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67] 미국 책들에 훨씬 못 미치는 태영호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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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5-20 04:1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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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467] 미국 책들에 훨씬 못 미치는 태영호의 책
중국시민 : ⓒ 자주시보
영국의 전 외교관 조나단 파월이 현지시간 5월 17일에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당국자들이 모두 ‘화염과 분노’의 PDF본을 읽고 있었다”며 “그들은 책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정보를 토론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한다.
1월에 출간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는 미리 공개한 내용만으로 주문이 폭주했고 백악관이 출간 금지를 요구하니 오히려 판매에 불이 붙어 1주 만에 140만 부가 팔렸다. 책의 내용 중 “10%만 사실이라 해도 문제”라는 미국 독자들의 반응은 트럼프란 인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불안이 얼마나 심각하냐를 보여준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4월 17일에 전 연방조사국 국장 제임스 코미(James Comey)의 책 《더 높은 충성심(A Higher Loyalty)》이 출판되었을 때, 필자는 18일 발표한 정문일침 446편 “갱년기의 미국(?)”(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065§ion=sc51§ion2=)에서 이렇게 썼다.
“기자가 많은 사람들을 취재하여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를 고발한 《화염과 분노》의 판매기록을 갱신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만, 사전의 선전과 쟁론은 《화염과 분노》보다 더 요란했다.”
초판 100만 부를 인쇄한 《더 높은 충성심》은 출간 1주 만에 60만 부가 팔렸다고 알려졌으니 《화염과 분노》 실적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대다수 작가들이 평생 판 저서들의 합계보다도 훨씬 많다.
5월 중순 한국에서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태영호의 증언”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출간 사흘만에 초판 1만 부가 다 팔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 출판상들과 언론들의 상습적인 과장을 일단 젖혀놓고 문자 그대로 믿어주어 사흘 1만 부를 일주일 2만 부로 환산하더라도 판매실적은 트럼프를 다룬 책들의 60만, 140만 첫 주 판매실적과 비기면 너무나도 초라하다. 도서의 미국시장, 영어권 시장과 한글시장, 한국시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수십 대 일 비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언론들이 주목하고 띄우는 내용들은 김정은 위원장 관련부분들이다. 예전 같으면 탈북자들이 뭐라고 주장하던지 믿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질의가 적잖이 나왔다.
《화염과 분노》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는 트럼프를 본 적 있고 또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 명을 인터뷰했다면서 트럼프 측의 비난에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더 높은 충성심》의 저자 코미는 고급 관리로서 트럼프와 직접 접촉했고 급작스레 해임됐으며 또한 연방조사국 책임자로서 많은 서류들을 보았기에 트럼프의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들은 상당한 신빙성을 갖는다.
그들과 달리 태영호 씨는 여러 가지 자료로 알려졌다시피 2016년 8월 망명 전 10년 가량 영국에서 근무했다니까 늦어서 2006년 경에 조선을 떠났다. “후계자 김정운”이 조금씩 거들어진 게 2008년경이고 한동안 지나서야 “청년대장” 이름이 “김정은”으로 확인됐으나 생김새는 또 한동안 지나서야 공개되었다. 한국 언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업시찰 사진에서 곁에 있는 간부를 김정은이라고 지목하는 오보를 낸 적이 있을 지경으로 조선의 보안은 철저했다. 유럽에 있던 태영호 씨가 인간 김정은에 대해 알 기회가 얼마나 되었을까? 그리고 2011년 12월부터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접촉할 기회가 있었던가? 2103년 7월 재개관을 앞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쟁기념관) 화재 때문에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성내고 욕을 했다는 등등은 모두 태영호 씨가 직접 겪은 게 아니다. 태영호 씨가 들은 소문일 가능성이 높고 누군가의 허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개건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사업인데 화재가 일어났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화를 냈다면 소문이 얼마나 널리 퍼졌겠는가? 헌데 근 5년이 지나서야 외국에 있던 태영호 씨의 서술로 알려지니, 그 많다는 탈북자들, 대북소식통들과 한국, 미국, 일본의 정보기관들이 공밥만 먹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김정은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 아이 때부터 고모부장성택에게 뿌리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등등 태영호 씨의 주장은 보수들의 구미에는 맞겠다만 근거가 너무나도 빈약하다. 그 정도 추정이야 서울에 앉아있는 심리전문가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는가.
김정은 위원장을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을 사람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서 얘기한 사람들보다 김정은 위원장을 더 잘 아는 듯이 나서는 게 이치에 닿을까? 글쎄 서울에 못 가본 사람이 서울에 가본 사람과 서울 얘기를 하면 이긴다는 옛날 말이 있으니까, 태영호 씨의 현대 저서가 진실의 기록이라고 믿어주고 밀어주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고 태영호 씨 주장들이 정객과 반북단체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될 확률도 높다.
허나 미국이나 일본, 중국의 외교관들이나 간부들, 전문가들이 인간 김정은을 알기 위해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얻어 읽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부터 시작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사람들이 적잖기에 간부들은 공식경로를 통해 위에서 내려오는 정확한 정보들을 알게 되고, 반도문제 전문가들 또한 알기 마련이니까 태영호 씨의 상상과 분석에 의거할 필요가 있겠는가?
한국의 어떤 사람들은 《3층 서기실의 암호》가 현 정부에서 사실상 금서로 될 수 있으니 빨리 사야 된다고 우려한단다. “노이즈 마케팅”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데 이제 판매상황이 보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남을 탓하기보다는 《화염과 분노》나 《더 높은 충성심》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원인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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