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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68]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독일 총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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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5-22 17:2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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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68]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독일 총리의 교훈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5월 21일 서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역대 독일 총리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이며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숄츠 총리.  © Christoph Braun - Eigenes Werk


독일의 공영방송 아에르데(ARD)가 지난 1월 4일 발표한 월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숄츠 총리의 직무수행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9%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아에르데가 1997년 이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1월 7일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4.3%가 총리 교체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또 2월 4일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15%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년 전 70%를 넘겼던 총리 지지율이 지금은 20%대로 떨어졌다고 나옵니다. 

 

▲ 숄츠 총리 지지율 그래프. 파란색이 긍정, 검은색이 부정 응답이다.  © Statista 2024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악화 등의 여파로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서방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숄츠 총리의 지지율 하락은 눈에 띕니다.

 

많은 전문가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 위기를 꼽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이전의 4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 지난 10년의 독일 물가상승률 그래프.  © Trading Economics


독일의 물가 상승과 관련하여 ‘되너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흥미롭습니다.

 

되너(Döner)는 구운 빵 사이에 여러 가지 양념을 바르고 얇게 썬 다진 고기와 양파, 양배추, 토마토 등 채소를 끼워 넣은 햄버거 비슷한 요리로 1970년대 초반 튀르키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자국 전통음식 케밥을 변형해서 만들었습니다.

 

▲ 되너.  © ​German-speaking Benutzer Wollschaf


5월 15일 자 연합뉴스 기사 「독일이 메르켈을 그리워하는 또다른 이유」를 보면 학생과 이민자가 많은 가난한 도시 베를린은 가성비 좋은 되너에 열광했고 되너는 50여 년 사이 독일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구 400만인 베를린에서만 하루 40만 개가 팔릴 정도로 되너는 독일인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최근 되너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4유로(약 6천 원) 정도였던 되너 가격이 지금은 베를린에서 7유로(약 1만 원), 뮌헨에서 8.5유로(약 1만 2,600원)라고 합니다. 되너 가격 폭등은 독일의 물가 상승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독일의 심각한 물가 상승을 ‘되너 물가 상승’이라고 부릅니다. 

 

되너 물가 상승 문제는 최근 독일 정치의 중심에 있습니다. 숄츠 총리가 외부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청년들이 “되너 가격 좀 내려달라”라고 외친다고 합니다. 어쩐지 지난 총선에서 쟁점이 된 ‘대파 875원’이 연상됩니다. 

 

특히 지난해 숄츠 총리를 마주한 청년이 “되너 하나에 8유로(약 1만 2천 원)예요. 푸틴과 얘기 좀 해봐요”라고 외친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청년의 외침은 독일의 물가 상승이 러시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독일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순위 세계 3~4위의 경제대국이며 유럽의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독일 경제가 잘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러시아가 있습니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값싸게 들여온 천연가스, 석유, 석탄 등 원자재로 공장을 쉼 없이 돌렸습니다. 2020년 기준 독일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비중은 석탄 56.6%, 천연가스 55.2%, 석유 33.2%에 이릅니다. 

 

그런데 2021년 12월 숄츠 총리가 집권한 후 독일은 서방 중심의 외교를 펴면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였습니다. 

 

2022년 5월 1일 독일 경제·기후부는 독일이 수입하는 원자재 가운데 러시아산의 비중을 석탄 8%, 천연가스 35%, 석유 12%로 각각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과 국내총생산 감소를 경고했지만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는 “이 모든 조치는 경제와 소비자 모두 치러야 하는 비용을 뜻한다”라며 국민에게 고통을 견디라고 요구했습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자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맨다며 서민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이에 독일 곳곳에서 노동자, 농민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독일인이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그리워합니다. 틱톡에서는 메르켈 전 총리가 되너 가격을 3유로로 돌려놓겠다고 취임 선서를 하거나 3유로보다 비싸게 팔면 형사 처벌하겠다고 발표하는 패러디 영상이 유행입니다.

 

현재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의 대러시아 정책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독일 국익 중심의 실리 정책을 펼친 것을 돌아봐야 합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독일은 미국, 서방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였습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강경 대응보다는 대화를 통한 온건한 해법을 주문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솔직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미국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반대했습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두고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발언했을 때도 메르켈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나 협의하고 노르트스트림2를 계속 추진하였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서방과 러시아에 양다리를 걸치는 균형 외교, 실리 외교를 펼쳐서 독일 경제를 유럽 최강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멀다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 앞에서 독일인들은 메르켈 총리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독일 사례를 보고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이념에 경도되어 국익을 훼손하는 외교는 나라를 망치는 길입니다. 국제 질서가 복잡하고 세계 정세가 어수선할수록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가 절실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 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왼쪽에는 중국, 러시아가 있고 오른쪽에는 미국, 일본이 있습니다. 양쪽에 먹음직한 풀이 무성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가치 외교’라는 정책을 표방하며 미국, 일본 중심의 이념 편중 외교만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만들면서 우리 국익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비판하면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반일·반미 감정을 선동한다”라며 발끈합니다. 하지만 극우 언론조차 ‘미일 편중 외교 때문에 총선에서 참패했다’라고 분석할 지경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미일 편중 외교를 하면 미국, 일본에서 무언가 떡고물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우리 반도체와 정보통신 기업들이 강탈당하는 형편입니다. 이 상황에 정부는 ‘미국, 일본 형님들이 그럴 나라가 아니다’는 태도를 보이며 천하태평입니다. 

 

현 정부를 그냥 두고는 도대체 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탄핵해야 합니다. 그것이 위기에 빠진 나라를 살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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