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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3] 가망 없는 남북관계, 이재명 정부의 선택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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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8-22 07:1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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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3]  가망 없는 남북관계, 이재명 정부의 선택지는?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8월 21일 서울


스토커’가 아니라 ‘사이코’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고 합니다. 

 

북한 언론이 20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김여정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 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면서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각 우리 공화국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무모한 미한[한미]의 침략전쟁연습을 벌여 놓고도 이재명 정권은 ‘방어적 훈련’이라는 전임자들의 타령을 그대로 외워대고 있다”라고 규탄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로의 정권 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 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한 사람들”이라면서 “결론을 말한다면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하여 왔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날 보도된 내용들은 사실 14일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와 일맥상통합니다. 

 

당시 담화에서는 “한국은 자국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흡수통일 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해놓고 우리에 대한 핵 선제타격에 초점을 맞춘 ‘미한 핵협의 그룹’이라는 것을 조작하고 정례적인 모의판을 벌여 놓고 있으며 각종 침략적 성격의 전쟁연습에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잠꼬대 같은 ‘비핵화’를 염불처럼 외우며 우리 국가의 헌법을 정면 부정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 안규백(앞줄 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20일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를 방문해 제이비어 브런슨(앞줄 오른쪽) 연합사령관, 강신철 부사령관 등과 한미연합훈련 진행 상황에 관해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 국방부


북한이 지적하는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헌법에 흡수통일을 명문화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헌법에 ‘흡수통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는 제3조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는 제4조가 문제입니다. 

 

제3조에 따르면 북한 영역도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북한은 헌법상 한국 영토에 존재하는 불법적인 존재, 반국가단체가 됩니다. 또 제4조에 따라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해야 하는데 그러면 북한 체제를 부정하고 없애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취지로 헌법을 만들었든 상관없이 북한이 보기에 한국은 북한을 말살하겠다는 걸 헌법에 명문화한 것입니다. 이건 북한을 적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북한을 적으로 삼은 한미연합훈련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서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훈련 내용에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공격하고, 이른바 ‘참수 작전’을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북한을 점령하고 안정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명백히 북한을 적으로 두고 없애려는 훈련입니다. 만약 똑같은 내용의 훈련을 북한과 러시아가 연합해서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보면 성격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이처럼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적으로 대하며, 제거하려고 하면서 대화하자고 하면 어떻게 될지는 뻔합니다. 

 

북한이 싫다는데 한국은 자꾸 만나자고 하는 걸 두고 전에는 ‘스토커’에 비유했는데 북한이 볼 때는 스토커가 아니라 ‘사이코’로 보이지 않을까요? 만나기 싫다는 사람을 찾아가면서 디올 백을 들고 가도 모자랄 판에 칼을 들고 갔으니 딱 ‘사이코’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선택지

 

한국과 북한의 입장을 다시 비교해 봅시다. 

 

한국은 북한 땅도 한국 영토라고 하면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합니다. 반면 북한은 한반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이라는 2개의 국가가 있다고 규정합니다. 

 

둘 다 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국제 현실을 봅시다. 유엔에는 남북이 각각 가입해 모두 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엔은 원래 독립국가가 가입합니다. 국제 행사에서도 남북은 별개의 2개 국가로 인정받습니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아시안게임도 모두 남북을 서로 다른 독립국가로 인정합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북한은 자기 입장이 옳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은 이런 입장을 가지고 한국의 헌법에서 영토 조항과 흡수통일 조항을 없애고, 북한을 공격하고 점령하는 내용이 있는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걸 해내면 이재명 대통령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여정 부부장 얘기를 거꾸로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재명 정부가 안 바뀔 것으로 보는 듯합니다. 국힘당이든 민주당이든 누가 집권하든 똑같았다는 게 북한의 평가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한국의 그 누구라 할지라도 미국의 특등 충견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거듭된 입장 표명에도 이재명 정부의 모습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14일 담화가 나온 뒤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고 했습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북한 비핵화’를 주장한 것입니다. 

 

또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18일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에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또 평화의 길도 넓어져서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이 뭐라 하든 꾸준히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20일에도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의 협의회 발언을 보도하자 대통령실이 곧바로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 나가겠다”라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싫다고 반복해도 기어이 만나겠다고 집착하는데 북한 시각에 ‘사이코’로 보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나 이재명 정부나 대북 정책이 비슷합니다. 헌법에 흡수통일 조항을 놔두고, 북한을 점령하는 훈련을 하면서 만나자고 합니다. 항상 이중적입니다. 

 

반대로 윤석열은 이중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흡수통일을 노골적으로 추진했고 전쟁도 하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선택할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처럼 계속 북한에 ‘사이코’로 보이는 짓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얘기한 것처럼 깨끗이 남남으로 살자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14일 담화와 19일 회의를 통해 이재명 정부를 상당히 자극적으로 모욕했습니다. ‘개꿈’, ‘염불’, ‘망상’, ‘몽상’, ‘잠꼬대’, ‘악취’, ‘천치’, ‘횡설수설’, ‘특등 충견’….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 왜 북한을 만나려고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남남으로 사는 게 더 속이 편하지 않을까요? 남남으로 살다가 보면 외교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남남으로 살자고 해도 헌법은 고쳐야 합니다. 남남이라면서 ‘북한 땅은 우리 영토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미연합훈련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남인데 괜히 상대를 자극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이나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한국의 선동에 귀 기울이는 나라?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에서 아리송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역시 진중치 못하고 무게감이 없으며 정직하지 못한 한국에는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 외교무대에서 잡역조차 차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부분입니다. 

 

‘북한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 외교무대’란 무엇일까요? 얼핏 북·중·러 외교를 말하는 건가 싶다가도 여기에 한국이 끼지 못한다는 얘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문맥상 보면 뭔가 이재명 정부가 ‘아차!’ 싶게 만들어야 하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북미대화, 북일대화를 말하는 게 아닐까요? 북한이 자기를 중심으로 북미대화, 북일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운전자’ 혹은 ‘중재자’는커녕 ‘잡역’도 못 할 거라는 경고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당장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대화 중재를 카드로 내밀어야 하는 이재명 정부에게는 뼈아픈 대목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공화국 외무성은 한국의 실체성을 지적한 우리 국가수반의 결론에 입각하여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 그의 선동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적중한 대응 방안을 잘 모색해야 한다”라고 한 부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장 적대적인 국가’는 한국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선동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는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 문맥상 최근 이재명 정부가 대북 정책의 호응을 끌어내려고 노력한 나라를 뜻하는 듯합니다. 

 

혹시 중국일까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중국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대국이라 한국의 ‘선동’이 쉽게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중국이 한국의 ‘선동’을 귀담아들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 큰 걸 받아내려 했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중국보다는 베트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정부는 또 럼 서기장을 정성껏 환대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본다면 베트남은 아주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라며 극찬했습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무기 수출, 핵발전소 건설, 고속철도 설치, 신도시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굵직한 합의를 했습니다. 한국이 베트남에 상당한 혜택을 줄 수 있는 분야들입니다. 

 

그런데 언론 발표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나는 굳건한 평화를 바탕으로 남북이 공존하고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우리 정부의 구상을 설명하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당서기장 등 베트남 측의 각별한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당서기장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우리 대북 정책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해 승낙을 받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0일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관세 협상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잘 지내느냐”라며 근황을 물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로 알려진 관세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 엉뚱하게 북미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19일 방송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관세 협상 당시 미국의) 관세 협상 담당자들이 와서 ‘왜 북한이 협상에 안 나오냐’고 수시로 물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이건 미국이 이재명 정부에 북한과의 관계를 뚫어보라고 요구한 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도 북한과 접촉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과 관계가 좋은 베트남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려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시도조차 차단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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