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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44] 서부지법 폭동과 미국 의사당 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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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2-16 17:3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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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44] 서부지법 폭동과 미국 의사당 폭동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2월 14일 서울  

미국이 전수한 폭동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폭도가 난입했습니다. 윤석열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을 반대하며 법원을 습격한 이들은 경찰과 기자, 민간인을 폭행하고 법원 시설을 파괴했으며 심지어 방화까지 시도했습니다. 헌정 이래 처음 일어난 폭동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극우집단이 난동을 부린 일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수준에 이른 적은 없었으며 특히 국가기관이 대상이었다는 점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 폭도가 휩쓸고 간 법원 내부.  © 유튜브 캡처


어떤 사람들은 서부지법 폭동을 두고 우연히 일어났다거나 몇몇 흥분한 사람들의 실수로 일어난 사건 정도로 취급합니다. 국힘당 비대위는 “(윤석열) 지지자들의 안타까움과 비통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폭도를 비호했고 신동욱 국힘당 수석대변인은 “‘폭동’이나 ‘폭도’ 같은 자극적, 정쟁적 용어를 남발하는 등 극단적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라며 폭도를 자극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폭도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강한 역풍이 불었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탄핵 재판이 열리는 날마다 헌법재판소 앞에 극우단체가 몰려들어 폭동을 일으키려는 조짐을 보입니다. 이들은 헌재 건물 층별 도면을 공유하고 현장 답사를 하며 폭동을 모의했습니다. 헌재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한 사람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윤석열 방어권 관련 회의가 열리자 윤석열 지지자들이 몰려가 국가인권위 건물을 점거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이들 중에는 미국 영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의 무기인 방패를 든 자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너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 뭘 얻으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누가 봐도 폭동이 성공할 수는 없고 역풍이나 불어 자기들이 지지한다는 윤석열에게 도움은커녕 해만 끼칠 텐데 말입니다. 저게 단지 충동적인 분노 표출인지, 단순한 중국 혐오에서 비롯된 것인지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서부지법 폭동을 보며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국 의사당 폭동을 떠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폭도가 의사당을 점거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 1명과 폭도 4명이 숨지고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 미국 의사당 폭동.  © Tyler Merbler


이 사건 이후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은 더욱 커졌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가 시위 도중에 충돌하거나 총으로 무장하고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등 내란을 넘어 내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내전 수준의 정치 분열”이라며 ‘내전’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심지어 미국 내전을 가정한 영화까지 등장해 흥행했습니다. 영화 제목부터 「시빌워(내전)」입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진짜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걱정, 공포가 퍼졌습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이런 분위기를 개탄하지만 이미 대세가 된 모양입니다. 

 

의사당 폭동은 트럼프가 선동한 것입니다. 트럼프는 자기가 선거에서 지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내전이 일어난다고 경고했습니다. 내전이 싫으면 자기를 찍으라는 협박입니다. 심지어 트럼프는 “내가 당선되지 못하면 미국이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사실 이 말은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진다는 말이 와전된 것인데 평소 트럼프의 언행 때문에 사람들은 트럼프가 내전을 일으키겠다는 말로 믿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은 트럼프가 낙선하면 내전이 일어날 것으로 여겼습니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49%가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폭력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당선되면 조직적인 폭력 가능성이 줄어들지만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4년 전과 같이 정당성을 부정하는 위험한 시나리오를 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선동에 호응하는 무리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큐어논(QAnon), 프라우드 보이스, 총기소유권그룹, 부걸루(boogaloo), 아톰바펜 사단, 애국전선,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여성들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주마다 극우 민병대가 있습니다. 이들 극우 조직은 대낮에 무기를 들고 행진하기까지 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가 이들 극우 무장 조직을 북돋웠다고 비판합니다. 

 

▲ 미국 의사당 폭동에 가담한 극우 민병대 ‘맹세의 수호자(Oath Keepers)’ 지휘부. [출처: 미국 검찰청]


트럼프를 반대하던 미국 국민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두려워 대결을 피했습니다. 내전이 일어나느니 차라리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게 낫겠다고 여겼고 이 결과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물론 트럼프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세력도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여러 차례 암살을 시도했습니다.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를 저격했으나 상처만 입히고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고, 9월 15일 플로리다주의 골프장에서 트럼프를 저격하려고 잠복해 있다가 경호원에게 체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9월 18일엔 트럼프의 차량 행렬을 저격한다는 첩보를 비밀경호국이 입수했고 일주일 뒤에는 트럼프의 차량 행렬 뒤를 무인기가 추격하는 걸 목격한 경호원이 전파무기로 무력화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트럼프 측은 이란이 트럼프 전용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전용기에는 다른 사람들을 태우고 본인은 다른 비행기를 타는 일도 있었습니다. 

 

미국은 성공해도 한국은 실패한다

 

미국 내 극우화 움직임이 한국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의사당 폭동과 유사한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극우 폭력단체의 등장과 유사하게 백골단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시위를 잔인하게 진압하던 상징인 백골단(사복 체포조)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국회에서 내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협박하며 공포감을 조성했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판을 뒤집자는 것입니다. 12.3내란으로 위기에 몰리자 공포감을 조성해 국면을 전환하려고 합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폭동을 선동해 미국인을 공포에 몰아넣어 결국 재집권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이 파면되면 대혼란이 벌어지고 피바람이 불 거라고 협박하는 것입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고 한 건 이미 몇 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2023년 7~8월 수도권에서 ‘묻지 마 살인’이 연달아 발생하자 갑자기 도심 한복판에 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가 등장했습니다. 순찰하는 경찰만 늘려도 충분한 일에 무장 경찰과 장갑차를 동원한 걸 두고 많은 이들이 위압감을 느꼈습니다. 윤석열은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막아 사회적 분위기를 제압하려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핵을 바라는 국민을 ‘묻지 마 살인마’ 취급하는 것입니다. 폭동과 난동으로 공포심을 일으켜 헌재를 압박하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12.3내란을 확실히 제압해야 한다고 여기던 사람들도 극도의 혼란에 위기를 느끼고 차라리 윤석열을 풀어주더라도 빨리 정국이 안정되기를 바라도록 만들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적폐세력은 이른바 ‘한남’으로 공격받던 20대 남성을 앞세워 정부·여당을 공격했습니다. 또 여성문제를 무기로 민주진보세력을 공격해 위축시키고 분열시켰습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2018년 2월 24일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에서 다시 확산하던 ‘미투 운동’을 두고 적폐세력이 공작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그는 “‘피해자들을 준비시켜 진보 매체에 등장시켜야겠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라고 이런 식으로 (적폐들의)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유한국당(현 국힘당) 여성의원들이 성폭력 문제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엮으려고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아예 “미투 운동으로 좌파 정권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미국이 자국 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흔히 써 온 수법과 유사합니다. 

 

미국이 한국 정치에 밀접히 개입해 온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현상들이 단지 극우세력이 미국을 따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전수, 지도해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쪽에서 폭동의 ‘수괴’인 트럼프를 암살하려고 시도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국민이 폭도를 두려워 않고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섭니다. 내란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후퇴하지도 않습니다. 내란세력, 폭도를 대중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촛불시민은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에 안 나가면 속이 답답한데 나가면 속이 뻥 뚫린다고 합니다. 사람은 원래 화가 날 때 풀지 못하면 자포자기합니다. 우리 국민은 꾸준히 촛불을 들고 분노를 표출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국회에서 계엄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2년 반 넘게 광장에 꾸준히 모여 싸우며 경험을 쌓고 단련되었기에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자 즉시 국회로 쏟아져 나와 계엄군 장갑차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촛불시민은 집회장에 모여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저항하고 행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투지, 신념, 동지애, 희망, 사랑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지만 자기가 안 나가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높습니다. 집회 현장에도 수십만 명이 나오지만 유튜브로도 수백만 명이 보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국민의 기운도 높아집니다. 

 

  © 이호 작가


이게 한국과 미국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행동하는 데서 근본적 힘이 나옵니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또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1860년대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을 겪었습니다. 남북전쟁을 흔히 노예해방 전쟁이라고 여기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남부의 농업자본과 북부의 공업자본이 서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한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 국민 공통의 정의란 없습니다. 오직 이권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도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싸움, 진보와 보수의 진영 싸움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체를 보면 군수자본, 금융자본, 정보통신(IT) 자본, 석유·에너지 자본이 서로 자기 이권을 걸고 싸우는 것입니다. 

 

미국은 원래 돈을 찾아 이민을 간 사람들이 만든 나라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정의가 있겠습니까? 돈이 곧 정의이겠지요. 그러니 국민의 사상이 돈사상, 이권사상입니다. 아메리칸드림의 ‘드림’은 돈입니다. 마더랜드(조국)가 아니라 머니랜드입니다. 아메리칸드림이니 마더랜드니 다 개소리에 불과합니다. 

 

미국인은 전쟁터에서도 자국민이 죽으면 난리가 나고 반전 투쟁이 폭발하지만 상대 국민이 죽으면 기뻐합니다. 전쟁이 곧 돈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미국인은 자기도 이민자의 후손이면서 이민자를 반대합니다. 트럼프가 이민자를 내쫓겠다고 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흑인은 자기들이 인종차별 받으면서도 또 아시아인을 차별합니다. 

 

반면 우리는 애국애족의 전통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의병과 승병이 특정 계급·계층의 이익을 위해 싸운 게 아닙니다. 동학혁명도 농민이 일으켰지만 척양척왜 보국안민을 내걸고 싸웠습니다. 척양척왜란 외세를 몰아내자는 것이고 보국안민이란 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농민의 이익이 아닌 나라의 이익을 앞세운 것입니다. 4.19혁명도, 5.18항쟁도, 6월항쟁도 애국애족의 운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통이 촛불로 이어졌습니다. 좌우 대립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 국민 대 반국민의 싸움입니다. 애국과 매국의 싸움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전수해 준 서북청년단, 백골단, 폭도의 난동은 실패할 것입니다. 미국은 성공해도 한국은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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