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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핵을 가진 조선을 중심으로 지정학적구도는 재편된다 ― 최선희외무상 담화에서 읽는 조선의 세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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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9-27 17:3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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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가진 조선을 중심으로 지정학적구도는 재편된다 ― 최선희외무상 담화에서 읽는 조선의 세계전략


윤현일 (자유기고가)


1. 최선희외무상 담화, 무엇이 달라졌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선희외무상이 9월 2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의지는 영원하다》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유엔총회 제81차회의 기간에 열린 미일한 외무장관회의였다. 9월 21일 뉴욕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일한은 조선에 대한 억제태세를 유지하면서 대화와 외교를 추진하고 비핵화 목표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미일한 공동성명과 이재명대통령의 연설은 표현이 약간 다르다. 이재명대통령은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미대화 재개를 요구하면서, 조선의 핵·미싸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한 뒤 장기적으로 핵 없는 코리아반도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은 같다.

최선희외무상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무리 표현을 달리하고 겉포장을 바꾸어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버리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핵보유 의지가 절대불변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비핵화 거부 자체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도 핵보유 의지와 비핵화 거부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담화에서 새롭게 봐야 할 것은 “대결과 대화의 량립은 없다”와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중심으로 하는 지정학적구도의 재편과 고착은 필연적”이라는 두 문장이다.


2. 조선, 미국과 한국의 대화 제의에 답하다


김정은위원장은 2021년 미국에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대화와 대결이라는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았다. 제9차 당대회에서도 미국이 조선의 현재 지위를 존중하고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관계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은 계속 조미대화를 언급해왔다. 미국은 9월에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재확인했고, 한국은 조미대화 재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선은 이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 이번 담화 역시 공식 회답 형식은 아니지만, 9월 21일 미일한 외무장관회의와 22일 이재명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24일 나온 점을 보면 그에 대한 답으로 볼 수 있다.

최선희외무상은 “대결과 대화의 량립은 그 누구에게 통할지 몰라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어서는 절대로 고려대상이 될수 없다”고 밝혔다. 이 말은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대결정책을 유지한 채 대화를 요구하는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은 미국과 한국이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한·미일한 연합훈련도 조선을 겨냥한 적대정책이라고 주장해왔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을 그대로 둔 채 대화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조선이 말하는 대결정책에는 비핵화 요구도 포함된다. 담화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비핵화》를 열창할수록 우리 국가의 당위적인 핵보유의 정당성과 그 강화에 필요한 명분만을 깔아주고 우리의 대미대적립장을 보다 강경하게 굳혀줄뿐”이라고 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비핵화를 대화의 목표로 제시하지만, 조선은 바로 그 비핵화 요구를 핵보유와 핵무력 강화의 명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조선의 입장에서 비핵화 압박을 계속하면서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대결과 대화를 동시에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점에서 2021년의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와 이번의 “대결과 대화의 량립은 없다”는 분명히 다르다. 이전에는 미국이 대화를 선택하면 대화로, 대결을 선택하면 대결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번에는 미국이 대결정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요구하는 방식 자체를 거부했다.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제재와 군사적 압박, 비핵화 요구를 비롯해 조선이 적대정책으로 규정하는 조치부터 바꾸라는 입장이 이전보다 분명해진 것이다.


3. 현실부정은 미래를 포기하는것이다


최선희외무상은 핵을 “국가주권의 핵심구성”이며 “국권수호의 최고의 담보”라고 규정했다. 이는 기존 입장의 연장이다. 새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그는 “현실부정은 미래를 포기하는것이다”라고 밝히고, 핵을 가진 조선을 중심으로 지정학적구도가 재편되고 고착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은 핵을 가진 조선의 존재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비핵화를 통해 이전 상태로 되돌리려 하는 것은 이미 달라진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며, 그렇게 해서는 앞으로 변화할 지정학적구도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실부정은 미래를 포기하는것이다”라는 짧은 문장은 바로 뒤의 “지정학적구도의 재편과 고착”으로 이어진다.

제9차 당대회에서도 조선은 자주력량이 계속 강해지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세계건설”이 더욱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바로 그 중심에 우리 국가가 서있다”고 밝혔다. 핵보유국 지위 역시 완전히 불가역적인 것으로 영구고착됐다고 규정했다. 이번 담화에서는 이 두 가지가 합쳐져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중심으로 하는 지정학적구도”라는 표현으로 나타났다.

이는 핵무력의 역할을 국가방위와 전쟁억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핵보유가 조선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국가들 사이의 관계와 힘의 배치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고착”은 핵보유 조선을 일시적인 현상이나 비핵화 협상을 통해 되돌릴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 제9차 당대회가 제시한 세계전략을 실천하려 한다


제9차 당대회는 대외활동에서도 이전보다 적극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국익수호를 첫째가는 원칙으로 삼아 국가의 대외적 권위와 영향력을 확대하고, 모든 대외활동을 당중앙의 직접적인 지도와 관여 아래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략전술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국제정세의 흐름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근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국방성은 7년 만에 부상급 대표단을 베이징향산연단에 파견한 데 이어 다른 대표단을 윁남에 보냈다. 문화성 대표단은 로씨야의 국제문화연단에 참가했고, 체육성도 대규모 대표단을 일본 아시아경기대회에 파견했다. 개별 행사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여러 부문의 대외활동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국방성만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 중앙당위원회를 비롯해 외무성, 문화성, 체육성 등 여러 부문에서 국제교류가 어떻게 확대되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제9차 당대회가 제시한 세계전략이 선언에 머무는지, 실제 국가적 대외활동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결론. 국제사회는 달라진 조선을 보게 된다


이번 담화에서 새롭게 봐야 할 것은 “대결과 대화의 량립은 없다”와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중심으로 하는 지정학적구도의 재편과 고착은 필연적”이라는 두 문장이다. 전자는 비핵화와 억제정책을 유지하면서 대화를 요구하는 방식에 대한 조선의 답으로 볼 수 있다. 후자는 핵보유 조선을 앞으로의 국제질서에서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보겠다는 선언이다. “현실부정은 미래를 포기하는것이다”라는 문장이 두 입장을 연결한다.

조선이 적대정책으로 규정해온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그대로 둔 채 미국과 한국이 계속 대화를 요구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동시에 조선이 말하는 미국 중심 패권의 약화와 다극화 흐름 속에서 핵보유국 조선이 어떠한 역할을 하려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제9차 당대회가 제시한 세계전략이 앞으로 외교와 국제활동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원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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