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173] 태양절을 즈음한 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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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4-28 16:1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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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 이형구 연구원 4월 19일 서울
1. 북한
북한은 올해 1월 조선노동당 제8기 제6차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을 “승리와 영광의 대축전”으로 만들어 “성대히 경축”하기로 하였다.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기념하는 건 북한의 ‘혁명과 건설’의 승리를 과시하고 또 앞으로의 발전을 결의하는 의미가 있다. 이 가운데 ‘혁명’은 미국을 향한 투쟁, 다시 말해 반미반제 투쟁이라고 할 수 있고 ‘건설’은 사회주의 건설, 특히 경제건설이라고 볼 수 있다.
1) 혁명
‘혁명’ 분야에서 북한의 대미·대남 대응에 대해 살펴보자.
북한은 올해 미사일을 13번 발사하면서 군사 공세를 폈다. 그중엔 미국도 가지지 못한 극초음속미사일과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 17형도 있었다.
그리고 4월 북한은 세 개의 담화를 발표했다. 4월 2일과 4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와 4월 2일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담화이다.
이 담화는 서욱 국방부 장관이 4월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훈시에서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라며 북한 선제타격을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박정천 당 비서는 4월 2일 “(한국군이)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같은 날 김여정 부부장은 서욱 장관을 “미친놈”, “쓰레기”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어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한다며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틀 뒤인 4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남과 북은)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여정 부부장은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전쟁 발발 시 초기에 핵무력을 사용할 뜻을 공개했다.
이런 북한의 담화에서 주목되는 점을 살펴보자.
첫째로 북한은 서욱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핵폭탄급 융단폭격을 가했다. 북한의 말공격이 일주일가량 언론을 일방적으로 뒤덮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었다. 북한이 말에는 말로 완전히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듯했다. 북한의 말폭격에 국방부는 대응하지 않고 침묵했다.
국방부의 대응은 아쉬움이 있다. 서욱 장관은 북한이 반발할 걸 예상하고 선제타격 발언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미친놈”, “쓰레기”라는 말까지 하는데도 국방부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먼저 공격해놓고선 반격에 이렇게 속수무책이라니, 한국 국민으로서 볼 때 국방부가 뒷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들 정도다.
두 번째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자신의 핵교리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핵교리란 핵무기 운용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을 이야기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라고 밝혔다. ‘전쟁 초기’는 언제인가. 북한을 상대로 만약의 경우를 다 고려해야 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의 첫 번째 공격이 핵공격으로 될 거라고 가정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교리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핵교리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를 보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월 28일 미국 공영 PBS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존립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해 그 위협을 제거할 것”이라고 러시아의 핵교리를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이던 2020년 3월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미국 핵무기의 단일한 목적은 핵공격을 억제하고 필요하다면 핵공격에 보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교리는 논란을 일으켰다. 재래식 무기로 공격받는 경우엔 지켜주지 않겠다는 뜻이냐며 미국의 동맹국들이 반발한 것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라는 기존의 핵교리로 되돌려 재래식무기 등으로 공격받을 경우에도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와 미국은 조건을 두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핵교리를 밝혔지만 북한은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초기에 핵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굉장히 독특하고 충격적인 핵교리다.
최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 4월 17일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한 중핵적인 전쟁억제력 목표에 따른 전술핵 운용을 위한 미사일 시험발사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교리를 직접 확인시켜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4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엔 상반된 성격의 내용이 동시에 담겨 있다. 하나는 같은 민족인 한국을 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이 발발하면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 국민의 반응도 두 가지로 나뉜다.
평소에 북한과 협력해 평화번영을 누리자는 사람들은 한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주목하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김여정 부부장이 한 말에 공감 가는 것이 많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은 같은 민족임으로서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며 북한이 먼저 총·대포를 절대 안 쏘겠다는 것, 남한을 주적으로 생각 않는다는 것 등은 남북한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대목임이 틀림없다.”
- 다음 포털, 「김여정 “싸우지 말아야 할 민족..선제타격하면 핵 쓰게 될 것”(종합)」, 노컷뉴스, 2022.04.05. 댓글 중
“그래. 같이 잘살고 통일해서 절대 다른 나라가 넘보는 이가 없도록 같이 가자.”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이 합심하여 지켜야 한다.”
- 다음 포털, 「전쟁반대 김여정 “남조선은 같은 민족.. 총포탄 안쏠 것”」, 강원도민일보, 2022.04.05. 댓글 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난하는 여론도 나온다.
“선거공약에 선제타격하고 사드 추가 배치한다던 사람은 누굴까?”
“윤석열이 먼저 자극 했잖아. 선제타격, 사드 배치. 그런 말을 왜 해가지고 한반도 위기 조성하냐고”
- 다음 포털, 「尹당선인측 “당선인이 北 자극한 게 아니라 김여정이 한국 자극”」, 연합뉴스, 2022.04.08. 댓글 중
위와 같은 여론이 다수다.
한편 평소에 북한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쟁을 반대한다”라는 말보다 전쟁 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말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윤석열 당선인, 서욱 국방부 장관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응하지 않았다.
평소 북한에 적대적인 윤석열 당선인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말공격에 발끈하며 더욱 강경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호기롭게 선제타격 운운하던 태도는 어디 가고 왜 돌연 침묵할까?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겠다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맞기나 한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어안이 벙벙하고 현실감 없게 느껴졌던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기가 죽어서 입도 뻥끗 못 한 것일까?
2) 건설
사회주의 경제 건설 분야에서 북한이 과시한 주목할만한 성과는 4월 11일 송신·송화지구 주택 1만 세대 준공식과 4월 13일 경루동 보통강다락식주택구 준공식이었다. 둘 다 지난해 3월 말에 착공해 약 1년 만에 완공했다.
송신·송화지구 주택에 대해 강순덕 동의과학대학교 교수는 4월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살림집 건물을 굉장히 화려하고 과감한 형태 안에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최명기 동신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월 16일 MBC 보도에서 “80층을 1년 안에 짓는다는 것은 세계 신기록”이라며 놀라워했다.
비교하자면 대선 기간에 유명해진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세대수 6천, 부지면적 97만 ㎡ 규모로 2017년 6월 착공해서 2021년 5월 첫 입주가 시작됐다. 개발에 약 4년 정도 걸린 셈이다. 한편 송신·송화지구는 세대수 1만, 부지면적 56만 ㎡ 규모의 개발을 1년 만에 완료했다. 이러니 “세계 신기록”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한 속도다.
경루동 다락식 주택에 대해서 뉴시스는 4월 14일 “외부 조경을 비롯해 주택 내부 장식 등이 한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타운하우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4월 15일 “강 조망에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내부도 고급스러운 실내 장식과 아늑한 가구로 꾸며져 있다. 밤에는 화려한 조명이 강변을 수놓는다”라고 묘사했다.
김도현 제이풀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4월 13일 “그동안 북한 건축이나 평양 건물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에 경루동 다락식 주택은 훨씬 좀 외관적으로만 보면 많이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두 주택지구는 최고급 주택가나 아파트단지에서나 볼 수 있는 초현대적이고 매우 화려한 모습이라는 평이다. 북한이 사상 최악의 제재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제재의 흔적을 느낄 수 없었다.
3) 축제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태양절’을 맞아 대대적인 축제를 진행했다. 특히 15일 밤 김일성광장에서 경축 대공연과 축포, 청년 학생들의 야회가 진행됐다.
15일 초저녁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가 시작됐다. 북한 청년학생들은 양복과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춤을 추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늘이 어둑해지자 청년학생들로 가득찬 김일성광장 위로 축포가 쏘아졌다. 북한이 자기 앞에 희망찬 미래가 펼쳐져 있다고 여기고 이를 축복하고 과시하려는 듯했다.
이어진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경축 대공연 ‘영원한 태양의 노래’에서는 항일무장투쟁에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 이르는 북한의 현대사를 담은 시 낭송과 관현악, 합창 등이 격조 있게 진행됐다. 민요, 농악 등 민족적 색채가 짙은 공연부터 ‘바다 만풍가’를 접목한 비보잉 공연, 여러 무용 공연이 이어진 ‘평양의 사계절’ 등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다. 이번에도 무대 마지막에는 대형 불꽃놀이가 평양 밤하늘을 물들이며 북한 국민의 환희를 북돋웠다.
북한이 보여준 '태양절' 모습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로 보였다. 이런 축제가 진행될 수 있는 배경엔 북한이 혁명과 건설에서 이룩한 성과들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군사 무기 분야에서 극초음속미사일과 화성포 17형 등을 선보였다. 북한 외무성은 2월 8일 “세계에는 200여 개 나라들이 있지만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불과 몇 개 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북한이 말한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는 북한, 중국, 러시아뿐이다. 미국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는 북한이 이미 미국을 제쳤다고 할 수 있다.
경제에서는 현재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세계 신기록”적인 속도로 “굉장히 화려”하고 “많이 세련된” 경제발전 성과물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선보인 혁명과 건설의 성과는 세계최첨단, 초현대적인 수준에 올라 세계패권을 거머쥐려는 듯한 형세다. 이런 성과에서 북한 국민이 느낀 자긍심과 자부심, 성취감이 ‘태양절’을 축제로 만든 듯하다. 그로써 김일성 주석 탄생일인 ‘태양절’ 풍경은 북한 국민이 자기들의 국가, 제도를 찬양하고 자신들의 ‘수령’과 행복을 나누는 그런 형국으로 보였다.
결론적으로 ‘태양절’을 맞아 축제 분위기, 행복 분위기가 북한을 뒤덮는 모습으로 보인다.
2. 미국
미국은 ‘태양절’이 다가오는 것에 상당히 긴장했다.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 중이라거나 핵시험 재개 움직임이 포착된다거나 하는 둥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며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국 시간으로 14일, 한국 시간으로 15일 ‘태양절’에 미국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치매설이 전 세계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농업·기술 주립대학에서 연설한 뒤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악수를 청하는 듯 손을 내밀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손을 허공에 내민 채 잠시 머뭇거린 뒤 어리둥절한 듯 무대 뒤쪽을 쳐다보며 서성거렸다. 그러더니 어물어물 퇴장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을 직접 보면 정말 심각한 상태라고 느껴진다.
바이든 대통령 개인의 모습이라기보다 몰락하는 미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1) 미국 경제
4월 12일 미국 노동부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8.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981년 12월 8.9%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다. 1년 전보다 식료품값은 8.8%, 에너지 가격은 32% 상승했다. 워렌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은 인플레이션이 핵전쟁 다음으로 가는 중대한 위협이라며 그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에 오늘날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4월 4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미국 경제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 경험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물가 급등을 통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긴축통화정책은 경기 침체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돼도 파국,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해도 파국인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침체를 기정사실로 보고 그 시점을 예측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내년에 경기 침체기를 맞을 가능성이 80%가량”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4월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가 온다는 응답이 28%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업체 모멘티브가 3월 24~25일에 한 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81%가 올해 안에 경제 침체가 온다고 내다봤다.
2)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보는 추락하는 미국의 위상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러시아를 붕괴시키기라도 할 듯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벌어지자 별달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이 3월 27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의 74%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참전이 불가피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어떻게든 군사개입을 피하려고 한다.
3월 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전투기를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은 폴란드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전투기를 제공하고 싶으면 폴란드가 알아서 하라고 책임을 떠밀었다. 3월 중순 또다시 폴란드가 평화유지군을 투입할 것을 나토에 공식 제안했다. 나토는 전쟁이 확대되면 안 된다며 폴란드의 제안을 또다시 거부했다.
미국은 군사개입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반러시아 동맹을 구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구상엔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제재를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가 원유, 천연가스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제재에 불참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이 반대해 유럽연합 내에서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독일의 주요 경제연구소 5곳은 4월 13일 공동으로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 2년 동안 독일의 GDP가 292조 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독일의 킬 연구소 슈테판 쿠츠 연구책임자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이 독일 경제를 급격한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문제는 우리가 입는 피해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여부”라며 제재를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제재가 러시아보다 독일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대러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는 건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 자신이다. 유럽의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했다. 지난 2월에는 5.9%였는데 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 상황이 이러니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쉽게 나설 수가 없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과 제재 속에서도 경제가 비교적 안정됐다. 전쟁 초기 대러 제재로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가 벌어졌으나 이내 진정됐다. 루블화 가치도 한때 달러당 150루블까지 떨어졌다가 4월 19일 현재 79.6루블로 전쟁 직전인 2월 중순 수준으로 진정됐다. 러시아 1분기 경상수지는 580억 달러 흑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뿐 아니라 한국도 미국에 순응하지 못하고 있다. 4월 11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화상연설을 했다. 젤렌스키는 한국에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한국은 이를 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한 배후엔 미국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화상연설을 위한 실무 조율 과정에서 200개 품목에 달하는 군수물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경향신문 4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이 요구한 무기 리스트에는 T-80U 전차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특정 무기체계가 포함됐다”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우크라이나의 제안을 들은 군 관계자들이 당황했다며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한국군 무기 리스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라고 짚었다.
한국 정부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민 목록을 보고 미국의 의사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리 미국의 뜻이라고 해도 이 요구까지는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의 위상이 세계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3)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위기의식 고조
미국이 가진 위기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건 1월 11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때였다. 당시 미국은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오는 줄 알고 서부지역 공항에 15분 동안 비행기 이륙 금지 명령을 내렸다. 미국이 매우 긴장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굉장히 특이한 장면이었다.
4월 4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보다 더 큰 위협은 없다”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큰 위협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위기의식은 ‘태양절’이 다가올수록 더욱 심해졌다. 4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은 올해 1월 1일부터 4월 8일까지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검색량이 평소보다 6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22 북한 미사일 발사’, ‘북한 미사일 시험’,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 등이 북한 관련 검색어 중 상위에 속했다고 한다.
미국 민간단체인 미사일방어옹호동맹이 4월 12일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편해 북한 미사일을 방어해줄 것을 촉구하는 일도 있었다. 미사일방어옹호동맹은 미군이 미사일 방어 임무를 소홀히 대한다며 정부가 미사일 방어를 핵심임무로 다루도록 모든 군에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극초음속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격퇴할 수 있는 체계를 신속하게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4) 군사적 대응
미국은 이렇게 큰 위기의식을 느끼지만, 북한에 변변한 군사대응을 못하고 있다.
한국군은 3월 24일 북한의 화성포 17형 발사에 맞서 현무2 등 미사일 5발을 쏘아 대응했다. 당시 한국군은 대북 대응에 참여해 달라고 주한미군에 요청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국방부 지시사항이라며 거절했다. 공세를 포기한 완전히 수세적인 자세다.
미국은 그동안 ICBM 발사가 소위 ‘레드라인’, 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인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레드라인’이란 넘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북한이 ICBM을 발사하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긴급소집해 직접 주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화성포 17형 발사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했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모든 대응 조치를 철저히 강구”하라고 거센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으니 당연히 그에 맞는 강력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군의 대응에 참여하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3월 27일 SBS 김민정 기자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여러 번 넘어선 레드라인을 레드라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대체 레드라인이 뭐지”라는 의구심을 느꼈다고 기사를 썼다.
이렇게 수세적인 모습을 보면 미국이 기가 눌린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미국이 북한에 아무런 조치를 못 하자, 이제 ‘레드라인’은 미국 앞에 그어지게 되었다. 북한의 군사행동에 반응하면, 미국이 북한의 더욱 강력한 군사행동으로 응징당하게 될 것이라는 ‘레드라인’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 ‘레드라인’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항공모함을 동해 공해상에 진입시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거세게 압박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걸 보면, 군사 긴장을 조성해 북한의 축제 분위기에 훼방을 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태양절’이 지난 4월 18일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에서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망동”이라는 제목의 비난 보도를 한 정도로 그쳤다. 마치 미국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래서 미국의 항공모함 기동은 북한에 영향을 주진 못하게 됐다. 대신 한국과 일본 등에 미국이 아직 살아 있다고 선전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었을 수 있다.
5) 외교
미국의 외교적 대응은 미국의 무기력함과 초조함만을 드러내고 파탄 났다.
가. 무기력
미국은 추가 유엔 제재에 매번 실패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철통같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은 3월 25일에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제재 말고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독자제재뿐이다. 그런데 미국 독자제재는 이미 너무 많아서 추가해봐야 의미가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월 28일 “솔직히 말해서 현재 미국도 추가 제재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라고 평했다.
또, 여론을 보면 북한이 송신·송화지구와 경루동에서 최고급 주택을 짓는 걸 보며 “초고층 빌딩들을 한 채도 아니고 수십 채를 지었는데 도대체 그 많은 자원과 돈은 어디서 나오지?”라며 미국의 제재가 효과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 초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4월 5일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미 국무부는 “우리와 협력해 북한의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라고 촉구했다”라며 중국에 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채택할 것을 주문했다고 회담 내용을 밝혔다.
그런데 중국은 미 국무부 발표와 사뭇 다른 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 김 대표가 “미국은 북한에 적대감이 없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북한이 주장하던)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찬성한다”라고 말했으며 조속한 시일 안에 제재 완화를 포함해 모든 관심사를 놓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미국이 앞에서는 북한에 강경 태도를 보이며 중국을 압박한 것처럼 선전했지만, 실은 북한에 다리를 놓아달라며 중국에 저자세로 부탁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성 김 대표와의 회동 다음 날인 4월 6일 “현 정세 하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라며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를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 여러모로 중국이 대놓고 미국에 망신을 줬다.
사실 중국이 미국 요청을 수용해 북한 압박에 동참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도 중국을 만나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중국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성 김 특별대표는 4월 6일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기를 확실히 희망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대화를 재개하자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ICBM을 쏘며 ‘레드라인’을 넘는데 미국 측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미 국방부는 ‘태양절’ 전날인 4월 14일 “북한 지역에서 유해 발굴과 송환 작업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뜬금없이 유해 송환을 해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아마 미국은 북한이 유해 송환이라는 인도적 문제는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데에 기대를 걸어본 모양이다.
미국은 북한에 자꾸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한다. 하지만 사실 외교에 조건 없는 대화는 없다. 외교 자체가 조건을 놓고 상대와 대화를 하는 행위이다. 북미관계로 예를 들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어떻게 할 건지, 한미연합훈련과 대북 제재는 계속 이대로 둘 건지, 북한의 요구는 무엇이고 미국이 희망하는 건 무엇인지를 두고 합의를 이루려 갑론을박하는 것이 외교다. 하다못해 가게에서 흥정을 해도 물건 가격이라는 ‘조건’을 두고 대화를 한다.
그런데 미국이 말하는 ‘조건 없는 대화’는 대체 뭘 하자는 건가? 봄이 와서 꽃이 많이 피었더라, 너의 MBTI(성격 유형)는 뭐니, 뭐 이런 잡담을 하자는 것인가? 동창회에서 친구 만나는 것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아니면 북한이랑 사귀기라도 하자는 것인가? 미국이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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