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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체제 극우의 가시화, 어떻게 이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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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3-13 14:2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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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체제 극우의 가시화, 어떻게 이해할까?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진보당 홈페이지 2월 28일

윤석열의 퇴행, 친위쿠데타

12월 3일, 윤석열 세력이 군을 동원해 벌인 내란은 외양상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오랫동안 목격되어 온 ‘친위쿠데타’의 모습과 닮아있다.

1952년 5월 대통령 이승만은 피난지 부산 임시수도에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북한과 내통’했다는 혐의를 씌워 국회의원 50여 명을 연행했다. 2대 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과 구속의원 석방결의안을 가결시켰고 부통령이던 김성수는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맞섰다. 그러나 경찰과 군이 포위한 국회 안에, 강제로 연행되어 감금된 국회의원들은 이승만이 내놓은 개헌안에 표결을 강요당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제1차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승만 독재의 서막이 열렸다. 이승만이 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했던 이유는, 전쟁 중 거듭된 실정 때문에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등 국회의 견제가 강력해졌고, 국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박정희는 국회해산과 정당 및 정치활동 금지 내용을 담은 ‘대통령 특별선언’을 하고, 21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상태에서 27일 헌법 개정안을 공고, 11월 21일 국민투표를 거쳐 7번째로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했다. 일명 ‘유신헌법’이다. 박정희가 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했던 이유는, 1969년 ‘3선 개헌’으로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고조되었고 1971년 4월 시행된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벌였으며 5월 시행된 제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야당이 약진하면서 국회의 견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와 정당의 활동, 집회 및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1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는 ‘야당이 감사원장·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하거나 추진하고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2했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가면 그가 취임했을 당시 국회의 다수당은 야당이었으며 2024년 4월 선거로 구성된 22대 국회 역시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구성되었고 국회의 견제가 점점더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승만을 견제했던 제2대 국회, 박정희를 견제했던 제8대 국회, 윤석열을 견제했던 제22대 국회는 모두 국민이 직접 선출해 구성했다.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은 국민의 직접 선출로 구성된 국회의 견제를 민주정의 규칙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함에도, 군을 동원해 국민주권 원리를 뒤엎었거나 뒤엎으려 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행위 동인을 가진다. 다만 윤석열은 세계 10위를 경제 규모를 가지고 37년의 민주 정부 경험을 쌓아온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정에 심각한 시대착오적 ‘퇴행’의 족적을 남겼다. 그의 쿠데타 시도로 인해 파괴된 군, 정보기구, 관료조직의 재건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국민의힘’의 퇴행, 반체제 극우세력의 가시화

이번 사태로 반체제3 극우세력이 처음 ‘등장’했거나 ‘출현’한 건 아니다. 극우 개신교를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화 시도는 오래되었고, 시민들은 선거 때마다 매번 바뀌는 정당명으로 가끔 그들을 접하기는 했다.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탄핵 반대’를 주창하는 세력들이 있었고 이들 중 일부는 2017년 3월 탄핵 인용 이후 거리집회를 중심으로 정치 동원을 시도했으며 이후 선거에서 독자적인 정당으로 생존을 모색했다. 역시 시민들은 가끔 뜬금없는 거리 현수막 등을 통해 그들을 접했다.

어느 민주정에서나 국민주권 원리, 입헌주의, 법치주의, 모든 시민의 평등한 기본권을 부정하는 반체제 정치세력이나 일단의 시민들은 존재한다. 지금까지 원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거리나 온라인을 배회했던 것처럼, 그렇게 변방의 소수로 존재한다. ‘민주정에서 이런 정치인이, 이런 생각을 가진 시민이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생각이 전체주의에 경도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들의 행위가 다른 시민의 권리나 자유를 침해한다면 당연히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영역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막을 도리는 없다.

그런데 이들이 국회에 의석을 얻고 행정부를 관할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 회의장, 대언론 기자회견 등의 기회를 통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내뱉고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이를 듣는다. 대통령이나 행정부 공직자가 공적 발언 기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반체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위헌적인 정책을 입안하며 집행한다.

이들의 메시지와 행위를 보는 시민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담론과 행위를 보며 혼란을 겪게 된다. 누군가는 ‘저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상당한 공적 정보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한다면 근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주장을 찾아보고 들어보기 시작한다. 평소 내가 신뢰했던 정치인이었다면 그가 나오라는 집회에 한 번씩 나가보기도 할 것이다.

예전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했던 종교인이나 정치인이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신뢰했던 정치인이 그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본다면 ‘뭔가 있지 않을까’하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정치인이 보내주는 유투브 채널을 들어가 보고 알고리즘으로 재생산되는 채널의 목소리도 들어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한발, 한발 예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혹은 생각하지 못했던 주장을 가까이 하게 된다. 지금, 윤석열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이렇게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나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을 반체제 세력의 곁으로 이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 이후 반체제 극우는 ‘가시화’되었다. 예전에는 언론이 비춰주지도 않았던 극우 개신교 주최 집회 모습이 매일 레거시 미디어와 유투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그들의 주장이 전달된다. 이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고립된 극소수의 사람들끼리만 전파되던 음모론이 지상파 방송과 언론사 지면을 통해 버젓이 생중계되고 있다. 12월 3일 이후 한국사회는 극우의 메시지, 전에 듣지 못했던 음모론을 윤석열과 그의 변호인,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을 통해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반체제세력은 민주정의 무능, 시민의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한 사회에 민주정의 원리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인, 관료, 시민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들이 세력화되어 조직적으로 민주정 파괴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후자의 길이 열릴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그 길의 문을 윤석열과 국민의힘이라는 정치집단이 열었지만, 그 문으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걸어들어갈 것인가는 다음 민주 정부, 국회를 구성하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민주적 정당들, 민주정 안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양한 민주세력이 연합해서 한편으로 반체제 세력을 고립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그들로 인해 음모론에 노출되고 혼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설득해 민주정 안에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사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극우세력이 민주정의 심장부를 향해 성큼성큼 진격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 사회만의 아니다. 2021년 1월 미국 연방의회 폭동 사건, 2023년 1월 브라질 연방의회, 연방대법원, 대통령 관저 습격 및 폭동 사건이 있었다. 모두 그 ‘부정선거 음모론’이 폭동에 가담한 시민들을 동원한 주요한 동인이었다.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STOP THE STEAL’을 주창하기 시작했고 공화당 당원과 그의 지지자들이 그 손팻말을 들고 연방의회에 난입했다. 보우소나루 역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부정선거라고 선동했고 지지자들은 공공기관에 몰려들었다. ‘중국인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고 부정선거를 일으키고 있다’는 극우 종교인, 정치인의 주장을 윤석열이 정치 담론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고,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 계엄을 했다’는 그의 주장에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들이 동조하기 시작하면서 지지자들은 서부지방법원으로, 국가인권위원회로, 헌법재판소로 몰려들었다.

방아쇠를 당긴 건 트럼프, 보우소나루, 윤석열과 그들의 정당 정치인들이었다. 그런데 그 이면에 그들의 선동이 이전에 비해 폭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토대가 존재하며, 민주적인 정치인과 시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지금 누군가는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거시경제 지표들이 모두 하락하고 있고 사회 내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은 ‘예전보다 더 노력’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고 집을 잃는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내가 왜 이런 어려움에 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때 누군가 ‘중국인 때문이다, 이재명 때문이다’라는 단순한 혐오 논리를 제공한다면 ‘정말 그럴까’라는 호기심의 단계를 넘어 ‘중국인만, 이재명만 없다면 좋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선동으로 빠져들 수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이다. 다음 정부와 국회는, 국회 안의 다양한 정당들은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합심해 찾아야 하며, 지금의 경제 상황이, 사회적 어려움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진단하고 설명하고 대안을 찾는 작업을 시민들과 함께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음모론은 나의 어려움을 설명할 언어가 없는 이들에게 ‘너만 몰랐지? 실상은 이거야!’라는 달콤하면서도 파괴적인 단순논리가 파고들면서 확산된다. 이 자리를 민주정의 정치인과 시민들의 언어로 채워 나가야 한다. 민주정 안의 다양한 논의들이 더 풍부하게 진행되고 시민들에게 전달되면서, 반체제 세력의 혐오의 언어가 전달되고 재생산되는 경로를 차단해 나가야 한다.

지지하는 정당과 단체들은 당원과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금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해, 지금 우리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논의를 일상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해나가야 한다. 특히 정치집단인 정당의 당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체화된 민주정의 수호자로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을 보는 비당원 시민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고 그 신뢰는 민주정 자체에 대한 신뢰로 전이될 수 있다.

 

포고령(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윤석열(2024.12.3.) ‘대국민담화’ 중
이 단어가 낯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현재 정치체제, 헌정질서에 반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민주정에서 독재를 지지하는 세력, 전체주의체제에서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세력, 독재체제에서 민주정을 지지하는 세력은 모두 반체제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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