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188] 이란전쟁, 누구의 승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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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26 23:3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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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6월 26일 서울
이스라엘, 이란, 미국이 24일(이란 시각, 아래 동일) 전격 휴전했습니다. 12일 간의 전쟁을 두고 세계는 누가 승자이며 누가 패자인지, 향후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열심히 계산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22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한 일련의 전투가 서로 조율된 결과라며 ‘약속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번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살이 난 이스라엘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하자 다수의 언론이 이스라엘의 승리를 확신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일단 이스라엘은 이란에 비해 국토가 굉장히 좁습니다. 약 74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스라엘이 공격할 목표 지점은 매우 넓게 흩어져 있지만 이란이 공격할 목표 지점은 거의 한 점에 몰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국토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쪽의 네게브 사막을 제외한 지역에 도시가 몰려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은 공격을 받아도 어디로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원래부터 장기전에 취약한 나라로 꼽혔습니다. 인구는 적은데 사방이 적이기 때문입니다. 인구만 보면 이란이 이스라엘의 9배 이상 많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군사 교리는 기본적으로 단기전입니다. 초반에 막대한 물량을 쏟아부어 상대의 전의를 빼앗고 지휘부를 제거해 단숨에 승리하는 게 이스라엘의 기본 전략입니다. 그런데 이미 하마스와의 전쟁을 1년 8개월이나 하고 있고 레바논, 시리아와도 전쟁을 했으며 예멘 후티와도 전쟁 중입니다. 여기에 이란까지 상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때도 단기전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 기습 작전에 200여 대의 전투기를 동원했는데 단일 전투에 이렇게 많은 전투기를 동원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우수한 정보 능력을 토대로 이란의 주요 군사 지휘관들을 살해하는 데도 성공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란이 항복할 거라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곧바로 새 지휘관들을 임명하면서 지휘 체계를 유지했고 이스라엘이 예상치 못한 수준의 보복 공격을 진행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지 않으니 결국 전쟁은 원거리 타격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주로 전투기 폭격과 무인기로, 이란은 주로 미사일과 무인기로 상대를 공격했습니다.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원거리 타격전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누가 무기를 더 많이 확보하고 피해를 감내하느냐로 승부가 갈립니다.
이스라엘은 전부터 진행하던 전쟁 때문에 무기가 부족합니다. 미국 등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과 유럽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느라 여유가 없습니다. 반면 이란은 미사일과 무인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수출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무기 면에서 이란이 유리합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이라 자랑하는 다층 방공망으로 무장했지만 이란의 물량 공세와 요격 미사일을 회피하는 최신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 주요 도시들이 화염에 휩싸였고 이스라엘 국민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장기간 지속된 전쟁에 이미 지쳐있던 이스라엘 국민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며 이란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을 떠나 외국으로 도망가는 피난 행렬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란 국민은 최고지도자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뭉쳐 이스라엘의 공격을 견뎠습니다. 민간인 피해만 보면 이란이 훨씬 많지만 이란 국민은 동요하지 않고 오로지 복수와 응징을 요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나 레바논, 시리아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의 공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이란 공격에 큰 피해를 봤습니다. 요격 미사일은 첫날에만 적극적으로 작동했고 수량을 대부분 소진했는지 둘째 날부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군사시설이 공격을 받았으며 텔아비브, 하이파, 베르셰바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의 건물들이 무너지고 정유소, 연구소, 증권거래소, 첨단산업단지가 파괴됐습니다.
처참한 이스라엘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스라엘은 서둘러 언론 보도 통제 지침을 내려 피해를 숨겼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현지에서 찍은 온갖 사진과 동영상이 돌아다니며 폐허가 된 이스라엘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직접 나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우크라이나와 중동 가자 문제를 빨리 정리하고 중국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장담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도, 중동 문제도 미국 뜻대로 빨리 풀리지 않았습니다. 둘 다 상대가 수용할 수 없는 협상안을 미국이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아직도 자기 처지나 국제 질서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트럼프는 이란에 핵발전용 우라늄 농축도 하지 말라는 억지 요구를 들이밀고 이란이 수용하지 않자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시켜 이란을 대대적으로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란의 반격이 너무 강력했습니다. 자칫하면 이스라엘이 그대로 붕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도 못 하고 서둘러 돌아가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2주 안에 이스라엘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이란을 직접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네타냐후는 2주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비명을 질렀을 것입니다. 이에 트럼프는 결국 이란을 직접 폭격했습니다. 마치 윤석열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계엄이라는 악수를 두는 바람에 몰락을 재촉한 것처럼 미국은 이스라엘의 위기를 보다 못해 직접 이란을 공격하는 악수를 둔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이 직접 B-2 스텔스 폭격기를 대거 동원해 무시무시한 벙커버스터를 쏟아부으면 이란이 물러설 거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란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트럼프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약강강약이라는 걸 간파한 이란은 곧바로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습니다. 만약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하지 않고 말로만 대응했다면 미국은 이란이 겁을 먹었다고 판단하고 2차, 3차 공격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카타르 미군 기지의 비행기를 미리 이동시켰습니다. 만약 이란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며 전면전을 생각했다면 카타르 미군 기지도 이란 공격에 동원했을 것입니다. 또한 이란의 반격으로 미군 기지의 피해가 크면 트럼프는 보복해야 합니다. 즉, 이란전쟁에 더 말려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미국은 처음부터 이란과 전면전을 하기보다는 제한된 공격만 하고 빨리 상황을 끝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전쟁이 장기전으로 번지면 미국에 곤란한 지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입니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치솟게 되는데 가장 큰 혜택은 러시아가 얻게 될 것입니다.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러시아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유가 폭등은 안 그래도 물가 인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과 유럽에 큰 타격이 됩니다.
실제로 이란 의회는 2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습니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건 물론입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살리기 위해 일단 이란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이것부터 이미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만약 미국이 이란과의 싸움에서 밀리면 중동 전체에서 철수해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처지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장관을 만났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근거도 없고 정당성도 없는 공격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란을 돕기 위해 당장 군사적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러시아와 이란 사이는 군사 동맹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란에 파병한다거나 이란을 위해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공격할 법적 명분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은 외교적, 경제적 지원이나 무기 수출 정도가 도와줄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러시아는 지금 상황이 자국에 나쁠 건 없다고 볼 것입니다. 미국과 서방이 이스라엘 지원에 매달릴수록 우크라이나를 공략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니프로에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례적으로 대낮에 공격했습니다. 마치 나토 정상회의를 겨냥한 듯한 자신감 넘치는 행보입니다.
22일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연방평의회(상원) 부의장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명백한 사실을 말하겠다. 이라크, 리비아 그리고 지금 이란이 미국의 폭격을 당한 것은 대응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며 “그들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 시간이 없었거나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방은 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 등 4개국을 폭격하지 않는가? 이 나라들은 이라크, 리비아, 이란과 달리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서방으로부터 폭격을 당하지 않으려면 강해지고 무장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다른 어느 나라의 지원에 기댈 게 아니라 결국 핵무기를 개발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국도 지금 상황이 싫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 대중국전쟁에 집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몸값도 올랐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 하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중국의 중재를 요청한 것입니다. 루비오는 중국이 이란 석유 의존도가 높으니까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중국을 고립봉쇄하려는 미국 처지에서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현실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전체 석유 수입량의 16%가 이란산입니다. 이란 수출량의 90%가 중국으로 갑니다. 그래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이란과 중국도 타격을 입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오래전부터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그 일환으로 중국과 이란 사이에 철도를 놓았습니다. 2016년 처음으로 기차가 시범 운행을 한 데 이어 올해 5월 25일에는 중국 시안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이란 아프린 항에 도착해 양국 직항 철도 연결의 공식 시작을 알렸습니다. 당장 철도로 석유를 운송하지는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도 우회할 예비 통로를 만들어놓은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란 철도 연결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누구의 승리인가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돌입한 후 세 나라는 서로 자기가 승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는 어떨까요? 누가 승리했는지 판단할 징표를 네 가지만 살펴봅시다.
첫째, 이스라엘의 피해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수도 텔아비브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여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도시 기능이 제대로 돌아갈지도 의문이고 회복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복구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수도 한복판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그런 도시, 나라에서 누가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요? 경제활동도 제대로 안 될 것입니다. 해외 투자도 급감할 것입니다.
둘째,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거의 동시에 나에게 와서 ‘평화’를 외쳤다”라며 마치 이스라엘과 이란이 먼저 휴전을 요청한 것처럼 말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휴전을 요청해 수용했다고 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가 직접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며 휴전 합의를 끌어냈다고 합니다. 또 JD 밴스 미국 부통령, 루비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이란과의 연락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정부 내에서 역할 분담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걸 보면 이스라엘과 이란이 자신에게 휴전을 요청했다던 트럼프 말과 모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란은 휴전 시한 직전까지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미사일은 휴전 시한을 넘겨 이스라엘에 떨어졌고 이에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하려고 전투기를 띄웠다가 미국의 제지로 작전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휴전 시한 전에 발사한 미사일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이 휴전을 요청했다면 휴전이 깨질 수도 있는 이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걸 보면 이란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아무튼 휴전 시한 직전에 ‘막타’를 친 이란의 행동이 흥미롭습니다.
또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깨고 이란을 공격하려고 하자 트럼프가 강한 욕설까지 쓰면서 격노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말이 안 맞습니다. 이스라엘이 휴전을 요청하고 스스로 그걸 깨려고 한 것도 모순이고, 트럼프는 트럼프 말대로라면 자기가 요구해서 한 휴전도 아닌데 그게 깨질까 봐 격노한 것도 모순입니다.
트럼프는 24일 오전 7시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 폭탄을 투하하지 마라. 만약 그렇게 한다면 중대한 위반”이라고 경고했고 한 시간 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항공기는 회항해 귀환할 것이며,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휴전 합의가 깨질까 봐 정말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이란 보라는 듯이 이스라엘을 혼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셋째, 트럼프가 결정적 카드처럼 자랑했던 벙커버스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언론에서는 벙커버스터를 어디에 얼마나 투하했는지 제각각으로 보도합니다. 다만 공개된 위성사진을 보면 포르도에만 6발의 벙커버스터 투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포르도 핵시설은 완전히 파괴되었을까요?
포르도 핵시설에는 약 2,700대의 원심분리기가 있었고 여기에는 농축우라늄과 함께 농축 전 기체 상태의 우라늄 화합물이 대량으로 존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란은 폭격 전에 이미 농축우라늄을 옮겼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폭격이 성공했다면 원심분리기가 파괴되면서 농축 전 기체 상태의 우라늄 화합물이 새어 나와 주변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포르도에서 방사선 수치가 상승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 방송인이 현지에서 보호 장비 없이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6개월 미만 지연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심지어 원심분리기가 여전히 대부분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라는 평가도 들어있었습니다. 백악관과 국방부장관은 부인했지만 이 보고서는 중동 현지에서 미군 중부사령부가 수행한 피해 평가를 기반으로 하므로 워싱턴 D.C.의 평가보다 훨씬 정확할 것입니다.
벙커버스터로 안 된다면 남은 것은 핵공격뿐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핵공격을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쓰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하고, 중국도 대만에 핵공격을 하고, 북한도 서울에 핵공격을 할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됩니다. 트럼프가 참으로 난감한 상황입니다. 핵보유국 사이의 대결에서 미국이 수세적 처지에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미국은 흔히 더 약한 상대를 찾아 공격합니다. 제국주의는 힘이 사라지면 불안해집니다. 뭐라도 공격할 곳을 찾아야 합니다. 당장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를 공격합니다. 이 때문에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습니다.
넷째,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뜬금없이 “중국은 이제 이란에서 석유를 살 수 있다”라고 올려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원래 미국은 이란이 석유를 수출할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었습니다. 또 중국은 이걸 무시하고 이란 석유를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트럼프가 마치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처럼 발표해서 난리가 난 것입니다. 백악관이나 재무부 등 관련 부처와는 전혀 논의된 바가 아닙니다.
명분도 없습니다. 애초에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제재했습니다. 따라서 제재를 풀려면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안 했다는 증거가 나왔거나, 아니면 이란이 핵개발 포기 선언을 하거나, 아니면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어 더 이상 핵무기 개발이 불가능해졌거나 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것도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이걸 보면 미국이 중국에 중재를 요청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트럼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으면 중국도 손해니 그 전에 중국이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 달라, 그렇게만 하면 이란 제재를 어기고 석유를 수입하는 걸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식으로 중국을 설득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중국에 요청한 중재의 내용은 ‘미국이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할 테니 이란은 미리 대피하고, 대신 이란이 카타르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걸로 전쟁을 끝내자, 이렇게 해야 이스라엘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었겠지요.
미국의 중재안을 이란이 받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이란이 카타르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 전에 통보를 해줬다며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라고 했습니다. 자국 기지가 공격을 받았는데 감사 인사를 하는 황당한 모습입니다. 이것만 봐도 누가 수세에 몰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란은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이란은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철저히 ‘공격을 받으면 그만큼 보복한다. 그러나 공격받지 않으면 공격하지도 않는다’는 방침을 반복해서 공표했습니다. 따라서 이란에는 미국의 중재안이든 휴전안이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지만 않으면 그걸로 끝인 것입니다.
이런 전반 과정을 보면 누가 수세에 몰려 휴전을 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는 25일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다음주 중 이란과 대화를 가질 예정”이라면서 “우리가 요구할 유일한 것은 이전에 요구한 것이다. 즉, 핵에 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기존의 이란 핵협상을 재개하자는 것입니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트럼프는 자기 입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장담했습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수십 년 전으로 후퇴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핵협상 내용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 파괴된 핵시설을 확인해서 정말 핵무기를 개발했는지, 핵시설이 완전 파괴된 건 맞는지 검증부터 하자고 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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