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18] 온갖 수가 다 안 먹혀 총파산한 미국의 대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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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0-23 18:5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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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18] 온갖 수가 다 안 먹혀 총파산한 미국의 대북 정책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0월 23일 평양
흔히 미국의 정치를 민주당, 공화당 양당 체제라 부릅니다. 두 당이 갈라져 대립하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두 당이 예산안을 두고 대립하면서 연방정부 폐쇄, 이른바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건 미국 국내 문제에서나 그렇고 대외 문제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게 미국의 전통입니다. 1947년 공화당 소속인 아서 반덴버그 상원 외교위원장이 민주당 정부에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며 “정치는 국경에서 멈춘다”라고 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대외 정책의 초당적 협력을 지탱하는 기구로 1921년 설립된 미국외교협회가 있습니다. 민주당,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주요 정치인이 거쳐 간 이 기구는 미국의 대표적인 초당적 싱크탱크로 특히 기관지 ‘포린 어페어스’는 미국 외교 정책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미국에 매파와 비둘기파, 즉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상대국을 요리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 전략, 강온 전략으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흔히 좋은 경찰, 나쁜 경찰 혹은 담배 경찰, 주먹 경찰이 역할을 나눠 한 명은 범인을 친절히 대하며 구슬리고, 다른 한 명은 범인을 거칠게 대하며 윽박질러 자백을 받아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세기에 리비아를 제재하고 외과수술식 타격 위협을 하다가 21세기 들어 제재 해제는 물론 경제 지원을 해주겠다고 접근했습니다. 여기에 넘어가 리비아는 핵개발을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반군을 지원해 리비아 정부를 무너뜨렸습니다. 강온 전략은 소련과 중국에도 적용되었습니다.
국민을 단결시키고 동맹을 지휘해 세계 곳곳에서의 침략과 약탈로 번영을 누려 온 미국의 밑바탕에는 이처럼 대외 문제에서의 초당적 협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초당적 협력이 처음으로 깨진 게 북한 문제입니다.
1990년대 초 북핵 문제가 불거지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때만 해도 미국의 대북 정책은 강온 양면 전략이 기본이었습니다. 한편에서는 협상하면서 평화체제나 경제 협력을 논의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 훈련을 하며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초반에 미국의 대표적인 강경책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앞세운 특별사찰이었습니다. 원래 북한은 미국과 협상 끝에 미국의 전술 핵무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호응해 IAEA 사찰을 받기로 했습니다. 1992년 IAEA는 북한이 제출한 보고서와 사찰 결과가 일치한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비밀 핵시설이 있다면서 특별사찰을 요구했습니다. IAEA 특별사찰은 당사국이 동의했을 때만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일반 사찰을 통해 검증이 끝났는데도 미국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특히 군사시설을 사찰하려고 하므로 특별사찰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1993년 1월 미국은 합의를 깨고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발표합니다.
당시 미국의 온건파를 담당한 건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였습니다. 갈루치는 북미 핵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고 1994년 10월 21일 북미 제네바 합의의 서명 당사자입니다. 제네바 합의는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고, 핵위협을 중단하며, 경수로까지 지어주는 등 북한에 유리한 내용이 가득한 합의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미국 내에서 북미 협상에서 미국이 패배했다, 협상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많았고 야당이었던 공화당은 의회에서 합의 이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백악관이 나서서 ‘북한은 곧 붕괴하니 합의를 이행하는 척만 하면서 시간을 끌면 된다’는 식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강경파든 온건파든 북한을 붕괴시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회유와 협박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을 뿐이며 북미 간의 어떤 합의든 실제 이행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북한도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합의를 뒤집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간만 뺏긴 꼴이라고 평가하며 미국을 규탄했습니다.
이는 한국에 관한 북한의 평가와도 비슷합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2024년 1월 2일 담화를 통해 “어리숙한 체하고 우리에게 바투 달라붙어 평화 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얽어매어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그 전쟁 사환꾼들을 억제하기 위한 전망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러저러한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이라고 지적하며 “문재인의 그 겉 발린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온건파’인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북한의 손발이 묶여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의 대북 정책, 강온 양면 전략은 실패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 이후 미국에서 강경파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강경파는 답이 없는 북핵 문제를 아예 회피했고 일부는 더 이상 대북 강경책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하다 하다 안 되니 나중에는 ‘전략적 인내’라는 것도 등장했습니다. 강온파 모두 작전에 실패하니 차라리 시간을 끌자는 것입니다. 기존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걸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도 결국 실패했습니다. 2018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 누구나 얘기하는 것이지만 전략적 인내 정책은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권혁철 한겨레 논설위원은 2021년 5월 9일 자 칼럼에서 “실제로는 전략도, 인내도 없었다. 북한이 먼저 머리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며 미국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시간만 벌어줬다.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태도는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그냥 무능이다”라고 혹평했습니다. 이런 기괴한 정책은 미국의 대외 정책 가운데 북한에만 적용한 유일한 것입니다. 그만큼 미국 처지에서 북한은 대하기 어려운 존재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은 강경책이든, 온건책이든, 전략적 인내든 가리지 않고 총파산했습니다. 올해 1월 15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루비오 지명자는 “대북 정책이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초당적으로 망가진 것 같다”라며 민주당, 공화당 정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원래 양면 작전이 잘 먹힐 때는 서로 경쟁하는 척하면서도 얘기가 잘 통합니다. 그런데 작전이 안 먹히면 서로 비난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며 콩가루 집안 꼴이 됩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1기 때 안보보좌관을 했던 존 볼턴은 백악관을 떠난 후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대립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정권은 지난 8월 볼턴 자택을 압수수색 하더니 10월 16일 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그를 기소해 버렸습니다.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의 대외 정책이 대혼란에 빠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미 트럼프 1기를 겪어봤기에 미국의 대외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지금 모습은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돌출적이고 예측 불가한 대외 정책보다 더 심각한 건 이 정책들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혼자서 며칠 사이에도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며 강온 전략을 남발합니다. 원래 강온 전략은 경쟁 관계의 두 세력이 서로 모른 척하며 번갈아 펼쳐야 효과가 있습니다. 혼자서 태도를 수시로 바꾸면 강온 전략의 효과는 없고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뿐입니다.
![]() © 백악관 |
만약 대북 정책이 잘 풀렸으면 이런 대외 정책의 대혼란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북한 문제가 안 풀리면서 북한과 손을 잡은 러시아, 중국 문제도 다 안 풀리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내부로도 심각한 분열상 때문에 내전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다른 나라를 약탈해 번영하던 미국이 대외 정책에서 잘 안 풀리니 발생한 문제입니다. 밖에서 위신이 깎인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 탄압, 경쟁자 제거에 매달리는 현상입니다.
지난 반세기 넘게 미국이 북한을 핵위협하고 제재를 하며 못살게 괴롭혔는데 결국 오늘날 북한이 미국을 못살게 괴롭히는 상황으로 역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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