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겠다. 갈아엎자!"
1960년 이승만 정권때 터져나왔던 구호가 2015년 2월, 서울역 광장에서 터져나왔다. 학생들은 당시 중고등학생의 교복을 입고 "부정선거 웬말이냐! 독재정권 물러나라!", "나라꼴이 개판이다! 청년이 수습하자!"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박근혜정권 규탄 범국민대회에서다.
"제2의 민주화운동에 함께 나섭시다"
5천여명 모여서 박근혜 정권 규탄
(가칭)민주국민행동과 민중의힘은 28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민생파탄! 민주파괴! 평화위협! 박근혜정권 규탄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의 부제는 '제2의 민주화운동을 함께 합시다'였다. 1970년대 유신독재에 맞서 민주화투쟁을 했던 원로들, 삶이 점점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 노동자, 농민, 그리고 학생, 시민 등 5천여 명이 서울역 광장을 메웠다.
손에 손에 조그만 종이피켓을 들었는데, 앞면에는 '못 살겠다 다 모여라', 뒷면에는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적혀 있었다.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려는지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손피켓이 잘 보이게 가슴 앞쪽에 들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유인물을 제작해 와 집회 참가자들에게 뿌리는 이들도 많았는데, 20대 청년은 '유신 반대 정권 퇴진'이라고 쓰인 유인물을 나눠줬다. 중앙 무대 옆에서는 '국정원 부정선거 지휘자 이명박 구속수사하라'고 쓰인 피켓을 든 시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촉구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 '내가 이석기다 표현의 자유 억압 중단하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참석해 지난해 내란음모조작,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을 비판하기도 했다.
함세웅 신부
"서민 고혈 짜내는 무능력한 정부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대통령은 탄핵대상
이런 정권 심판해야 한다"
강원도, 경남·북 등 전국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광장에 자리를 잡은 후, 함세웅 신부가 무대에 올라 대회사를 했다.
함세웅 신부는 "지난 2월 9일 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는 2012년 12월 19일 대선이 무효라는 선언이며 지금 정부는 관건부정선거로 만들어진 불법정권이라는 것을 한국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선포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참가자들이 박수를 쳤다.
함 신부는 "이 정권은 부자는 감세해주고 서민들에게 고혈을 짜내고, 친일을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헌법수호를 거부하고 역사를 거부하는 무능력한 정권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대통령은 탄핵대상이다. 이런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비판하면서 "오늘 범국민대회는 제 2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다. 민주복지국가 건설에 모든 시민이 함께 해야 한다. 물방울이 모여 개울물이 되고 개울물이 모여 장강이 되듯이 20대부터 노장층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국민항쟁을 하자"라고 말했다.
박석운 "특검 임명해 대선 부정 진상을 밝히자"
박래군 "박근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서서 끌어내리자"
조헌정 "경제도 복지도 생명이 먼저다, 한미당국은 전쟁연습 중단하라"
강병기 "내란음모조작, 통합진보당 해산, 유신독재로 돌아갔다"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정권 규탄 발언을 했다. 박석운 국정원시국회의, 민중의힘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의 부정 책임자가 누구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 책임자 아니냐. 또 국민을 기만하고 부정선거에 동참한 박근혜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 기필코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대통령선거 부정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합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이명박을 구속하고 박근혜가 책임져라! 부정선거 민주파괴 박근혜는 물러가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박래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사고의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 누가 그랬냐?"라고 물었다. 참가자들이 "박근혜"라고 답하자, 그는 "그런데 박근혜 씨가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책임을 졌는지 저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자리에 앉아서 오히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세월호를 인양할 건지 말 건지 정치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제 국민이 나서서 최종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인 4월에 전국을 노란 물결로 뒤덮자. 전국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인양을 위해 한 목소리로 외치자. 박근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서서 끌어내리자"라고 외쳤다.
조헌정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미전쟁훈련을 비판하면서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고 했다. 똥 싼 거는 팬티를 갈아입으면 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100년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된다. 경제도 복지도 생명이 먼저다. 전쟁이 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한미당국은 평화를 위해 전쟁연습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강병기 민주수호공안탄압대책회의 대표는 "박근혜 정권 2년,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나. 오죽하면 이대로 못 살겠다는 국민의 함성이 나오겠냐. 지난 2년 동안 잘한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관권부정선거로 당선돼 정통성마저 상실한 이 정권은 민주주의를 철저히 허물어뜨렸다. 민생을 파탄내고 남북관계마저 파괴했다. 정권초부터 공안정국을 조성해 평범한 시민에게도 종북의 칼날을 들이댔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위축됐고 국정원 부정선거를 덮기 위해 내란음모를 터뜨리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청구해서 1년만에 강제해산시켰다. 유신독재로 완벽하게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정의의 역사는 분명히 이긴다. 우리 민중은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외친 시민들 만나보니
"부정선거로 당선됐으니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
"앉아서 하는 일이 없지 않냐. 그러니 내려와라"
"대통령 성적? 추락하는 지지율이 보여주는 것 아니냐"
이날 대회의 주요 구호의 내용은 '이대로는 못 살겠으니 박근혜는 물러가라'는 것이었다.
"못살겠다 다 모여라,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
"이명박을 구속하고, 박근혜가 책임져라!"
"부정선거 민주파괴, 박근혜는 물러가라!"
"서민증세 민생파탄, 박근혜는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을 만났다. 박준배(56) 씨 다른 이유는 댈 것도 없이 부정선거로 대통령이 됐으니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무효소송을 제기했다는 그는 "우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라며 "대법원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북에서 농민회 동료들과 함께 올라온 장모(39) 씨는 "하는 일이 없으니 빨리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김모(23) 양은 "박 대통령 성적은 갈수록 떨어지는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냐. 갈수록 취업하기 어려워지는데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리려고 하니 기가 차다"라고 말했다.
대회 마치고 서울광장까지 행진,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 뿌리기도
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4월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우득종 민주노련 서부지역장 등이 무대에 올라 투쟁 발언을 했다.
그리고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 4명이 무대에 올라 결의문을 낭독했다.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강다복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진창원 고대민주동문회 회장, 김한성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이 번갈아 가며 결의문을 읽었다. '민주주의 파괴, 공안탄압 광풍, 민생 파탄, 한반도 평화 위협 등을 지적하면서 '제2의 민주화운동으로 일어서자'는 내용이었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역 광장에서 출발해 남대문-한국은행-을지로입구역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원로인사들이 '제2의 민주화운동 함께 합시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을 이끌었다. 바로 뒤에 60~70년대 중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청년학생들이 "나라꼴이 개판이다, 청년이 수습하자", "못살겠다 갈아엎자"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따라나섰다. 노동자, 농민, 시민 행렬이 길게 이어졌고, 행진 도중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행진을 마치고 마무리집회를 하고 해산한 뒤,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신사역 인근에 모여 행진을 하면서 '대선 부정선거 주범, 이명박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