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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305] 확장억제, 허와 실 ③ 확장억제가 허망한 이유 이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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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7-19 18:4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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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305]  확장억제, 허와 실 ③ 확장억제가 허망한 이유


이 인 선 기자  자주시보 7월 18일 서울

 (이어서)

 

핵폭격이 어려운 미국 전략무기들

 

흔히들 지상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미국의 3대 전략무기(전략자산)라고 말한다.

 

미니트맨 III은 현재 미국에서 운용하는 유일한 지상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매년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미니트맨 III의 한계는 명확하다.

 

▲ 미니트맨 III.  © 미국 공군 국립박물관

 

먼저 1970년 첫 실전 배치를, 1976년 7월 17일 마지막 배치를 했다는 점에서 50년 된 낡은 무기라는 점이다.

 

현재 새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센티넬’(Sentinel)을 개발하고는 있기에 미니트맨 III는 2030년까지만 운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국방부가 센티넬 제작 비용이 예상보다 81% 높은 1,409억 달러(약 194조 3,616억 원)가 들 것이라고 공개하는 등 비용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미국 내에선 미니트맨 III 수명을 연장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앤드류 헌터 공군 획득, 기술 및 군수 담당 차관보는 7월 8일 진행된 미국 국방부 브리핑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센티넬 개발 공정을 재조정하는 데만 약 18~24개월이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완료된 후에도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북·중·러가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며 실전 배치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두 번째로, 원래대로라면 탄두 3개를 탑재할 수 있으나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탄두를 1개만 탑재할 수밖에 없다.

 

▲ B-52H(위), B-1B(왼쪽 아래), B-2(오른쪽 아래).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폭격기로는 B-52, B-1 랜서, B-2 스피릿 등이 있다.

 

현재 미국은 60년도 더 된 B-52를 주력 전략폭격기로 쓰고 있다. B-1은 B-52에 비해 크게 장점이 없어 많이 만들지 않았고, B-2는 가격과 운용·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 21대만 생산해 함부로 쓰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B-52는 2024년 기준 76대가 남아있고 A부터 H까지 8가지 개량형이 있다. 그중 B-52H를 현재 사용하고 있다.

 

B-52의 단점은 너무 커서 격추가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격추될 위험을 피하고자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뒤에야 출격하고, 과거와 달리 융단폭격보다 정밀유도폭탄이나 공대지 미사일을 이용해 표적만 정확히 타격하고 빠져야 한다.

 

그간 추락, 핵폭탄 오발 등 사건 사고도 비일비재했다.

 

또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B-52H 76대 중 30대는 핵무장을 할 수 없다.

 

물론 미국 공군이 발행한 전략폭격기 지침에 따르면, 2024년 5월 6일 기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B-52H 46대는 W80-1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AGM-86B 공대지 순항미사일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 수칙에 따라 핵탄두를 분리해야 한다. 안전 수칙은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하며 극히 드문 경우에만 승인받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즉 B-52H는 전략폭격기지만 핵탄두 없는 무기를 탑재하고 다니는 폭격기 신세가 되었다.

 

‘초음속 폭격기’라는 B-1B 랜서는 목표지점 상공에서 저공비행 할 때는 초음속으로 날지 못한다. 그리고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핵폭탄을 탑재할 수도 없다.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재래식 폭격용으로만 사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1년까지 핵무기 탑재 장치들을 모두 제거해서 이제 핵무장을 복구하기도 어려워졌다.

 

B-2 스피릿은 핵폭탄(B61-7, B61-11, B61-12, B83-1)을 장착할 수 있다. 그리고 강력한 스텔스 기능 덕에 은밀한 작전이 가능하다. 물론 다른 전략폭격기에 비해 최대 폭탄 탑재량(23톤)이 적지만 스텔스 기능이 있기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스텔스 기능을 위해 기동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적에게 발각되면 살아남기 힘들다.

 

또 21대뿐이고 유지비만 월 38억 원 정도 드는 전략폭격기다 보니 수시로 한반도에 출격하거나 합동훈련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

 

핵잠수함은 부산항에서 북한 공격 못해

 

미국의 핵잠수함은 SSN, SSGN, SSBN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핵을 동력으로 하는 건 동일하지만 탑재된 무장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함정 기호가 붙는다.

 

SS는 잠수함, N은 핵추진을 뜻한다. SSN에는 어뢰 정도의 무장만 탑재할 수 있고, SSGN에는 유도 기능(Guided missile)이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같은 무장을 할 수 있다.

 

SSBN만 핵탄두가 달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핵잠수함이라고 한다. 미국은 전략 핵잠수함을 14척 보유하고 있다.

 

▲ 트라이던트 Ⅱ.  © 미국 해군

 

▲ 트라이던트 II가 2024년 1월 30일 시험발사 과정에서 통제 불능이 돼 바다로 추락하고 있다.  © 미국 국립박물관

 

해당 전략핵잠수함들은 모두 1990년부터 사용 중인 유일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 Ⅱ를 발사할 수 있다. 트라이던트 Ⅱ는 사거리가 1만 2.000킬로미터라 괌, 하와이, 미국 본토 서해안에서 쏘아도 한반도에 다다른다.

 

트라이던트 Ⅱ는 목표물과 최소 2,5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서 발사해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즉 전략핵잠수함이 부산까지 오면 오히려 북한을 타격하기 힘들어진다. 부산에서 북한을 향해 트라이던트 Ⅱ를 발사하려 한다면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고각 발사를 해야 한다.

 

위치를 숨겨야 하는 미국 핵잠수함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산에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동해나 부산기지 등 우리나라 항구 가까이 출동하면 오히려 추적·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트라이던트 Ⅱ는 지난 1월 30일 시험발사 과정에서 수 미터도 날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발사 실패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북한을 향해 쏜다고 한들 날아가다 추락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런 상황에서 전략핵잠수함을 부산까지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전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5월 18일 공개된 KBS와의 대담에서 “미국이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부산으로 보냈다. 그게 뭔가.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그 잠수함은 원래 숨겨져 있어야 한다. 북한이 우리가 거기 핵무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부산에서 그걸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2023년 4월 29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전략핵잠수함이 한국에 와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로 북한을 타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보여주기식이지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북 핵억제력 면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이벤트성 조치”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고 전략핵잠수함을 부산항에서 보여준 것은 그저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믿도록 안심시키는 목적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전략폭격기들을 한반도에 출격시키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미국 핵무기 사용에 한국 개입 못해

 

미국 핵무기 사용 권한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

 

결국 한반도 상황이 더 나빠져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하거나 진행되면 한국은 미국에 도움을 청할 것이다. 그간의 확장억제 약속, 논의 사항들을 근거로 북한을 향해 핵반격을 해달라고 미국에 매달릴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7월 11일 주장한 바와 같이 “한반도 핵운용에 있어서 우리의 조직, 우리의 인력, 우리의 자산이 미국과 함께하는 확장억제로 진화”했다고 한들 한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이 따라줄 이유는 없다.

 

도움을 주고 보복해준다고 했지만 전적으로 최종 판단은 미국의 몫이다. 정확히는 미국 대통령의 결정 아래 전략사령부만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나 인도·태평양사령부에도 권한이 없다.

 

어떤 핵보유국이 동맹국에 자기 핵무기 통제 권한을 넘겨줄까?

 

일각에선 ‘나토식 핵공유’를 언급하며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해 공유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나토식 핵공유는 독일, 이탈리아, 튀르키예, 벨기에, 네덜란드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에 배치한 미국의 핵폭탄 B-61을 미군이 관리하다가 전쟁 시 해당 국가 전투기에 장착해 주는 방식이다.

 

물론 핵폭탄 사용을 위해서는 미국 대통령이 암호를 입력해야만 한다. 나토 동맹국들도 핵무기 사용권을 가진 게 아니다.

 

또 미국과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지켜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 1조에선 핵보유국은 핵무기에 대한 “관리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어떠한 수령자에 대하여도 양도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있다. 2조에선 비핵국가가 핵무기의 “관리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어떠한 양도자로부터도 양도받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023년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 의무를 준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핵무기 사용에 개입할 수 없다. 미국의 핵무기를 운용할 인력도, 부대도 가질 수 없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미국산 무기에는 미국의 핵무기를 장착할 수 없도록 미국이 철저히 기술 통제를 하고 있다. 자체 핵개발도 해선 안 된다.

 

미국과 핵무기 운용 모의훈련을 하더라도 사후 평가를 통보받는 수준이지 실제 핵무기 사용 기획과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한국이 바라던 ‘미국의 확장억제’가 이처럼 허망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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