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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71] 오물 풍선, 뒤바뀐, 정상과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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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6-13 09:1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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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71] 오물 풍선, 뒤바뀐 ‘정상’과 ‘비정상’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6월 5일 서울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자 윤석열 정부가 격노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5월 31일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행위는 정말 ‘정상’적인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일”이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브리핑에서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고 북한을 규탄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행동을 두고 ‘정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즉, ‘비정상’이라는 겁니다. 

 

‘정상’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이며 ‘비정상’의 뜻은 ‘정상이 아님’입니다. 보통 평범한 상태,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상태를 ‘정상’이라고 하고 반대로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비정상’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볼 때 북한의 여러 행동이 ‘비정상’인 것은 맞습니다. 

 

북한의 ‘비정상’ 행태

 

1. 한국이 북한으로 보낸 풍선에는 체제 홍보나 비방의 내용을 담은 전단, 각종 영상이 담긴 USB 메모리, 돈 등이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북한도 이에 준하는 내용물이 담긴 풍선을 보내는 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고 쓰레기, 오물을 보냈습니다. 그것도 3,500여 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을 보냈습니다. 

 

2. 정부에 따르면 5월 29일부터 북한이 위성 항법 체계인 GPS 전파 교란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군 함정도 백 차례 이상 GPS 신호 수신 장애를 겪었고 정부에 천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주변국에 GPS 전파 교란 공격을 하는 것도 ‘정상’은 아닙니다. 

 

3. 북한은 5월 30일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해 무력시위를 하였는데 하필이면 18발을 쐈습니다. 통상 한국 사회에서 ‘18’은 욕으로 통하고 혐오 대상에게 씁니다. 한때 자기가 싫어하는 국회의원에게 18원을 후원하면서 항의 표시를 하는 게 유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굳이 10발, 20발이 아닌 18발을 쏜 것은 ‘나를 건드리는 XX놈들 다 쓸어버리겠다. 윤석열 XX놈아 우리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 뭐 이런 뜻으로 보입니다. ‘정상’ 국가라면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4. 북한은 2022년 9월 8일 핵무력법을 채택해 상대국이 자신을 공격할 ‘징후’가 있다고 판단하면 선제 핵공격을 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전쟁을 개시하는 첫 발이 핵미사일인 것입니다. 어느 나라도 이런 공격적인 핵정책을 법으로 명시하지 않습니다. 

 

5.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3월 서해 최전방 섬을 현지지도하면서 “항복 문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도록 수장(水葬)시키라”라고 하였습니다. 2015년 7월 26일 ‘조국해방전쟁 승리 62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부장관에 해당)은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게 모조리 격멸 소탕”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패전국이 항복 문서에 도장을 찍고 전쟁을 끝내는 게 ‘정상’인데 북한은 그런 절차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6. 북한이 외부를 향해 발표하는 공식 문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표현이 정말 ‘비정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 6월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한 이들을 두고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라고 지칭했습니다. 20일 후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담화를 발표해 “위협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상’ 국가에서는 공식 문서에 이런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7. 5월 23일 고든 손들런드 전 유럽연합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기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관해 “그 ☆은 기회가 있으면 내 배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두려움을 표시하는 대상국은 북한밖에 없습니다. ‘정상’ 국가가 아닙니다. 

 

8. 과거 어린이들이 즐겨 본 로봇 만화를 보면 호수가 갈라지면서 그 속에서 주인공이 탄 로봇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022년 9월 25일 북한의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이 날아올랐습니다. 저수지 수중에서 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세상천지에 듣도 보도 못한 일입니다. 우리 군이 탐지에 실패한 것은 물론입니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와는 전혀 다른 무기를 개발합니다. 

 


북한 행동이 ‘비정상’이라고 할 때 그 의미는 기존에 없었고, 지금도 다른 나라는 하지 않는, 오직 북한만 하는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북한의 행동들은 동서고금 어디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은 항상 예상을 벗어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규탄하며 보복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그냥 말로 하는 엄포쯤으로 여겼습니다. 혹시 북한이 대남 풍선을 날리더라도 대북 전단과 유사한 수준으로 날릴 거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오물이 담긴 풍선을 3,500여 개나 날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위협을 하거나 공포를 줄 때도 아주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줍니다. 학을 뗀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2019년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입수해서 공개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자극하면 안 된다. 난 그 때문에 빌어먹을 핵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대통령도 두려워하게 만든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비정상’ 행태

 

오물 풍선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한국이 먼저 대북 전단을 보내니 북한에서 오물 풍선을 보낸 것 아니냐’는 내용이 많습니다. 북한의 ‘비정상’ 행동을 유발한 게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동안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게 ‘정상’이었는지 ‘비정상’이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1. 미국은 1970년대부터 중국·러시아가 한국과 수교하고, 미국·일본이 북한과 수교하며,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해 동북아 냉전을 해체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0년 중러가 한국과 수교했습니다. 1991년에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미일은 북한과 수교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유엔 정식 회원국으로 엄연한 국가인데 미일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외교 행태가 아닙니다. 

 

2.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기 전부터 핵폭격 협박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또 ‘화염과 분노’, ‘정권의 종말’ 같은 과격한 표현을 쓰며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위협을 시도 때도 없이 했습니다. ‘정상’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3. 대북 제재도 기간과 강도, 범위에서 사상 유례가 없습니다. 

 

4.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도 역대급으로 진행합니다. 지금도 군사훈련이 진행 중입니다. 단독훈련, 한미연합훈련으로도 모자라 이제 한·미·일 연합훈련도 합니다. 이렇게 집요하고 광범위하게 한 나라를 상대로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지속하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5. 한국은 다른 나라 로켓까지 빌려 가면서 정찰위성을 쏘는데 비슷한 시기에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면 ‘도발’이라고 몰아갑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대한 것을 보면 그야말로 ‘비정상’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댓글을 확장해 보면 지금까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정상’으로 대했고 이것이 북한을 ‘비정상’으로 대응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 내용은 상식적입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비정상’의 반복을 끊고 어느 한쪽이 먼저 하든, 동시에 하든 서로서로 ‘정상’적으로 대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고쳐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비정상’이 반복되든지 아니면 어떤 일이 발생해서 어느 순간 이 ‘비정상’의 고리가 끊어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비정상’의 안착화

 

여기서 주목해 볼 것은 북한이 빨치산 국가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빨치산 활동을 통해 나라를 독립했다고 이야기하며 지금도 항일 빨치산 정신으로 군대는 물론 전 국민이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북한은 정규전도 있지만 빨치산식으로 미국과 한국을 대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북한의 행동을 보면 ‘싸움꾼’입니다. 국가 자체가 ‘싸움꾼’인 국가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내부에서도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의원들 속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5월 29일에도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나토처럼 한국과 핵무기를 공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없다는 말인데 이게 ‘비정상’ 아닌가요? 나토에는 러시아를 겨냥한 핵무기가 있는데 한국에는 북한을 겨냥한 핵무기가 없다니요. 나토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다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이런 ‘비정상’을 이해하는 열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을 자기 배에 칼을 꽂을 나라라고 했습니다. 즉, 미국 본토에 핵무기를 쏠 나라로 북한 하나만 꼽은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두려워서 한국에 핵무기를 다시 배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토에 러시아를 겨냥한 핵무기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또 하나의 ‘비정상’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강경 조처를 할 때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해 계속 대화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조건 없이 만나자고 조릅니다. 이건 ‘비정상’입니다.

 

또 북한은 ‘너하고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그 수모를 세계 면전에서 당하고도 일본 기시다 총리는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계속 북일정상회담을 하자고 애원합니다. 미국은 그런 기시다 총리와 북일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볼 때는 ‘비정상’인데 어느새 우리 생활에 이 ‘비정상’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들어와 버려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또 다른 ‘비정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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