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세월, 말없이 흘러,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두 해가 되었습니다.
오늘, 그대 잠들고 있는 이 유택 앞에서,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리니, 지나간 만단 사연이 한꺼번에 떠올라, 사무치는 정을 누를 길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창기 동지, 시간이 지나가면 기억도 사라져간다지만, 그대의 추억만은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워집니다.
비록, 우리 세대가 다르고 지나온 경로도 다르지만, 겨레와 나라 위한 뜻이 같아, 두 손 억세게 서로 잡고, 두 심장 하나가 되었는데, 그 큰 포부 이루지 못한 채, 이제 이렇게 유명을 달리 하니, 그저 운명의 섭리가 야속기만 합니다.
그대 끓는 심혼을 바쳐 키운 우리 자주시보, 거친 토양에도 뿌리를 깊이 내려, 이제 비바람을 꿋꿋이 이겨내고 있으며, 그대의 높은 뜻 이은 젊은 일꾼들이 튼튼히 자라고 있습니다.
자주시보는 동지가 남긴 보배 같은 유산으로, 시대의 암흑을 불사르는 광명의 등불, 자주통일을 지향하는 애국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자주시보가 외치는 함성마다에, 힘찬 그대의 목소리가 어려있으며, 자주시보 기사의 글줄마다에 언제나 그대의 숨결이 스며있습니다.
나라의 통일이 오늘 우리의 회피할 수 없는 지상의 과업일진대, 이 과업의 실천적 선봉에 늘 우리 자주시보의 기치가 힘차게 휘날릴 것입니다.
지금 남북문제가 일시적 곡절을 겪고 침체되어 있으나, 그 통일의 토대는 확고한 것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어쩌면 지난 가을의 경축행사가 그 절정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미국은 패권주의, 지배주의의 흉기를 버리고, 한반도에서 근 1세기에 걸치는 분열과 침략의 정책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그 때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현실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창기 동지, 우리가 오매에도 그리던 자주통일의 그날은, 결코 먼 앞날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의 그날을 하루속히 앞당기기 위하여, 우리는 만난을 무릅쓰고, 있는 힘을 다해 가일층 분발하고 또 분발할 것입니다.
이창기 동지, 우리는 결코 그대를 타계에 있다 생각지 않습니다. 그대의 고귀한 애국애족의 염원과 실천, 그대의 순결한 인간사랑의 진정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속에 길이길이 살아 있을 것이며, 자랑스런 조국통일운동사에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있을 것입니다.
늘 우리를 지켜보고, 가호와 성원의 음덕을 베풀어주소서.
간절한 추모의 정을 안고 이 맑은 잔을 드립니다.
만 시름 다 놓고 부디 안식하소서.
자주시보 대표 김 병 길 근배