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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74] 박근혜 특별사면과 대선정국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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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1-03 10:0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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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74] 박근혜 특별사면과 대선정국의 흐름

한 호 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자주시보 

<차례>

 

1. 특별사면 강행한 이유는 은폐되었다

2. 선거개입으로 직결되는 특별사면

3. ‘선거의 여왕’이 넘어야 할 장애물

4. 낡고 썩은 보수양당체제를 넘어서

 

 

1. 특별사면 강행한 이유는 은폐되었다

 

2022년은 60간지에서 39번째로 나오는 임인년이다. 임(壬)은 검은색을 뜻하고, 인(寅)은 호랑이를 뜻하므로,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전설 속에 나오는 검은 호랑이(黑虎)는 멜라닌(melanin)이라는 흑색색소가 근친교배에 의한 유전적 요인에 의해 너무 많이 분비되어 검은 털이 자라난 호랑이다. 현실 속의 검은 호랑이는 온몸이 전부 검은 털로 뒤덮인 모습이 아니라, 얼룩무늬만 흑갈색 털로 되어있는 모습이다. 우리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백두산 호랑이는 용맹의 상징이지만, 인디아의 열대우림에 드물게 서식한다는 검은 호랑이는 공포의 상징이다. 

 

호랑이가 울부짖으며 포효할 때 20헤르츠(hertz) 이하의 초저주파가 발생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는 20~20,000헤르츠인데, 짐승들의 가청범위는 그보다 더 넓다. 그래서 짐승들은 사람이 듣지 못하는 호랑이의 초저주파 포효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 호랑이의 초저주파 포효를 듣고 공포에 사로잡힌 짐승들은 오금이 저려 꼼짝하지 못한다. 예컨대, 2017년 인디아에서 야생원숭이 12마리가 호랑이의 포효를 듣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집단폐사되었다. 

 

2022년 새해를 앞두고, 어디선가 검은 호랑이가 나타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2022년 0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의해 박근혜가 ‘자유의 몸’으로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한 박근혜 특별사면은 가뜩이나 미묘하게 돌아가는 대선정국에 영향을 주는 불길한 변수로 떠올랐다. 박근혜 특별사면과 대선정국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심각한 문제를 분석,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박근혜 특별사면과 대선정국을 연결시켜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왜 박근혜를 사면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의문을 풀어줄 몇 가지 단서는 청와대 고위관리들의 발언에서 찾아낼 수 있다.  

 

1) 2021년 12월 24일 박근혜 특별사면이 발표된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고위관리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질의문답을 주고받았다. 그 자리에서 청와대 고위관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특별사면을 “참모들 간의 토론을 통해서 결정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하면서, “근래에 특별히 그것(특별사면을 뜻함-옮긴이)과 관련해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과 의논하거나 상의한 바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언제쯤 결정하셨는지는 저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2) 2021년 12월 27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방송대담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박근혜 특별사면문제를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특별사면은 대선정국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정치문제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처럼 중대한 정치문제를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그는 왜 박근혜 특별사면문제를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했을까?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특별사면문제를 청와대 참모들과 상의했거나 또는 이재명 대선후보, 송영길 당대표와 상의했다면, 특별사면을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되어 특별사면을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사면 반대의견이 제기될 것을 예상하고,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박근혜 특별사면을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을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할 만큼 절박한 문제로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을 왜 절박한 문제로 생각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 의문에 대해 직접 답변했다. 2021년 12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과 관련하여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하면서, 박근혜가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을 들어보면, 그가 박근혜 특별사면을 독단적으로 강행한 이유는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이 사회정치적 분렬을 감소시켜줄 것으로 판단하여 그를 사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로 들린다. 왜냐하면, 박근혜 특별사면은 사회정치적 분렬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되레 더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특별사면과 관련하여 찬성여론과 반대여론이 충돌하면, 사회정치적 분렬은 더 격화되는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이 사회정치적 분렬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오판해서 그를 사면한 것도 아니다. 그는 박근혜 특별사면과 같은 중대한 정치문제를 오판할 만큼 아둔한 정치인이 아니다. 2021년 12월 24일 박근혜 특별사면조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사면에 반대하시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특별사면 반대여론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이 사회정치적 분렬을 감소시켜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서, 특별사면이 사회정치적 분렬을 감소시켜주기를 바란다는 실없는 말을 꺼내놓은 것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의 병세가 나빠졌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그를 사면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명하려면, 박근혜의 병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의 병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2021년 12월 24일 <동아일보> 보도기사에 들어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는 2021년 11월 22일부터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왔는데, 어깨질환과 허리디스크를 앓는데다가 최근에는 “음식물을 씹지 못할 정도로 치아상태가 나빠져 미숫가루나 죽을 먹고 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고 한다. 

 

위와 같은 보도내용을 보면, 박근혜의 병세가 수감 중에 매우 나빠져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박근혜의 병세를 좀 더 정확히 판별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주질환(periodontitis)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음식물을 씹지 못하기 때문에 미숫가루나 죽 같은 대용식을 먹어야 한다. 치주질환은 60살 이상의 연령층에서 흔한 질병이지만,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해야 할 만큼 위중한 질병은 아니다. 치과 의사들의 치료를 받으면, 치주질환을 쉽게 고칠 수 있다. 

 

위에 인용한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감 중에 박근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수감자는 박근혜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스트레스는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해야 할 만큼 위중한 질병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의 상담과 약물치료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에 인용한 <동아일보> 보도내용을 보면, 박근혜가 어깨질환과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하지만 그가 지난 4년 동안 옥중서신을 계속 집필해왔고, 2021년 12월 31일에 옥중서간록을 세상에 펴낸 것을 보면, 어깨질환과 허리디스크도 특별사면을 받아야 할 만큼 위중한 상태로 악화된 것은 아니다. 만일 박근혜의 어깨질환과 허리디스크가 위중한 상태로 악화되었다면, 옥중서신을 4년 동안 계속 집필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다. 

 

2021년 12월 31일 박근혜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금 박근혜는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상당기간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병세가 위중하지 않다는 뜻이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보면, 박근혜의 병세는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해야 할 만큼 위중하지 않으며, 입원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의 병세가 위중해서 그를 사면한 것처럼 둘러댔다. 박근혜의 병세가 위중해서 그를 사면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뒤에는 특별사면을 강행한 진짜 이유가 은폐되어 있다.  

 

 

2. 선거개입으로 직결되는 특별사면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인과 협의해서 박근혜 특별사면을 실행했어도 늦지 않고, 그렇게 했어야 정상인데, 민감한 대선정국 한복판에서 박근혜 특별사면을 독단적으로 강행하여 대선정국에 영향을 주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특별사면이 대선정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알지 못해서, 그를 사면한 것이 아니다. 그는 박근혜 특별사면이 대선정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특별사면을 강행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박근혜 특별사면이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줄 것인가 아니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한 박근혜 특별사면이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강행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와 정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한 박근혜 특별사면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특별사면을 강행한 것은 ‘이적행위’로 되는 것이므로, 사면이유는 오리무중에 빠지게 된다. 

 

박근혜 특별사면이 어느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두 가지 가능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박근혜가 병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하여 대선에 개입할 경우도 예상할 수 있고, 반대로 대선에 개입하지 않고 자중할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가능성을 예상하면, 박근혜가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100%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은 박근혜가 병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면 자기의 범죄를 반성하며 자중할 것이고, 대선개입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런 예상은 상황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판단착오다. 박근혜는 자기의 범죄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중하기는커녕 대선정국에 적극 개입하여 선거판을 바꿔보려는 정치야욕을 품고 있다. 그렇게 판단하는 몇 가지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2006년 5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중에 괴한으로부터 면도칼 테러를 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선거개입을 중단하지 않았고, 그 이후 2년 3개월 동안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승리로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이번 대선에는 예외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자중할 것이라는 예상은 박근혜가 누구인지 모르는 어수룩한 생각이다. 

 

2) 지난해 박근혜는 옥중에서 선거정국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여 보수층,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국민의힘으로 쏠리게 만들려는 선거개입활동을 재개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3월 4일 당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박근혜는 자기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대독한 옥중메시지를 통해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고 하면서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수감 중인 박근혜가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것은, 그가 2022년 3월 9일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예상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3) 2021년 12월 30일 박근혜의 옥중서간록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가 서울에서 출간되었다. 이 옥중서간록은 박근혜가 수감된 2017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4년 동안 지지자들이 보낸 수 만 통의 위로편지들과 박근혜가 지지자들의 편지를 받아보고 써놓은, 우편으로 보내지 못한 답장을 수록한 책이다. 박근혜 특별사면에 때를 맞춰 그의 옥중서간록이 나온 것은 의도적으로 조율된 행동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박근혜는 옥중서간록에 무슨 이야기를 썼을까? 그는 “지금은 한 줄기 빛조차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내동댕이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어둠은 여명이 밝아오면 자리를 내주면서 사라질 것이고, 어둠 속에 묻혀있던 진실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하면서, “역사가 제게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요구할지 모르지만, 저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국민을 생각하면서 이겨낼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박근혜는 옥중서간록 서문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고 썼다. 

 

박근혜가 옥중서간록에 위와 같은 심경을 토로한 것을 보면, 그가 자기의 범죄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정적들로부터 모략과 박해를 받고 있다고 믿는 확신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확신범이 특별사면으로 석방되었으므로, 자기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이번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대선개입이 과연 어느 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두말할 나위 없이, 박근혜의 대선개입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2022년 2월 중순 어느 날, 감옥과 병원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몸’으로 된 박근혜는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선거판세를 조성하기 위해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2월 31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보가 윤석열 대선후보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미지수”라고 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기조”라고 말했다. 그는 취재기자에게 윤석열 대선후보가 신중히 처신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윤석열은 박근혜가 자기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내홍을 겪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렬을 가다듬을 수 있게 하고, 보수층,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윤석열 자신에게 쏠리게 만드는 선거개입활동을 전개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위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특별사면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선거개입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로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를 사면하여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을까?  

 

 

3. ‘선거의 여왕’이 넘어야 할 장애물

 

박근혜는 선거개입활동을 개시하기 전에 자신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장애물은 윤석열을 향한 박근혜의 증오와 원한이다. 박근혜의 증오와 원한은 2017년 탄핵정국에서 생겨난 것이다. 당시 국정롱단사건 특검수사단장으로 임명된 윤석열 검사는 박근혜와 최순실을 구속, 수감하는 사법처리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되자 이미 구속된 박근혜에게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윤석열은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낸 사법처리의 주역이었던 것이다. 

 

박근혜가 그런 악연으로 윤석열을 만났으니, 그에게 증오와 원한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는 자기의 옥중서간록에서 “윤석열의 이름 석 자는 제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라고 썼다. 

 

윤석열을 향한 박근혜의 증오와 원한이 풀리려면, 윤석열이 박근혜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무조건 용서를 구해야 한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그런 굴욕을 감수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선후보는 자기가 이재명 대선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려면, 자기에게로 향한 박근혜의 증오와 원한을 해소하고 보수층,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자기에게 쏠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박근혜를 찾아가 무조건 용서를 구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선후보는 박근혜 특별사면 소식을 듣자마자 즉각 반응을 보였다. 2021년 12월 24일 윤석열 대선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를 사면했다는 소식을 듣고 “늦었지만 환영한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박근혜 특별사면을 반겨주는 환영인사라고 볼 수 있는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환영인사 이후에 윤석열의 입에서 흘러나온 발언들이다. 

 

이를테면, 2021년 12월 28일 윤석열 대선후보는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박근혜에게)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이런 발언은, 2017년 탄핵정국 중에 특검수사단장으로 재직하였고, 나중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박근혜를 구속수사한 자신의 공직활동을 사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의 발언은 사과발언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2021년 12월 30일 윤석열 대선후보는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확고한 경상북도 대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벌이던 중 기자간담회에 나타나 박근혜의 건강이 회복되면 그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지금 입원치료를 받는 그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현안에 신경을 쓰면 쾌유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만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와 같은 발언을 들어보면, 윤석열 대선후보는 보수층,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자기에게 쏠리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박근혜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극적인 반전기회를 노리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박근혜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것은 박근혜가 퇴원한 이후에 가능한 일인데, 박근혜의 퇴원날짜는 언제인가? 박근혜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2021년 12월 31일 언론매체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의 퇴원날짜는 당초 정했던 2022년 2월 2일보다 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에 따르면, 박근혜는 퇴원하는 날, 육성으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대선후보등록 마감일은 2022년 2월 15일인데, 박근혜는 자신의 퇴원날짜를 대선후보등록 마감일 직전으로 미루고, 퇴원하는 날에 맞춰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려고 획책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적극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이다.  

 

예상컨대, 박근혜가 병원문을 나와서 육성으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 언론매체들은 그의 대국민담화를 대서특필할 것이고, 그로써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하여 대선개입활동을 개시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반전기회를 노리는 윤석열 대선후보는 자기에 대한 박근혜의 증오와 원한을 풀기 위해 ‘선거의 여왕’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는 윤석열을 용서할 수 있을까? 자기를 감옥으로 보낸 문재인 정권에 앙심을 품은 박근혜는 자기를 박해한 정적들에게 앙갚음하려는 보복심리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 박근혜가 노리는 정치보복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되어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것밖에 없다. 그런 보복심리에 따르면, 박근혜가 윤석열에 대한 증오와 원한을 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윤석열을 정권교체의 주역으로 떠밀어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른 한편, 정권교체를 실현하려는 대선후보 윤석열에게는 보수층,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일 ‘선거의 여왕’으로부터 정치적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정권교체라는 공동목표 아래서 박근혜와 윤석열이 손을 잡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된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가 윤석열 대선후보를 용서해주는 관대한 모습, 그리고 두 사람이 정권교체를 위해 두 손을 맞잡으며 연출한 극적인 화해의 장면이 언론매체를 통해 방영되어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면, 보수층,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쏠릴 것이다. 그와 동시에, 박근혜 특별사면을 독단적으로 강행하여 선거판세를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하게 전변시켜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실망과 비판은 가중될 것이며, 그런 부정적인 영향은 이재명 대선후보에게까지 파급될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강행한 박근혜 특별사면은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분렬효과를 안겨주고,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결집효과를 안겨주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을까?   

 

 

4. 낡고 썩은 보수양당체제를 넘어서

 

연말연시를 지나는 동안에 나타난 여론지지률을 보면, 이재명 대선후보는 윤석열 대선후보에 비해 10% 정도의 격차를 벌이며 앞서고 있다. 여론지지률이 하락세로 돌아선 윤석열 대선후보는 자기에게 자꾸 불리하게 돌아가는 선거판세를 뒤집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며 몸부림을 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문제를 거론한 것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선거판세를 뒤집어보려는 여러 술책들 가운데 하나다. 2022년 1월 2일 안철수 대선후보는 윤석열 대선후보와 단일화하는 문제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그런 거부발언이 자신의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한 수법일 수도 있다.  

 

만일 윤석열 대선후보가 오른 손을 박근혜와 잡고, 왼손을 안철수와 잡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보수층,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자극하는 교묘한 선거전술을 택한다면, 선거판세는 그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전변될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2022년 3월 9일에 실시될 대선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지역에서 정치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시기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종전의 대선들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대선이다. 그처럼 특별한 대선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것으로 본다면, 그건 어수룩한 생각이다.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그것은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선거판세를 뒤집으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거판세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계기를 조작해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낙선시키고 윤석열 대선후보를 당선시키는 은밀한 선거공작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런 선거공작이 성공하려면, 더불어민주당 지지기반을 분렬시키고, 국민의힘 지지기반을 결집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도다. 물적 증거를 가지고 확언할 수 없지만, 지금 ‘보이지 않는 손’이 분렬과 결집의 선거공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심증은 확실하다. 

 

보수양당체제를 장악한 ‘보이지 않는 손’은 자기 이익에 따라 때로 집권을 연장시키기도 하고, 때로 정권을 교체하기도 한다. 그런 보수양당체제가 유지되는 한, 혹시 ‘보이지 않는 손’의 선거공작이 실패하여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 민주당의 15년 집권경험에서 입증된 것처럼, 민주당의 집권연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불행과 고통을 연장해주는 것이다. 보수양당이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는 낡고 썩은 보수양당체제 아래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주인이 되는 참된 민주주의와 사회력사적 발전이 절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장악한, 낡고 썩은 보수양당체제를 넘어서야 근본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보수양당체제를 넘어선다는 말은 진보정치세력이 제3당으로 올라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진보정치세력이 각각 30%씩 지지기반을 확보한 새로운 삼당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보수양당체제를 넘어서 삼당체제를 수립하려는 혁신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보수양당체제 안에서 어느 보수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고루한 생각에만 사로잡혔다면,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사회력사발전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낡고 썩은 보수양당체제를 뛰어넘어 새롭고 참신한 삼당체제를 수립하려면,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이 각자 정당을 유지하면서 정치력량을 단합시키는 삼당련합체를 결성하여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장해야 한다. 삼당련합체를 결성하고, 민주노총과 진보적 사회단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야말로 진보정치세력이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여러 정당들이 구동존이의 원칙 아래서 정당련합체를 결성하여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우리 사회의 진보정당들은 분당하는 것은 알아도, 정당련합체를 결성하는 것은 아직 모른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이 진보후보단일화를 실현하여 한시적 선거연합전술로 대응한다면, 그것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진보정당련합체로 발전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놓을 수 있다. 진보정치의 계산법은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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