실행하려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고 한반도 핵우산을 철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제안을 받아줄 수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리용호 외무상은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회담과정에 미국측은 녕변지구핵시설폐기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언명하였다. 그는 미국이 조선의 부분적인 제재해제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는데, 그것은 외교적 표현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부분적인 제재해제요구를 받아들 수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해둔 역제안,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없는 역제안을 꺼내놓아 회담을 고의적으로 결렬시켰던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부분적인 제재해제요구를 왜 받아들일 수 없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현지에서 진행된 공식기자회견에서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수준(녕변핵개발단지폐쇄를 뜻함-옮긴이) 이상을 (조선측에 요구)해야 하였다. 만일 우리가 한 가지 수준만 (조선측에 요구)한다면,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해오던 (조미협상의) 모든 지렛대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조선제재는 조미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유지해주는 협상의 지렛대이므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대조선재재를 해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의 지렛대를 전부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두 나라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두 나라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조건, 다시 말해서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만 해제하라는 최소한의 요구마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커다란 실책이었다. 실책은 언제나 오판에서 나오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지렛대를 포기할 수 없다는 한 가지 사실에만 골몰한 나머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를 부분적으로 해제하지 않으면, 조미협상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더 중대한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하노이 확대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 밖 복도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비록 회담은 결렬되었지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작별하였다. 아마 이 사진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조미협상의 앞길에 대해 우려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미심장한 미소는 조미협상이 머지 않아 반드시 재개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소 속에는 곡절도 많고 난관도 많은 조미협상을 여기서 끝내지 않고 머지 않아 다시 재개하려는 강렬한 의지가 담겨있고, 저급한 상거래수법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오판과 실수를 깨닫고 바른 길로 돌아서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협상원칙을 깨닫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3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기까지 아마 3~4개월 걸릴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최선희 부상이 3월 1일 기자회견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미국식 계산법”이라고 지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부동산재벌총수로 사업하면서 써먹었던 상거래계산법이다. 상거래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이 제기되는 경우, 실거래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불러 난관을 조성하면서 거래를 중지시키는 수법을 쓰는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그런 상거래수법으로 회담을 결렬시킨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차원이 완전히 다른 정치협상과 상업협상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상업협상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상거래수법이 통할 수 있지만, 정치협상에서는 그런 저급한 거래수법이 통할 리 없다. 더욱이 협상원칙을 중시하고 고수하는 조선에게 그런 저급한 거래수법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였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협상과 상업협상을 혼동하는 바람에 자기에게 다가온 결정적인 해결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리용호 외무상은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고, 그 기자회견에 동석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이런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3월 1일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비핵화로의 려정에는 반드시 이런 첫 단계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량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립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확언하였다. 

 

이번에 결정적인 해결기회를 놓친 트럼프 대통령은 자업자득의 내상을 입었다. 체면을 차려야 하기에 내색을 할 수 없는 그는 내상의 쓰라림을 고스란히 견디는 수밖에 없다. 비록 자업자득의 내상을 입었으나 조미협상을 포기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아니 조미협상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가 정치협상원칙을 깨닫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3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기까지 아마 3~4개월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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