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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37] 트럼프가 선택할 대북 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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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1-25 18:3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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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37] 트럼프가 선택할 대북 정책은?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월 20일 서울

미국의 대북 정책은 초당적으로 망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장관 인사청문회가 속속 열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국방부장관과 국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이 주목을 끕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지명자는 1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지역 및 전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고위 관료와 고위 관료 지명자를 통틀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한 건 처음입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핵폐기를 요구하기 어려워지고 군축이나 확산 방지 등 핵무기 관리에 대응의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 피트 헤그세스 지명자.     ©Gage Skidmore

 

마코 루비오 국무부장관 지명자는 1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이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초당적으로 망가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정부는 물론 공화당 정부의 대북 정책도 실패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는 “내가 대북 제재를 반대한 적은 없지만, 이 문제(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해야 한다”라고 하여 효과가 없는 대북 제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루비오 지명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구체적인 평가를 하거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북한 문제 큰일이다’ 식입니다. 그는 “우발적인 전쟁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라며 이제 장관이 되면 차차 연구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헤그세스 지명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사일 방어 체계에 더 많은 투자를 하자는 케케묵은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과 미국의 적대국 혹은 경쟁국 사이에는 미사일과 미사일 방어 체계의 경쟁이 있었습니다. 마치 창과 방패의 경쟁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항상 창이 방패보다 발전 속도가 빨랐습니다. 방패를 뚫는 창이 먼저 개발되고 한참 후에야 그걸 막는 방패가 개발되지만 그때는 이미 차세대 창이 개발된 뒤입니다.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발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은 사기극에 가깝습니다. 

 

종합해 보면 트럼프 2기 정부는 아직 대북 정책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트럼프 2기 정부는 과연 어떤 대북 정책을 펼 수 있을까요?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략적 인내

 

첫째는 전략적 인내입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대북 정책으로 유명하며 북한이 뭘 하든 대응하지 않고 대북 제재만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사실 공개적으로만 대응을 안 했을 뿐 비공개적으로는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한 다양한 공작을 펼쳤습니다. 미국의 다른 정부들도 이런저런 대북 정책을 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일시적으로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도 사실상 ‘전략적 인내 2.0’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이 핵·미사일 등 첨단 전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주었습니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시험을 하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조차 “2009년 도입한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오히려 북한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개발하는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라는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권혁철 한겨레 논설위원은 2021년 5월 9일 자 칼럼에서 “실제로는 전략도, 인내도 없었다. 북한이 먼저 머리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며 미국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시간만 벌어줬다.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태도는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그냥 무능이다”라고 혹평했습니다. 

 

트럼프 본인도 2017년 6월 30일 엑스(당시 트위터)에 “북한 정권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다. 인내는 끝났다”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전략적 인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오바마 정부 때와 비슷하게 북한의 전략무기 기술을 비롯한 전반적 군사력 상승이 예상됩니다. 

 

지금 미국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대륙간 탄도미사일(MIRV)을 막기 위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발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북한이 다음 단계의 미사일을 미리 개발해 미국의 기를 꺾어버리려 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영상으로 참관한 뒤 “이번 전략무기 시험을 통하여 우리는 전망적인 위협들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무진장한 자체 국방기술력의 잠재성과 발전 속도를 과시하였으며 자기의 합법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고 또 임의의 수단도 사용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적수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의 “전망적인 위협”에 대비해 “위력한 신형 무기 체계들을 부단히 갱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사력만 발전할까요? 지금 북미대결의 중요한 축은 군사 대결과 더불어 경제 대결입니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고사하려고 하며 북한은 제재를 이겨내고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고 합니다. 

 

북한은 올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으며 노동당 제9차 대회(9차 당대회)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를 하면서 내걸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완료하느냐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게 지난 5년의 북한 경제 평가이기도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2035년까지의 15개년 계획의 첫 5개년 계획이라는 점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4월 29일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 당은 앞으로의 5년을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에서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는 효과적인 5년, 세월을 앞당겨 강산을 또 한 번 크게 변모시키는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려고 작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연속적으로 전개하여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세우고자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첫 5개년 계획을 성과적으로 완수하면 다음 5년과 그다음 5년까지도 계획을 완수할 토대가 닦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5년 주기로 당대회를 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북한이 최종 목표로 내건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만약 달성한다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경제가 발전했다는 선진국은 많지만 다들 경제 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은 데다 빈부격차, 지역 격차, 산업 격차가 너무 심각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만 해도 상위 1%가 부의 35%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50%는 고작 15%에 불과합니다. (2019년 기준) 그래서 미국 도시마다 노숙자가 넘쳐납니다. 

 

그런데 북한은 전체 국민이 골고루 번영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5개년 계획에 추가해서 2021년 ‘새 시대 사회주의 농촌 건설 강령’을 발표해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없앨 구상을 밝혔고 2024년에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채택해 10년 안에 지방 공업화를 이루려 합니다. 

 

그런데 2021~2025년 첫 5개년 계획 완수가 생각만큼 수월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8차 당대회를 하면서 2016~2020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평가했는데 거의 모든 부문에서 미달하는 바람에 이를 보완할 ‘정비·보강 계획’까지 추가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5개년 계획을 두 번 할 과제를 5년 만에 끝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2024년 결산 보고를 보면 북한이 설정한 ‘인민경제 발전 12개 중요 고지’를 모두 100% 이상 초과 달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하반기에 할 것으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에서 5개년 계획을 완수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북한이 경제 제재 속에서도 경제 발전을 이루면 미국이 수많은 나라에 써먹었던 경제 제재에 큰 타격이 될 것입니다. 이미 대러 제재의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난 마당에 북한이 경제 제재 속에서도 번영하는 모습을 보이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과 대결

 

트럼프 2기 정부가 전쟁과 대결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2024년 11월 23일 자 헤럴드경제 기사 「‘전략적 인내’는 없다…북한과 화끈한 대화\or 혹독한 압박」에서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과거 ‘완전한 파괴’나 ‘화염과 분노’를 경고한 것처럼 예측 불가의 강력한 수단을 동원한 대북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통일부 차관 출신 김형석 대진대 교수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등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와 북한의 태도를 따져본 뒤 힘으로 기선을 잡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고 하여 대화하더라도 그 전에 ‘힘의 대결’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트럼프 2기 정부를 향해 자신의 정책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선언했습니다. 미국이 군사적 대결을 걸어온다고 해서 물러서지 않고 가장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2017년 취임하자마자 “화염과 분노”를 운운하며 힘의 대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2017년 4월 27일 폭격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퍼질 정도로 전쟁 위기가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11월에는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투입했고 2018년 1월에는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을 후방으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후송 작전(NEO)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했던 존 켈리는 트럼프가 비공개 석상에서 북한에 선제 핵공격을 하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자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외과수술식 타격을 뜻하는 ‘코피 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그런데 군 당국자들과 안보 참모들이 나서서 트럼프를 말렸습니다.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부장관은 핵전쟁에 대한 공포로 워싱턴 국립 대성당을 여러 번 찾아 기도를 올렸으며 북한이 불시에 미사일을 발사할까 봐 군복을 입고 잤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실물로 보여주자 트럼프도 더 이상 힘의 대결을 할 수 없다고 물러서면서 북미정상회담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군사력은 당시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신무기 개발은 정체되었고 신병 모집은 언제나 힘듭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느라 재래식 무기가 바닥나 당시보다 더 열악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그사이에 각종 신무기를 공개하면서 군사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벌써 여러 종류 개발했으며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공격 잠수함, 정찰위성 등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은 쉬지 않고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트럼프 2기 정부가 북한과 힘의 대결을 시도한다고 해도 결과는 2017년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전 세계 면전에서 더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대화와 수교

 

많은 이들이 2018년의 북미정상회담을 떠올리며 트럼프 2기 정부가 북한과 정상급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트럼프 본인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대화는 어느 한 쪽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북한이 호응해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1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 정책이었습니다. 현재까지도 미국의 정객들이 버릇처럼 입에 올리는 미국은 절대로 적대적이지 않다는 그 교설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상한 괴설로 들린 지는 이미 오랩니다”라고 했습니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을 했지만 미국이 북한과 공존할 생각이 없고 적대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정부가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어도 북한이 이를 잡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대화를 시작하는 건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했음을 실물로 보여줄 때나 가능해 보입니다. 즉,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등의 가시적 행동을 선행하면 대화 가능성도 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 과연 트럼프 정부가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찌어찌해서 대화를 시작했다고 해도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대화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하지 않은 만 못합니다. 

 

미국이 바라는 대화의 목표는 안전 보장입니다. 헤그세스 지명자 말처럼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핵 폐기는 더 이상 대화의 목표가 아닙니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핵무기를 이전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은 만족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교하는 것입니다.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과 대결하는 핵보유국이지만 미국이 이들 나라의 핵미사일이 날아올까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교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도 북한과 수교를 해 서로 핵공격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안전 보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1964년 10월 미국, 영국, 소련의 방해를 뚫고 첫 핵시험에 성공합니다. 1967년에는 수소폭탄 시험에도 성공했습니다. 중국의 핵보유가 기정사실이 되어 되돌릴 수 없게 되자 미국은 1971년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부장관을 극비리에 중국에 보내 미중수교를 추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에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말 것, 대만 주둔 미군을 철수할 것 등을 요구해 관철합니다.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대만 대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들어간 것도 이때입니다. 

 

대만이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형식적으로 중국은 분단국가가 아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행정력이 대만에 미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당시 중국이 대만과 통일을 하지 못한 것은 대만 내에서 중국과의 평화적 통일을 추진할 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만은 본토 수복을 주장하는 국민당이 계엄 상태에서 독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만 계엄령은 1987년에야 해제되었습니다. 

 

중국이 핵보유국이 되자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한 사례는 북미관계를 전망할 때 참고할 만합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관계정상화, 즉 수교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도 안전 보장을 요구할 것인데 여기서 핵심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북·중·러를 포위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의 구상에 치명적인 구멍을 낼 수 있습니다. 이건 대만에서 미군이 철수한 것보다 더 치명적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대만보다 한국이 미국에 더 중요합니다. 

 

게다가 미중수교와 북미수교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당시 대만과 달리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을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북미가 수교하면 한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과 호응하기 위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할 것입니다. 설사 민주당 정권이 아닌 국힘당 정권이라 해도 빗발치는 국민의 요구와 더불어 외교적 고립을 피하고자 남북관계 회복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 국힘당과 반북 적폐세력은 붕괴하며 결국 통일로 귀결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자기가 속국처럼 부리며 온갖 내정간섭으로 이익을 관철해 오던 한국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북미수교를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2기 정부는 어떤 대북 정책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있습니다. 

 

미중대결이 한국에 미칠 영향

 

헤그세스 지명자와 루비오 지명자는 모두 중국을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했습니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중국 공산당이 침략을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정면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했고 루비오 지명자는 “중국은 가장 강력하고 미국이 직면한 동급의 위험한 적”이라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트럼프 2기 정부는 미중대결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미중대결이 심해질수록 사이에 낀 우리의 처지가 곤란해진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 경제마저 미국에 의존하며 반중 정책을 펴는 바람에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미중대결이 심해지면 한중관계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경제는 더욱 심각한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과 비슷한 처지의 독일 사례를 살펴봅시다. 

 

독일은 안보 영역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 영역에서 러시아와 협력해 왔습니다.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는 독일 제조업을 떠받치는 기둥이었습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국익 중심의 줄타기 외교를 잘했습니다. 미국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가며 독일-러시아 가스관 증설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 12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집권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대러 제재를 강화했고 숄츠는 앞장서서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2022년 5월 1일 독일 경제·기후부는 독일이 수입하는 원자재 가운데 러시아산의 비중을 석탄 8%, 천연가스 35%, 석유 12%로 각각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과 국내총생산 감소를 경고했지만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는 “이 모든 조치는 경제와 소비자 모두 치러야 하는 비용을 뜻한다”라며 국민에게 고통을 견디라고 강요했습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자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맨다며 서민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이에 독일 곳곳에서 노동자, 농민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독일인이 메르켈 전 총리를 그리워합니다. 

 

독일 주요 산업이 모두 위기에 처하면서 전문가들 내에서 독일 경제가 이대로 무너진다는 전망이 속출했습니다. 숄츠 총리 지지도는 10%대까지 떨어졌으며 마침내 지난해 12월 16일 독일 연방 의회가 숄츠 총리 신임을 거부해 조기 총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도 독일과 비슷한 꼴이 날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중국과 경제교류를 축소하면 당장 교역 적자가 치솟고 물가가 폭등할 것입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이 수입량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무려 79개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 품목의 수입이 막히면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미국이 중국 고립봉쇄 정책을 펴도 협상을 통해 한국이 부분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2022년 10월 7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기에 몰린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미국과 협의가 잘 돼서 두 기업은 1년 동안 장비 반입을 허용받았다가 나중에는 아예 무기한 유예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미중대결을 펼치면 이런 식의 유예 조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정 봐주지 않고 강하게 차단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그대로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분노한 국민 속에서 반트럼프, 반미 정서가 급격히 확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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