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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72]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하여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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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4-14 11:5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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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72]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하여 ③

이 형 구 : 자주시보 4월 13일 서울 

 

 

 

북한은 올해 1월 조선노동당 제8기 제6차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을 “승리와 영광의 대축전”으로 만들어 “성대히 경축”하기로 하였다.

 

미국 등지에서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나 열병식을 할 것이며 경제 성과를 과시할 것이라는 등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3월 13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4월 15일 북한은) 대대적인 행사를 할 것”이라며 “핵실험을 세게 하든지 아니면 정말 위력적인 ICBM을 또 한 번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은 3월 24일 화성포 17형을 발사했다.

 

나오고 있는 예측의 공통점은 북한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의 국력 시위를 할 거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은 전 세계를 들었다 놓을 정도로 큰 충격파를 일으키는 일을 종종 해왔기 때문이다. 화성포 17형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북한이 말하는 ‘대축전’이 어떤 대외적 파장을 불러올지도 관심사지만, 북한 내부의 시각에서 ‘대축전’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북한 내부의 시각을 보려면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될 수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선대 ‘수령’을 잇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북한 지도자의 생애와 활동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아침햇살에서는 지난 [아침햇살169], [아침햇살171]에 이어 북한에서 주체사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학술적,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주체사상의 본질은 ‘인민대중제일주의’

 

그동안 북한 주체사상의 핵심이 무엇인지 여러 해석과 논쟁이 있었다. 주체사상의 핵심으로 어떤 이는 자주성을, 다른 이는 창조성을 꼽는다. 이노우에 슈하치 교수의 경우 주체사상을 “사랑과 통일의 실천철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인민대중’이 주체사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먼저,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내세운 ‘이민위천’이 주체사상의 근본원천이라고 설명한다.

 

김일성 주석은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이민위천’, 인민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이것이 나의 지론이고 좌우명이었다. 인민대중을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 믿고 그 힘에 의거할 데 대한 주체의 원리야말로 내가 가장 숭상하는 정치적 신앙이며 바로 이것이 나로 하여금 한생을 인민을 위하여 바치게 한 생활의 본령이었다”라고 말했다. 

- 「이민위천의 원리적 기초」, 민플러스, 2021.04.18.

 

김효은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은 인민대중을 가장 귀중한 존재로 내세우고 모든 것이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이민위천의 사상”이라고 말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체사상의 근원을 ‘인민사랑’에서 찾았다”라고 설명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한 생을 쥐어짜면 인민이라는 두 글자가 남는다”라며 ‘인민’을 강조하기도 했다.

- 김효은, 「북한의 사상과 인민대중제일주의 연구」. 통일연구원, 202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정식화했다.

 

노동신문은 2021년 4월 21일 사설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에 대해 “인민대중의 존엄과 권익을 절대적으로 옹호하고 모든 문제를 인민대중의 무궁무진한 힘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로 함축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북한은 주체사상에 대해서 ‘인민대중 중심’의 사상,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주장한다.

 

시인 김남주는 1991년 시집 『사상의 거처』를 통해 사상에 대한 고찰을 보여준 적이 있다.

 

시집 『사상의 거처』를 보면 김남주 시인은 사회주의 소련 붕괴 후 방황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뇌하던 김남주 시인은 자기가 민중을 위해 혁명을 한 것이지 소련 때문에 혁명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사상의 거처는 민중에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나는 알았다 그날 밤 눈보라 속에서

수천 수만의 팔과 다리 입술과 눈동자가

살아 숨쉬고 살아 꿈틀거리며 빛나는

존재의 거대한 율동 속에서 나는 알았다

사상의 거처는

한두 놈이 얼굴 빛내며 박히는 상아탑의 서재가 아니라는 것을

한두 놈이 머리 자랑하며 먹물로 그리는 현학의 미로가 아니라는 것을

그곳은 노동의 대지이고 거리와 광장의 인파 속이고

지상의 별처럼 빛나는 반딧불의 풀밭이라는 것을

사상의 닻은 그 뿌리를 인민의 바다에 내려야

파도에 아니 흔들리고 사상의 나무는 그 가지를

노동의 팔에 감아야 힘차게 뻗어나간다는 것을”

-김남주, 「사상의 거처」 중에서

이런 게 북한의 주체사상이 이야기하는 ‘인민대중 중심’과 비슷한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2. ‘인민’이란

-참고자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2년 발표한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위키문헌에서 재인용) / 통일부 북한지식사전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북한이 이야기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에서 ‘인민’이란 역사의 자주적 주체를 말한다. 역사의 주인이라는 지위를 갖고 역사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는 존재가 주체사상에서의 ‘인민’이다. 그래서 ‘주체’사상이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인민’은 역사의 주체이지만 언제나 지위와 역할이 같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민’이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주체사상은 ‘인민’이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급사회에서는 ‘인민’이 착취와 압박을 받는 ‘피지배’계급이었기 때문에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응당한 지위를 차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인민’이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어야 참다운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역사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체사상은 ‘인민’이 역사의 주인이 되려면 수령 및 당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개별적인 사람이 제각각 모두 사회의 주인인 것은 아니다. 수령과 당의 영도를 받아 조직사상적으로 통일단결 된 ‘인민대중’만이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체사상에서 역사의 자주적 주체를 정확히 말하면 수령-당-대중의 통일체라고 할 수 있다. 주체사상은 수령-당-대중의 통일체를 서로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로 본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북한이 이야기하는 역사의 자주적 주체로서 ‘인민’을 말할 때, 이 ‘인민’은 수령-당-대중의 통일체를 뜻한다. 이것이 주체사상이 이해하는 ‘인민’이다.

 

3. 수령결정론

- 참고자료: 서재진, 「주체사상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새로운 분석」, 통일연구원, 2001

 

주체사상은 수령-당-대중의 통일체 중에서 수령이 혁명과 건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를 ‘수령결정론’이라고 하겠다.

 

주체사상이 말하는 수령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치지도자와 개념이 다르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성향을 바탕으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국민을 가르쳐 이끄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6년 노작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수령을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와 이해관계를 분석 종합하여 하나로 통일시키는 중심인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창조적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이라고 설명한다.

 

일반 정치지도자가 자신이 가진 이념으로 국민을 이끈다고 한다면, 주체사상이 말하는 수령은 ‘인민’의 요구를 집약해 그에 맞는 사상을 제시하고 ‘인민’에 의거해 이를 실현한다. 주체사상은 수령이 “참다운 인민의 지도자”, “ 가장 위대한 영도자”라고 말한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수령론’

 

수령-당-대중의 통일체에서 당이란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사상적으로 공고하게 결합된 인민대중의 핵심부대로서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중추”라고 주체사상은 설명한다. 

 

당에는 지도사상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지도사상을 창시하는 것은 수령이며 또한 수령이 ‘인민’ 중 우수한 선봉투사를 조직해 당을 만든다.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중추인 당은 수령과 ‘인민’을 조직사상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생명체에서 뇌가 지시를 내리면 중추가 신호를 전달해 신체가 움직이게 하고 또 신체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뇌로 전달한다. 이와 같이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중추인 당은 수령의 지휘를 전달하고 그를 실현하도록 ‘인민’을 조직하며 ‘인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령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 통일부 북한지식사전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주체사상은 수령-당-대중의 통일체에서 ‘인민대중’은 혁명과 건설의 담당자라고 말한다. ‘인민’을 교육해서 역사의 주인임을 깨닫게 하고 ‘인민’을 각종 정치단체에 망라해서 당과 연결시키는 것은 수령이라고 한다. 수령으로 하여 대중은 역사의 주인으로서 자각성을 높이고 자기 힘과 역할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 정대일, 주체사상의 역사의식, 에큐메니안, 2020.07.02.

 

종합하면 주체사상은 당과 대중을 의식화하고 조직화하는 것은 모두 수령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주체사상이 수령결정론을 주장하며 수령이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중심이라고 하는 것이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수령과 ‘인민’은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사람의 뇌와 손발을 동떨어진 별개의 생명체로 볼 수 없듯이 사회정치적으로 수령과 ‘인민’을 ‘통일체’로 보는 것이 주체사상의 관점이다. 

 

수령과 ‘인민’이 통일체라면 수령결정론과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서로 잇닿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일을 ‘태양절’이라고 부르듯 수령을 ‘태양’으로 떠받든다. 동시에 북한은 ‘인민’을 수령처럼 떠받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을 모시는 것처럼 우리 인민을 받들”자고 호소했다. ‘인민’이 수령을 떠받들고 동시에 ‘인민’을 수령처럼 떠받드는 것을 통해 수령결정론과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하나로 연결하려는 듯하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인민대중제일주의’, 수령결정론, 수령제일주의, 당제일주의 등은 모두 철학적 관점에서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인 수령-당-대중의 통일체에 대해서 각도를 달리해 조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수령을 ‘인민’ 중의 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주체사상에 대한 옳은 해석이 아니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볼 때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수령은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개념이다. 사회정치적 존재로 볼 때 수령은 수령-당-대중의 통일체에서 뇌수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령을 한 명의 개인, 단순히 ‘인민’ 중 한 사람으로 보면 주체사상을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에서 수령은 곧 당이고 ‘인민’이다. 그래서 북한은 수령을 목숨으로 사수하자며 “결사옹위”를 외친다. 북한 노래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1993)에서는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가사가 있다. 수령을 ‘인민’ 그 자체로 바라본다는 시각이 드러난 노래 가사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을 성대히 경축해 나가고 있다. 주체사상의 수령에 대한 관점을 적용하자면, 북한은 단순히 한 개인을 축복하고 경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나라와 조선노동당과 ‘인민대중’, 다시 말해 북한 전체의 혁명과 건설의 역사를 경축하고 북한의 미래를 축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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