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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결국 빈말로 끝난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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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9-08 19:2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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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결국 빈말로 끝난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상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최근까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선제 불사용구상을 만지작거려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이 구상을 완전히 포기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결론은 안보 관련 관료들이 선제 불사용구상이 동맹국들을 불안케 하고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의 야심만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 끝에 내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의 역할 축소를 자신의 업적 중 핵심적인 부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1기 행정부를 함께했던 보좌진 일부는 두번째 임기에 들어간 오바마 대통령이 1조 달러(한화 약 1100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드는 핵 현대화 계획을 승인한 것을 비판했다. 2009년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구상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개월간 군비축소론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선언을 발전시킬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선언은 그 중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들은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수 많은 다른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미국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선언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면서, 이 선언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정부의 불문율이었던 것을 명문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여름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이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현 보좌진들의 주장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제시한 아시아에서의 철수 구상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역시 러시아와 중국이 발트 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선언을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한 논의에 직접 참여했거나, 논의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는 6명이 넘는 복수의 행정부 관리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행정부 내부의 핵전략 논의 과정을 설명하는 대신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최고위급 인사들 다수가 반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에 미국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이는 세계사에서 유일한 핵무기 사용이면서 동시에 핵무기 선제사용의 유일한 사례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래로 거의 모든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핵 선제 불사용선언은 이러한 미국의 관습적인 핵무기 정책을 재확인 할 터였다.

행정부 관계자들의 확인에 따르면 이 같이 관습적이었던 정책을 명문화 하려는 시도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역할 축소에 대한 의지가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여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하지만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에 대한 논쟁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최고위급 인사들의 다수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카터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을 미국의 의도와 다르게 미국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카터 장관의 이러한 입장에 이란과의 핵협상의 주인공이었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장관도 가세했다. 이들은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이 가뜩이나 미국의 핵우산이 믿을 만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동맹국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방위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이들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 시킬 수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만 기대지 말고 자체적인 핵 무장을 하는 것을 용인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폭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중국이 남중국해에까지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핵무기 선제 불사용 선언은 미국의 핵억제 능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팀은 핵 역할 축소를 위한 다른 선택지는 제외했다. 이를테면 즉각적인 발사가 가능하도록 준비되어 있는 핵미사일의 탄두와 운반체를 분리(de-alerting) 해놓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만약 이렇게 해 둔 뒤에 군사 갈등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분리되어있는 핵탄두를 운반체에 다시 탑재(re-alerting)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과 보좌진은 3대 핵무기 투발체계(Triad; ICBM, 전략폭격기, SLBM) 중 한 가지 - 지상에서 발사하는 ICBM - 를 완전히 폐기하는 방안 역시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발상은 미국 서부의 기지에 배치된 미사일들이 너무 낡은데다 적의 선제타격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나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상에 배치된 미사일이 가장 확실한 통신능력을 갖추고 있는 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고, 따라서 이를 폐기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 방안에 강력히 반대했다.

오바마 집권시기 감축된 핵 탄두는 냉전 이후 가장 적어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전임 보좌진들을 포함한 군비축소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 핵무기 축소의 선지자로서의 명성을 재건할 시간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 국방부의 핵무기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앤드류 웨버 전 국방부 차관보는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진짜 오바마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버 전 차관보는 미국 정부가 최근 핵 순항미사일을 승인한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방위산업복합체들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펼치고 있어서 무언가를 변경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신임을 받던 1기 행정부의 핵전략가이자 합동참모차장을 지낸 제임스 카트라이트 전 해병대 사령관은 전직 미니트맨 미사일 장교 출신인 브루스 블레어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외부 사설에서 오늘날의 핵무기의 역할은 다른 적성국가들이 그러한 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 말고는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경제·외교적 영향력, 동맹, 재래식·사이버 무기, 그리고 최첨단기술 등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세계 역사에 유래 없는 최강의 군사대국이라고 결론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궁극적인 핵무기 폐기를 2008년 대선 당시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반면 지금의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핵 관련 계획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고,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아예 군사력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후, 그의 야심찬 계획은 좌절됐다.

2010년 상당한 규모의 군축협정 - New START(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 - 을 존 케리 당시 상원의원의 도움을 받아 체결했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다. 군축협정에 대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 시설을 현대화하고 전략폭격기와 미사일, 잠수함 등의 신세대 운반체계를 갖추는 데에 동의해야 했던 것이다.

이에 전임 국가안보 관료 중 일부는 이 핵시설 현대화 계획이 오바마 대통령의 원래 비전을 추락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필립 코일 3세 전 대통령 안보자문관과 최근 백악관을 떠난 스티브 페터 대통령 과학기술정책 비서관이 대표적이다.

한 연구결과는 이 현대화 계획이 향후 30년간 약 1조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인 미국 과학자 연맹(FAS;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냉전 이후 재임한 다른 모든 미국 대통령들에 비해 감축한 핵탄두의 수가 오히려 적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월 27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27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AP/뉴시스

임기 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다른 아이디어는 거의 없어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내 보좌진들에게 자신의 핵감축 계획을 발전시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 핵없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공포의 논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우리 생애에는 이 목표를 현실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꾸준한 노력은 재앙의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고 연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연설이 나오고 열흘이 지난 뒤, 벤자민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 군축협회에서 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실현 가능한 방안들을 소개했다. 보안 대상 핵물질 범위 확대와 국제적인 핵실험 금지 방침 재확인, 그리고 현 정부의 핵시설 현대화 계획 재검토 등이 거론됐다. 이는 연설의 청중인 군축협회 회원들에게는 듣기 좋은 이야기였겠지만, 대부분 다음 정권에서야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이다.

로즈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방안들을 계속해서 검토하는 동시에, 어떻게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검토대상에는 핵 선제 불사용 선언도 포함되었었다.

비공식 석상 등에서 카터 국방장관은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발언도 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생물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선제핵공격 경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의 핵우산이 조금이라도 약화될 조짐이 보이면 일본이 자체적인 핵무장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주장은 한국의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존 케리와 애슈튼 카터 두 장관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어서일테다.

정부 관계자들은 설사 오바마 대통령이 선제 핵무기 불사용 선언을 강행하더라도 후임 대통령이 언제든지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자신은 미국의 레버리지를 약화시키 않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에 반발했고, 클린턴 후보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단 핵 선제 불사용 방침이 선언되면 어느 후보도 이를 무효화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잦은 정책변화는 우방국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중요한 동맹관계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이같은 선언을 원치 않더라도 방침을 뒤집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출처:Obama Unlikely to Vow No First Use of Nuclear Weap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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