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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90] 의문의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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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8-04 09:5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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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90] 의문의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8월 3일 서울 


사건 개요

 

정보사 명단이 넘어갔다

 

2024년 6월 중순 국정원의 전문 해커가 북한 당국의 서버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의 정보작전요원 명단을 북한 서버에서 발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발견한 정보는 수백~수천 건이며 현직 정보요원의 암호명, 본명, 나이, 위장 직업과 업체명, 활동 국가 등 신원 정보가 상당수 포함되었고 정보사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의 기밀 정보도 있었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곧바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에 신고하였고 방첩사는 유출 경로를 파악한 끝에 한 군무원의 개인 노트북에서 문제의 명단을 발견,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7월 30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해당 군무원은 구속되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원래 정보사 해외 공작 담당 부서에서 근무한 간부였다가 퇴역 후 군무원으로 정보사에 다시 취직한 인물입니다. 그는 북한이 자신의 노트북을 해킹했다고 주장했지만 신빙성은 없어 보입니다. 일단 정보사 내부망은 인터넷 연결도 안 되고 USB 메모리도 쓸 수 없습니다. 기밀 내용을 개인 노트북에 보관한 것부터 이미 불법입니다. 수사 결과 용의자는 정보사 컴퓨터를 열람하며 필요한 정보를 손으로 직접 써서 옮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중국 교포에게 넘긴 것입니다. 

 

그 정보가 북한 서버에 있었으니 중국 교포가 북한 공작원일 수도 있고 중국 정보기관에 넘어간 정보가 다시 북한으로 전달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은폐 의혹

 

이 사건은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7월 26일 언론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김 의원은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몇 주 전에 제보를 받았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 군 측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자체가 제보받고 추정했던 사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해 추가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됐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용의자는 방첩사의 압수수색을 받은 뒤 한 달도 더 지난 7월 30일에야 구속되었습니다. 우리 정보망이 통째로 날아갈 중대 사건인데 구속도 안 하고 직무 배제만 했다는 말입니다. 어이없게도 용의자는 그동안 정보사로 출퇴근하며 수사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다가 김 의원이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구속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7월 30일 자 JTBC 보도 「[단독] 이미 ‘간첩 혐의’ 내부 보고 받았던 정보사...사건 쉬쉬하려다 방첩사 수사로 들통?」에 따르면 이미 4월 말에 정보사 내부에서 용의자의 간첩 혐의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보사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인지하게 된 시점은 6월경으로, 유관 정보기관의 통보로 알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2개월가량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사 외국 정보망 궤멸적 타격

 

사건이 터지자 정보사는 외국에 파견한 수십 명의 요원을 긴급 소환하고 출장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 몽골, 동남아, 중동 등에서 활동하던 요원은 대부분 귀국했습니다. 일단 기밀 서류만 소각하고 현지 거처와 차, 업체도 그대로 놔둔 채 제3국 등을 통해 급히 귀국했다고 합니다. 북한이 역정보를 흘릴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입수한 정보는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된 요원이 개명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언론에 나왔으니 중국, 러시아는 최근에 개명한 한국인이 누군지 확인하면 누가 블랙요원이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보요원에는 ‘화이트요원’과 ‘블랙요원’이 있습니다. 

 

화이트요원은 상대국에 외교관 신분으로 공식 등록하고 활동하는 정보요원입니다. 이런 요원들의 활동은 상대국의 감시 아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얼마 전 터진 ‘수미 테리 사건’에서 수미 테리를 만난 국정원 요원이 화이트요원입니다. 

 

반대로 블랙요원은 신분을 위장해 비밀공작을 하는 요원입니다. 시사저널이 8월 2일 공개한 보도 「[단독] 정부, 공격적 대북 해킹 진행 중...“북한이 당황하고 있다”」에 따르면 중국 동북 3성의 한국 국적 항공사 부지사장급 자리는 정보기관 중간 간부가 부임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고, ‘고려인삼공사 00총판’ 등의 간판을 달고 탈북자 관련 첩보나 대북 정보를 수집하는 거점으로 삼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요원들이 바로 블랙요원입니다. 

 


그런데 보통 비밀요원이라고 하면 국정원을 떠올리지만 정작 외국 현지에서 대북 정보 사업을 하는 사람은 주로 정보사 요원이라고 합니다. 정보사 요원이 군인 신분을 숨기고 민간인으로 위장해 활동하는 것입니다. 국정원은 정보사 활동 예산을 제공하고, 이들 요원의 활동을 지휘·감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보사의 블랙요원이 털려도 국정원이 있으니 괜찮다고 볼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외국 정보망이 통째로 날아간 초유의 비상사건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 정보망의 궤멸적 타격입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분명한 건 건국 이래 최대의 정보 실패, 방첩 실패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블랙요원의 명단이 유출됐다는 건 정보망 자체가 무너진 것”이라며 “정보기관에서는 블랙요원을 귀국시켰다고 하는데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가족들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 블랙요원만 귀국하면 뭐 하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일례로 귀국 조치할 때 급하게 기밀 서류들만 소각하고 왔다는 건데, 그럼 운영했던 사무실이라든지 업체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블랙요원과 현지에서 협조했던) 망들은 다 드러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 출신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도 “20~30년 되어야지 그동안에 우리가 구축해 왔던 대북 정보망이 다시 복구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요원을 양성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이 요원이 다른 나라에 가서 정착해 정보망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공작」의 실존 주인공인 박채서(암호명 흑금성)는 정보사에서 일하다가 대북 공작을 위해 광고 제작자 이웃집으로 이사를 가 친분을 쌓고 함께 회사를 설립해 대북 사업을 하였습니다. 그는 북한이 자기 뒤를 추적해 군경력이 있는 것을 알아도 문제가 안 되도록 일부러 술과 도박에 빠지고 사기를 쳐 군에서 쫓겨났습니다. 당시 그의 주변 정보사 요원들도 잘나가던 요원이 도박에 빠져 신세 망쳤다고 여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철저히 신분 위장을 하려면 몇 년은 기본이고 십 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외국에 머물며 여러 협조자를 물색해 정보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마련한 블랙요원과 정보망이 한순간에 날아갔으니 비상도 이런 비상사건은 없습니다. 

 

한편 한동훈 국힘당 대표는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을 막아서 발생한 일이라며 ‘남 탓’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국회 속기록을 열어보니 거꾸로 국힘당 의원들이 간첩법 개정을 반대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상한 정황

 

북한의 미끼일 가능성

 

외부에서 북한을 해킹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북한에도 인터넷망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인이나 연구자들 정도만 씁니다. 일반 북한 국민은 외국과 연결되지 않는 인트라넷망을 사용합니다. 북한 정부 기관 등도 모두 인트라넷을 씁니다. 따라서 북한에 직접 들어가 해킹하지 않는 이상 북한 당국 서버를 해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에 국정원 해커가 침투한 곳이 북한 당국 서버가 아니라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해커의 컴퓨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정원 해커가 침투한 곳이 어디든 우리와 달리 침투할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적인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북한 역시 외부 해커가 자신의 어디를 해킹할지 예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일부러 국정원 해커가 드나드는 길목에 블랙요원 명단을 미끼로 놔두고 가져가도록 낚시를 한 건 아닐까요?

 

북한이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을 입수했다면 무엇을 했을지 예상해 봅시다. 

 

먼저 자신이 입수한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을 할 것입니다. 역공작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명단에 있는 요원과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하고 어떤 정보가 새 나갔는지 확인한 뒤 여러 대책을 세웠을 것입니다. 블랙요원들에게 역정보를 흘릴 수도 있고, 그들이 활동하던 나라에 명단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첩보원을 암살하거나 납치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정보활동은 어느 나라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인데 요원 한 명 제거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상대국 정보기관의 보복이 이어지면 결국 자기도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블랙요원 명단을 써먹을 만큼 다 써먹은 후에는 결국 이들이 더 활동을 못 하게 추방하고 끝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요원들이 북한에서 활동한 게 아니라 제3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북한이 추방할 수는 없습니다. 제3국에 명단을 전해주고 추방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명단 말고 다른 물증은 없기 때문에 제3국이 그들을 추방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한국 정보기관이 명단 유출 사실을 알게 해서 스스로 철수하게 만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명단이 유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정보사업은 궤멸적 타격을 입은 것이라서 북한 처지에서는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유사한 북한의 정보전이 상당히 활발한 듯합니다. 

 

지난해 8월 19일부터 한 텔레그램 채널에 군사 기밀을 판매한다는 취지의 글이 지속해서 올라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채널 운영자는 올해 2월에도 “우리는 군 내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등 곳곳에 조력자를 두고 있다. 첫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KUH-1)에 관한 자료를 판매한다”라는 글을 올리고 헬기 부품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3월 10일에는 주요 군사기지 및 비행장 설계 도면과 내부 사진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군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군인 아이디, 비밀번호도 판매했습니다. 

 

또 2026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설계도와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에 관한 문서를 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은 “해당 계정에 올라와 있는 사진 샘플 등은 외부에 공식 제공한 적이 없는 자료”라며 국가정보원에 신고했고 현재 방첩사, 국정원,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KF-21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전투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양국 협조 관계가 삐걱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분담금을 계속 연체하더니 아예 납부액을 줄이는 대신 이전받기로 한 기술을 줄이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러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개발 관련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군사기밀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에 저촉되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무기 관련 정보 유출은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끝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인터넷상에 KF-21 설계도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으니 김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양국 공동 개발이 좌초할 수도 있는 데다가 KF-21 개발 자체도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도 보면 거액을 들여 전투기를 개발했다가 판매할 곳을 못 찾아 결국 사업을 접는 일이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유출된 사진을 두고 “외부에 공식 제공한 적이 없는 자료”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딘가에 비공식적으로 제공한 적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유출되었으니 그 나라와 우리의 신뢰 관계는 깨졌다고 봐야 합니다. 

 

한편 올해 3월 28일 러시아 정보국 브로커라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인물에게 2급 군사기밀 등을 12차례나 보낸 30대 특전사 대위가 적발돼 징역 10년과 벌금 5천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오래전부터 북한의 해킹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해왔고, 아무래도 북한이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우리 군을 혼란에 빠뜨리는 정보전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가 왜 제보했을까

 

김민석 의원은 누군가의 제보를 받아 이 사건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대체 누가, 왜 제보했을까요?

 

일단 이 사건을 알고 있는 곳은 정보사, 방첩사, 국정원, 대통령실 등 네 곳뿐입니다. 대통령실이 야당 의원에게 이런 중대 사건을 흘릴 이유는 없으니 결국 정보사, 방첩사, 국정원 세 곳으로 좁혀집니다. 

 

국정원 해커가 북한 서버에서 명단을 찾았을 때 당연히 국정원장에 보고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입니다. 또 이 사건을 수사할 방첩사에도 정보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은 김 의원이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덮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중대 사건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징계를 받는 건 물론이고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질 거라서 그랬을 것입니다. 이런 판단과 지휘를 할 수 있는 곳은 대통령실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지켜본 누군가가 이래선 안 된다고 여겼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정보사 소속일지, 방첩사 소속일지, 국정원 소속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상부에 건의했을 테지만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을 테니 묵살당했을 것입니다. 묵살로 끝나면 다행이고 오히려 좌천이나 징계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런 비슷한 일을 이미 두 번이나 목격했습니다. 채해병 사건을 수사하려다 대통령실로 추정되는 곳의 외압을 받아 결국 징계에 사법 처리까지 당한 박정훈 대령. 마약 밀수를 도와준 세관 직원을 수사해 경찰청장의 칭찬까지 받았다가 대통령실로 추정되는 곳의 외압을 받아 수사팀이 해체되고 수사에서 배제된 뒤 징계를 받은 영등포서 백해룡 경정. 이런 일이 정보기관에서 또 일어난 게 아닐까요?

 

그래서 나라의 정보망이 궤멸하는데 이를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며 분노한 누군가가 이 사건을 야당에 제보했을 수 있습니다. 나름의 애국심에서 한 행동인 것입니다. 

 

한편 김 의원은 지금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해 경선을 진행 중이며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선거운동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재명의 측근이며 민주당의 실세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이 수미 테리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터진 것도 수상합니다. 대체 6~7월에 한반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국정원의 성과?

 

앞서 소개한 시사저널 보도를 보면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공세적 사이버 방어’ 작전을 통한 성과라고 설명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연초부터 공을 들여온 ‘공세적 사이버 안보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번 사건으로 가장 놀란 건 북한 당국이었을 것”이라며 상당히 자랑스럽게 설명합니다. 

 

지금 한국 정보망이 궤멸적 타격을 입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국정원이 성과를 올렸으니 쾌거라는 건데 어이가 없습니다. 마치 남편이 부인을 건강검진 받게 했다가 말기 암 판정을 받았는데 자기 덕에 암에 걸린 걸 알게 되었다며 동네방네 자랑하는 꼴입니다. 

 

누가 이런 내용을 기사에 담도록 했을까요? 아마 제보자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정보사가 공격을 받고 대망신을 당하게 되니 국정원이 자기들은 잘했다며 선수를 치고 공세적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입니다. 정보사 처지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북한이 이것까지 노린 것은 아닐까요? 국정원과 정보사가 서로 갈등하고 적대적 관계가 되도록 만들고, 정보기관 안에서 이 사건을 덮으려는 세력과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여기는 세력이 서로 싸우도록 만드는 것까지 다 계획했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가

 

국가 위기

 

윤석열 정권 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 기관들이 모두 위기에 빠졌습니다. 

 

먼저 군대가 위기입니다. 채해병 사건으로 군대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거기에 군의 허리인 중간 간부가 대거 군을 떠나면서 훈련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검찰도 위기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검찰독재를 펼치지만 검사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일부는 야당 국회의원이 되었고, 또 검찰 안에서 검찰총장이 같은 검사에게 왕따를 당하는 등 갈등이 심합니다. 또 김건희 황제조사로 위신이 땅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찰도 위기입니다. 예산 부족으로 출장비와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서 경찰 내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영등포서 백 경장 사건을 보면 이런 식의 수사 개입이 비일비재할 듯합니다. 사명감이 있는 경찰이라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국가 주요 기관이 위기인데 이번에 정보기관도 박살이 났습니다. 참으로 큰일입니다. 

 

북한은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 7월 25일(미국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운 사건을 두고 “수치스러운 광경”이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를 어린애로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정치 혼란을 비웃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럼 이번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을 두고 북한은 한국을 어떻게 볼까요? 왠지 비웃는 정도를 넘어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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