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63] 창을 갈아 단검을 만든 한-유럽연합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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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6-29 23:5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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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63] 창을 갈아 단검을 만든 한-유럽연합 공동성명
유럽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 시각) 바티칸을 방문해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여기서 기념 연설을 통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이사야서 2장 4절의 귀한 말씀이 온 나라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직전인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들과 회담을 열고 발표한 공동성명을 보면 정반대로 창을 갈아 단검을 만든 꼴입니다. 며칠 사이에 이런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 국내에서도 이상하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 © 청와대 |
제11차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11·12조입니다.
제11조
11.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 지속을 가능케 하는 제3자의 지원, 특히 북한의 지원을 규탄한다. 우리는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이 모든 관련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헌장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관련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유엔헌장 제2조 제1항은 “모든 회원국의 주권평등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제7항은 “어떤 국가의 국내 관할권 안에 있는 사항에 간섭할 권한을 국제연합에 부여하지 아니하며, 또는 그러한 사항을 이 헌장에 의한 해결에 맡기도록 회원국에 요구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내정 불간섭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유엔 회원국으로 주권을 가진 나라입니다. 따라서 두 나라 사이의 군사협력은 두 나라의 주권적 결정에 속하는 사항입니다. 제3국인 한국과 EU가 북러를 상대로 군사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대외 정책에 관한 외부의 간섭이 됩니다.
한-EU가 명분으로 삼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침략전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미국이나 한-EU의 일방적인 시각일 뿐이며 북러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유엔 안보리도 이 전쟁을 러시아의 ‘침략전쟁’으로 규정한 적이 없습니다. 세계 각국의 입장을 봐도 러시아의 ‘침략전쟁’이라고 보는 나라는 서방권에 국한되며 대다수 나라는 중립을 지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 역시 서방권 나라들만 따르며 대다수 나라는 러시아와 정상적인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순간 한국은 중립을 포기하고 러시아를 적대하는 서방 편에 서겠다고 선언한 것이 됩니다.
특히 쿠르스크 전투는 명백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침공한 것이므로 북한의 파병은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EU의 논리대로라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쿠르스크를 침공하는 데 무기를 비롯한 군사력과 자금을 대준 유럽도 규탄의 대상이 됩니다. 또 윤석열 정권 시기에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비롯한 무기를 간접적으로 지원한 의혹을 받는 한국도 사실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또 한-EU는 유엔헌장과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명분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유엔헌장에 따르면 오히려 한-EU가 북러의 주권을 무시하고 내정간섭을 한 것이므로 ‘내로남불’이라 하겠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위반했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2024년 3월 28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 제재 이행을 감독하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부결됐습니다. 중국은 기권했습니다.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대북 제재 이행을 거부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북 제재 이행 여부를 공식적으로 판단할 근거도 없고, 이걸 가지고 북한과 러시아를 공격하는 건 아무런 쓸모가 없는 행동입니다.
애초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향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이야기입니다. 한-EU가 자신의 주장을 현실화하려면 유엔 안보리를 통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찬성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12조
12. 우리는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 북한은 조속히 핵확산금지조약(NPT)상 비핵보유국으로서의 의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적 안전조치협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추가의정서를 발효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은 NPT상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되지 않을 것이며, 그와 관련한 어떠한 특별한 지위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관련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북한이 모든 관련 당사국과 의미 있는 논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제12조의 내용은 제11조보다 더 심각합니다.
가장 황당한 건 북한에 NPT 의무를 준수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북한은 2003년 1월 NPT를 공식 탈퇴했습니다. NPT를 탈퇴하면서 IAEA와의 포괄적 안전조치협정도 의미가 없게 됐습니다. 한-EU는 23년 전 탈퇴한 기구의 의무를 준수하라는 건데 한마디로 몰상식한 주장입니다. 이는 “조약은 제3국의 동의 없이는 그 국가에 대하여 의무 또는 권리를 창설하지 않는다”라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4조 위반입니다. 한-EU가 진심이라면 올해 초 트럼프 정부가 유엔 산하기관 등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했지만 그래도 의무를 준수해야 하니 분담금을 내라고 미국에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요.
또 북한이 NPT상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정말 북한에 압박이나 위협이 될 거라고 여긴 건지 의문입니다. 북한은 이미 NPT를 탈퇴했기 때문에 NPT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관심이 없습니다. 서방 나라들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있는 핵무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은 그저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와는 대화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대다수 나라는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예 언급하지 않는 중립을 취하면서 북한과 교류합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고 해서 자국에 특별히 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북한을 향해 “모든 관련 당사국과 의미 있는 논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 것도 무의미합니다.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으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거나 최소한 ‘비핵화’를 운운하지 않으면 됩니다.
한-EU가 정말 NPT 체제 밖의 핵보유에 반대한다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한-EU는 NPT 체제 밖에서 핵보유를 한 이스라엘이, NPT 의무를 이행하며 핵을 보유하지 않은 이란을 공격할 때 침묵했습니다. 오히려 반격을 한 이란을 규탄했습니다. 이중성의 극치라 하겠습니다.
한숨만 나오는 공동성명
제11·12조 뿐만 아니라 다른 조항들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비춰 봐도 아무런 정당성이 없고, 공정성이나 논리성을 찾아볼 수도 없으며, 현실성을 따져 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말 한숨과 헛웃음만 나오는 구닥다리 공동성명입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EU 공동성명은 세계정세의 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보수와 반동의 언어”라고 규정하고 “허공에다 내지르는 함성만으로 세상이 바뀌고 평화와 안정이 담보되리라 믿는 것인가. 완전한 망상과 의도적 시대착오가 아니라면 국제협정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의 넋두리 아닌가”라고 혹평했습니다.
또 “한국은 레드라인을 넘었다”,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크게 우려했습니다.
이번 공동성명은 작정하고 북한을 적대하는 내용을 담아 북한과의 공존과 평화를 포기한다는 선언이 됐습니다. 그동안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찾겠다고 했던 이야기가 모두 거짓말이 된 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중동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도 주도해 달라”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 굉장히 의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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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이란전쟁은 일단락됐습니다. 양해각서 내용을 보면 이란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었고 미국은 전쟁 배상금을 토해내야 할 처지입니다. 미국의 참패입니다. 미국 내에서조차 패배했다는 평가가 쏟아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도 못 들고 다닐 정도로 창피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중동전쟁을 해결한 것처럼”이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물론 약 올릴 의도는 아니었겠지요. 그냥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미국이 이란을 침공했다가 패배하고 굴욕적인 종전협상 끝에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처럼, 트럼프에게 북한을 침공했다가 져서 종전협정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그걸 “평화적 해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전쟁 상황을 몰랐던 것인지, 무슨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한 것입니다.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연이은 바티칸 연설에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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