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298 -1>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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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5-07 20:1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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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30일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이 역사적인 장면은 2018년 4월 26일 쌔라 허커비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자기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사진이다. 접견장소가 어디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방북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가 아니라, 배경에 보이는 벽면장식을 보면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묵는 초대소인 듯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개벽예감 298-1>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 자주시보
<차례>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밀사를 격찬한 까닭
2.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밀사를 격찬한 까닭
일본 언론매체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밀사로 평양에 파견된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당시 중앙정보국장)을 2018년 3월 30일과 31일 접견한 자리에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왜 그를 격찬했는지 당시에는 알 수 없었으나, 나중에 몇 가지 추가정보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까닭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의 배짱을 격찬한 것이 아니었다. 팜페오 밀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격찬할 만한 대단한 배짱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다가 밀사의 중책을 맡았고, 중앙정보국장에서 국무장관으로 승진한 심복관료에 불과하다. 팜페오 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를 받고,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었다.
극비로 진행된 밀사파견 및 밀사접견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언론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에 관해 전한 보도기사들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1>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은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과 경이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것부터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이었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 2018년 4월 26일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보내면서도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예상을 뒤집고 그를 1시간 이상 접견하였다고 하면서,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극찬하였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동아일보> 2018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에게 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꺼내놓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요구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였던 백악관은 너무도 파격적이고, 대범한 해결책을 받아 안고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상봉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밀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이고 대범한 해결책을 전달받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2018년 4월 18일 “조미정상회담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 우리는 모든 게 해결되길 바란다. 아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4월 12일에는 조미정상회담이 “아주 멋질 것(it will be terrific)”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4월 2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개방적(very open)”이고, “매우 존경할 만하다(very honorable)”고 칭송하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팜페오 밀사가 평양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간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단계 비핵화조치(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 가운데서 제1단계인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였다. <로동신문> 2018년 4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는 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 핵시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언명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단계 비핵화조치를 짧은 기간에 급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실무급 조미회담부터 개최하도록 지시하였다. <아사히신붕>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 당국자와 미국 핵전문가 등 3명이 2018년 4월 하순부터 약 1주일 동안 조선을 비밀리에 방문하였다고 한다.
(3) 4단계 비핵화조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신고다. 핵신고는 핵물질, 핵무기, 핵무기운반수단을 얼마나 보유하였으며, 핵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 신고하는 것이다. 핵신고에 의거하여 핵폐기의 범위와 방식, 핵사찰의 범위와 방식이 정해진다.
주목되는 문제는, 핵신고조치가 전적으로 조선의 재량권에 속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조선이 핵신고를 제대로 하였는지를 사찰하지 못하고, 조선의 핵신고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조선이 핵물질, 핵무기. 핵무기운반수단을 은닉했는지 또는 은닉하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으며, 의심스러운 대상들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사찰할 수도 없다. 미국은 조선이 신고하지 않은 대상들에 대해서는 핵사찰을 할 수 없고, 조선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핵사찰을 할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이 자율적으로 신고한 범위에 한정되는 비핵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8년 5월 2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자신의 취임선서에서 “우리는 북조선 대량살상무기프로그램의 영구적이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해체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종래의 용어를 영구적인 비핵화(permanent denuclearization)라는 새로운 용어로 바꾼 까닭은, 조선이 자율적으로 신고한 범위에 한정되는 비핵화가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선이 앞으로 단행하게 될 비핵화가 완전한지 불완전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비핵화가 영구화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백악관의 난감한 처지가 영구적인 비핵화라는 새로운 용어에서 드러나 보인다.
조선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면 굴복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가지 점에서 그런 우려는 기우다. 첫째,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 비핵화의 범위와 방식을 결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조선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굴복이 아니다. 둘째, 조선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주면서 비핵화보다 더 중대하고 결정적인 요구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것이므로, 조선은 승리한 협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통속적으로 표현하면, 조선은 미국에게 네 개(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를 주고, 열 개를 받아낼 것이다.
(4) 조선이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열 개는 무엇일까?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와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할 것, 한미합동군사연습에 핵전략자산을 투입하지 말 것, 재래식 무기 및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것,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 조선과 국교를 수립할 것, 대조선제재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조선은 미국으로부터 열 개를 받아내야 하는데, 위에 열거한 것은 여섯 개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하지 않는 네 개를 손꼽으면, 대조선적대정책 폐기,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주한미국군 철수, 한미동맹 포기다. 여기에 열거한 네 가지 사안들은 조선이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목적으로 제시해온 것이며, 1970년대 이후 미국에게 끊임없이 제기해온 가장 중대한 요구들이다. <사진 2>
그처럼 중대한 네 가지 요구들은 결국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로 수렴된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한미합동군사연습도 자연히 중지될 것이고,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사문화되어 한미동맹이 해체될 것이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도 폐기될 것이므로, 철군문제로 수렴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국가안보문제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문제는 물론이고, 우리 민족의 최대 염원인 한반도 통일문제도 철군문제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와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주한미국군 철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까닭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요구조건이 충족되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미합동군사연습에 핵전략자산을 투입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 및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조선과 국교를 수립하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면, 주한미국군은 존재근거와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며, 한국의 친미세력이 계속주둔을 간청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른 체하면서 철수할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한미국군 철수라는 명시적 요구를 팜페오 밀사에게 제기하지 않고, 주한미국군의 존재근거와 존재가치를 박탈하는 여섯 가지 요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여섯 가지 요구를 받은 팜페오 밀사는 그 여섯 가지 요구가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채, 그 여섯 가지 요구를 순순히 받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팜페오 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에 대해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가리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다.
팜페오 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전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를 받아가는 전달자 노릇만 하였으므로, 아무런 의견도 제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결심을 세웠기 때문이다. 팜페오 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철군결심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다.
2.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결심을 세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받기 전에, 철군을 결심하였음을 말해주는 몇 가지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미국 언론매체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한창 긴장이 고조되었던 때,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에서 미국군 가족들을 철수시키는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존 켈리(John F. Kelly) 비서실장은 “그렇게 되면 북조선에 대한 군사공격이 임박하였다는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그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만류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명령하였고, 그 명령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당시 태평양사령관에게 하달되었다. 미국 언론매체 <호놀룰루 스타-애드버타이저> 2018년 2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당시 태평양사령관은 2018년 2월 14일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하면서 로벗 브라운(Robert B. Brown) 태평양육군사령관이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 2018년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가족들 가운데서 자원한 100명을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시키고, 거기서 다시 미국 본토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이동시키는, ‘집중통로(Focused Passage)’라는 명칭의 훈련이 2018년 4월 셋째 주에 사상 처음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진 3>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평화분위기가 조성된 마당에 미국이 왜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하는 훈련을 강행하였는지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 훈련은 임박한 한반도 전쟁위험에 대비하여 한국의 미국 민간인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기존 ‘비전투원소개작전(NEO)’을 훈련한 것이 아니라,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한 철수훈련,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때 그 가족들도 함께 철수하는 훈련을 사상 처음 진행한 것이었다.
(2)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결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미국군 전원철수를 명령(ordering the withdrawal of all U.S. troops from the Korean Peninsula)”하려고 하였는데, 존 켈리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이 “열띤 언쟁(heated exchange)”을 벌였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된 날은 2018년 2월 9일이었으므로, 위에 서술된 두 가지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와 주한미국군 가족 철수문제를 백악관 참모들에게 제기하였는데, 켈리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하는 바람에 실행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만류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일본 언론매체 <요미우리신붕> 2018년 5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17일과 1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휴양소에 아베 신조(安培 晋三) 일본 총리를 초청하여 담화하는 중에 그에게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했을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간파한 아베 총리는 당연히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3)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라고 명령하였다.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게 “주한미국군 감군방안(options for drawing down American troops in South Korea)”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 명령은 미국 국방부와 다른 정부기관들의 관리들은 당황케 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그 보도기사가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를 이미 결심(Mr. Trump has been determined to withdraw troops from South Korea)하였으므로”, 감군방안이라는 용어보다는 1단계 철수방안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주한미국군은 한꺼번에 철수하지 않고, 3단계에 걸쳐 철수할 것인데, 단계적 철수과정에서 1단계 철수는 외견상 병력감축과 구분되지 않는다. <사진 4>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매티스 국방장관은, 위의 보도기사가 지적하였듯이 당황하였다. 하지만 켈리 비서실장과 달리 처세술에 능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만류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밀리터리닷컴> 2018년 4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폴란드 국방장관과 회담하기 직전 취재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주한미국군 철수는 “우리가 동맹국들과의 협상에서 논의할 문제의 일부이고, 물론 북조선과의 협상에서도 논의할 문제의 일부다. 지금 나는 그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관한 전제조건들이나 추정은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그 과정을 따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협상의제로 인정한 것이야말로 미국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철군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 것이다.
위에 열거한 언론보도내용을 종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기 훨씬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기로 결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는 2016년 하반기 미국 대선유세 중에도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몇 차례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협상카드로 꺼내놓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4일 백악관 취재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군대는 협상카드가 아니(Troops are not on the table)”라고 말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기하였을 때, 각료들 중에서 켈리 비서실장이 반대하였고, 그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이 철군문제를 놓고 심한 언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민정책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서도 의견충돌을 빚었는데, 갈등이 증폭되자 켈리 비서실장은 제3자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idiot)”라고 욕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에게 불충한 그를 비서실장직에서 사임시키려는 생각을 굳혔으며, 대통령 직권으로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철군계획을 수립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 회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부 보도기사를 “생판 허튼 소리(utter nonsense)”라고 비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기사는 “그 문제의 심의에 관한 설명을 들은 여러 사람들(several people, 미국 국방부 관리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 - 옮긴이)”이 <뉴욕타임스>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해준 것이므로, 추리소설이 아니라 확실한 정보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철군을 은밀히 추진하기 시작한 기밀이 뜻하지 않게 미국 언론에 유출되어 한국과 일본이 충격으로 소란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그런 ‘진화발언’을 늘어놓으며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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