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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254-1] 오슬로 조미회담과 트럼프의 조선정책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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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19 20:0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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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이 사진은 2017512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나온 최선희 조선 외무성 미국국장이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국장을 걸어가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사람이 최선희 국장이다. 최선희 국장은 20175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조미회담에 조선측 협상대표로 파견되었다. 베이징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마주친 취재기자의 질문에 최선희 국장은 "여건이 되면 트럼프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오슬로 조미회담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음을 암시한다. 오슬로 조미회담에 파견된 조선측 협상대표와 미국측 협상대표가 조선이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조미현안들을 원만히 논의하였기 때문에 조선에서 체제전복죄로 실형을 살고 있었던 웜비어가 석방되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개벽예감254]  오슬로 조미회담과 트럼프의 조선정책기조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자주시보

<차례>

1. 트럼프는 왜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뒤로 미루었을까?

2.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오슬로 조미회담

3. 트럼프가 직접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4개항

4. 핵동결은 선결조건이 아니라 최종목표다

5. “핵공포에 덜덜 떠는 아메리카제국을 굴복시켜라

 

1. 트럼프는 왜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뒤로 미루었을까?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201712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에 들어간 날로부터 며칠 뒤 국가안보관리들에게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작성하여 자신에게 제출하라고 지시하였다. 권고안 목록이라는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각자 생각하는 여러 가지 정책방침들을 단문으로 간략하게 서술하여 문헌목록처럼 죽 열거한 문서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그런 긴급지시를 내린 것은 그가 조미핵대결이 격화되는 현 정세를 얼마나 심각하게 대하고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로이터통신> 201742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마침내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근 2개월에 걸쳐 진행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권고안 목록이 4월 초에 완성되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받아보고 그 가운데서 몇 가지 방침을 선정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조선정책기조로 확정될 판이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촉박한 시간에 쫒기며 근 2개월에 걸쳐 작업을 진행한 끝에 작성한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받아놓고서도, 결정을 차일피일 뒤로 미루었다. 2017612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은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조선의 핵무기프로그램이 가장 절박하고, 위태로운 위협(the most urgent and dangerous threat)”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그런 불안과 공포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체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만사를 제쳐놓고 가장 먼저 처리해도 시원치 않을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진 1>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한 달 넘게 차일피일 미뤄오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 511일부터 12일 사이에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일피일 미뤄오던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다는 사실은 지난 525일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었던 한국 국회의원 세 사람이 워싱턴 주재 한국 언론 특파원들에게 알려준 중요한 정보다. 당시 한국 국회의원 세 사람은 미국 국무부에서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를 면담한 뒤에 워싱턴 주재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 만났는데, 국민의당 김관영 국회의원은 자기들이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 보름 전에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0일 백악관에 들어간 직후부터 조선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급박하다고 재촉하더니, 정작 4월 초에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받아놓고서도 왜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한 달 넘게 뒤로 미룬 것일까?

 

2.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오슬로 조미회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기 직전인 201759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조미회담이 진행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조미회담이다. 그런데 오슬로 조미회담과 같은 시점에 오슬로 반관반민대화도 진행되었다. 오슬로 반관반민대화는 최선희 조선 외무성 미국국장과 미국 민간정책연구기관인 새로운미국재단(New America Foundation) 쑤잰 디매지오(Suzanne DiMaggio) 국장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 사이에서 진행된 비공식대화였고, 오슬로 조미회담은 최선희 조선 외무성 미국국장과 조섭 윤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 사이에서 진행된 비공개회담이었다.


 

<사진 2> 이 사진은 20175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려놓은 글이다. 미국 언론매체들을 불신하는 그는 트위터를 사용하여 자기 주장을 직접 전파하는 선전선동술에 열중한다. 위의 트위터 메시지는 조선이 당일 오전 538분 강원도 원산 인근 갈마반도 끝에서 초정밀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동해에 띄워놓은 표적을 7m 편차로 명중시킨 소식을 듣고 발신한 것이다. 그 트위터 메시지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북조선은 또 다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조선의 이웃나라인 중국에게 큰 결례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애쓰고 있다"는 문장이다. 동해 '코리아작전구역'에 전진배치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초정밀탄도미사일로 타격하기 위해 조선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는데, 그것을 두고 중국에게 결례를 보였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지난 59일 오슬로 조미회담이 원만히 진행되었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511일경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으나, 조선이 미사일발사를 계속 강행하자, 조선의 초정밀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국과 결부시키는 억지논리를 편 것으로 생각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오슬로 조미회담에 관한 보안이 얼마나 철저했는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반관반민대화만 진행된 줄 알았다. 오슬로 조미회담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그 회담이 열렸던 날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613일 쌔라 헉커비 쌘더스(Sarah Huckabee Sanders) 백악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조선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되었던 아토 웜비어(Otto Warmbier) 석방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9일 오슬로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을 만났다고 밝혔던 것이다. 쌘더스 대변인은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웜비어 석방문제만 논의된 것처럼 말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양측 대표들은 여러 가지 조미현안들을 논의하였는데, 웜비어 석방문제는 그 현안들 가운데 하나였다.

웜비어 석방문제는 미국 국무부가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조선 외무성에게 정중히 요청하는 형식으로 논의되었지만, 조선에서 체제전복죄를 저질렀다가 15년형을 받고 수감된 미국인을 구출하는 책임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를 석방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최선희 국장에게는 그 요청에 즉답을 줄만한 결정권이 없었다. 그래서 <뉴시스> 2017614일 보도에 따르면,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최선희 국장은 평양에 주재하는 스웨덴 외교관이 웜비어를 면회할 수 있도록 선처하겠다는 답변만 주었을 뿐이다. <사진 2>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어떤 중요한 문제가 논의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오슬로 조미회담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므로, 그 회담에서 어떤 현안들이 논의되었는가 하는 문제도 당연히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이 웜비어를 돌려보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준 것을 보면, 오슬로 조미회담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이 분명하다. 오슬로 조미회담을 마치고 2017512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타려던 최선희 국장은 취재기자의 질문에 여건이 되면 트럼프 미국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체제전복죄로 실형을 받은 수감자를 석방하는 조치는 어느 나라에서나 최고지도자의 사면령으로 실행되는 법이다. 사면문제에 관한 한, 조선도 예외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에서 체제전복죄를 저지르다가 체포되어 15년형을 받은 웜비어를 사면하였고, 조선의 사법기관은 그를 석방하여 지난 613일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웜비어의 사면, 석방, 송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오슬로 조미회담에 파견된 미국측 협상대표가 회담 중에 조선이 납득할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석방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조선측 협상대표와 미국측 협상대표가 조선이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조미현안들을 원만히 논의하였기 때문에 웜비어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과 미국 사이에 제기된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현안은 조미핵대결을 언제,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현안은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슬로 조미회담에 협상대표를 파견한 목적은 조선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가능성을 타진하였다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넘게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어오던 조선정책기조를 실현할 가능성을 타진하였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조선정책기조의 실현가능성을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타진한 뒤에 한 달 넘게 미뤄오던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국가안보가 파탄되느냐 유지되느냐 하는 사상 최대 국가안보문제가 조선정책기조에 걸려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책기조를 결정하는 문제를 그처럼 신중하게 처리하였던 것이다.


3. 트럼프가 직접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4개항

트럼프 대통령이 오슬로 조미회담에 파견한 조섭 윤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는 지난 525일 국무부를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 세 사람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연합뉴스> 20175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자신을 만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말해준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정책기조는 아래와 같이 네 가지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2)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

(3)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4)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정책목표를 읽으면서 누구나 직감하게 되는 것은, 그 정책목표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에 오바마 행정부도 위와 똑같거나 유사한 정책목표들을 내걸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전철을 답습하려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능력이 백치 수준이 아니라면, 실패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리 없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정책목표들은 복잡하고, 중대하고, 민감한 내용을 대폭 생략한 단문으로 서술되었다. 그러므로 생략된 내용을 되살려내어야 단문 뒤에 존재하는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조선정책기조 제1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조선이 핵시험을 진행할 때마다 이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상투적으로 꺼내놓은 말이다. 전혀 새롭지 않아 진부한 느낌마저 주는 상투적인 발언내용이 왜 가장 중시되어야 할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 올라가 있는 것일까?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장에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생략되었다. 그 문장에서 생략된 내용을 되살려내 다시 읽으면, 조선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핵보유국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얼핏 똑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1항의 속뜻을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핵보유국은 공인 핵보유국이고,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핵보유국은 비공인 핵보유국이다. 공인 핵보유국과 비공인 핵보유국을 가르는 판별기준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여부다.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공인 핵보유국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이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된 나라들은 조선, 인도, 파키스탄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보유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논외로 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비공인 핵보유국들인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불간섭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그 두 나라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면, 미국은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을 추구하게 된다는 속뜻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미국 대통령들처럼 조선의 비핵화를 조선정책기조로 정했다면,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게 아니라, 조선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조선의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명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비핵화를 추구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을 새로운 조선정책기조로 결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3>


 

<사진 3> 이 사진은 20174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길이가 24m, 지름이 1.9m, 사거리가 12,000km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여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되는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준비공정이 매우 간단하여, 언제든지 명령만 내리면 즉시 발사위치로 이동하여 발사될 수 있다. 조선이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33분 뒤에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조선이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할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핵무장을 완성하였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무장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자신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서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미핵대결은 그렇게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인도와 파키스탄이 비공인 핵보유국들이라고 해서, 미국이 그 두 나라를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한 적은 없다. 비공인이라는 것은 공식적인 인정행위 자체를 배제하는 개념이므로, 미국이 조선을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선에게도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조미정책기조 제1항에 따르면, 조미핵대결은 곧 끝나게 되어 있다.

미국의 이전 행정부들이 지난 24년 동안 제1국정과제로 추구했던 조선의 비핵화를 트럼프 행정부가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다면, 조미핵대결이 격화되어 폭발임계점에 이른 오늘의 조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놓을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비핵화를 포기한 새로운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한 것은 지난 시기 조선에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온갖 적대행위를 계속했던 미국이 결국 전략적으로 완패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24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되어온 조미핵대결은 바로 그렇게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둘째, 조선정책기조 제2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에서 구분한 것처럼 제재와 압박을 구태여 구분한다면, 제재라는 것은 경제제재를 뜻하고, 압박이라는 것은 정치모략과 군사압박을 뜻한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들이대는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이 모두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낳아놓은 직접적인 산물이며, 조선의 정권붕괴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미국이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목적은 조선의 비핵화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조선의 비핵화는 조선의 정권붕괴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셋째, 조선정책기조 제3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권교체란 반미자주정권을 친미예속정권으로 교체시킨다는 뜻이므로, 정권교체는 정권붕괴와 같은 말이다. 그러므로 조선정책기조 제3항에서 미국이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을 중지한다는 뜻이며, 정권붕괴를 노리는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사진 4>


 

<사진 4> 이 사진은 20174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주재 각국 대사 15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오찬을 베풀면서 담화하는 장면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유엔안보리가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에 앉은 여성이 니키 헤릴리 유엔주재미국대사이고, 트럼프 대통령 왼쪽에 앉은 남성은 류지이 유엔주재중국대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주재 각국 대사들에게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을 꺼내놓았을 때는 그가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기 전이다. 2017511일경 그가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제3항은 미국이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을 중지한다는 뜻이며, 정권붕괴를 노리는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물론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을 계속하겠지만,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렇게 놓고 보면, 조선정책기조 제2항과 제3항은 상호모순된다. 2항은 대조선적대정책을 계속한다는 뜻을 내포하였고, 3항은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뜻을 내포하였으니, 이거야말로 모순이 아닌가.

이런 모순현상과 관련하여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2017519일 보도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파견한 홍석현 특사를 지난 518일 국무부 청사에서 접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정권교체도 추구하지 않고, 조선을 침략하지도 않고, 조선의 체제를 보장하겠으니 “(조선은) 우리를 한 번 믿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그 발언은, 그 발언시점으로부터 약 1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제3항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7614일 보도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613일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미국이 조선에게 원유, 석유 같은 필수품 공급을 불허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극단적인 경제제재로 조선의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중에서 제2항과 제3항이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틸러슨 국무장관이 홍석현 특사 앞에서 꺼내놓은 발언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꺼내놓은 발언도 서로 모순된다.

왜 이런 모순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현재진행형 서술과 미래지향형 서술을 구분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제2항은 지금 어떤 행동을 실행하는 중이라는 현재진행형 서술이고,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제3항은 앞으로 어떤 행동을 실행할 것이라는 미래지향형 서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중이지만, 앞으로 외교적 해법으로 정세가 바뀌면 제재와 압박을 중단하고 조선의 정권교체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한 것이다.

넷째, 조선정책기조 제4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외교적 해법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외교적 해법은, 몇 해에 걸쳐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린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조미고위급회담이 아니며, 부쉬 행정부가 조미고위급회담을 회피하려는 술책으로 조작해놓았던 6자회담은 더욱 아니다. 조선정책기조 제4항에서 언급된 조미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몇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조미정상회담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조미핵대결은 종식될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고, 4항을 다시 읽으면, 조미정상회담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가 조선정책기조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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