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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60] 미국 경제, 약달러, 전환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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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5-08 17:3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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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60]  미국 경제, ‘약달러’ 전환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영 석 기자 자주시보 5월 8일 서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4월 2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서 “멍청한 사람들에게는 (강달러가) 좋게 들리겠지만, 우리 제조업체나 노동자들에게는 총체적 재앙이다”라면서 “그들은 경쟁할 수 없고 많은 사업과 공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엔화에 대한 달러 가치가 34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 것을 한탄하며 중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 하락이 미국 제조업체들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입니다.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재앙이라고 했을까요?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경제 위기가 왔습니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돈을 벌 수가 없고 돈을 벌 수가 없어 소비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경제 위기가 온 것입니다.

 

미국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달러를 찍어내 사람들에게 뿌렸습니다. 소비를 강제로 유도하여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자, 이번에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찾아옵니다. 미국 내에 달러가 많아져 물건값이 급속도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물가가 1980년 이후 40년 만에 빠르게 상승합니다.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9.1%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하여 달러를 회수하기로 합니다. 2022년 5월 1%였던 금리를 네 번 연속 0.75%포인트씩 가파른 속도로 올렸고, 2023년 7월 5.25%에서 5.50%로 올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만 미국보다 경제가 좋지 않았던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은 금리를 미국만큼 올리지 못합니다. 미국과 이들 나라 간에는 금리 차가 발생하게 되고 달러는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세계에서 달러가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강달러’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달러가 강하게 되면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사 올 수 있게 되어 수입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한국에서 1달러로 1,200원짜리를 샀는데 1,400원짜리를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반대로 물건을 팔 때는 물건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수출 측면에서는 불리합니다. 1달러짜리를 1,200원에 팔았는데 1,400원에 팔아야 하니 팔리는 것이 줄어들게 됩니다.

 

미국 내에 값싼 외국 상품이 들어옵니다. 미국 기업은 값싼 외국 상품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또, 외국에서 미국의 수출 상품은 더 비싸집니다. 미국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조업 부활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나가던 미국 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달러 강세는 제조업 부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는 이익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 회장은 “강달러가 미국 기업들을 쇠약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제조업 부진은 노동자의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달러가 미국 제조업체와 노동자에게 대재앙이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강달러를 약달러로 전환하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 가치를 내리면 미국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출이 늘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용 문제도 나아질 거라 봅니다.

 

강달러를 약달러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금리를 낮추면 약달러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올해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 있어서 금리 인하를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 외국에 돈을 뿌리면 약달러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외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을 사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 방법도 힘들어 보입니다.

 

외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을 사들이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 부채가 엄청나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법적 부채 한도는 31조 4천억 달러(약 4경 3천조 원)였지만 2024년 4월 부채 규모는 최소 33조 달러(약 4경 5천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이상 부채가 늘어나면 미국이 파산할 수도 있을 지경입니다.

 

외환안정기금(ESF)을 통해 달러를 팔고 외화를 사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ESF는 미국 정부가 달러화의 안정을 위해 1934년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설립한 기금으로 재무부 예산에서 조성해 연방준비제도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ESF로 외화를 사고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당국의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논쟁의 여지가 커 시행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또, 1985년 플라자합의 때처럼 강제로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려 약달러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 22일에 프랑스, 서독, 영국, 미국, 일본의 재무부장관들이 뉴욕 맨해튼에 있는 플라자호텔에서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입니다. 당시 달러 가치 강세로 막대한 재정·무역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기 위해 이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 중에서 이런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재무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이 달러 가치를 일방적으로 내리거나 다른 나라들과 환율을 협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4월 15일 보도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아담 포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4월 30일 한 토론회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재정적자 증가는 2026년에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 미국 동맹국의 경제가 어려운데 플라자합의 때처럼 미국의 의견을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거기에다 미국 국내에서 월가의 미국 투자자들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달러 가치를 내리면 미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화 표기 자산의 가치가 덩달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듯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금융업계 출신을 재무부장관으로 임명하면 평가 절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의 투자 자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생산 물품보다 값싼 수입 물품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경제 현황에서 관세 부과 방안이 현실적으로 먹혀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을 상대로 높은 관세를 부과한 무역전쟁을 벌인 결과 미국의 피해는 더 막심해졌습니다.

 

외국인 투자 자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자유주의 시장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환율 조정으로 달러 가치를 내리는 것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효과는 반감될 수 있습니다.

 

미국 국채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이들 국가에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은 자산 가치 하락을 의미합니다.

 

중국, 러시아는 브릭스에 가입해 있습니다. 세계 경제 규모의 1/3에 달하는 국가가 브릭스에 가입해 있는데 브릭스에 가입하면 달러로 무역 거래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브릭스는 미국 달러화의 의존을 줄이기 위해 브릭스 국가 간 무역 결제에 자국 통화 사용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중국, 러시아 등의 나라들이 미국 중심의 경제 체제에 편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탈달러화를 가속하며 미국의 경제 패권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모로 보아 미국이 강달러를 약달러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달러가 되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약달러가 되면 제조업의 경쟁력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달러 약세는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대부분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약달러가 되면 수입 상품을 더 비싸게 사와야 하고 이것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는 다시 강세로 전환될 것입니다. 결국 악순환에 빠지게 되어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경제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적한 것과 달리 달러 가치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실물경제가 매우 취약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동안 미국 일극 체제하에서 자만하여 제조업을 등한시하고 금융 자본 중심으로 경제를 구조화하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진단과 방책은 현재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고 그 대응책을 쓰면 반대 편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여간 미국은 그네가 왔다 갔다 하듯 이 편향, 저 편향을 왔다 갔다 할 것이며 그러다 어느 시점엔가는 무슨 사달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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