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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7]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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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9-06 08:0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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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7]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9월  5일 서울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아시아 3대 핵보유국 정상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걸 보도하는 국내 언론을 보면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려 한다’, ‘정상국가처럼 보이려 한다’는 식으로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원래 ‘비정상국가’였는데 이제 정상국가가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이 ‘비정상국가’라는 주장은 전부터 있었습니다. 여러 근거를 드는데 핵심은 권력을 세습한다, 불법으로 핵을 보유했다, 폐쇄적인 국가라는 것입니다. 이게 합리적인 주장인지 하나씩 살펴봅시다. 

 

권력 세습?

 

흔히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권력을 세습’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중국에 동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에 또 ‘세습’을 할 거라고 예측합니다. 마치 봉건 왕조에서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세습’이 아니라 ‘계승’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북한의 헌법과 관련 법, 조선노동당 규약 등에 따라 해당 직책에 선출되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그런 절차는 잘 모르겠고 결국 현직 최고지도자의 자식이기 때문에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것 아니냐’고 여깁니다. 

 

그런데 정치인의 자식이 부모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의 아들입니다. 물론 대선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을 두고 ‘세습’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북한이나 미국이나 자기 나라 법에 따른 절차를 밟은 것입니다. 

 

미국의 케네디 가문도 유명합니다.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암살을 당하자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이 3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1위를 달리다가 암살을 당했습니다. 그의 동생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4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섰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습니다. 

 

일본은 더 심해서 아예 ‘세습 정치’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입니다. 중의원의 20~30%가 지역구를 조상 대대로 물려받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100, 101대 총리를 역임한 기시다 후미오도 할아버지가 7선 중의원, 아버지가 5선 중의원이었던 히로시마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을 했습니다. 

 

선거를 거쳐야 하는 정치에 비해 소수의 대주주가 좌지우지하는 경제계에서는 자식에게 경영자 자리를 물려주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당장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삼성만 봐도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집니다. 

 

세습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 중요한 건 능력입니다. 지도자의 능력이 있는데 핏줄이라는 이유로 지도자를 하지 못하면 그건 불공정한 겁니다. 반대로 능력이 없는데 핏줄이라는 이유로 지도자가 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박근혜가 욕을 먹는 건 능력도 없으면서 박정희 후광으로 대통령이 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 지도자로서 능력이 어떠한지 북한 외부의 평가, 그것도 직접 겪어 본 사람들의 평가를 살펴봅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인 5월 25일 자 한겨레21(통권 309호)에 따르면 김대중 당시 대통령 지시로 정보기관과 민간 전문가 집단이 합동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지도자로서의 안목과 식견은 물론 합리성과 추진력을 동시에 갖춘 치밀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것도 “이런 자질이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진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지도자로서의 경륜을 쌓아온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고 김대중 대통령은 “아주 머리가 좋다.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의 얘기를 잘 이해하고 그 말에 공감하면 바로 동조하여 결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두뇌가 명석하고 판단력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일단 결정을 내리면 정말 화끈하게 일을 처리하는 형의 지도자”였다고 합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논리가 정연하고 활발하다”라고 말했고 박지원 의원은 “서방 국가들, 특히 한국의 여러 국내 문제를 알 정도로 박식했다. 한마디로 굉장히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김민하 민주평통 전 수석부의장도 “판단력이 빠르고 유머 감각과 회의장을 주도해 나가는 능력이 탁월했다”라고 했습니다. 

 

장성민 전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외교를 두고 “분위기를 금세 끝없는 유머와 순발력 있는 농담으로 바꾸면서 자신의 해박한 지식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런 과정에서 외교 상대는 어느새 주도권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넘겨주고 만다면서 “(이런) 탁월한 외교술은 거침없고 직선적인 성격에 좌중을 휘어잡는 유머 감각과 해박한 지식”에서 나온다고 평가했습니다. 

 

해외 인사들의 증언도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완전한 현대인”, “주권국가의 이해와 국방 문제 등 어떤 문제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 매우 정통한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올레그 셰닌 전 소련공산당 의장은 “국제 정세와 외교정책들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라고 했고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전 러시아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상식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탕자쉬안 전 중국 외교부장은 “두뇌 회전이 빨랐고, 사물에 대한 반응도 민첩”하다고 했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장관은 “합리적인 대화자”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관해서도 많은 이들이 실력을 인정하는 증언을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상당히 유연성이 있고 결단력이 있는 인물”,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굉장히 진취적이었다. 시대에 맞는 사고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통 크고 화통하다. 그리고 유머러스하고. 좌중을 끌어안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판단도 빠르다”라고 했습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서방 지도자도 따라 하기 힘들 정도로 열려 있는 걸 봤다”라고 했습니다. 

 

최종희 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대표는 몇 달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어를 분석한 끝에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이고 세심하고 논리적이며 총명한 지도자”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김종대 전 의원은 “한마디로 트럼프를 갖고 논다고 생각한다. 조여 붙였다가 풀어줬다가 하면서 전략적으로는 ‘내가 한 수 위다’, 이런 어떤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양상이 느껴진다”라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매우 영리한 사람이자 위대한 협상가”, “아주 전략적인 사람”, “정말 현명하다”, “굉장히 재능이 있는 사람”,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이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CIA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련하고, 술수가 뛰어나며 매우 현명하다”라고 하였습니다. 

 

북한에 매우 적대적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자신감과 확신에 차서 지휘하고 있는 걸 봤다. 결단력 있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스인훙 중국 국무원 자문위원은 “동북아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운영자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했습니다. 

 

불법 핵개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게 비정상이며 비핵화를 해야 정상국가가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핵무기를 가진 것 자체를 두고 비정상국가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도 모두 비정상국가라는 말이 됩니다. 

 

북한이 국제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개발을 한 게 문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주변국이나 국제 사회의 반대 속에서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이스라엘처럼 몰래 핵개발을 한 뒤에 핵보유 사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를 두고 핵을 가졌으니 비정상국가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북한은 공식적으로 NPT를 탈퇴한 뒤에 핵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조약 위반이 아닙니다. 

 

이걸 보면 핵문제에 관해서는 북한에만 이상한 기준을 들이대면서 비정상국가라고 부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폐쇄 국가?

 

북한을 폐쇄 국가라 부르면서 개방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북한이 안에서 문을 꼭 잠가놓고 있으니 회유를 하든 위협을 하든 문을 열게 만들거나 아니면 밖에서 강제로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한 반론은 북한이 안에서 문을 잠근 게 아니라 밖에서 문을 잠갔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대북 제재가 그런 사례입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금강산·백두산 관광 재개를 이야기하고 통일부는 ‘개별 관광’ 이야기도 하는데 지금 우리가 북한 여행을 못 하는 이유는 북한이 문을 닫아서가 아닙니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제한하지만 원래 북한은 외국인의 관광에 개방적이었습니다. 

 

당시에 딱 두 나라 국민만 북한 여행을 할 수 없었는데 바로 미국과 한국입니다. 미국은 대북 제재 차원에서 정부가 북한 여행을 금지했기 때문이고, 한국은 대북 제재와 더불어 국가보안법이 문제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개별 관광’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개인이 북한 여행을 다녀오면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과 회합·통신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북한은 1990년 1월 31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제6차 예비회담에서 “자유 왕래와 전면 개방”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못 받은 건 한국입니다. 

 

이것만 봐도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등 외부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이 폐쇄를 한 게 아니라 외부에서 봉쇄를 한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력 축구단인 유벤투스 FC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의 사례도 유명합니다. 그는 유벤투스 FC에서 카타르의 알 두하일로 이적한 뒤 2020년 9월 갑자기 축구단에서 방출돼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북한 국적 해외 노동자를 추방하도록 한 대북 제재 때문이었습니다. 한광성은 북한 정부에 돈을 송금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유튜브도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북한 계정은 물론 북한 영상을 번역해 올리던 외국 유튜브 계정까지 대거 삭제했습니다. 

 

북한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 할 때마다 이를 봉쇄한 건 미국을 비롯한 외부세력입니다. 즉, 북한이 폐쇄적인 게 아닙니다. 

 

이처럼 북한을 ‘비정상국가’라 주장하는 근거들을 보면 모두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비정상적인 사람이 보면 비정상으로 보일 수는 있겠습니다. 

 

한국은 정상인가?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정상국가’일까요?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가 안팎으로 특별한 일이 없었기에 많은 이들이 오보로 여겼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국민들의 힘으로 제압했습니다. 

 

계엄에 실패하자 윤석열은 ‘경고성 계엄’이라고 변명했고 변호인은 ‘계엄령이 아닌 계몽령’이라고 옹호했습니다. 계엄의 목적을 두고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은 ‘선관위 수사’라는 어이없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부터 참모들까지 모두 음모론에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윤석열은 “현재 사법 체계에서는 이재명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비상대권을 통해 조치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야당 주요 정치인은 물론 여당 경쟁자,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언론인 등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학살하려고 준비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빠루 사건’이란 게 있습니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힘당)이 민주당의 개혁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회의장을 점거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사건입니다. 당시 원내대표인 나경원을 비롯한 37명의 국회의원과 보좌관이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벌써 6년째입니다. 당시 영상이 고스란히 있어서 사실관계를 다툴 것도 없는 사건이 6년이나 시간을 끄는 이유는 뻔합니다. 나경원 등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법원이 이렇게 대놓고 국힘당 편을 들고 있는 게 정상국가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지난해 국힘당 전당대회에서 나경원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이 사건 관련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이에 관한 처벌은커녕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말을 바꾸거나 공약을 지키지 않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정상이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국에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당선됐지만 막상 취임 초 미국이 이라크 파병을 요구하자 국민적 반발 속에서도 파병을 강행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은 선택”이지만 “어쩔 수 없이” 보냈다고 썼습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자기 말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1월 9일 “2018년 우리 정부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표가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대표단 참가로 이어져 ‘평화의 봄’을 맞을 수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 감염 확산 우려를 감안, 내년 초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남북대화 재개 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크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에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도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4년 9월 9일 최고위 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핵 오염수, 사도광산 등재, 독도 침탈에 대한 방치, 친일 옹호 교과서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 뒤 “민주당은 발전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잘잘못을 규명하도록 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일정상회담을 거치며 윤석열 정권 시기의 한일합의들을 계승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과거사 문제를 덮어버렸습니다. 

 

또 8월 24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에 관한 질문에 “(미국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하여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에 동의해 버렸습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집권 전후로 공개적인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에는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반도 군사분계선 남쪽만 한국의 영토입니다. 헌법에 버젓이 현실과 다른 내용이 있는데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이걸 고치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희한한 일입니다. 

 

헌법에는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명백한 흡수통일 조항입니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은 하나같이 흡수통일 의지가 없다고 표방해 왔습니다. 헌법을 위반한 것 아닌가요? 

 

헌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북한은 반국가단체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유엔에 가입할 때 반대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북한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혐의를 씌워 국민을 탄압합니다. 

 

북한을 향해 대화를 하자, 관계를 개선하자, 평화롭게 지내자고 하면서 정작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부릅니다. 그러고는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의 한미연합훈련을 합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요구하는 한 대화할 수 없다고 하는데도 끊임없이 비핵화를 주장합니다. 

 

이런 나라가 정말 ‘정상국가’ 맞나요?

 

미국은 정상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를 해소한다며 갑자기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던졌습니다. 기존의 무역협정을 다 무시한 불법, 무법 행위입니다. 그냥 국제 깡패짓을 대놓고 태연하게 합니다. 

 

그리고 주요국들에는 관세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서한까지 보낸다고 하면서 그걸 일방적으로 공개해 버렸습니다. 국가 정상 사이에 주고받는 편지는 원래 합의 없이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보내기도 전에 공개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외교를 하는 게 아니라 싸움을 거는 것입니다. 게다가 내용을 보니 나라 이름과 관세율만 다르고 나머지는 다 똑같습니다. 어디 이름 없는 회사의 말단 직원도 일을 이렇게 대충 하지는 않습니다. 그걸 ‘세계 최강국’을 자처하는 나라의 대통령이 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활성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경제적 수단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일종의 외교 무기, 나아가 내정간섭 수단으로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을 향해서는 내란을 시도한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라며 관세를 50%로 올렸습니다. 남의 나라 범죄자를 석방하라는 건 당연히 내정간섭입니다. 

 

한국을 향해서도 내정간섭을 합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숙청, 혁명’ 같은 단어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과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취급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마약 단속을 핑계로 베네수엘라 인근에 군함을 대거 파견했습니다. 그러고는 일국의 대통령을 마약 사범이라며 현상수배 하지 않나, 지나가는 배를 마약 운반선이라며 공격하지 않나 국제법이고 뭐고 무시하고 완전히 마음대로 행동합니다. 19세기 해적 무리를 보는 듯합니다. 

 

이처럼 미국은 너무도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정상 대통령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미국은 원래 그랬습니다. 

 

1989년 미국은 파나마의 실질적 통치자 마누엘 노리에가 사령관을 마약 혐의로 수배하고 2만 4천 명의 병력을 투입해 체포했습니다. 남의 나라 군인 한 명을 체포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당시 많은 나라가 미국의 횡포에 항의했지만 미국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몰래 만들었다며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걸 시인했습니다.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침략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로 처벌받은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미국은 정상국가로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국가와 비정상국가, 참으로 아리송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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