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37] 다극화와 반제자주화의 관계 ③ 반제자주화가 국제질서의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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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1-15 22:13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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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37] 다극화와 반제자주화의 관계 ③ 반제자주화가 국제질서의 중심이 된다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월 15일 서울
(이어서)
다극 체제와 반제자주화 질서의 관계
20세기 후반기 세계는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권과 소련 중심의 사회주의권이 대립하는 냉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양 진영에 속하지 않는 제3세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미국이 승리하고 소련이 해체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이 해체되고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로 넘어갔습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대신 다른 나라들의 국력이 올라가면서 세계는 여러 강국이 공존하는 다극 체제로 넘어갔습니다. 다극 체제는 미국과 다른 강국들이 수평적 관계로 존재하면서 서로 경쟁, 견제, 협력하는 국제질서입니다. 물론 미국은 일극 체제의 붕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세계 패권국으로 군림하려 하면서 힘을 과시하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극 체제와 별개로 반제자주화 질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반제자주화 질서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극 패권을 내세워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분열시키고, 약탈했습니다. 많은 나라가 미국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저히 파괴되었고 그런 나라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혼란과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며 미국에 주권을 뺏기고 자원도 뺏겨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나라가 미국과는 공존과 협력을 할 수 없으며 오로지 맞서 싸워 이겼을 때만이 나라의 존립과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확인했습니다. 그 선두에 북한이 있습니다.
반제자주화 질서는 다극 체제를 대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극 체제가 끝나고 반제자주화 질서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둘이 공존합니다. 다극 체제는 미국을 공존,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패권에 대해서는 반대, 배격합니다. 반제자주화 질서는 패권을 반대, 제압하면서 각 나라의 자주권과 이익을 존중합니다. 따라서 둘은 서로 대립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습니다.
다극 체제는 이미 세계질서로 확립되었지만 반제자주화 질서는 이제 태동을 시작했습니다. 반제자주화 질서가 세계질서로 태동을 알리는 장면은 2025년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정상이 선두에 함께 서 있는 모습입니다. 당시 세계 여러 언론과 전문가는 북한을 ‘전승절 최대의 승자’라고 평가했습니다. 반제자주화 운동의 선두에 있던 북한이 중국, 러시아를 견인해 반제자주화 질서를 형성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확대 강화되는 반제자주화 질서
다극 체제와 반제자주화 질서는 한동안 공존하겠지만 앞으로 주된 흐름은 반제자주화 질서에 있으며 갈수록 확대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반제자주화 질서의 파급력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가 함께 있는 장면은 자주 나왔지만 국제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눈길만 끌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2025년 9월 북·중·러 지도자가 함께 있는 장면이 처음 나오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이 북·중·러 정상의 사진에 충격을 받는 이유는 북·중·러 연대가 향후 국제질서에 미칠 압도적인 파급력을 직감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미국의 패권이 소멸합니다.
다극 체제도 국제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옵니다. 하지만 일극 패권을 누렸던 미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력하기 때문에 변화의 깊이나 규모, 속도에 제한이 있습니다. 다극 체제에서도 미국은 패권을 공공연하게 휘두르지만 중국, 러시아가 이를 제압하지 않고 조절, 타협을 시도합니다. 이러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서서히 약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대통령 부부를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중국, 러시아는 이를 막거나 미국을 응징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을 제압하기보다는 규탄하는 수준에서 조절, 타협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한국국방연구원 군사발전연구센터장 출신의 진재일 교수는 3일 “베네수엘라 사태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구조적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라며 “마두로 정권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과 러시아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제공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릭스 국가들이 베네수엘라를 위해 미국과 직접적인 대결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이는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반제자주화는 미국의 패권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북한은 미국의 반북 정책과 대북 공작에 건건이 대응하면서 철저히 제압합니다. 2024년 윤석열 정권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을 때도 북한은 누가 보냈든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인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며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고 결국 유엔사가 움직이게 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사라지면 질적으로 다른 변화가 생깁니다. 그런 세계는 상상만 해도 지금과는 엄청나게 다른 세계일 것입니다.
또한, 경제보다 정치·군사가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고 결정적입니다.
경제는 정치·군사력을 뒷받침하는 물질적 기초를 이룹니다. 하지만 그런 경제를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결국 정치가 결정하며, 경제적 방법보다 군사적 방법의 파급력이 훨씬 큽니다.
미국이 일극 패권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도 결정적으로는 전 세계 국방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국방비를 투입해 세계 여러 지역을 장악할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비결도 정치·군사력에 있습니다. 순수 경제 논리로만 따지면 금본위제(달러와 금의 가치를 일치시키는 제도)를 중단하고, 국내총생산(GDP)보다 부채가 더 많은 미국의 달러가 여전히 기축통화일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의 정치·군사력 때문에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사헬지역 나라들에 쿠데타가 일어나 친미·친서방 성향 정권이 반미·반서방 성향 정권으로 바뀌고 사헬국가연합을 창설한 것도 정치·군사가 경제보다 더 결정적인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사헬지역은 19세기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했지만 여전히 프랑스 화폐 가치와 연동되는 ‘세파프랑’이라는 화폐를 쓰며 프랑스의 경제식민지로 유지됐습니다. 사헬지역 사람들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프랑스의 수탈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친프랑스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들은 쿠데타로 정권을 바꾼 뒤 먼저 자국에 주둔한 프랑스군을 철수시켰습니다.
다극 체제는 미국과 주로 경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제자주화 질서는 정치·군사 분야에서 미국을 제압하려 합니다. 따라서 반제자주화 질서가 더 빠르고, 더 많은 영향을 주며, 더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끝으로, 다극 체제의 주역보다 반제자주화 질서의 주역이 더 폭넓습니다.
다극 체제의 주역은 규모가 있는 비미 국가들입니다. 여기서 ‘비미’ 국가라 함은 친미, 반미가 아니라 자기 이익에 따라 미국과 관계를 맺는 나라를 말합니다. 이들은 미국을 추종하지 않으며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는 저항하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기본적으로 대립하거나 적대하지도 않습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들을 보면 친미, 반미로 규정할 수 없으며 사안에 따라 미국과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거나 대립하기도 합니다.
반면 반제자주화 질서는 반미자주를 지향하는 전 세계 모든 나라와 민족이 주역입니다. 여기에는 규모가 큰 나라도 있고 작은 나라도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미국의 침공과 약탈, 압력으로 고통받으며 미국을 물리치고 자주독립을 확립하는 것이 살길임을 확인한 나라들입니다.
비미 국가도 반제자주화 질서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공존, 협력, 경쟁하다 보면 미국의 부당한 압력과 공격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소극적 수준이라 할지라도 자연히 반미자주를 지향하게 됩니다. 그러면 반제자주화 질서는 갈수록 국제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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