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아시아에 나토를 끌어들이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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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6-13 15:5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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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명 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6월 10일 서울
나토는 지난 2022년 6월 29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을 초청한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북·중·러를 겨눈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했다. 당시 나토는 “지역을 넘어서는 도전과 공통의 안보 이익을 다루기 위해 인도·태평양의 새로운 (파트너국) 그리고 기존의 파트너국들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나토 정상회의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유럽 주요국의 ‘사상 첫’ 군사 훈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독일은 호주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공군 간 연합훈련 ‘피치 블랙’에 유로파이터 전투기와 군용기를 보냈다. 독일이 이 지역에서 훈련을 벌인 건 사상 처음이다.
독일은 바로 이어 2022년 9월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독일-일본 연합훈련을 벌였다. 이 또한 사상 처음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끼리 군사 협력을 한 것이다. 독일은 같은 해 12월에도 미국·일본·호주·캐나다와 함께 필리핀 근처에서 합동해상훈련을 벌였다.
지난 3~4월에는 영국 해병대가 사상 처음으로 북한 선제타격과 점령을 가정한 한미연합훈련인 쌍룡훈련에 합류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부 장관이 방한하면서 프랑스 호위함 프레리알함이 인천항에 들어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콜로나 장관과 함께 호위함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5월 21일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휴전선의 비무장지대를 찾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및 안보를 위한 더욱 긴밀한 교류를 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영국·프랑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군대를 들이면서 든 명분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협력이었다. 옛 ‘제국주의 열강’ 출신 유럽 주요국이 미국의 전략에 올라타 자신의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하려 한 셈이다.
나토의 탄생과 원래 목적
본래 나토는 북대서양 지역에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군사동맹 기구였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48년 4월 소련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나토 설립을 주도했고 여기에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참여했다.
나토는 미국이 ‘명령’을 내리면 다른 유럽 각국이 거의 그대로 이행하는 구조였다. 2차 세계대전으로 나라 안팎이 쑥대밭이 된 후 미국의 경제·군사적 지원과 압박을 받은 유럽 각국은 미국의 요구를 고분고분 따랐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의 영향력과 나토 회원국의 결집력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 2021년 나토의 주요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독자적 ‘유럽군’을 만들자는 논의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미국의 영향력과 입지는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밀리고 있다.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자신의 책 『거대한 체스판』(김명섭 옮김, 삼인, 2000.)에서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면 유라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브레진스키는 유라시아의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 미국에 맞서면 미국에 패착이 될 거라면서 중러 협력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브레진스키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에 더해 북한이 힘을 합쳐 미국에 맞서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위신은 계속 추락하게 될 것이다.
미국 패권의 몰락,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개입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던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 유럽 전선에는 독일-이탈리아와 동시에 전쟁을 치렀다. 과거의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전선을 펼쳐도 끄떡없을 만큼 국력과 군사력이 뒷받침되던 나라였다.
이후에도 미국은 소련이 몰락하고 21세기 들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를 일방적으로 침공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나토의 회원국인 영국과 프랑스 등도 전쟁에 합류했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처음에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던 노무현 정부는 결국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영향력이 강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미국은 2019년에는 시리아, 2021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야반도주하듯 미군을 뺐다. 또 지난 2020년 1월에는 이라크 의회가 미군철수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의 꼴이 우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나 홀로 감당하기에는 미국에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맞서는 북·중·러의 국제적 입지도 커져 버렸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눈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이란 사이에서 국교 정상화를 중재해도 미국은 이를 막지 못했다.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지원할 뿐, 러시아와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셈이다.
현재 바이든 정권이 추진하는 아시아·태평양 정책의 큰 틀은 오바마 정권을 이어받은 것이다. 여기에 동맹국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임 트럼프 정권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결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택동, 「트럼프보다 더한 바이든」, 동아일보, 2022.9.16.)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중국이 계속 성장하는 반면, 미국은 점점 더 쇠퇴의 길을 걷는다면 결국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신하게 되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라며 “최근 미국의 움직임에는 이러한 전망이 가시화되기 전에 어떤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라고 짚었다, (이상현, 「미국의 대외전략: 전략적 재균형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KDI 북한경제리뷰』, 2017.10.)
바이든 정권 들어 2022년 4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논의를 위한 나토 외교부 장관회의가 열렸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도 이 회의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위기(우크라이나 전쟁)는 세계적 영향이 있는 것이라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022년 4월 26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나토의 초점을 회원국들만이 아닌 ‘아시아·태평양 4개국(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을 포함한 비회원국과의 협력 강화에 맞추려 한다”라고 밝혔다.
미국으로선 지난 2022년 3월 친미·친일 성향의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고 한 달이 지난 2022년 6월, 미국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북·중·러를 비판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한국 나토 대표부가 설치됐다. 아시아로 나토의 판을 넓히겠다는 미국의 의도에 한국이 발을 맞춘 것이다. 앞서 일본은 일찌감치 2018년 7월 브뤼셀에 나토 일본 대표부를 설치했다.
여기에 미국이 오는 7월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일본 도쿄에 ‘아시아의 나토 거점’이 될 나토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토 헌장 위반한 미국의 노림수
나토 헌장 5조에 따르면 나토의 활동 반경은 북대서양 지역(유럽 또는 북미)로 규정돼 있다. 미국은 나토 헌장을 위반하면서까지 나토를 아시아·태평양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또 나토 헌장에는 나토의 무력 공격은 유엔 헌장에 의해 인정된 집단적 자위권을 근거로 하며, 무력 조치는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무력 공격,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권 발동과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올리는 주요 안건은 중국과 러시아가 사사건건 가로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중·러를 겨눈 대응을 명분으로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하위동맹국을 나토로 한데 모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토를 통해 사실상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상설 다국적군을 꾸리려는 노림수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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