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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91] 민심이 두려워 뜻대로 못 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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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7-08 18:0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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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91]  민심이 두려워 뜻대로 못 하는 미국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7월 7일 서울 


미국 시각으로 6월 26일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국제선거감시단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한국 보수정치행동회의(KCPAC)가 함께한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 6.3대선 사기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이사인 고든 창 박사, 모스 탄 미국 국무부 전 국제형사재판 담당 특사, 존 밀스 미국 국방부 전 사이버보안정책국장, 중국위험대책위원회의 브래들리 테이어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 그랜트 뉴셤 미국 해병대 전 전략장교 등이 참가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고든 창이 행사를 주도한 듯합니다. 

 

▲ 왼쪽부터 그랜트 뉴셤, 존 밀스, 민경욱, 모스 탄, 브래들리 테이어, 박주현.  © 민경욱 페이스북


특이하게 한국의 민경욱 전 의원, 박주현 변호사도 참석했으며 황교안 전 총리도 실시간 화상 통화로 발언했습니다. 

 

테이어 박사는 중국공산당의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습니다. 고든 창은 2020년 미국 대선도 외세에 의해 조작됐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또 모스 탄은 “우리는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에게 한국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경욱도 “트럼프 대통령님, 지금 동맹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거 사기가 어떤 모습인지 아시죠? 제발 빨리 행동해 주세요”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를 한국 법무부, 미국 법무부, 미국 국가정보국(DNI)에 공식 제출했다고 합니다. 

 

한편 민경욱은 김문수를 향해 대선 승복 선언을 철회하고 함께 투쟁하자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대선을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하자는 소리입니다. 

 

이들은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에도 중국이 개입했다며 윤석열이 선관위에 군대를 보내 조사하려 한 게 정당하다는 논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12.3내란이 정당하다는 걸 입증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쭉 듣다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과연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이 국민에게 먹힐까요? 이런 걸 주장해 봐야 뭘 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을 처벌하지 않고 대선을 다시 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요?

 

내정간섭은 미국의 일상

 

그런데 따지고 보면 부정선거 주장으로 가장 큰 재미를 본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불복했고 자기 지지자들을 선동해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트럼프는 4년 내내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자기 지지자를 결집했고 기어이 2024년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이런 트럼프의 시각으로 보면 한국도 이런 작업을 못 할 게 없다고 여길 것입니다. 존 밀스는 대선 시기 한국에 와서 한국 대선이 ‘부정선거’로 치러지면 “한국인들도 그렇게(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처럼) 나가서 당신들의 힘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극우세력이 트럼프처럼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니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원래 미국은 상식적이지 않고 정상적이지도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많이 해 왔습니다. 

 

지난 6월 29일 이스라엘 법원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형사 재판 증언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네타냐후는 5년 전부터 뇌물 수수,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조만간 추가 재판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6월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네타냐후를 “전쟁 영웅이면서 미국과 손잡고 위험한 이란의 핵을 성공적으로 제거한 총리”라고 띄우면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데 어떻게 하루 종일 법정에 출석하라고 강제할 수 있느냐”라고 이스라엘 법원을 비난했습니다. 또 법정 출석을 강제하는 걸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면서 “제발 비비(네타냐후의 애칭)를 내버려두라. 그는 할 일이 태산 같다”라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대놓고 남의 나라 법원에 압박을 넣고 그게 실제로 먹힌 것입니다. 전쟁 중이며 미국에 무기를 의존하는 이스라엘 처지에서 미국 대통령을 무시할 수 없었겠지요. 이는 중대한 문제이지만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보니 언론에는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안이 언론에 나오는 걸 미국 측에서 불편해했겠지요. 

 

2016년에는 미국의 압박으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해임된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에서 정경유착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검찰이 이 회사를 부패 혐의로 수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 대출 보증을 철회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결국 우크라이나 의회가 쇼킨을 해임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미국 대선을 앞둔 2024년 7월에는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해 헌터 바이든 사건을 수사하라고 압박했습니다. 트럼프는 자기 요구를 거부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 5천만 달러의 군사원조를 철회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다 이 사실이 미국 언론에 폭로되면서 트럼프와 바이든 사이에 난타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수시로 다른 나라 사법부나 수사기관을 압박해 자기 입맛에 맞게 사건을 처리해 왔습니다. 

 

한국에는 왜 못하나

 

당연히 미국은 한국에도 이런 식의 내정간섭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지난 2월 박선원 민주당 의원을 만나 ▲윤석열 파면이 조기에 인용되면 국힘당에 불리하다 ▲3월 26일 이재명 2심 선고일에 맞춰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2심 재판부가 이재명 형량을 깎지 않을 것 같다 ▲이재명, 윤석열 다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구상이 이러하니 민주당도 협조하라는 요구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패했습니다. 박선원이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미국의 내정간섭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여론의 강력한 규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대선 기간에도 미국의 내정간섭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5월 15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대한민국 새 지도자는 6월 4일부터 ‘일종의 동맹’이 기로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발언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종의 동맹’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뜻합니다. 브런슨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혀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든 당선되면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지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같은 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클 디솜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지명자는 “동맹국과 동반자 국가들에 대만에 대한 지원을 장려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아태차관보가 담당하는 지역을 따져보면 여기서 말하는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을 뜻합니다. 즉, 대만전쟁 발발 시 한국군도 미군과 함께 대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만전쟁이 발발해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저격하는 발언입니다. 

 

그러자 이틀 후 서울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집회에는 연인원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그동안 은밀하게, 교묘하게 한국 내정에 간섭해 온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국 당국자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직접적으로 한국의 주권을 공격하고 대선에 개입한 적은 처음이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죽지 않으려면 미국의 계획을 받아들이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분노했고 참가자들은 “대선개입 전쟁강요 미국을 규탄한다!”라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 5월 17일 열린 140차 촛불대행진.  © 이호 작가


원래 역대 대선을 보면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 유세가 아닌 일반 정치 집회가 이렇게 대규모로 열린 적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원래 반미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아닌 단체의 집회에서 이렇게 강도 높은 반미 구호가 나오고 호응을 받은 것도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내정간섭이 도를 넘었고 또 우리 국민의 자주 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내정간섭으로 대선판을 엎으려 할 때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광장에서 가장 크게 나왔습니다. 광장의 민심이 주권을 지켜낸 것입니다. 

 

이번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한 국제선거감시단의 핵심 인물인 모스 탄은 지난 5월 후원에 관한 뉴스타파의 질문에 “우리는 사실 국가선거투명성협회의 관할 아래 활동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뉴스타파가 추적해 보니 이 협회는 버지니아주에 등록된 공익법인으로 설립자는 존 밀스였습니다. 그런데 협회 주소는 밀스의 자택이었습니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실상은 미국 극우 인사의 동호회 같은 곳이었던 것입니다. 확인된 후원금 내역도 1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직접 소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고든 창이 관여하는 단체치고는 초라합니다. 이들이 한국에 왔다 가는 경비만 해도 상당할 텐데 이런 후원만으로 운영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아마도 트럼프가 직접 지원하지만 이를 숨기기 위해 유령 후원 단체를 만들어 위장한 듯 보입니다. 한국의 민심이 두려우니 대놓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래서 민심이 중요합니다. 

 

미국은 민심을 두려워한다

 

1980년 5.18광주항쟁이 있고 나서 우리나라는 반미의 무풍지대에서 열풍지대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이 군사독재를 지원하고 광주학살을 승인 내지 방조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많은 학생이 이 진실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미 문화원을 점거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이번에 국무총리가 된 김민석 의원도 1985년 서울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지휘하다 수배, 구속된 경력이 있습니다. 국힘당이 이 문제로 김민석을 공격하자 김민석은 “당시 저를 포함한 학생들의 요구는 미국이 전두환 군사독재자, 광주 학살자를 지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라며 “그때의 요구가 정당했기 때문에 이번 2025년 빛의 혁명 당시에도 미국이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미 투쟁이 미국의 내정간섭을 억제한다는 말입니다. 

 

1979년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란은 친미국가였습니다. 이란은 중국, 인도, 유럽, 소련의 중간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상당히 공을 들여 키웠습니다. 지미 카터 미국 당시 대통령이 혁명 직전인 1978년 새해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맞을 정도로 미국과 이란은 가까웠습니다. 이란은 1970년대 미국산 최첨단 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했고, 미군은 물론 미 군무원인 민간인에게도 외교관에 준하는 특권을 부여했으며, 테헤란에는 케네디로, 루스벨트로 등 미국 대통령 이름을 딴 도로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7년 서울과 테헤란이 도로명 교환에 합의해 서울에 테헤란로, 테헤란에 서울로를 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국민은 친미화에 반발했습니다. 마침내 1978년 친미 팔레비 왕조 타도와 이슬람 공화국 수립을 요구하는 혁명이 발발했습니다. 1979년 혁명의 사상적, 종교적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망명지에서 15년 만에 귀국할 때 테헤란에는 무려 600만 명의 인파가 모여 그의 귀환을 환영했습니다. 미국이 개입해 혁명을 뒤집을 것을 우려한 대학생 450명이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외교관을 인질로 삼아 444일이나 농성을 한 초유의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사관 건물에서 군, 경찰, 정보기관, 행정부에 암약한 미국의 간첩 명단을 비롯한 각종 기밀 문건을 확보해 폭로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불붙은 민심에 미국은 팔레비 왕조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고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은 현지 민심에 주의하며 두려워합니다. 지금도 미국은 광장에서 폭발하는 민심을 두려워하며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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