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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2] GPU 26만 장 확보, 거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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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1-18 07:4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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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2]  GPU 26만 장 확보, 거품일 수 있다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1월 9일 서울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정부, 삼성, SK, 현대차가 각 5만 장, 네이버가 6만 장을 받기로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고성능 GPU가 4만 5천 장이 있는데 그 5배가 넘는 양이 2030년까지 우선 공급되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5만 장보다도 5배가 넘습니다. 

 

고성능 GPU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장비입니다. 고성능 GPU가 많을수록 인공지능 성능이 올라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 각 기업은 고성능 GPU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미래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GPU는 이제 ‘전략 자산’으로 불립니다. 만약 26만 장의 고성능 GPU를 모두 확보한다면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의 고성능 GPU 보유국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한국이 인공지능 산업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열렸다며 좋아합니다. 

 

하지만 젠슨 황이 약속한 GPU 26만 장은 거품일 수 있습니다. 

 

  © Jernej Furman

 

인공지능 거품론

 

언론과 전문가들도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여러 우려를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먼저 전력 문제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처리 장치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합니다. 물론 이건 발전소 추가 건설로 해결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문제입니다. 

 

26만 장의 고성능 GPU가 지금은 최신형이지만 2030년이 되면 구형이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이 약속한 GB200의 다음 모델인 GB300을 이미 양산 중이며 RTX 프로 6000 다음 모델 역시 내년 하반기에 출시 예정입니다. 즉, 젠슨 황이 약속한 고성능 GPU를 지금 받으면 최선이지만 마감 시한인 2030년이 다 돼서 받으면 오히려 구형 GPU를 받는 꼴이 된다는 것입니다. 젠슨 황은 2030년까지 공급한다고 했지 매년 얼마씩 공급할지에 관해서는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26만 장의 GPU는 공짜가 아닙니다. 약 15조 원 규모라고 합니다. 엔비디아 처지에서는 5년 치 물량 판매처를 확보했으니 이익이지만 우리는 자칫 구형 GPU를 고가로 대량 구매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으로 GPU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 칩(블랙웰)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물론 이 말은 중국을 겨냥한 말이지만 한국에도 얼마든지 수출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우리가 정식 계약서가 아닌 양해각서(MOU)만 맺은 단계라서 엔비디아가 언제든 약속을 깰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의 엔비디아만 바라보며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되느냐는 문제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이 거품이라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6일에도 미국에서 인공지능 거품론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업 주가가 급락했고 그 여파로 국내 종합주가지수(코스피)와 코스닥도 상승세를 멈추고 떨어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14일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의 시가총액 집중도가 과도하다면서 “(기술주의) 수익이 높은 가치를 정당화하지 못하면 급격하고 날카로운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인공지능 산업의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 역시 거품론이 끊이지 않는 기업입니다. 2022년 말 3,600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불과 18개월 만에 3조 4,600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10배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GPU 개발의 선두에 있기는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저렴한 인공지능 GPU를 개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시장이 뒤집힐지 모릅니다. 과거 ‘닷컴 거품’ 시기 잘나가던 기업들의 주식이 최고점 대비 75~99%까지 폭락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기업들의 순환 거래도 거품 논란을 부추깁니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천억 달러(14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협력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겉으로는 인공지능 기반 시설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련 기업끼리 서로 매출을 부풀려주는 구조인 것입니다. 블룸버그 통신도 엔비디아, 오픈AI, AMD 간 거래를 두고 “투자금이 다시 제품 구매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제2의 스타워즈 경쟁

 

물론 인공지능 산업이 미래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다만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과대 포장됐을 가능성 역시 높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실러PE’ 지수는 10월 17일 기준 39.79로 2000년 닷컴 거품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하나에 국가의 미래를 거는 건 위험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에 집중해서 투자하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우리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0월 2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튜브 채널 ‘압권 Apkwon’에 출연해 “당분간은 그게 거품이든 아니든 남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서 “양쪽 나라(미중)가 AI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옛날에 러시아와 미국이 군비 경쟁할 때 그게 다 쓰려고 만든 건 아니지 않았나? 전략적인 생각이 있으니까 (만들었지)”라면서 “AI도 전쟁에 들어가 있는 거고 AI에 들어간 투자는 아마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 경쟁 과정을 보고 있으면 과거 1980년대 미소 군비 경쟁을 보는 듯합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엄청난 돈을 무기 개발과 생산에 쏟아부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1983년 전략방위구상(SDI), 일명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군비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은 이 구상에 700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결국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략방위구상의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소련이 군비 경쟁에서 패배하고 붕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략방위구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 

 

미중 인공지능 경쟁도 어느 한 나라가 패배할 때까지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과연 어느 나라가 승리할까요?

 

최근 젠슨 황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미국은 50개 주마다 제각각 규제하면서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데 중국은 정부가 규제를 모두 풀어주고 나아가 전기료까지 할인해 준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미국 정부가 어느 정도 풀 수 있고 젠슨 황도 그런 의도로 한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규제나 전기료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서 미국이 인공지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미국 투자연구회사인 알파인 매크로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화웨이가 반도체 설계 측면에서 엔비디아와 거의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양적 우위가 성능 격차를 의미 있게 좁힐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공지능 인재 양성도 중국이 미국을 위협합니다. 올해 초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중국의 신생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를 개발한 주역인 량원펑, 뤄푸리는 모두 시골 출신의 젊은 공학자로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국내파였습니다. 중국에는 이런 인재가 많은데 모두 중국 정부의 집중 투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해 전국 대학에 2천 개 이상의 인공지능 관련 학과를 설립했습니다. 이과 열풍이 부는 중국에는 매년 과학기술 분야 박사 8만 명, 공학자 150만 명이 배출되며 민족과 국적을 따지지 않고 인재 유치에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심지어 미국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49%도 중국계라고 합니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방식을 선호합니다. 오픈소스란 소스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들여다보고 수정, 배포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집단 지성으로 프로그램의 성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오픈AI도 처음에는 오픈소스를 지향했지만 GPT-3을 기점으로 오픈소스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침입니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의 주체가 국가 중심이냐 기업 중심이냐의 차이가 오픈소스 정책에도 반영된 것입니다. 

 

2021년 말 중국에는 880개가 넘는 인공지능 기업이 있으며 한 해 총투자액은 한국의 2024년 국가 예산 656조 원의 약 10%에 달하는 432억 달러(약 64조 원)라고 합니다. 스탠퍼드대학교가 발표한 「2025 AI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인공지능 관련 논문과 특허 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2024년 중국과 미국의 인공지능 특허는 전 세계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 RCraig09


인공지능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중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중국이 승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물론 미중이 공존, 상생한다면 누가 이기든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미국은 미소 냉전 때처럼 둘 중 하나가 망할 때까지 사활을 걸고 경쟁할 분위기입니다. 

 

젠슨 황은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중국 개발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에도 진출해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 인공지능 개발자의 절반을 잃게 만드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유익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폐쇄적인 인공지능 정책을 비판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립하다가 중국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한다면 미국에 붙어 의존하는 우리도 동반 패배자가 됩니다. 

 

미소 냉전 때 소련이 몇 년만 더 버텼으면 미국이 먼저 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미국이 그만큼 사정이 나빴기 때문에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과 독일을 약탈해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련이 먼저 무너졌습니다. 그러자 소련에 붙어 의존하던 동유럽 국가들도 동반 몰락했습니다. 지금 인공지능 전쟁에서 미국이 패배하면 우리가 당시 동유럽 국가의 꼴이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젠슨 황에 열광하고 심지어 젠슨 황이 다녀간 치킨집이 무슨 ‘성지’로 떠올랐지만 다 거품이고 허황합니다. 에이펙 정상회의, 핵추진 잠수함,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자화자찬하고 신나서 떠들썩한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지금 우리 상황이 소련 해체 직전의 동유럽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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