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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7] 일촉즉발 대만전쟁, 변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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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2-16 10:3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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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7]  일촉즉발 대만전쟁, 변수는 북한?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2월 8알 서울 


■ 중국-대만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 대만전쟁이 절박한 트럼프
■ 베네수엘라보다 중국 가능성이 높다
■ 대만이 패배해도 미국에는 이익
■ 북한이 변수

 

중국-대만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보증이행법에 서명했습니다. 이 법은 국무부가 5년마다 미국-대만 관계를 규정하는 대만관계지침을 검토하고 의회에 개선 방안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입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따라 대만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 관례를 규정한 대만관계지침을 제정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미국은 중국을 견제·압박하기 위해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했고 이에 따라 2020년 대만보증법을 제정해 대만관계지침을 개정했습니다. 당시 대만보증법은 일회성 특별법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대만보증이행법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지침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앤 와그너 공화당 하원의원은 “대만과의 관계에 대한 자체 제한을 완화할 기회와 계획이 필요하다”라며 “미국-대만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공산당 정권이 영향력을 확산하려는 위험한 시도에 맞서 미국이 굳건히 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대만에 적용하는 ‘자체 제한’의 핵심은 무기 수출이나 군사훈련과 관련한 사안입니다. 미국은 이 법을 통해 대만과 군사협력을 강화할 생각인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대만은 환영했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중국의 대만지역 간 어떠한 형식의 공식 교류도 단호히 반대하며 이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라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자 중미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대만 간 공식 교류를 중단하고 ‘대만 독립’ 분열세력에게 어떠한 잘못된 신호도 보내지 말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이 법은 대만과 미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라는 가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며 환영했고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도 “미국 정부와 의회의 초당적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이 법안의 서명은 미국-대만 관계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에 도발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관계가 갈등을 봉합하고 휴전에 들어갔다고 여겼는데 한 달여 시간이 지나 다시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중국과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처럼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여기는 대만을 두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의도적으로 ‘유사시 집단 자위권 발동’ 발언을 해 도발한 뒤 중국이 발언을 취소하라고 압박해도 버티며 위기를 증폭시킵니다. 

 

중국을 둘러싼 전쟁 분위기 확산에는 한국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 11월 4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투입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비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날 있었던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에서도 한미 합참의장은 “동맹의 연합 억제력은 한반도를 넘어 역내 억제력에 기여한다”라고 합의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 참모총장은 11월 1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핵잠수함을 중국 억제에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과 대만 간 충돌 시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분명히 일정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중국-대만 전쟁에 주한미군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한국군도 참전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11월 17일에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주한미군은 원거리에서 증원을 필요로 하는 대기 전력이 아니라 미군이 위기 상황이나 유사시에 뚫어내야 하는 방어막 안쪽에 이미 배치된 전력임이 드러난다”, “베이징 시각에서 보면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원거리 전략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즉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접한 전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은) 한중 사이 해역(서해)에서 중국 활동에 대응하려는 서구에 접근성을 제공한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말하면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깝기 때문에 대중국 전초기지, 불침항모로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12월 3일 조너선 프리츠 미국 국무부 선임 부차관보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두고 “역내 위협들에 대항할 집단적 역량을 진전시키는 양자 협력의 명백한 사례”라며 사실상 중국 견제가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입장 자료를 배포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중국 잠수함 추적용’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외교부의 해명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중국도 이런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다이빙 주한 중국 대사는 11월 13일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이 이른바 대만 문제에 대해 절대 불장난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까지 대만을 지원해야 하며 한국은 중요한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노골적이고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을 둘러싼 이런 여러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중국-대만 전쟁은 기정사실이며 그 시기도 예상보다 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움직임은 5일 백악관이 조용히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서 “제1도련선 내 어디서든 침략을 거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미군은 이를 혼자서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라며 “동맹국들이 나서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더 중요하게는 집단방위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본과 한국에 적을 억제하고 제1도련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능력(새로운 능력을 포함하여)에 초점을 맞춰 국방비를 늘리도록 촉구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입니다. 결국 미국은 대만전쟁에 대비해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준비를 주문한 것입니다. 

 

지금 전반 분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과 유사합니다. 당시 러시아의 거듭된 경고에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핵심 국가 안보 사안으로 여기는 나토의 동진을 강행해 전쟁이 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금지선(레드라인)은 대만의 독립 선언입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국의 일부 지역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당연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으려 할 것입니다. 중국 국무원의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장한 대변인은 3일 “대만 독립은 전쟁을 의미하며 이는 막다른 길”이라면서 “누구도, 어떤 세력도 중국 국민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는 강한 결단력, 확고한 의지, 강력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대만에 전쟁이 나면 일본, 한국과 함께 도와주겠다며 대만을 부추깁니다. 대만 역시 마치 중국의 공격을 유도라도 하는 듯 금지선을 자꾸 건드립니다. 11월 2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일본 음식을 먹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을 응원했습니다. 또 11월 25일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은 기자들에게 “대만은 독립국가이며 중국으로 복귀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만전쟁이 절박한 트럼프

 

미국이 대만전쟁을 서두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5일 뉴욕타임스는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평균치를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순지지율(찬성률 - 반대율)이 -14%P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경제 우려가 커지면서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핵심 지지자들도 돌아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쿼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여론조사를 보면 대학을 졸업한 백인 남성의 지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조사해 11월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5%P나 낮은 36%로 2기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에서 이 정도 지지율이면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 문제가 꼽혔습니다. 

 

대체 미국 경제가 어떤 상황이기에 그럴까요?

 

일단 소비자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물가를 잡겠다는 공약이었습니다. 미국인은 살인적인 물가 폭등 때문에 바이든 민주당을 저주하며 트럼프 공화당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0%로 올라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11월(3.3%)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관세 때문에 비용이 증가했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중국 상품을 수입해 팔던 중소 소매업체들의 파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기대를 버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커피, 바나나, 코코아, 소고기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게 트럼프 정부를 위협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13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의 주요 농산물과 섬유·의류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커피 가격이 내려가지 않자 브라질산 식료품에 대한 40% 추가 관세를 철회했습니다. 브라질에 매긴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며 브라질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성격이 강했는데 물가 급등 앞에서는 꼬리를 내려야 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커피 가격 폭등 문제는 마치 2024년 한국의 ‘대파 가격 875원’ 논란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4일 미국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내년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RBC캐피탈의 경고를 소개했습니다. RBC캐피탈은 높은 주택 가격, 높은 관세, 과도한 정부 부채가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렸던 ‘리쇼어링’(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중기업협의회가 7월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3분의 2가 계획된 중국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무역 정책이 너무 자주 크게 바뀌다 보니 차라리 관세를 물더라도 중국에 남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산업 생태계, 인력, 세제 혜택, 자금 등 모든 면에서 공장을 옮길 매력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 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인상 정책은 물가 인상뿐 아니라 수입 감소로도 이어졌습니다. 전 세계 수출량은 늘어났는데 미국 수입액이 감소한 것입니다. 주요 수출국이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 대체 시장을 찾은 결과입니다. 세계 무역 시장에서 미국이 왕따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관세 정책이 대법원 재판으로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관세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하면 미국이 각국에 환급해야 할 금액이 2조 달러가 넘을 예정이라 미국 경제에 재앙을 부를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에도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11월 4일 미국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뉴욕 시장과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등 주요 승부처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했습니다. 또 12월 3일 있었던 테네시주 제7선거구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약 9%P 차로 이긴 것도 논란입니다. 이 지역은 지난해 공화당이 21%P, 트럼프 대통령이 22%P 차로 압승했던 텃밭이었는데 1년 만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입니다. 투표 직전에는 겨우 2%P 차이로 공화당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민심이 트럼프 정부를 떠나고 있는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른바 엡스타인 사건도 트럼프 대통령을 위기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뒤 감옥에서 사망한 사업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기록에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성접대를 받은 내용이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 수사 기록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거셉니다. 이에 11월 18일 미국 하원에서 수사 기록 공개 법안이 통과됐고 19일에는 상원이 표결 없이 즉시 통과시켰습니다. 여론의 압박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압박이 들어오자 트럼프 대통령도 마지못해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30일 이내에 법무부는 모든 관련 문건을 공개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11월 12일 공개된 엡스타인 이메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엡스타인의 범행을 인지했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문건 공개는 미국 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을 게 분명합니다. 

 

한마디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초가입니다. 윤석열이 12.3내란을 저지르기 직전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출로도 비슷할 것입니다. 바로 전쟁과 계엄입니다. 

 

베네수엘라보다 중국 가능성이 높다

 

지금 미국이 공개적으로 침공을 준비하는 곳은 베네수엘라입니다. 

 

미국은 제럴드 R. 포드 핵항공모함과 순양함 2척, 구축함 10척, 강습상륙함, 핵추진 잠수함 등 엄청난 규모의 해군 무력을 베네수엘라 앞바다에 배치해 놓고 있으며 전략폭격기들도 대기시켜 놨습니다. 1994년 아이티 위기 개입 이래 최대 규모의 카리브해 군사 파견이라고 합니다. 당장 전면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 2025년 12월 1일, 미 해군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토머스에 도착했다.  © 미국 전쟁부


그런데 11월 21일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즉각 사임 후 망명’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1주일의 시한을 제시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0일 기자들에게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좋았다, 나빴다 말하지 않겠다”라고 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12월 3일 “대화에는 존중이 있었고 심지어 우호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통첩한 것으로 풀이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걸 보면 그렇게 볼 일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마두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피하고자 대화를 시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군사력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지금 베네수엘라 분위기를 보면 결사 항전을 다짐하며 자원입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쟁 초반에는 미국이 미사일 공격과 전략폭격기의 정밀 폭격으로 공세를 할 수 있겠지만 상륙작전이나 공수작전을 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전쟁의 승패는 목적 달성 여부로 판가름 납니다. 미군이 상륙작전을 통해 마두로 정부를 무너뜨리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같은 친미 인사를 정권에 앉혀야 비로소 승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안 되면 전투는 이겨도 전쟁은 진 것입니다. 마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결국 탈레반에 정권을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에 더 악몽 같은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상륙작전이나 공수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 일부를 점령했는데 장기전으로 가면서 피해가 누적되는 것입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엄청난 피해를 겪은 것과 비슷한 상황 말입니다. 철수하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눌러앉아 버티자니 피해가 누적되어 진퇴양난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 처지를 보면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넘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패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이라크, 제2의 아프간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미군 항공모함이 격침되는 것입니다. 10월 31일 베네수엘라 공군은 Kh-31 크립톤 공대함 미사일을 장착한 수호이-30MK2 전투기 2대를 카리브해 상공에 투입해 무력시위를 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마하 3.5로 해수면 위를 스치듯 날면서 110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는 최초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입니다. 속도나 고도를 보면 미군 이지스 구축함이 요격하기에 상당히 까다로울 것입니다. 만에 하나 항공모함이 격침되면 설사 다른 전투에서 미군이 승리해도 미국은 전 세계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앨빈 홀시 미군 남부사령관이 임기 1년도 채우지 않고 오는 12일 조기 퇴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남미지역을 담당하는 남부사령부는 베네수엘라 침공을 직접 지휘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의 사령관이 전면전 직전에 사임한다는 건 매우 심각한 신호입니다. 

 

홀시 사령관의 사임을 두고 언론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과의 갈등설을 소개했습니다. 미군이 마약 밀매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하고 승무원을 사살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을 두고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홀시 사령관은 이 작전을 반대했고 특히 작전에 참여한 미군 장병이 추후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헤그세스 장관은 전부터 국제법 등에 구애받지 말고 전쟁범죄를 저지르라고 대놓고 주장하던 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명령을 받으면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빨리 움직이라”라고 홀시 사령관을 다그쳤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한 후 표류하는 승무원을 2차 공격으로 사살한 사건이 논란이 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헤그세스 장관이 당시 “모두 죽이라”라는 구두 명령을 내렸다는 의혹으로 의회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시작된 이 사건은 정황상 홀시 사령관 측이 정보를 유출해 벌어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침략을 밥 먹듯 하면서 온갖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미국이 언제부터 국제법을 따지면서 작전에 신중했다고 저리 호들갑인지 모르겠습니다. 전문가들도 베네수엘라 선박 격침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그걸로 미군이 처벌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홀시 사령관이 헤그세스 장관의 발목을 잡고 사임하는 건 인도주의 문제나 준법 문제라기보다 헤그세스 장관이 위험한 작전을 무리하게 추진해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까 봐 그렇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본인은 패전 장군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싫은 것이지요. 

 

이걸 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절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이 선뜻 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미군이 직접 전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자국 군대가 피해를 보지 않는 대리전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침공은 대신 해줄 나라가 없습니다. 

 

대리전으로 눈을 돌리면 베네수엘라보다는 오히려 중국-대만 전쟁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대만보증이행법에 서명하고, 일본 총리가 ‘집단 자위권 발동’ 운운하고, 주한미군도 참전하겠다고 하고, 한국도 중국을 겨냥해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겠다고 하고, 이 모든 것들이 대만을 향해 ‘혹시 중국이 쳐들어오면 우리가 도와줄 테니 마음 놓고 독립선언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에 미국과 유럽이 ‘혹시 러시아가 쳐들어오면 우리가 도와줄 테니 마음 놓고 나토 가입하라’고 부추긴 것을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실제 중국-대만 사이에 전쟁이 났을 때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 주한미군, 한국군이 참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이 전쟁은 순식간에 남·북·미·중·일·러가 맞붙는 지역 전쟁, 국제전이 됩니다. 이건 미국에 엄청난 부담입니다. 특히 4개의 핵보유국이 직접 전쟁을 한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전쟁을 중국-대만 전쟁으로 국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무기, 정찰 정보, 군사고문단, 개인 차원의 용병 정도를 지원해 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미국은 전쟁 직전인 2021년 6월 ‘시 브리즈 21’ 훈련을 하며 도와줄 것처럼 굴었습니다. 당시 훈련 참가국이 전년도의 9개국에서 32개국으로 크게 늘어 마치 전쟁만 나면 서방세계가 총출동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줄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터지자 쏙 빠졌습니다. 

 

지금도 주변국이 다 도와줄 것처럼 하지만 막상 전쟁이 나면 나 몰라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결과는 뻔합니다. 대만이 중국을 이길 수는 없고 결국 대만이 패망해 중국에 흡수될 것입니다. 

 

대만이 패배해도 미국에는 이익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미국은 돈을 버는 것처럼 설사 대만이 패망해도 미국에는 이익이 됩니다. 

 

첫째, 중국을 악마화해 고립봉쇄 정책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고립봉쇄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효과를 못 봤습니다. 이미 전 세계가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 기업들도 중국과의 거래를 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면 그걸 빌미로 중국 고립봉쇄 정책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에는 이런 강요가 잘 먹힐 것입니다. 또 미국 기업에도 강요할 수 있습니다. 

 

이건 마치 미국이 유럽에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해도 먹히지 않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그제야 미국 요구에 따른 것과 비슷합니다. 전쟁 통에 러시아-독일 간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가 폭파되었지만 독일은 누구 소행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저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둘째, 중국을 고립봉쇄한 뒤 미국 제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대러 제재를 시행한 뒤 미국 셰일가스를 강매한 것과 비슷합니다. 전쟁 전 유럽의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 가운데 미국 천연가스 비중은 7.1%에 불과했지만 2023년 기준 19%로 2.7배나 올랐습니다. 반면 러시아 천연가스 비중은 40%에서 15%로 떨어졌습니다. 

 

또 유럽은 러시아 파이프라인 운송 천연가스(PNG) 구매가 어려워지자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을 올렸습니다. 이를 위해 부랴부랴 LNG 터미널을 만들었습니다. 전쟁 전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에서 22%를 차지하던 LNG가 2025년 10월 기준 44.7%로 치솟았습니다. 여기서 미국산 LNG의 비중은 전쟁 전 23%에서 올해 하반기 기준 57%로 치솟았고 특히 독일은 94%의 LNG를 미국에서 수입했습니다. 

 

독일은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천연가스의 55.2%, 석탄의 56.6%, 석유의 33.2%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습니다. 이게 막히고 값비싼 미국산 LNG를 수입하면서 지난해 겨울 전기요금이 평소의 10배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중국-대만 전쟁을 이유로 중국을 고립봉쇄해 값싼 중국 제품 대신 값비싼 미국 제품을 사도록 강요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화웨이를 들 수 있습니다. 화웨이가 5G 통신 기기 선두 주자로 떠오르자 미국이 보안 문제를 제기하며 퇴출을 압박해 유럽 나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화웨이 통신 장비를 퇴출하고 대신 값비싼 미국 통신 장비로 교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독일도 화웨이 통신 장비를 퇴출하기로 했는데 지난 10월 말 보도에 따르면 통신 장비 교체에 드는 비용이 20억 유로(약 3조 3천억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셋째, 중국 고립봉쇄를 핑계로 미국의 물가 상승 문제를 희석할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물가 폭등으로 고통을 겪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참는 것처럼 트럼프 정부도 ‘물가 인상은 중국-대만 전쟁 때문이다’는 논리로 국민의 비난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넷째,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공장이 폭파되면 미국 반도체 공장이 횡재를 합니다.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7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이런 기업이 망하면 세계 4위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나 새로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는 인텔 등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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