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152] 이자 갚느라 원금은 손도 못 대는, 빚 천조국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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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3-10 06:5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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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52] 이자 갚느라 원금은 손도 못 대는 ‘빚 천조국’의 실태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3월 9일 서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 연방정부에는 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DOGE)라는 부서를 만들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수장에 앉혀 해고를 주도하게 했습니다.
정부효율부는 의회 승인을 받은 정식 부서가 아니며 기존의 미국 디지털서비스청을 정부효율서비스청으로 개명한 뒤 그 아래에 임시부처 형식으로 존재합니다. 머스크 역시 정식 장관도 아니고 ‘수장’이라는 불분명한 직함을 사용하는데 백악관은 정부효율부의 정식 수장이 전 디지털서비스청장 에이미 글리슨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머스크는 현재 대통령 특별고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 법조계에서는 정부효율부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가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정부효율부를 만들어 머스크에게 전권을 준 이유는 연방정부를 축소하기 위해서입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연방공무원을 ‘적폐(swamp)’라 부르며 대수술을 공언했습니다.
머스크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하루아침에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연방정부 축소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2월 22일에는 전체 공무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매주 월요일마다 각자 지난주에 집행한 업무를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제대로 일을 안 하는 공무원을 솎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정부효율부가 다른 부서의 직원에게 보고를 요구하는 건 당연히 월권입니다.
![]() ▲ 전기톱을 휘두르며 공무원 대량 해고의 의지를 과시하는 일론 머스크. © Gage Skidmore |
그 결과 트럼프 취임 후 지금까지 연방공무원 희망퇴직자 7만 5천여 명을 포함해 무려 20만 명 이상이 해고됐습니다.
미국이 공무원을 대량 해고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입니다. 정부도 기업처럼 재정 형편이 어려우니 정리해고부터 하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형편은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닙니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오래전에 이미 부도가 났을 수준입니다.
![]() ▲ 미국 연방정부 부채 추이. © Trading Economics |
미국 재무부는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의 재정적자가 1조 8,33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1년 동안의 적자가 이 정도고 그 전부터 갚지 못해 쌓인 빚을 더하면 무려 36조 달러(2025년 1월 기준)에 달합니다. 미국 국내총생산(명목 GDP)인 30조 달러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연방정부 부채는 10년 만에 두 배가 됐는데 부채 증가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2024 회계연도에 이자 갚는 데만 1조 1,33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이자가 1조 달러를 넘은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 1년간 갚는 이자만 해도 적자 규모와 맞먹습니다. 한마디로 원금은 손도 못 대고 이자만 겨우 갚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빚이 늘어남에 따라 연방정부에 허용된 부채한도를 매년 갱신해야 합니다. 이 문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매년 갈등을 빚습니다. 그러다 보니 황당한 해법도 등장합니다. 정부가 1조 달러짜리 동전을 만들자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와 달리 동전은 재무부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고 실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를 재무부장관과 진지하게 논의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 때인 2023년에는 아예 국가재정책임법을 발효해 올해 1월 1일까지 부채한도를 유예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2일 기준 정부 부채인 36조 218억 달러로 부채한도가 자동 설정되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 한도를 빨리 늘리지 않으면 조만간 정부 부도 상태를 맞게 됩니다.
흔히 미국의 국방비가 1천조 원을 넘는다며 ‘천조국’이라 부르는데 1년 이자가 국방비를 넘어섰으니 이제 ‘빚 천조국’이라 불러야 할 판입니다. 지금 미국 연방정부 지출 항목 중 사회보장, 건강보험(메디케어)을 제외하고 이자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정부가 적자를 내면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식이 채권을 파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빚을 내는 것이지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재무부채권, 속칭 미국 국채 잔액은 2024년 연말 기준 28조 달러가 넘습니다. 정부 빚이 늘어날수록 국채를 더 발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미국 연방정부가 국채를 한 번도 부도낸 적이 없습니다. 만기일이 되면 꼬박꼬박 채권 액면가와 이자를 갚아줬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그게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빚이 쌓이고 쌓이면 파산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 상태로 빚이 빠르게 쌓이면 결국 국채가 휴지 조각이 되고 연방정부가 파산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미국 내에서는 이미 발행된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제로금리 거래 불가 채권’으로 교체하도록 압박하자는 황당한 주장도 나옵니다. 플라자 합의의 뒤를 이은 ‘마러라고 합의’라고 벌써 이름까지 붙여놨습니다. 말이 100년 만기 채권이지 사실상 부채를 안 갚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 트럼프 소유지인 마러라고 리조트. © Jud McCranie |
만약 미국 국채가 휴지 조각이 되면 그 국채를 샀던 사람도 덩달아 파산할 것입니다. 미국 기업이나 개인이야 나라가 파산하는 판이니 국채가 문제가 아니겠지요.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2024년 12월 기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일본으로 무려 1조 6천억 달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중국(7,600억 달러), 영국(7,200억 달러)입니다. 이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국채도 모두 휴지 조각이 되니 손해가 막심할 것입니다.
일본, 영국이야 미국의 동맹국이니 손해를 감수해야 하겠지만 중국은 어떨까요? 흔히 중국이 미국 국채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미국이 파산하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여깁니다. 경쟁관계이면서도 서로를 도와줘야 하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관계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미국이 파산하면 국채만 휴지 조각이 되는 게 아니라 달러도 휴지 조각이 됩니다. 기축통화 지위가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달러가 제대로 쓰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국의 내전 상황을 가정해 주목을 받았던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2024년 개봉)를 보면 주유소에서 미국 달러를 거절하자 캐나다 달러를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으면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게 중국의 위안화입니다. 중국 처지에서는 미국 국채 때문에 발생한 손해보다 위안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면서 생기는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에 미국의 파산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이 미국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기본 목표는 연방정부 공무원을 정리해고해 지출을 5천억 달러 이상 삭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1조 달러에 달하는 이자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분별한 공무원 해고 때문에 연방정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벌써 안보 관련 필수 인력을 해고했다가 논란이 되어 재고용하려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는 식의 보도가 줄을 잇습니다.
또 트럼프 정부 안에서도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지난 6일 트럼프가 참석한 임시 내각 회의에서 머스크와 마코 루비오 국무부장관이 공무원 해고 문제로 충돌했습니다. 머스크가 국무부는 해고 실적이 없다고 지적하자 루비오가 발끈해서 1,500명 이상이 조기 퇴직했다면서 반대로 머스크는 하는 일 없이 TV 쇼만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루비오의 손을 들면서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도끼보다는 수술용 칼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몰락하는 미국을 다시 살려보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데 달러를 마구잡이로 찍어내 흥청망청 지내던 미국의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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