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41] 한미는 대북 인도적 지원 이라는 고물을 왜 꺼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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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2-23 02:25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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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41] 한미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고물을 왜 꺼냈을까?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2월 12일 서울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장관이 북미대화 중재를 위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하자 미국이 이를 수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해 제재 면제를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여기에 호응해 북미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북미대화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닙니다. 대화의 전제조건을 걸고 그걸 충족해야 대화하려고 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5년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즉,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비핵화를 포기할 것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라는 조처를 할 것, 이렇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평화 공존을 바라는 조처로는 한미연합훈련이나 전략무기를 동원한 무력시위 등 북한을 적대하는 군사 행동을 중단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 한국을 향해서는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국제 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습니다. 조선반도[한반도]에 지구상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이 첨예하게 대치되어 온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즉, 한국을 향해서는 한국과 북한이 2개 국가 관계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남북을 2개 국가로 인정한다면 헌법의 관련 조항을 수정하고 국가보안법도 폐기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으면 북한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면 됩니다. 아주 명확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건너뛰고 항상 해오던 무슨 인도적 지원을 꺼내 들었으니 먹힐 수가 없습니다. 한미의 행태는 너무 고리타분합니다.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구시대 유물을 다시 꺼낸 느낌입니다.
그럼 한미는 이런 고물을 왜 다시 꺼냈을까요?
일단 이 정도면 북한이 받을 거라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이건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입니다.
10일 국내외 언론들은 북한에서 처형됐다던 전직 공안 책임자가 되살아났다며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국방성을 방문한 사진 속에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의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김 전 보위상은 2017년 여러 언론이 “아들과 함께 처형됐다”라고 보도했던 인물입니다. 이런 북한 고위 인사의 ‘부활’은 너무 흔하게 일어나서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습니다. 허위, 조작에 찌들어 있는 게 대북 정보 수준입니다.
아마도 당국자들은 북한이 가난해서 뭐든 지원해 주면 얼씨구 좋다 하며 받을 것으로 예측했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불렀습니다. 북한 처지에서는 이 말처럼 자기를 모욕하는 표현은 없을 것이라 여길 만합니다.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돈이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천박한 철학이 기초에 있으니 이번과 같은 잘못된 정책이 나온 것입니다. 대북 지원 사업을 미끼로 북한을 대화의 장에 유인하려는 시도 역시 북한이 모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식의 실패가 정책 실패, 평화의 실패를 악순환시킨다. 북에 대한 무지, 북맹(北盲)이 평화 실패의 원인이 된다”라면서 “북은 인도주의 분야 제재 면제를 유화조치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기만 술책”으로 보고 “자신들에 대한 능욕-모욕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의 본질은 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일방적 대북 적대를 미국 스스로 내려놓으면 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받지 않을 것을 알지만 중국, 러시아를 대북 고립 정책에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일 수 있습니다.
2024년 3월 28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 연장에 실패해 사라졌습니다. 중국은 기권했습니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1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장관은 두마(연방하원)에서 “더 이상 북한에 대해 가해지는 어떠한 결의안도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에 미국은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한 뒤 북미대화에 실패하면 “이거 봐라. 대북 제재를 없애도 북한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 그러니 대북 제재 해제는 그만 주장하고 중국, 러시아도 우리와 함께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려는 심산일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북미대화든 남북대화든 틀려먹은 걸로 보입니다. 인도적 지원 분야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자고 논의하는 한미외교부장관 회담 자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의지를 재확인”했으니 북한은 어느 모로 보나 자신을 무시하고 물 먹이려는 것으로 볼 것입니다.
당장 중요한 것은 3월 9~19일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입니다. 이것을 강행하느냐 중단하느냐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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