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패션쇼 직전 김기춘 등 만나…구명 운동에 사활
경남기업이 2013년 베트남에서 열린 '박근혜가 출연하는 한복 패션쇼’ 행사를 막판 경합 끝에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가 직접 한복을 입고 나오는 이 행사를 위해 여러 기업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박근혜가 2013년 9월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 빌딩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서 한복을 입고 무대에서 10여보를 누빈 뒤 웃고 있는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 |
2013년 박근혜가 직접 워킹 화제… 유치전 치열
당시 패션쇼 유치는 베트남 랜드마크 빌딩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전 경남기업 회장)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또 코너에 몰린 성 전 회장이 청와대 인사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구명운동에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경남기업의 한 관계자는 19일 “회사 고위층이 랜드마크 빌딩을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서 “(한복 패션쇼 행사 장소는) 여러 곳이 있었지만 장소는 막판에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막판 장소 결정은) 청와대에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3년 9월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 행사는 경남기업이 현지에 건설한 ‘랜드마크72’ 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이 한복 차림으로 직접 무대 위를 걷는 모습을 선보여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경남기업은 3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앞둔 미묘한 시기였다. 경남기업은 한복 패션쇼 행사 지원을 위해 장모 대표이사와 성 전 회장 장남을 현지에 파견했다.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13년 5월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은 한복 패션쇼 직전인 9월3일 김진수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을 접촉한 것으로 다이어리에 기록돼 있다. 9월4일과 5일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났다. 또 패션쇼 직후인 9월13일 채권은행장인 임종룡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을 만나기도 했다.
경남기업, 한복쇼 다음달 ‘채권단 자금지원 결정’ 받아내
경향신문 | |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전 경남기업 회장)은 2013년 9월 자신의 의원직 상실과 회사 워크아웃 신청이 임박하자 박근혜를 베트남 ‘랜드마크72’로 초청하는 데 주력했다. 베트남은 박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찾은 동남아 국가이자 ‘세일즈 외교’의 전초기지로 선포한 곳이다. 경남기업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를 유치하는 게 탈출구의 한 방편일 수 있었다.
박은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 초청으로 2013년 9월7~11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방문 이틀째인 8일 박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랜드마크72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 마지막 순서로 직접 무대에 올랐다.
과거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보통 외교안보수석실과 경제수석실에서 대통령 순방 동선을 짜 오면 비서실장이나 부속실이 최종 재가한다”며 “대통령이 무대에 올라갔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히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순방에 동행한 한 인사는 “성 전 회장이 함께 가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들이 나와 밥도 사고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베트남 방문 당시 경남기업 사장, 사절단 포함
당시 박근혜의 현지 동선은 청와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상의한 끝에 확정했다. 베트남 현지의 사업 관련성, 순방 활용도를 고려한 결과였다. 공식 수행원으로 윤병세 외교부·윤상직 산업부·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주철기 외교안보·이정현 홍보·조원동 경제 수석이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베트남 진출과 유력인사들과의 친분 쌓기라는 ‘일석이조’의 효과 때문에 기업인들 사이에서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79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에는 장모 경남기업 대표이사가 등록돼 있다. 경남기업이 패션쇼 유치와 함께 사절단에 포함된 것은 베트남 현지의 사업 성과도 있지만 성 전 회장의 다급한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 전 회장은 2013년 5월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형(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선거사범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과 달리 2심 이후 최종심 선고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또 갈수록 악화되는 회사 재정 상황 때문에도 반전카드가 필요했다. 청와대 행사를 앞세워 금융권 자금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경남기업은 패션쇼 후인 2013년 10월29일 워크아웃과 함께 하루 만에 채권단의 자금지원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도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로비는 없었다. (대통령 동선은) 로비를 받고 정하는 게 아니다”(이정현 홍보수석)라고 말했다. 또 “정무수석이 하는 일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내용”(박준우 정무수석)이라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