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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칼럼]일본 우익 언론의 칭찬받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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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12-04 04:2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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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친일독재 미화와 교과서 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회원들이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 승인을 취소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하고 있다.ⓒ민중의 소리 김철수 기자
 
일본 우익 언론의 칭찬받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
 
예전에 일본에서 우익의 목소리를 담은 후소샤 교과서가 나왔을 때 ‘위험한 교과서’라는 별명이 붙은 적이 있다. 일본 청소년의 시민의식, 역사의식에 심대한 해악을 끼칠 것이 예상되므로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후소샤 교과서는 일본우익의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해 일제의 동아시아 침략을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처럼 호도했는가 하면 군위안부 등의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계약에 의한 상거래였다는 식으로 강변함으로써 국가로서의 일본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역사연구단체가 3일 검토한 결과
 
치명적인 문제점이 298개나 지적돼
 
그런데 후소샤 교과서보다 더 위험한 교과서가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곧 뉴라이트 교과서가 바로 그것이다. 뉴라이트 교과서의 문제점은 첫 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하나하나 세기 힘들 정도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역사연구단체 네 곳이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검토한 결과, 문제가 되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교과서로서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298개나 지적됐다. 실제로는 2~3배에 달하는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단순한 오류나 조금이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제외한 수치가 그렇다. 그 후에도 전문가들과 언론에 의해 또 다른 문제점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까고 까도 계속 잘못이 나오는 ‘양파껍질 교과서’에 비유될 정도이다.
 
예를들어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데 뉴라이트교과서는 임시정부에 대해서조차 앞뒤가 맞지 않게 서술하고 있다. 어디에서는 임시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정부승인을 받았다고 쓰고는, 다른 데서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썼다. 헛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시정부가 승인을 받았다고 쓴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이런 오류가 교과서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된다. 한마디로 교과서를 집필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이념의 굴레에 사로잡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긁어모아, 그것도 잘못 긁어모아 거짓을 사실처럼 쓴 것이 뉴라이트 교과서이다. 병을 치료할 자격이 없는 돌팔이 의사가 역사 교육에 칼을 대겠다고 나선 꼴밖에 되지 않는다.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 교과서 무효화 국민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교학사 교과서 검정 무효화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김철수 기자
 
일제 식민통치에 맞선 독립운동 폄하하고 조롱
 
자기들과 다른 역사인식 공격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이렇게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은 둘 중의 하나이다. 필자들이 교과서를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역사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무언가 의도가 있어서 일부러 문제가 많은 서술을 한 것이다. 둘 중에 하나만 해도 교과서로는 결격인데 불행하게도 뉴라이트 교과서는 둘 모두에 해당한다. 역사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필자들이 자기들과 다른 쪽의 역사인식을 공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무리한 주장을 편 것이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이야기이다.
문제점은 근대사를 다룬 Ⅴ단원과 현대사를 Ⅵ단원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필자들이 의도적으로 근현대사를 왜곡하려고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Ⅴ단원은 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오류와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밝혀진 문제점의 40% 정도가 Ⅴ단원에 해당한다.
 
숫자로 드러나는 오류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Ⅴ단원의 서술 기조 자체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거의 상식처럼 여겨지던 일제강점기 역사상을 전면적으로 뒤집어엎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 식민통치가 없었으면 한국사회는 아예 발전이 불가능했다는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일제 식민통치를 미화하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일제에 맞서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이루려고 한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실력양성운동과 외교운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폄하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뉴라이트 교과서는 후소샤 교과서보다 ‘더 위험한’ 교과서이다.
 
일본 우익신문 산케이·요미우리, 뉴라이트 교과서 검정통과에 환호
 
실제로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뒤 일본의 우익들이 환호한 것이야말로 이 교과서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우익 네티즌들의 찬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신문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9월 21일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통과를 반기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반한 극우논객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이 기사에서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일본의 교과서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해 왔다. 한국에 있어 이번 ‘새 교과서 소동’은 지금까지의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한 도를 넘은 한국의 개입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를 통해 이제 한국이 일본에게 더 이상 과거사 반성에 대해 발언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산케이 신문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는 우익신문인 요미우리신문도 10월 6일 “일제시대를 경제발전의 관점에서 재평가”한 교학사 교과서를 반기는 기사를 게재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과 관계가 냉각된 한국에서 일본 통치시대를 일부 평가하는 교과서가 올해 처음으로 검정을 통과해 역사관을 둘러싼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산케이신문과 마찬가지로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한국 안의 여론이 ‘역사관 논쟁’을 통해 일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보수정권과 뉴라이트가 야합해 벌이는 역사 쿠데타
 
뉴라이트가 한국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2005년에는 교과서포럼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공격했다.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반공과 시장경제에서만 찾는다. 반공과 시장경제에 이바지했다면 일제 식민통치는 물론이고 거기에 빌붙어 민족을 배신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친일파도 긍정적으로 보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애초에 뉴라이트의 공세는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의 제도권 안에서는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일제 식민통치와 친일파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궤변이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통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친일파의 후예,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보수언론,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 등이 뉴라이트를 적극 비호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뉴라이트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2008년 불거진 건국절 논란이 대표적인 보기이다. 뉴라이트는 정권을 등에 업고 독립운동의 결과 독립과 해방을 이룬 날로서의 광복절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기리는 건국절로 바꾸자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1948년에 ‘건국’된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과 무관하며 따라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 아래 뉴라이트는 드디어 국가 권력의 전면적인 지원 아래 제도권 교육마저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제 식민통치를 찬양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하하는 뉴라이트 교과서의 검정 통과야말로 보수정권과 뉴라이트가 야합해 벌이고 있는 역사 쿠테타의 출발점인 것이다.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과거사의 반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발언에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지지율을 의식한 정치적 퍼포먼스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권 스스로가 일본의 극우교과서보다 더 심각하게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교과서의 검정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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