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02] 푸틴 대통령이 미러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전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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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8-19 17:45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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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2] 푸틴 대통령이 미러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전화한 이유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8월 16일 서울
현실을 반대로 해석하는 언론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의 기본 내용은 8.15광복절을 축하하며 양국의 협력을 더 강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예정된 회담에 관한 정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공유했다고 합니다.
![]() ©노동신문 |
맥락을 짚어보면 푸틴 대통령은 미러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뭔가 문의하고 확인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미러정상회담 정보를 북한과 공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푸틴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는 식으로 해석했습니다.
한겨레는 13일 자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북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식하는 한반도 정세의 위협 요인이나,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 등을 푸틴 대통령이 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선일보도 14일 자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심사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핵군축’을 위한 정상회담에는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에 전달할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일보 역시 14일 자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대화 재개 의중이 푸틴의 입을 통해 트럼프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과연 이런 분석이 맞을까요?
언론들의 분석에는 기본 전제가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원하니 러시아를 중재자로 내세웠다는 건데 이는 현실과 정반대의 해석입니다.
현실에서 대화를 요구하는 건 북한이 아닌 미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만 열면 북한과 대화를 바란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심지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려 했지만 북한이 받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계속해서 북미대화란 없다는 걸 분명히 했습니다. 14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는 친서를 받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북미대화 중재를 부탁할 가능성은 있어도 북한이 푸틴 대통령에게 그런 부탁을 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명백한 사실을 거꾸로 해석하는 바보 같은 분석은 이제 그만 해야 합니다.
아쉬운 건 미국
7월 28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북미] 사이의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미국이 이제 와서 2018년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나선 데에 대한 반응입니다. 이미 시효가 지난 합의를 붙들어 봐야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당시 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3월 1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최선희 부상은 “이러한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라고 했습니다.
이후에도 미국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8월 31일 최선희 당시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2019년 연말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에게 경제 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본심을 파헤쳐본 지금에 와서까지 미국에 제재 해제 따위에 목이 매여 그 어떤 기대 같은 것을 가지고 주저할 필요가 하나도 없으며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북한은 경제 제재를 풀어 경제 건설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자 했으나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북미대화는 부질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들고 경제도 자력으로 발전시키자고 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세계 최대 차량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핵공격잠수함,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 등 각종 전략무기를 개발했으며 전차, 조기경보통제기, 미사일구축함 등 육해공에 걸친 재래식 무기도 모두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미국조차도 자신에 대한 억제를 넘어 심각한 위협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미국의 평가는 지난 5월 11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2025 세계 위협 평가」에 잘 나옵니다.
보고서는 북한을 두고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전략적 위치에 있으며 동북아시아에서 미군과 미국의 동맹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군사 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군에 관해서는 “적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면서 북한 영토를 장기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거의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북한은 100만 명 이상의 현역 군인과 700만 명 이상의 예비군 및 준 군사 인력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국가”라고 주목했습니다. 또 “특수작전부대는 고도로 훈련되고 장비를 잘 갖추고 있으며 한국에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에 특수작전부대를 파병해 얻은 교훈을 향후 전투 훈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략군에 관해서는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지역의 미군, 동맹국 및 동반자 국가를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운용하는 북한의 핵무장 미사일 부대”라고 평가했으며 “2024년 북한은 가장 큰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1개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18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발사훈련을 했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한다는 북한의 국방 현대화 목표를 향한 지속적인 진전을 보여준다. 이 목표를 위해 북한은 역내 및 미국 본토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탄도미사일 체계를 개발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유사시 미국 및 동반자 국가의 위성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의 군사력을 상당히 위협적으로 평가하며 또 북한 군사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동맹을 넘어 혈맹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북한은 국방력과 함께 경제도 발전시켜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했습니다. 북한은 자력으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전략 아래 모든 산업 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성과는 건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평양 5만 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삼지연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 어느 서방 선진국의 모습이라고 해도 속을 정도입니다.
이러니 북한은 더 이상 미국에 아쉬울 게 없습니다. 오히려 아쉬운 건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14일 담화에서 “한국의 대중 보도 수단들은 곧 열리게 되는 러미수뇌회담에서 미국 측에 보내는 우리의 의중이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는 억측을 내놓았는데 바로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는 대표적 실례”라면서 “꿈을 너무 많이 꾸면 개꿈이 되고 억측도 지내 하다 나면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할 모순 당착투성이에 빠지게 되는 법”이라고 국내 언론과 전문가 분석을 한심하다는 투로 지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분석은 북한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하자는 것입니다.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국익을 위해 우리가 나갈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에서 “급변하는 질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게 된다.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가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120년 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푸틴은 자문을 구한 것
그럼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통화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지난 5월 29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리창대 북한 국가보위상(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과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북한과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다만 오랜 시간 우리는 북한이 고립에 빠졌을 때 그저 확립된 규칙(제재)을 따르고 행동했다”라며 “그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일이었다”라고 반성했습니다.
그 전부터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러시아의 고위 인사들은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즉, 자신이 과거 대북 제재에 찬성한 걸 후회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 번도 러시아에 이 문제를 따진 적이 없습니다. 그냥 덮어줬습니다. 이런 걸 보면 북한의 품이 넓어 보입니다.
러시아가 북러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대북 제재가 자꾸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대북 제재는 자신이 유엔 안보리에서 동의한 것이니 결국 과거의 자기 잘못이 현재의 자기 발목을 잡는 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수시로 소통하며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미러정상회담을 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협상을 하게 되는데 북한이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한 전쟁 당사자기도 하며 앞으로도 대규모 공병 부대를 파견하기로 한 만큼 러시아로서는 협상 전에 북한의 뜻을 충분히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마도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내용은 이런 것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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